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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8화 (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8화

8화. 악인은 지옥으로-2.

운기조식을 마친 나는 눈을 떴다.

단전의 절반이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적을 처리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가장 안쪽의 방.

“무슨 소리가 난 거 같아요.”

“닥쳐. 쌍년아.”

갓 스물을 넘은 사내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고함을 지르자, 말을 꺼냈던 여인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주춤 뒤로 물러났다.

“여긴 방음이 잘 돼. 그리고 어떤 미친놈이 여길 들어왔나 모르겠는데, 귀령자에게 뒈질 거야. 그러니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겠어?”

그녀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하의를 내렸다.

흉물스러운 물건이 모습을 드러나자, 여인은 치를 떨며 고개를 돌렸다.

“이리와.”

“정말 집에 보내주시는 거죠?”

“보내준다니까. 이게 몇 번을 말하게 해?”

사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하체로 끌어당겼고, 그녀는 도저히 못하겠는지 울부짖으며 고개를 돌렸다.

몇 번의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여인이 강하게 거부하자 사내는 울화통을 터트렸다.

“도저히 못하겠어요.”

“이런 쌍년이.”

쫙.

사내는 여인의 뺨을 거칠게 때려 쓰러뜨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검을 뽑아들었다.

“죽고 싶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이 변태새끼야!”

“이게 죽으려고. 아주 처 돌았구나. 돌았어.”

사내는 검을 들고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여인에게 다가와 검을 내리쳤다.

검이 날아오자, 여인은 생을 포기한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그의 검이 그녀의 몸을 헤집어 놓을 것이다.

그녀는 고향의 부모를 생각하고는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있거라.”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뜨려던 눈을 다시 감았다.

그리고 격렬하게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걱.

“커허헉.”

푸욱.

“꾸에에엑.”

여인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지만, 살이 베이는 소리와 비명을 듣고 두려움에 덜덜 떨다가 갑작스럽게 잠이 밀려왔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누, 누구냐?”

사내는 입으로 피를 토해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

“사, 살려줘. 나, 난 귀랑자의 제자다. 여기 돈과 재물이 아주 많다. 모두 주겠다. 그러니 살려줘.”

사내는 필사적이었다.

난 살려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내리며 그를 노려보았을 뿐이었다.

그는 살았다고 생각했는지 한 손으로 지혈을 하며 구석에 있는 금고를 열었다.

“여기 있소.”

“또 있는가?”

“없소. 여기 있는 게 전부요. 맹세할 수 있소.”

푸욱.

검이 곧장 날아와 심장을 찌르자, 사내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다 줬잖아.”

“난 살려준다고 약속한 적 없다. 특히 너 같은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이런 빌어먹을.”

거칠게 검을 뽑자, 사내는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그대로 절명했다.

난 그를 거칠게 밀어내고는 주변을 뒤져 커다란 혁낭을 가져와 금고 안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커다란 혁낭 두 개에 가득 찼다.

이렇게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팔아넘겼을까를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혁낭을 등에 멘 나는 천천히 장원을 돌아다니며 잔당을 살폈는데, 더는 없었다.

장원의 크기에 비해 수가 적었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밖으로 나왔다.

“잔당은?”

“셋이 도주하려고 튀어나왔는데 모두 죽였습니다.”

성휘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난 두 개의 혁낭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가지고 객잔에서 기다려라. 난 이곳에 머무르다가 갈 것이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귀랑자가 더러운 짓거리를 해서 모은 재물.”

“더러운 재물이로군요.”

“재물에는 더러움이 없다. 그걸 벌고 쓰는 놈들이 더러움이 있을 뿐. 잘 간수하거라. 귀하게 쓰일 것이다.”

“예. 공자님. 조심하십시오.”

성휘가 혁낭 두 개를 메고 객잔으로 몸을 날렸다.

나는 한동안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휘는 시체를 잘 처리한 상태였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수혈로 잠재웠던 여인들을 깨워 널찍한 방에 모았다.

그녀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아침이 될 무렵에 밖으로 나갔던 인원이 돌아온다는 정보를 얻어냈다.

방에서 조용히 대기하면 고향으로 돌려주겠다고 잘 타이르고는 밖으로 나왔다.

아직 새벽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선 채로 운기조식을 취했다.

약 한 시진에 걸쳐 운기조식을 취하자, 10년의 내공이 채워졌다.

난 검을 휘두르다가 귀령자가 사용하던 명검이 생각나 그 방으로 향했다.

그의 검을 들어 건곤여의신공을 주입해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귀혼검(鬼魂劍).

천하제일검은 아니지만, 적어도 열손가락안에 들어가는 명검이었다.

아까 귀랑자와 싸울 때 그가 명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 명검일 줄은 몰랐었다.

실로 행운이었다.

새벽에 돌아오는 귀랑자의 부하들을 기다리는 동안 귀혼검으로 구양검법과 천의검법을 펼쳐 감각을 익혔다.

계속 펼치자, 이 몸은 자연스럽게 귀혼검을 받아들였다.

확실히 귀혼검은 내 검보다 내공운용이 자유로웠다.

내 검이 내공의 팔할 정도를 소화한다면 귀혼검은 내공 전부를 소화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사용했지만, 마치 예전부터 내 검이었던 것처럼 익숙해졌다.

서로 상반된 성질의 검이었기에 적응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 극의에 이른 내 감각은 곧바로 그 차이를 정확히 인식했고 내 몸은 수련을 통해 받아들였다.

