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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8화 (1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8화

18화. 주목을 받다.

오랜만에 본 황보연은 실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 역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여 수수한 옷으로 몸을 감쌌고 옅게 화장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는 다른 여자들을 압도했다.

이런 여자가 나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해보니 나라는 구하지 못했어도 무림은 구했군.’

“산서성은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면서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나오는 말이 달라진다.

그녀의 질문대로 산서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행산맥은 기이한 절경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정말 근사하더라고. 중원과는 완전히 달라.”

“어떻게요?”

“당장 정주현만해도 대부분 평야이고, 중간에 평범한 낮은 산과 언덕이 있을 뿐이지. 조금 더 거리를 넓혀도 낙양의 숭산 정도가 볼만하고. 하지만 태행산맥에는 기암절벽과 멋진 계곡이 곳곳에 산재해서 보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하지.”

“다음엔 같이 여행가요.”

“그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런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행복하겠지. 하지만 교통이 굉장히 불편하거든. 하남성이나 하북성으로 나오려면 산을 넘어야 할 정도로 길이 험하니까.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해.”

그녀는 이해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또 사람을 죽였어요?”

“어떻게 알았어?”

“오라버니 눈빛이 달라졌어요. 뭐랄까? 냉혹해졌다고 할까요. 물론 저한테는 매우 부드러운데, 가끔씩 소름끼치도록 냉혹한 눈빛이 흘러나와요.”

황보연은 직감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무림인의 길을 걸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온갖 비열한 수법이 난무하는 무림에서 냉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그리고 맹세하는데 내 검에 죽은 자들은 모두 악인이야.”

“그런 이야기 그만해요. 나 그동안 구천현검법 열심히 익혔는데, 한번 봐주실래요?”

“응.”

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만월루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8층의 전용수련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방에 들어가 흑의무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어설프다고 흉보면 안돼요.”

황보연은 미리 단속을 하고는 검을 뽑았다.

평소에 재잘거리는 밝은 모습이 참 아름다운 그녀였지만, 이렇게 검을 들고 진중해지자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검과 하나가 되어 구천현검법을 펼쳤다.

쾌를 추구하는 검법이었는데 아직은 그 부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초식을 펼치는 것은 완벽하다고 할 만큼 뛰어났다.

절정은 아니지만, 웬만한 일류는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때요?”

“아주 좋아.”

“피이, 거짓말. 솔직히 말해줘요. 할아버지는 많이 부족하다고 했단 말이에요.”

“어쩔 수 없네. 봐봐.”

난 귀혼검을 뽑아 기수식을 취한 후, 구천현검법을 펼쳤다.

쒜에에에엑.

쒜에에에엑.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수련실을 가득 채웠고, 번뜩이는 검광은 마치 벽을 쪼갤 듯 힘찼다.

“우와, 완전히 다른 검법인 줄 알았어요.”

“다른 검법이지. 이 검법은 원래 음공을 기반으로 한 검법인데, 난 극양의 내공을 바탕으로 펼쳤으니까. 하지만 구천현검법은 맞아. 혹시 차이를 알겠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시 시연해 줄 테니까 마음으로 느껴봐. 분석하려고 하지 말고.”

나는 다시 구천현검법을 전력으로 펼쳤다.

나의 무공감각은 극의에 다다랐기에 몇 번 연습한 것에 불과한 구천현검법은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냈다.

“도대체 오라버니와 저의 차이가 뭘까요?”

“망설임.”

“망설임이요?”

“그래. 망설이지 말고 단호해야해. 어차피 검법이란 게 따지고 보면 상대를 죽이기 위한 효율적인 기술에 불과해. 그걸 아름답게 포장해놓았을 뿐이지. 눈앞에 가상의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찌르고 베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벽을 넘기 힘들 거야. 나랑 대련해볼까?”

“상대가 되겠어요?”

그녀는 말로는 엄살을 피웠지만, 눈빛이 달라졌다.

난 그녀와 검을 맞댔다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난 후, 손가락을 까닥여 선공을 양보했다.

그녀는 날카롭게 찌르고 베며 나를 압박했다.

난 방어에만 치중하지 않고 딱 그녀의 수준보다 약간 높게 검식을 펼쳐 맞받아쳤다.

“악.”

그녀는 깜짝 놀란 듯 뒤로 물러나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 차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를 악물고는 바로 일어섰다.

“날 죽인다고 생각하고 덤벼들어.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

내가 호되게 다그치자 그녀는 기합을 넣으며 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조금 전보다 검로가 날카로워졌다.

난 사정없이 그녀의 검로를 깨뜨렸고 여러 번 그녀의 사혈을 노렸다.

“다시.”

“한 번 더 부탁해요!”

그녀는 오기가 발동했는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내게 덤벼들었다.

“헉, 헉.”

그녀는 완전히 탈진하여 검을 옆으로 던져둔 채 바닥에 누웠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봉긋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나빴어요.”

난 말없이 그녀의 곁에 앉아 얼굴에 흐른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소득은?”

“글쎄요. 오늘 수련한 내용을 명상해봐야겠어요.”

“지금 해봐.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질 테니까.”

난 힘들다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앉혔다.

그녀는 금세 집중하여 명상에 들어갔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창가로 향했다.

이곳에서 정주현을 지켜보는 건 정말 좋았다.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내는 소음이 아름다웠다.

“뭘 그렇게 봐요.”

어느새 그녀가 옆에 와 섰다.

“사람들.”

“저런 평범한 모습을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어요?”

“응.”

