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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9화 (9/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9화

9화. 영약을 복용하다.

만월루.

8층으로 올라간 나는 금노의 탁자 위에 두 개의 혁낭을 꺼내놓았다.

금노는 혁낭과 나를 번갈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랑자는 출타 중이었는가?”

절정고수인 귀랑자를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금노였다.

내가 귀혼검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자, 금노는 대경실색했다.

“자, 자네. 정말로 귀랑자를 해치웠군.”

“그런 애송이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이 사람아, 그는 50살이 넘어. 자네 나이의 두 배가 넘는데 애송이라니?”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확인해주십시오.”

“영약을 원하지?”

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혁낭을 처분해서 50년의 내공을 늘릴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과연 가능할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금노의 집무실에는 3명의 노인들이 들어섰고, 그들은 꼼꼼하게 혁낭 안의 재물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전표, 금, 은, 영약, 그림 다양했다.

“이건 자네가 직접 복용하시게.”

금노는 백년 묵은 하수오를 혁낭에서 꺼내 내게 건넸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걸 복용하면 이론상 10년 내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영약은 먹을수록 얻는 내공의 양이 줄어든다.

그렇기에 거부했다.

“제가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영약을 원합니다. 왜 그런지는 금노께서 잘 아실 테니까요.”

“그것참. 자네는 마치 무림에서 오래 활약한 노회한 무인의 느낌을 주는군.”

금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반시진에 걸쳐 재물을 분류하고, 가격산정이 이뤄졌다.

세 노인이 물러가자, 금노가 입을 열었다.

“15만 냥을 줄 수 있네. 일부 전표는 바로 사용하기 곤란해서 은밀하게 돌려야 해. 무슨 뜻인지 알지?”

“예. 그럼 15만 냥이면 어떤 영약을 살 수 있을까요?”

“천지금령초(天地金靈草). 4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거고, 복용하는 자의 자질에 따라 얼마를 얻을지가 결정되지.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이네. 자네가 원한다면 그걸 내주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더 기다려 좋은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지만, 영약이란 게 천운이 맞지 않으면 돈을 가지고도 살 수가 없었다.

지금이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주십시오.”

“탁월한 결정이야.”

금노는 환하게 웃고는 잔금이 7천 냥이라 말했다.

난 그 돈을 1천 냥짜리 전표 6개와 1백 냥짜리 전표 10개로 받았다.

“이틀 후에 오게.”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습니다.”

“말하게.”

“앞으로 이런 거래를 지속할 텐데, 비밀로 해주십시오.”

“당연하지.”

“가족에게도요.”

“걱정하지 말게. 내가 검제를 존경하고, 구양세가와 친밀하긴 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네. 고객의 일을 누설한다면 누가 이 만월루를 믿겠는가?”

금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난 금노에게 인사하고는 문을 열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려고 할 때, 누군가가 앞을 막아섰다.

황보연이었다.

“그냥 가시게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모를 가진 그녀가 화사한 경장을 차려입자,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좀 바쁜데.”

“여전하시네요. 정주현에서 저를 목석처럼 대하는 남자는 오라버니뿐이에요. 제가 매력이 없어요?”

“천만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미인을 보았지만, 네 미모라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니까.”

황보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주현을 넘어 하남제일미라 평가받는 그녀였다.

나는 하남성을 벗어나기는커녕 주로 정주현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그녀의 할아버지 금노와 비슷하게 평가를 내렸으니 매우 놀랐다.

그녀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런데 정말 귀랑자를 물리쳤어요?”

싱긋 웃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우와, 말도 안 돼. 어떻게’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쏟아냈다.

귀여웠다.

그래 이게 맞는 말이다.

내 나이 82살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구양천으로 새로 태어난 이후, 음식조절하고 독하게 수련에 임했기에 비대했던 체형이 당당한 체구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얼굴살이 빠지니, 훈훈했다.

예전의 몸이었다면 황보연도 나를 보고 실망하지 않았을까?

“좀 바쁜데.”

“아, 오라버니. 나 좋다는 사람 줄을 섰어요. 선 자리도 많이 들어온다고요.”

투정을 부리는 그녀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연매. 내가 오늘은 바빠서 시간이 없고, 3일 후에 시간을 낼게.”

“약속했어요.”

“그래.”

그녀와 헤어지고 만월루를 나왔다.

‘구양천이란 놈은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황보연이 어렸을 때부터 따랐다지만.’

구양세가.

세가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내전으로 향했다.

“이것 쓰십시오.”

