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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3화 (1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3화

13화. 다정(多情) 그리고 청(淸).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연공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정혼이 준 봉투를 앞에 놓았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뜯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말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뜯어본 흔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옆을 뜯었다.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어서 그것을 들어 읽었는데, 정말 간단했다.

-별호 : 다정(多情).

-연락책 : 청(淸).

필요사항은 연락책을 통해 들을 것.

이게 끝이었다.

절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이것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별호가 다정이라니? 이것도 인연인가?”

무림맹주시절 사마외도를 인정사정없이 척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호가 비정(非情)의 맹주였다.

마치 운명은 이제까지의 삶과 다른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종이를 내려놓자, 그 밑에 얇은 비급이 나왔다.

역용술(易容術).

참 성의 없이 비급이름을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정의 역용술비급은 아닐 테고, 임무를 수행할 때 본 얼굴을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차분하게 비급을 읽어 내려갔다.

간단한 내용이었기에 바로 이해했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특별할 게 없는 역용술이었기에 절정의 무인이 자세히 본다면 역용했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역용술은 그저 인피면구대용이었다.

안에는 여러 가지 물품이 있었다.

외상에 바르는 금창약, 백냥짜리 전표 10장, 다정이란 글씨가 새겨진 동패, 100년 된 하수오.

100년 된 하수오는 복용했을 때, 최대 1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자체로도 굉장히 귀한 영약이었지만, 나는 복용하지 않았다.

이걸 만월루로 가져가 팔기로 마음먹었다.

돈을 모아서 천지금령초같은 제대로 된 영약을 구입하여 복용할 생각이었다.

영약을 복용할수록 거기서 얻는 내공의 양은 줄어들기에 최대한 좋은 영약을 복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역용술비급과 종이는 모조리 소각해 버렸다.

금창약, 전표, 패, 하수오를 혁낭에 넣고는 연공실을 나선 후 곧바로 금월루로 향했다.

금월루.

금노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호오, 100년 된 하수오. 구하기 어려운데 구했군. 3만냥 처줌세.”

“알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표는 전장에 맡겼다.

“소마각 시험을 봤는데 불합격했습니다.”

“그렇군. 축하하네.”

금노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축하인사를 건넸다.

정말 금노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보가 필요하면 오게. 하찮은 정보부터 고급정보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니까. 무림맹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고.”

“고급정보는 비싸겠군요.”

“중요한 정보이고 구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니까. 나중에 무림의 일에 휘말렸을 때, 중요한 정보를 알고 대처하느냐? 모르고 대처하느냐?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노의 말은 정확한 사실이었고 그때가 되면 금노를 통해 돈을 주고 정보를 살 생각이었다.

“차기 무림맹주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조만간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겠지. 맹주에 추천된 자들의 실력이 비슷비슷해서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야. 그 이상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하네.”

“냉정하시군요.”

“사업이니까.”

금노는 싱긋 웃었다.

비상체제라는 말을 듣고 대충 어떻게 될지 감이 잡혔기에 굳이 돈을 주고 정보를 사지 않았다.

소마각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르면 이 정도 정보는 자연스럽게 들어올 테니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능력을 인정받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최대한 돈을 모아 내공을 끌어올리고, 이 몸을 단련해야 한다.

그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구천현검법은 어떻게 얻었는가? 연이가 수련하는 걸 잠깐 봤는데 대단한 상승검법이었어. 이거 여성무인이 사용하던 검법인가?”

“그렇습니다. 연매가 벽씨검법을 펼쳤는데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구천현검법을 전수했습니다. 상승검법이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검법이라 생색 좀 내고요.”

“그렇군. 음기를 바탕으로 한 내공심법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검법이었어. 고맙네.”

“저야말로 고맙죠. 천지금령초를 주셨으니까요. 열심히 돈을 벌어올 테니, 앞으로 좋은 영약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나도 생색 좀 내볼까? 사실 천지금령초는 다른 사람이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네. 이미 결정되었다고 하니, 값을 더 처 주겠다고 말하더니 결국 30만냥까지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네. 그거 거절하고 많이 힘들었네. 흐흐.”

이래서 돈만 있다고 영약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천지금령초 같은 영약은 한정되어 있고, 그걸 얻으려는 사람은 많았기에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떨 때는 ‘폭리가 너무 심하지 않냐?’는 말이 나올 만큼 가격이 치고 올라갔다.

비싸다고 사지 않으면 누군가 그걸 채갔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세. 나도 잘 부탁함세. 우리 연이.”

금노와의 대화는 참 편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구천현검법을 어떻게 얻었냐?’ 등 꼬치꼬치 캐물을 텐데, 그는 넘어야 할 선을 넘지 않았다.

금노만의 철칙이다.

무림맹주시절 그와 인연을 맺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묘해. 자네 변해도 묘하게 변했어. 마치 닳고 닳은 노회한 무림고수를 대하는 느낌이야. 거참. 나도 은퇴할 때가 되었나? 무림초출인 자네에게 이런 느낌을 받다니. 헛참.”

나는 싱긋 웃고 말았다.

비록 구양천의 젊은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금노의 날카로운 감각은 그 안에 숨은 나의 존재를 느끼는 듯 했다.

“그간 망나니로 살았기에 제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간극의 차가 너무 커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이겠지요.”

“그런가?”

금노는 웃고 말았다.

저 웃음은 내 말에 동의하는 긍정의 웃음이 아니었다.

