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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4화 (14/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4화

14화. 나쁜 놈들.

“아마 한 달 정도 걸릴 겁니다. 현상금은 5천냥인데, 몇 가지 공제하고 나면 대략 4천냥입니다.”

난 부모님을 찾아뵙고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성제를 통해 강력한 무인으로 성장했다는 보고를 받아서일까?

그들은 내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런데 네가 이 정도 실력인데 소마각에서 떨어지다니 이해되지 않는구나.”

구양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연이 아닌 게지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거라. 강호는 험난하고 야비한 술수가 넘치는 곳이니, 절대 자만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림맹주시절에는 모든 이들로부터 경외감을 받으며 살았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명성이 턱없이 부족해 알아주는 이도 드물었지만, 가족이 있어서 행복했다.

“또 혼자야?”

모용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구양현이 내 대신 대답했다.

“지금 우리 천이의 실력은 제검대주(성제) 이상이오. 그런데 무얼 걱정하시오. 이런 식으로 강호경험을 쌓는다면 뛰어난 고수가 될 것이오. 내가 돈이 없어서 영약을 사주지 못하는 것이 한이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속 앉아 있으면 그들은 더 잘해주지 못했음을 자책할 게 틀림없었다.

이 몸의 전주인이 망나니로 해먹은 게 얼마인데, 정신 좀 차렸다고 더 잘해주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다니.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그들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것을.

난 방에 내 행선지를 기록해 놓은 문서를 작성하여 서탁 위에 올려놓았다.

소마각에서 지시가 내려온다면 청이 그걸 보고 나를 찾아올 것이다.

방을 나선 나는 성휘에게 열심히 수련에 임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집을 나섰다.

성휘는 나를 따라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럴 시간에 검이라도 한 번 더 휘두르라는 질책을 들어서인지 내 지시에 바로 순응했다.

황보연에게는 서찰을 보내는 것으로 만남을 대신했다.

만난다면 이것저것 물으며 달라붙을 텐데, 피곤했다.

‘82년을 재미없게 살아왔으니, 이렇게 사람들과 작은 관계를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로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지어졌다.

당연한 일이었는데,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맹주에 오르기 전에는 오욕칠정을 참으며 오직 무공수련에 매달리고, 사마외도를 제압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맹주에 오른 후에도 역시 사마외도를 소탕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모든 이들이 경외심을 갖고 대했기에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데 서툴렀다.

정주현을 벗어난 나는 경공술을 펼쳐 빠르게 산서성으로 향했다.

산서성.

험준한 태행산맥을 품고 있는 성으로 하남성, 하북성에 비해 변방취급을 받았다.

또 이곳은 대부분 산악지대라 가난했고, 도적떼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일반백성들이 잘 모르지만, 이곳은 무림에서 공적으로 낙인찍힌 사마외도의 은신처로 유명했다.

그만큼 태행산맥의 험준함은 중원제일이었다.

양원현.

태행산맥 내부 한복판에 자리 잡은 큰 고을이었다.

이곳의 마을은 태행산맥 내부를 관통하는 하천이 만들어 놓은 작은 분지평야지대에 발달했는데, 양원현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늦은 저녁.

현 외곽지역에 위치한 폐가.

흑의 사내 셋은 어깨에 기다란 자루를 메고 폐가로 향하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자루가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범상한 물건으로 보이진 않았다.

“으챠.”

그들은 어깨에 메고 있던 자루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세 사내 모두 얼굴이 닮았고, 흉악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양원현 일대에서 악명이 높은 곡씨삼흉이었다.

“형님. 이번에는 돈이 좀 되겠죠? 제법 괜찮은 얘들인데요.”

“거래를 해봐야지. 막내야. 살았는지 확인해. 죽었으면 끝이니까.”

“예. 형님.”

막내 곡삼이 급히 자루의 입구를 묶었던 줄을 풀자, 안쪽에서는 입을 막은 젊은 여인 둘과 어린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있습니다.”

“그대로 놔둬. 조금만 기다리면 그가 올 것이다.”