원래 검은 바닥에 내려놓고, 귀혼검을 옆구리에 찼다.

“그럭저럭 괜찮군.”

낮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자 동쪽이 옅게 뿌여지며 밝아오고 있었다.

난 안쪽에 몸을 숨기고 운기조식을 취하며 기다렸다.

약 한 시진 후.

10여 명의 사내들이 장원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10여 명에 이르는 여인과 아이들이 손이 묶이고 눈과 입을 가린 채 끌려 들어왔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고, 다른 사내들도 이상한 것을 깨닫고 두리번거렸다.

끼이이익.

덜거덕.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문으로 향했다.

난 대문을 걸어 잠그고는 귀혼검을 뽑아 들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내공이 부족했기에 기습을 펼쳤다.

서걱.

맨 뒤에서 뒤돌아서며 검을 뽑아드는 두 사내의 목을 베어 넘기며 소리쳤다.

“살고 싶으면 엎드려!”

고함을 지르자, 끌려온 그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귀령자의 부하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내게 덤벼들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협격하라!”

두목의 지시에 그들이 진형을 짜려고 움직였다.

그걸 호락호락하게 지켜볼 내가 아니었다.

곧장 달려들어 채 진형이 갖춰지기 전에 그들을 베었다.

목을 베거나 심장에 검을 쑤셔 넣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기에 그들의 팔, 다리, 몸통을 닥치는 대로 베어 상처를 냈다.

특히 몸을 낮춰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그 결과 그들은 진형을 갖췄지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들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난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연이어 섬전벽력을 펼쳤다.

쉐에에에엑.

쉐에에에엑.

섬뜩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다리와 팔을 다쳐 둔해진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두목을 제외하고 모조리 절명했다.

“누, 누구냐?”

“저승사자.”

“이, 이. 죽어라.”

그의 검이 날카롭게 날아왔다.

난 가볍게 한발자국 옆으로 물러나 피하면서 다시 섬전벽력을 펼쳤다.

쉐에에에엑.

철컥.

섬전벽력을 펼치고 귀혼검을 검집에 꽂았다.

“이, 이럴 수가.”

그는 몸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끌려온 부녀자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조용히 있으면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안심시키자,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을 끌고 온 자들이 죽는 모습을 보거나 귀로 들으면서 겁이나 입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방을 나온 나는 선 채로 대주천을 하여 내공을 일정부분 보충하고는 섬전벽력에 상처를 입은 자들을 찾아내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누군가 섬전벽력을 알아보면 안 되기에 시체를 훼손했다.

이후 품속에서 붉은 통을 꺼내 가볍게 진기를 밀어 넣었다.

퉁.

붉은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다.

해가 떠오를 무렵, 만월루의 무인 8명이 장원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이끄는 수장 만혁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깜짝 놀랐다.

“정말 혼자 해냈소?”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으로 안쪽의 큰 방을 가리켰다.

“저 방에 잡혀온 이들이 있소.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주시오. 한 이십 명 될 것이오.”

“알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수고하시오.”

난 곧바로 몸을 날렸다.

만혁은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더니 고개를 돌렸다.

“자,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만혁은 이런 일이 익숙한지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렸고, 그의 수하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장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객잔으로 돌아온 나는 일단 씻고, 침상에 누웠다.

“잠이 오십니까?”

“잘 수 있을 때 자 둬.”

난 눈을 감고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풀며 잠을 청했다.

성휘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른 침상에 몸을 뉘였다.

점심 무렵 일어난 나는 식사하러 성휘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은 식탁 몇 개를 제외하고는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객잔 하나 있으면 고생 끝인데요.”

성휘는 너스레를 떨다가 자리에 앉았다.

성휘에게 요리를 주문하게 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귀령자가 이끄는 흑사루는 정주현에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거대한 조직이 뒤에 있을 것이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함부로 날뛸 때가 아니었다.

귀랑자와의 싸움도 굉장히 위험했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영약을 통해 내공을 끌어올릴 때까지는 조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철혈무신이라 불리던 맹주께서 그렇게 돌아가시다니 믿을 수가 없군.”

옆자리에서 들려온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청력에 집중하니 많은 이들이 무림맹주의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지만,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말하지는 못했다.

“공자님. 맹주님은 타살된 걸까요?”

“글쎄. 확실한 것은 무림맹에서 무위로 그를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도 내부의 알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든가?”

“후자는 아닌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무림맹에서 사인을 밝히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림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기에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렇다고 이런 상태로 가봐야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누굴까?’

생각을 이어갔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긴 수련과 사마외도 격멸을 제외하고는 무림맹의 일에 관심이 없었던 나였다.

그러니 감이 잡혔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공자님.”

“왜? 말해봐.”

“그럼 차기 맹주님은 누가 될까요?”

“그건 무림맹에서 회의를 열어 선출하겠지. 주요 직책의 수장들이 모여 복수의 무인을 추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무를 통해 선출되겠지. 사마외도를 격멸하려면 강력한 무위는 필수니까.”

“하긴 전 맹주님도 직접 사마외도를 토벌하셨잖아요. 1년 전에 혈궁도 토벌하셨고요. 이번에 누가 맹주님이 될지 궁금하네요.”

“알아서 잘하겠지. 밥 먹고 넌 세가로 돌아가거라. 난 잠시 들렀다가 갈 곳이 있다.”

“이거 때문인가요?”

성휘가 혁낭에 시선을 돌리며 물었고,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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