좀 더 두고 살펴보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만월루를 나와 세가로 돌아온 나는 체력단련과 수련에 매달렸다.

계속된 체력단련과 수련을 통해 이 몸은 이제 완벽하게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이제 천의검법을 극성으로 펼칠 수 있었다.

다만 내공이 50년이라, 3초식이 한계란 점이 아쉬웠다.

지금 펼치는 1, 2, 3초식도 위력적이지만, 내공을 끌어올리면 더욱 위력적으로 변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지 5일째 되는 날.

난 여전히 연무장에서 체력단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

빠른 속도로 연무장을 뛰던 나는 멈춰 섰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호의적이었기에 그가 연락책인 청이라 생각했다.

주변을 살피고는 천천히 내 방으로 들어온 후에 나지막이 말했다.

“청.”

내 말에 복면을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복을 입었지만, 굉장히 여리여리한 몸매의 소유자란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이런 여자가 연락책일까?

의문이 잠시 일었지만, 그것을 떨쳐냈다.

내 눈이 평온해지자, 그녀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특이하시네요.”

“남과 다르지 않소.”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다정의 연락책 청입니다. 임무에 관련한 모든 것을 지원해드립니다. 소마각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그때부터는 항상 주변에 제가 은신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임무 중에 위험에 처하면 어떡하오?”

“제가 구할 수 있으면 구해드립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런 적은 없었어요. 매우 어려운 임무에 투입되었으므로, 제가 나서기 힘든 상황이 많았거든요. 오래 살아남으셨으면 좋겠어요.”

“전임자는 얼마나 버텼소?”

“2년6개월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가 은퇴할 때까지 살아남을 테니까.”

“호호호. 정말 특이하시네요. 신입 중에서 이렇게 말하시는 분은 아마 소마각 역사상 처음일 거예요. 물론 허풍으로 그런 분은 계셨지만, 다정님은 정말 그렇게 믿고 말씀하시는 느낌이에요.”

“믿어보시오. 난 충분히 강하니까.”

“믿고 싶어지네요. 아니 믿을게요.”

“소마각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참마각으로 이동하오?”

“예. 거부하시고 소마각에 계속 남으셔도 되는데, 아무래도 참마각이 더 상위조직이니까 그쪽에서 제의가 오면 넘어갑니다.”

“둘 다 어차피 비밀조직이라 외부에 드러내기도 어려운데 상위조직이 무슨 상관이겠소? 임무가 내려오면 그때 연락 주시오.”

“내공 50년, 무위는 절정, 특기는 검법. 구양검법 대성. 맞나요?”

“맞소.”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구양검법은 평범하다고 들었어요. 혹시 숨기시는 게 있나요?”

“누구나 3할은 숨기지 않소. 나중에 밑천을 드러낼 상황이 오면 그때 말하겠소. 비밀만 지켜준다면.”

“당연하죠. 임무 중에 일어난 일을 발설하면 연락책을 할 수 없어요. 그런 연락책을 어떤 집행인이 믿고 등을 맡기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임무가 내려오면 그때 뵐게요. 참, 앞으로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홀연히 사라졌다.

놀라운 은잠술이었다.

극의에 다다른 감각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은잠한 그녀를 찾아내려면 내공을 떠나 극도의 예민한 감각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녀를 보낸 후, 수련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만월루에서 만혁이란 자가 왔다.

지난번에 흑사루를 무너뜨리고 뒤처리를 한 자였다.

“어서 오시오.”

“이공자님을 뵙습니다.”

만혁은 매우 공손하게 나를 대했다.

흑사루를 무너뜨리고 절정무인 귀령자를 죽이자 나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간이 되면 돈 버실 생각 없으십니까?”

“괜찮은 정보가 들어왔소?”

“정보료 5백냥짜리입니다.”

무림맹에서 현상금을 5천냥을 걸었다는 소리니 제법 거물일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봉투를 내밀며 선심을 쓰듯 말했다.

“금노께서 이것도 후불로 해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뒤처리 비용이 없다고 하셨고요.”

“조직이 아니구려.”

난 봉투를 뜯어 서신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후, 곧 서신을 태워버렸다.

“하겠소.”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만혁은 포권하고는 돌아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표적은 태극검(太極劍) 도양(道梁)이었다.

원래는 무당파의 촉망받는 제자였는데, 우연히 살인사건에 말려든 후 본격적으로 악인의 길로 들어선 자였다.

당연히 무당파에서 파문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무당파시절의 별호인 태극검을 사용했다.

그는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질렀는데, 가장 최근에 저지른 악행은 중도문이란 작은 문파에 난입해 4명을 죽인 일이었다.

“심심해서.”

그런 이런 말을 남기고 도주했다고 한다.

“미친놈은 죽어야지.”

난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나지막이 으르렁거렸다.

무림맹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악인집단을 무너뜨리고 악인을 섬멸했지만, 그들은 꾸역꾸역 기어 나와 세상을 어지럽혔다.

한때는 회의감을 느꼈었지만, 곧 극복했다.

그 후로 악인을 처벌할 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죽일 만한 놈이니까 죽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임무를 수행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 마음은 지금도 동일하다.

태극검 도양의 인상착의가 그려진 종이를 공중으로 띄어 올렸다.

번쩍.

언제 검이 발출되었을까?

종이는 정확하게 세로로 삼등분되었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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