“못해도 1천냥은 받아야할 텐데요.”

곡삼의 말에 첫째 곡청과 둘째 곡융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인신매매였는데, 오늘 만날 상대는 이 지역에서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상대였다.

“돈이야 제대로 주겠죠?”

곡삼의 말에 곡청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는 왜 이런 짓을 할까요?”

곡융이 곡청에게 질문하자, 곡삼도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잘 몰라. 저들을 사공에 이용한다는 소문도 있고. 아무튼 조심해라.”

사람을 이용한 사공이라니?

곡융과 곡삼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역시 인간말종이었지만,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킬킬킬킬.

섬뜩한 웃음소리에 곡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도사복장을 한 사내가 문틀에 기대어 괴상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태극검?”

“물건은?”

“저기.”

곡청은 기분 나쁜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턱짓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가리켰다.

태극검 도양은 눈을 번들거리며 걸어가 여자와 남자를 꼼꼼하게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훌륭해.”

“그런 대금을 치러야지.”

“1천냥 주지.”

“2천냥.”

곡청이 2천냥을 부르자, 곡융과 곡삼은 깜짝 놀랐다.

도양은 혀를 내밀어 칼을 살짝 훑고는 냉소를 쳤다.

“욕심이 많으면 목이 달아나는 법이야. 밑바닥의 벌레면 벌레답게 살아.”

“우리가 벌레면 네놈은 무엇이냐? 도양 네놈도 벌레 아니냐?”

곡청은 그동안 도양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봤다는 억울함에 발끈했다.

그 순간 도양의 눈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렸는데, 분명한 살기였다.

곡융과 곡삼은 눈짓을 교환하더니 도양의 좌우에 위치하여 포위했다.

“흥, 알량한 협격술로 나를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리 곡씨삼웅의 협격술은 산서성에서 정평이 나 있다.”

“곡씨삼웅? 크크크크. 곡씨삼충이겠지.”

수컷 웅(雄)을 벌레 충(蟲)으로 바꿔 부르며 노골적으로 비웃자, 곡씨삼흉은 분노를 폭발시켰다.

“쳐라!”

곡청의 명령에 곡융과 곡삼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이런 합격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그들의 검로는 실로 절묘하게 움직였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머리, 가슴, 배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로는 도저히 피할 틈이 없어 보였다.

“별 것도 아닌 게.”

곡청은 도양의 죽음을 확신했다.

번쩍.

낄낄거리던 도양은 검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휘둘러 곡융과 곡삼의 검을 쳐내고는 곧장 곡청에게 달려들었다.

눈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의 쾌검.

자신보다 고수라는 걸 깨달은 곡청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형님!”

곡융과 곡삼이 깜짝 놀라 도양의 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커헉.”

곡청의 목을 벤 도양이 바닥을 뒹굴며 곡융과 곡삼의 검을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다리를 살짝 베였다.

“죽인다. 이 개새끼.”

“개가 잘도 짓는구나.”

도양은 여전히 그들을 비꼬면서 곡융과 곡삼을 향해 덤벼들었다.

창. 창.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도양은 곡융과 곡삼을 상대로 훌륭하게 싸웠다.

부상을 입고 협공을 당하면서도 이런 무위를 보인다는 건 도양의 무위가 곡씨삼흉보다 훨씬 높다는 반증이었다.

다만 다리 부상 때문에 그들을 쓸어버릴 기회를 놓쳤다.

곡융과 곡삼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둘은 더 버티다간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 보자.”

곡융과 곡삼은 곧바로 몸을 날려 도주했다.

“젠장할.”

도양은 털썩 주저앉았다.

생각보다 다리의 상처가 심했기에 급히 지혈하고 옷을 뜯어 상처난 부위를 묶었다.

그때였다.

챙챙챙.

밖에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연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커헉.”

집 밖에서 들리는 비명에 도양은 깜짝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켰다.

삐이걱.

그때 문이 열리며 낯선 사내가 양 옆구리에 곡융과 곡삼을 끼고 들어왔다.

툭. 툭.

곡융과 곡삼을 바닥에 던진 사내가 도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태극검 도양. 맞나?”

