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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0화 (1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0화

10화. 존재감을 드러내다.

붕붕.

귀혼검을 휘두른 후 검집에 넣고는 석실을 나왔다.

하늘은 파랗고 높아졌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공자님.”

성휘였다.

흑사루에 다녀온 이후로 성휘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완벽하게 변했다.

내가 눈짓을 하자, 그는 내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흑사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래봬도 입도 무겁고 눈치도 있습니다.”

재밌는 녀석이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단속하지 않았는데, 성휘 스스로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했다.

그저 악인을 잡아 현상금을 얻었다는 정도로 주변에서 알고 있으면 족했다.

흑사루라면 분명 연결된 조직이 있을 테니, 굳이 소문을 내서 불행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날도 복면을 착용했었던 거고.

뭐, 만월루의 신용도는 말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으니까.

“열심히 수련하거라. 난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저, 공자님.”

“왜? 따라오려고?”

“아뇨. 처음에 공자님께서 의도적으로 망나니인척할 때, 가주님께서 감시하라고 명령하셔서 따라다녔을 뿐입니다.”

망나니인척했다니?

진짜 망나니였는데.

“다시 비무 한번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지난번에 보여주신 한수를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좋아.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나는 싱긋 웃으며 성휘와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서 제검대를 수련시키던 성제는 잠시 훈련을 멈추고는 내게 포권했다.

나 역시 정중하게 포권했다.

“성휘와 대련하려고 합니다. 저 옆에서 방해되지 않도록 할 테니, 계속 하십시오.”

“아닙니다. 비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제검대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성제는 대원을 열을 맞춰 연무장 밖에 앉혔고, 그 역시 기대되는 표정을 지었다.

절정의 고수인 성제는 성휘로부터 내 무위에 대해 들었고, 오늘 그 무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공이 50년으로 늘고, 제대로 된 대주천을 할 수 있게 된 나는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상태였다.

물론 성제와 성휘는 알지 못할 테지만.

나는 성휘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검을 뽑았다.

“들어오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성휘는 진기를 최대로 끌어올려 강력한 검초를 펼쳤다.

성제가 ‘악’하고 깜짝 놀랐을 만큼 강력한 살초였다.

나는 가볍게 검을 뻗어 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성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굴하지 않고, 강력한 초식은 연달아 펼쳤다.

그의 검끝에서 흘러나오는 예기는 실로 날카로웠다.

내가 펼친 섬전벽력을 보고 한 단계 올라선 건 분명했다.

10수를 받아준 후, 빠르게 검을 뻗었다.

단순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그의 강력한 초식을 무너뜨리며 목젖에서 정확히 멈췄다.

성휘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검을 거꾸로 잡고 정중하게 포권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고맙네.”

짝짝짝.

성제가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공자의 무위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비무를 보는 제 눈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난 일부러 겸양을 떨지 않고 감사를 표했다.

“공자께서 펼친 검법은 구양검법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정확합니다. 구양검법은 상승의 묘리를 내포한 검법입니다. 이것만 충실하게 익혀도 절정에 이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단언하자, 성제는 잠시 고민하더니 비무를 제안했다.

아마도 내가 성휘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내자, 몸속에서 무인의 피가 끓어올랐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의 비무요청을 받아들였다.

난 이제 정정당당하게 비무를 통해 그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진 상태였다.

내 몸에서 여유가 흘러넘치자, 성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들어오십시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성제는 이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내게 선공을 양보한 것이 실수란 걸 알려줘야겠다.

물론 지금 천의검법을 펼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지금 수준이라면 5초 이내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파파팍.

검끝이 세 개로 갈라지는 듯 한 느낌이 들며 성제의 얼굴, 목, 가슴을 동시에 노리고 들어갔다.

생각지 못한 변초에 성제는 급히 검을 휘둘러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난 보법을 밟으며 그와의 거리를 유지했고 검의 방향을 바꿔 옆구리를 쓸어갔다.

그가 검을 쳐내자, 내 검은 휘어지며 다리를 쓸었다.

“헉.”

성제는 다시 물러섰다.

내 검은 마치 그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하듯 집요하게 사혈을 노렸다.

쉐에에에엑.

쾌초를 펼치자 섬뜩한 소리가 났고, 내 검은 그의 검초를 무력화시키며 목젖에 닿았다.

성휘와 똑같은 초식에 당하자 성제의 얼굴이 붉어졌다.

성제는 알고 있었다.

방심하기도 했지만, 내가 진짜 고수란 것을.

‘선공을 양보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모르겠어. 확실한 것은 공자가 본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제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이해하기 힘들군요. 이렇게 노련하게 저를 몰아붙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람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지요.”

“다음에 기회를 가져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때는 선공을 양보한다는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선공을 양보해주신 덕분에 제가 이겼습니다. 이거 다음 비무는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는 성제에게 포권하고는 장원을 나섰다.

내가 사라지자 성휘가 성제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자님의 무위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는 이번 비무에서 가지고 있는 전부를 꺼내지 않았어.”

“무림인은 삼 푼 정도는 숨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정도가 아니다.”

성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제의 정식제자는 아니었지만, 그에게 1년 정도 검술을 배웠다.

검제가 허망하게 죽지 않았다면 정식제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후 성제는 모든 무인을 만날 때마다 기준은 검제였다.

검제를 따라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그 결과 절정의 고수에 올랐다.

이제껏 많은 비무를 했고, 목숨을 잃을 뻔한 비무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검제를 상대한 이후 처음이었다.

“마치 사부를 상대하는 기분이었어.”

**

황보연.