난 곧바로 5천 냥 전표를 부친 구양현에게 내밀었다.

그는 매우 놀란 눈빛으로 전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모친 모용혜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전표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돈이냐?”

급히 정신을 차린 구양현이 물었다.

“운 좋게 현상범을 잡았습니다.”

“그런 일하지마. 위험하잖아.”

모용혜는 내가 며칠 집을 비운 게 현상금이 걸린 악인을 처리하기 위함이었음을 알아차리고 걱정부터 드러냈다.

하지만 의외로 구양현은 대범했다.

“믿어봅시다. 우리 천이도 이제 어른이오. 천아.”

“예. 아버지.”

“신중하게 행동하거라. 절대 무리하지 말고. 성휘에게 네 무위가 일취월장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림은 거칠고 야비하니 냉정하게 처신해야 한다.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처음에 구양천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이 후레자식아’ 하고 호통치며 내 뒤통수를 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검제가 살아있을 때였다면 그 역시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구양수가 수검대를 이끌고 표행을 나서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건넨 5천 냥은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었을 것이다.

“항상 조심하거라. 그리고 수련 게을리 하지 말거라. 고맙다.”

구양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항상 속만 썩였던 아들이라 반 정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형 구양수 못지않게 장성했기에 내심 뿌듯해졌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는 구양천이 검제의 뒤를 이었으면 하는 꿈이 꿈틀거리며 자라기 시작했다.

구양현, 구양수에 비해 구양천의 재능은 탁월했다.

물론 진짜 검제처럼 된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남성에서 알아주는 무인이 되어 구양세가를 오대세가 반열에 올린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내전을 나온 나는 성휘에게 천냥짜리 전표를 건넸다.

그가 극구 거부했지만, 억지로 손에 안겨주고는 연공실로 향했다.

목표는 단 하나.

극의에 이른 내 의식에 구양천의 몸이 따라오도록 계속 수련하기 위해서였다.

이틀 후.

천지금령초를 얻기 위해 만월루로 향했다.

“천지금령초가 이렇게 생겼군요.”

“잎사귀 뒷부분을 보게. 잎자루에서 중앙잎맥이 누런색을 띄지?”

“그래서 이름에 금(金)이 들어갔군요.”

“그렇지. 아마 잎맥이 이렇게 선명한 누런색은 천지금령초뿐일세.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먹게. 조언한다면 한꺼번에 잘근잘근 씹어 먹고 대주천을 통해 흡수해야 하네. 그래야 영약의 기운을 내공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어. 조금씩 나눠 먹고 소주천하면 5할도 얻기 힘들어. 그럼 20년 내공인데, 좀 억울하잖은가?”

“조언 고맙습니다.”

영양복용은 내가 전문이었다.

82살까지 살았던 내가 어떻게 6갑자의 내공을 얻었겠는가?

6갑자라면 360년인데.

정말 영약이라면 도가 텄다.

“내일 연이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네.”

난 순순히 대답하고는 슬쩍 금노의 마음을 떠봤다.

“3년 만에 만나보니, 연매가 정말 예뻐졌습니다. 아니 벌써 20살이고 하남제일미로 불리니 예쁘다는 표현으로 부족하겠지요. 충소구도 그렇고 그녀를 원하는 가문이 많다고 들었는데, 보잘 것 없는 구양세가의 둘째인 저는 어떻습니까?”

“하하하. 이 사람아, 뭘 그리 돌려 말하는가? 서로 좋으면 그만이지.”

금노는 껄껄 웃었다.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보게.”

“예. 말씀하십시오.”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지만, 검제의 영광을 되찾도록 노력하게. 죽기 전에 그걸 봤으면 좋겠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난 아직도 검제의 시대에 살고 있네. 눈을 감으면 그분이 펼치는 천절검법이 눈에 선하게 보여. 한번만 천절검법을 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금노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

구양천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지 몇 달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검제가 하남성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다음에 제가 천절검법을 시연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실전되었잖은가?”

“흉내입니다. 천무신공을 익힌 상태에서 천절검법을 제대로 펼칠 수 있으니, 완벽한 천절검법을 펼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대로 흉내만이라도 내줬으면 좋겠군.”

검제를 향한 금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기에 마음이 찡했다.

금노의 사무실을 나온 나는 만월루를 나와 구양세가로 향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하늘이었다.

‘이보게. 검제. 잘 지내는가? 보고 싶네. 한번 꿈에라도 나타나주게나.’

천천히 말을 타고 이동하며 검제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연공실로 향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후, 천지금령초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정성스럽게 씻은 후 잎사귀, 줄기, 열매, 뿌리를 먹기 좋게 잘랐다.