“누구냐? 못 본 놈인데.”

“현상금사냥꾼이라고 해두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는 담담히 말하고는 안을 둘러보았다.

한 사내가 목이 베여 죽었고, 건너편에는 세 자루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인신매매범이로군. 죽을 이유는 충분하겠어.”

“난 인신매매범이 아니다.”

“그럼 이놈들이 인신매매범이로군. 하나만 묻지. 도양 네놈은 왜 저들을 사려고 했느냐?”

“네놈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다.”

“대답하게 될 거야.”

난 천천히 귀혼검을 뽑아 진기를 주입하자, 검은 옅은 붉은빛으로 일렁거렸고 도양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얍!”

그 순간 도양의 검이 빠르게 내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예상치 못한 쾌검에 놀랐지만, 본능적으로 귀혼검을 끌어 올려 쳐냈다.

하지만 도양은 집요하게 파고들며 쾌초를 연속으로 날렸다.

난 침착하게 방어에 전념하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벌써 죽였겠지만, 살려둔 채 제압하려니 시간이 걸렸다.

퉁.

빈틈이 보이자, 천의검법 3초식 뇌정지탄을 발출했다.

50년 내공이라 제 위력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도양을 제압하긴 충분했다.

“커헉.”

도양은 오른쪽 어깨에 구멍이 뚫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검을 떨어뜨렸고, 난 보법으로 그를 따라잡아 검을 목에 대었다.

“말해. 왜 사람을 사지? 어디다 쓰려고?”

도양은 대답하지 않고 악랄한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난 지체 없이 그의 마혈을 찍은 후, 다른 혈을 눌러 고통을 가했다.

이제까지 이런 자를 수없이 경험했다.

도양은 신음을 쏟아내며 발버둥치더니, ‘두두둑’ 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번쩍.

내 검이 빠르게 섬전벽력을 펼쳤고, 도양의 몸에는 세로로 붉은 혈선이 그려졌다.

“암···암흑···처, 천세.”

푸확.

도양은 몸이 세 갈래로 쪼개지며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암흑천세라니. 설마 암흑마교가 부활했단 말인가?”

암흑천세는 32년 전에 멸문한 암흑마교의 구호였다.

암흑마교를 무너뜨리기 위해 고생했던 나날이 떠올랐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빨리 내공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난 도양과 곡씨삼흉의 시신을 바라보다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

“곡씨삼흉도 현상금이 걸려 있을 거 같은데. 이럴 때 청이라도 옆에 있으면 물어볼 텐데. 아쉽군.”

-말하세요.

청의 전음이 들리더니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매혹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뭐야? 벌써 명령이 내려온 거야?”

“아뇨. 궁금해서 따라와 봤어요. 우와, 쾌검이 정말 대단해요. 제 눈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은잠술이 대단하군. 정말 몰랐어.”

“그건 제가 살기를 품지 않고 조용히 지켜봤기 때문이죠.”

“그럴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은잠술이 대단한 건 인정해야겠어.”

“곡씨삼흉의 목에는 2천냥이 걸려있어요. 제가 처리할까요? 대금은 며칠 내로 지급될 겁니다.”

“부탁하지.”

“진짜 이상하네. 다정님에게서는 대종사의 기운이 풍겨요.”

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싱긋 웃고는 폐가를 벗어났다.

홀로 남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다정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더니 혀로 윗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강호에 걸물이 등장했는걸. 지루했던 삶이 꽤 흥미롭겠어.”

청은 곡씨삼흉과 도양의 머리를 베어 자루에 담고는 품속에서 약품을 꺼내어 그들의 시체 위에 부었다.

매캐한 냄새가 나며 그들의 시체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걸 지켜보는 청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지옥에 가서 참회하도록. 그건 그렇고. 정말 암흑마교가 부활한 건가? 일단 맹에 보고해야겠어.”

그녀는 주변을 정리하여 싸웠던 흔적과 피를 제거하고는 셋을 품에 안고 몸을 날려 사라졌다.

폐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을씨년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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