그녀는 수수한 흑의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무복을 입은 여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연회복이나 봄날의 화려한 경장이었다면 압도적인 미모로 주변의 여인을 추녀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황보연은 이제까지 본 미인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가히 첫손가락을 꼽을 만했다.

“오라버니.”

그녀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자, 그녀를 바라보던 수많은 남자가 도끼눈을 하고 나를 노려보았다.

저들의 분노가 무공으로 승화되었다면 내 몸은 산산이 찢겨나갔을 것이다.

“연매.”

난 주변의 질투어린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바늘 같은 시선이 온몸에 꽂혀서 그런지 영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여기 맛있어요.”

“주변 시선이 대단하네.”

“그러게요. 이상하네요. 일부러 수수하게 입고 나왔는데. 왜 그럴까요?”

“연매에게서는 빛이 나니까.”

그녀는 한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흘기며 교소를 터트렸다.

참, 뭘 해도 예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가 허리를 숙여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좋은 향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요. 어제 태봉문에서 매파를 보냈어요. 물론 아버지가 좋은 말로 거절했어요. 그런데 어쩌나? 상사병이 걸렸다는데 쉽게 물러날까 모르겠네요.”

그녀는 어느새 허리를 펴고 앉았다.

난 싱긋 웃었다.

아마도 내가 다른 남자처럼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으니, 그녀는 매우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질투하라고 저런 말을 꺼냈으리라.

이럴 땐 적당히 넘어가주는 게 미인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런 놈에게 연매를 뺏길 수는 없지.”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황보연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태봉문(太鳳門).

하남성 최대 문파로 하남제일표국인 태봉표국을 운용하여 재력이 막강한 문파였다.

검제 생존시절에는 구양세가의 눈치를 봤지만, 그가 죽은 후 돈으로 수많은 고수를 영입하여 하남성 최대문파로 거듭났다.

현재 그들의 위세는 검제 시절의 구양세가 못지않게 대단했다.

“무공수련은 어때?”

자연스럽게 대화주제는 무공으로 넘어갔다.

황보연 역시 무림인이고, 3년 정도 무학을 배우러 사천성에 다녀왔다.

“어렵네요. 난 언제나 오라버니처럼 강력해질까요?”

“내가 조금 도와줄까? 어디서 배웠지?”

“이렇게 내게 관심이 없다니까. 아, 자존심 상해.”

황보연은 툴툴거리면서도 곧바로 알려주었다.

“사천벽씨검문이요. 아버지의 소개로 3년 정도 배웠는데, 큰 성취를 보지 못했어요.”

“흠, 벽씨검문이 명문이긴 한데, 검법이 묵직한 편이라 연매에게 맞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더라고요. 그곳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검도 중검을 사용하고요. 가주님께서 내게 맞는 검법을 가르쳐주셨는데, 그다지.”

황보연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하는데, 자신이 딱 그런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주문했던 식사가 나왔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그녀와 먹으니 훨씬 맛있었다.

객잔을 나와 만월루로 향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밥을 먹으려니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무림맹주시절에 천하제일미녀라 불렸던 설옥린과 식사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긴 그때는 나를 존경의 눈빛을 바라봤다.

지금처럼 ‘저런 죽일 놈’이란 눈빛과는 달랐다.

만월루 7층에는 넓은 연공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번 펼쳐봐.”

“못한다고 야단치기 없기에요.”

황보연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그녀의 검은 정해진 검로를 따라 매끄럽게 움직였다.

깔끔한 검법이었지만,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벽씨검문 특유의 중후함이 사라졌고, 억지로 가볍게 만들다보니 겉보기만 그럴 싸 할뿐 이도저도 아닌 검법이 되었다.

“어때요?”

그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어째 칭찬으로 들리지 않네요.”

“그게 전부니까. 무공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연매가 익힌 벽씨검법은 지나치게 틀에 얽매였어. 보여주기 위한 검법이란 생각이 들어.”

“그럴 줄 알았어요.”

황보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기에 중간에 수업을 포기하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적당한 검법이 하나 있는데. 가르쳐줄까?”

“뭔데요?”

“구천현검법(九天玄劍法). 300년 전의 기인 구천선자(九天仙子)의 독문검법이야. 아마 연매에게도 잘 어울릴 거야.”

구천선자의 구천현검법을 아는 무림인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활발하게 무림에 나서지 않았고 활동한 무대 역시 변방인 감숙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마교가 발호하며 그녀의 사문이 절멸되면서 구천현검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무림맹주시절 우연히 서각에서 구천현검법을 읽게 되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극양의 내공을 익혔던 나와는 맞지 않는 검법이었기에 익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처음 듣는데? 대충 가르쳐주려는 거 아네요?”

“전혀. 일단 이걸 익히려면 구천현현공(九天玄玄功)을 익혀야 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봐.”

황보연이 가부좌를 틀고 앉자, 나는 그 뒤에 앉아 장심을 그녀의 등에 대었다.

“내가 진기를 유도할 테니까, 따라서 움직여봐. 일단 진기행로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해. 그리고 구결을 전수할게.”

“보통 구결을 먼저 외우고, 그 다음에 진기를 운용하는데. 거꾸로네요.”

“속성으로 할 때 쓰는 방법이야. 자, 집중해.”

내공이 밀려들어오자, 황보연은 깜짝 놀라 눈을 감고 진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녀는 내 말에 집중하며 혈을 따라 진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꼬박 한 시진을 도와준 후에 그녀의 등에서 장심을 뗐다.

그녀는 완전히 집중해서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다.

난 그런 그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황보연은 무공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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