양이 많아 도저히 한 입에 삼키기 어려워보였다.

영약을 처음 복용한다면 그 양에 질릴 것이다.

하지만 많이 복용해본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입속에 집어넣고 몇 번 씹으면 사르르 녹아 액체로 변한다는 것을.

그러니 영약이라 불리는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영약을 단숨에 입에 넣었다.

양 볼이 빵빵해졌고, 씹기 시작하자 안쪽에서 액체로 변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때로 놓치면 안 되기에 서둘러 입에 다 털어놓고 씹어 삼킨 후에, 재빨리 건곤여의신공을 일으켜 대주천을 시작했다.

단전에서 시작된 10년 내공과 천지금령초의 40년 내공이 섞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떡하든 임독양맥을 타동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대주천이 수박겉핥기였다면, 임독양맥을 타동한 후에 진정한 대주천을 할 수 있었다.

극의을 경험했기에 시도해볼 수 있었다.

단전을 나온 진기는 천지금령초의 기운과 합해지며 혈맥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려, 협척, 옥침혈까지 거침없이 올라갔고, 강력한 기운이 지나가며 혈맥은 확장되고 탄력이 강해졌다.

그 힘을 모아 백회혈로 이동했다.

가장 어려운 관문이며 기를 잘못 운용하면 바보가 되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렀다.

과감하게 기운을 모았다가 백회혈로 보냈다.

쿵. 쿵.

진기가 머릿속을 두드리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는데, 따끔하고 간지럽고 쾌감마저 느껴졌다.

여기서 더 긴장해야 한다.

이를 악물고 진기를 모아 계속 백회혈로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노력했을까?

온몸이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쾅.

머릿속에 폭발음을 들으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진기는 빠르게 흘러 인당혈을 거쳐 단전으로 돌아왔다.

“백회혈을 반 정도 뚫었군.”

완전히 뚫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것만해도 만족했다.

극의를 경험했었기에 가능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대주천을 돌렸다.

그전에는 대주천 한 번에 반시진은 족히 걸렸었는데, 이제는 반시진에 세 번은 돌릴 수 있었다.

번쩍.

눈을 뜨자 신광이 일렁거렸다.

50년.

일갑자는 안 되지만,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졌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푼 후, 귀혼검을 뽑아 천의검법을 펼쳤다.

“섬전벽력!”

쉐에에에엑.

날카로운 예기가 검끝에서 쏟아지며 단단한 석벽에 세로로 세 개의 검자국을 남겼다.

그 전보다 훨씬 깊고 날카로웠기에 만족스러웠다.

“쾌폭격살!”

천의검법 2초식이 펼쳐졌다.

원래 일갑자를 넘어야 제 위력을 발휘하는 초식이었지만, 임독양맥을 반 정도 타동했기에 과감하게 펼쳤다.

쾅.

우르르릉.

석실이 작게 흔들렸다.

깊이 일촌, 넓이 삼촌정도로 패였다.

사람이었다면 폭발하듯 몸이 뜯겨져 나갔을 것이다.

“뇌정지탄!”

난 검을 쭉 뻗었다.

퉁.

검끝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응축되었다가 벽으로 발출되었다.

팍.

소리는 작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이촌 깊이로 패였는데, 정확하게 한 지점에 깊숙이 파였다.

쾌폭격살이 터트리는 방식이라면, 뇌정지탄은 지공처럼 강력한 힘으로 뚫고 나가는 방식이었다.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섬전벽력은 팔성, 쾌폭격살과 뇌정지탄은 삼성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공을 늘리고,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이 몸이 극의에 다다른 내 의식만 받아들인다면 위력은 증가할 것이다.

내공이 증진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더 영약이 필요한 이유다.

내공을 더 늘려야 4초식 폭풍참륜, 5초식 뇌전강우를 펼칠 수 있었다.

내공을 늘려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건곤여의심법의 강점 중 하나가 독에 대한 내성이었다.

50년을 얻었으니 웬만한 미혼약에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만독불침의 경지에 이르려면 최소 200년의 내공이 필요하다.

험악한 강호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을 조심해야 했다.

이후, 구양검법을 펼쳤다.

검 끝에 예기가 차원이 달랐기에 구양검법이 아닌 다른 검법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후 검제와 비무했던 과정을 떠올려 천절검법을 펼쳤다.

정확히 말하면 흉내였다.

만약 금노가 나를 보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천절검법이 내 손에서 재현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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