난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 너무 힘들고 각박하게 살아서일까?

지금의 평범함이 너무나도 소중했고, 행복했다.

그녀는 말없이 내 옆에서 함께 정주현을 바라보았다.

**

무림맹 참마각.

“무슨 소리야?”

참마각주 조진량이 발끈해서 소릴 질렀다.

부각주 관해는 움찔했지만, 이내 할 말을 했다.

“다정이 각주님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유는?”

“그게, 저어.”

“뭔데 망설여?”

“저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말해봐. 판단은 각주인 내 몫이니까.”

관해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청이 그러더군요. 다정은 50만냥을 내놓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했답니다.”

“뭐? 제대로 들은 거야?”

“예.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다정이란 자는 미친놈이 틀림없습니다. 포기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진짜 50만냥을 주고 데려오면 다른 집행인들이 반발할 겁니다.”

영입비용으로 50만냥을 쓴다는 건 말도 안됐다.

그에게 제시했던 5만냥도 굉장히 고심한 금액이었다.

“젠장할. 이 빌어먹을 놈이 참마각을 우습게 보는구나.”

조진량은 답답했다.

이성은 다정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의 감정은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었다.

오랫동안 참마각을 운영한 그는 다정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당분간은 관망만해. 다정에 대한 정보는 계속 취합하고.”

“정말 영입하시려고요?”

“지켜보자는 거야. 나중에는 정말 그런 가치가 있을 수도 있잖아.”

관해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관인 조진량 앞에서 한숨을 쉬는 게 굉장히 무례한 일이었지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제까지 참마각에서 수많은 집행인을 영입했지만, 최대 10만냥을 넘지 않았다.

그 중에는 다정보다 훨씬 뛰어난 자도 많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명령하니 관해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놈들에 관한 정보는?”

“오리무중입니다. 인신매매와 관련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쪽을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그랬더니 인신매매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 죽일 놈들이 정말로 인신매매를 통해 사술을 연구했다는 뜻이군.”

“그게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 부분을 집중단속하면서 조이면 저들이 뭔가 다른 방법을 취하겠지요.”

“다른 방법?”

“예. 저들은 사술을 연구하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눈에 불을 켜고 막으니 다른 방법을 취한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게 뭐가 있을까?”

“시골마을을 노리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광범위하게 단속해도 그곳까지 손길이 뻗치지 않으니까요.”

“흠, 그러니까 시골마을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 그들의 행보를 알 수 있다?”

“그렇습니다. 큰 고을에서 몇 명이 사라지면 티가 나지 않지만, 시골은 몇 명이 사라지면 바로 티가 나니까요. 그걸 꼼꼼히 추적해야 합니다.”

“좋아. 당장 추진해.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필요하면 지원요청하고.”

“알겠습니다.”

관해는 즉각 복명하고 물러났다.

조진량은 반드시 암흑혈천마교의 꼬리를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꽁꽁 숨은 그들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압박하면 반드시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한수 아래로 보았던 소마각에 밀렸었기에 이번 건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그가 꼭 자존심이 상해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하나둘 소마각에 선수를 빼앗기고 그게 쌓이다보면 무림맹에서 참마각은 소마각과 같은 급이거나 아래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참마각의 영광은 끝난다.

냉정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조진량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암흑혈천마교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소마각.

소마각주 황성원도 조직의 역량을 걸고 암흑혈천마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참마각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체념한 상태였는데, 다정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다정이 50만냥을 요구하며 조진량을 물 먹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각주님.”

“무슨 일인가?”

황성원은 환하게 웃으며 부각주 정혼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다정을 끝까지 품을 수 있을까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참마각의 영입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더군다나 50만냥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역으로 제안했고요.”

“그렇지. 아주 속이 다 시원했어.”

“그렇다면 매우 돈 욕심이 많다는 건데, 결국 돈을 쫓아 무림맹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아.”

황성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고는 손가락을 까닥여 가까이 오라고 한 후, 나지막하게 말했다.

“청에 의하면 진짜로 50만냥을 원한 게 아니었어. 그는 조진량이 싫었던 거야.”

“예? 아니 다정이 조 각주님을 어떻게 알고 싫다는 겁니까?”

“거기까진 나도 모르지. 이거도 간신히 알아낸 거니까. 예전에 원한관계가 아니었을까? 무림맹에서 조진량이 재수 없는 놈이지만, 그건 우리를 비롯한 몇몇만 알지. 설마 다정이 조진량이 재수 없는 놈이란 걸 알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어 거절했겠냐고?”

“그렇지요.”

“청에 의하면 꽤 괜찮은 무인이야. 냉정해질 때는 소름이 끼칠 만큼 냉혹해지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청을 믿고 맡겨야지.”

“다정과 어울리지 않는군요.”

“그렇지 그런 냉정한 놈이 다정이란 별호로 불리다니. 껄껄껄. 재밌어.”

황성원은 기분이 좋은 듯 대소를 터트렸다.

“정혼.”

“예. 각주님.”

“현재 소마각 집행인 중에서 다정이 가장 뛰어나지?”

“그렇습니다. 그는 초절정무인으로 추정되니까요.”

“그럼 가장 어려운 임무를 그에게 맡겨.”

“괜찮을까요? 경험이 일천한데.”

“그는 결과로 증명했어. 암흑혈천마교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만들었고, 혈천교에 대해서도 자세히 파악하여 보고했어. 이런 자는 처음이야. 제대로 키워보자고.”

“알겠습니다.”

정혼은 즉각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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