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7화
7화. 악인은 지옥으로.
“어디 가십니까?”
성휘가 앞을 막아섰다.
“위험한 일이니 넌 본가를 지켜라.”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성휘는 한걸음 앞으로 나오며 고집을 부렸다.
“어째서? 위험하다는데.”
“적어도 폐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 한 몸은 간수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겨우 그 실력으로’ 란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성휘는 이제 막 일류로 올라섰다.
세상이 가장 만만하게 보일 때였고, 그래서 더더욱 위험할 때였다.
잠시 생각했다.
일단은 하늘을 찌를 듯 한 성휘의 기세를 꺾어야한다.
흑사루의 종자들은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휘는 위험했다.
“나와 비무를 해보자. 일초만 버텨 보거라.”
“그 정도쯤이야.”
성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검을 뽑았다.
예전부터 이 몸의 전주인보다 무위가 강했고, 지속해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으니 어쩌면 젊은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난 천천히 검을 뽑아들어 자세를 잡았다.
내가 전력을 다하자, 성휘는 내 기도에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간다.”
난 곧바로 섬전벽력을 펼쳤다.
쉐에에엑.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나며 검이 쇄도하자, 성휘는 급히 검을 들어 막았다.
하지만 내 검이 더 빨랐다.
서걱.
난 천천히 검을 검집에 넣고는 뒷짐을 지고 서서 성휘를 노려보았다.
몇 걸음 물러난 성휘는 앞섬이 세 갈래로 갈라져 펄럭거리자 대경실색했다.
내가 조금만 힘을 더 주었다면 그의 몸이 세로로 삼등분되었으리란 걸 깨달은 것이다.
“어떠냐?”
“고, 공자님의 무위가 이 정도인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따라오겠느냐?”
“예.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순간 내 눈이 가늘어졌다.
눈앞의 영특한 성휘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단번에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
이 정도면 데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명령을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다. 철저하게 따를 생각이면 따라와도 좋다.”
“알겠습니다.”
성휘는 즉각 복명했다.
그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완전하게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투기에 성휘는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공자님께서 이렇게 대단하셨던가?’
성휘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아버지를 만나 외출을 허락받았다.
굳이 흑사루를 처리한다느니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허락 받고 나오자, 성휘는 흑의무복으로 갈아입고, 굳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휘와 함께 장원을 나섰다.
며칠을 걸어 도착한 곳은 정주현 변두리 소가촌이란 곳이었다.
소가촌은 정주현의 대표적인 빈민촌이었는데, 이곳은 워낙 가난하고 사람들이 거칠어서 현의 관리도 들어가길 꺼렸다.
그러자 원래 거칠고 무법지대 성격이 강했던 소가촌은 더더욱 우범지대가 되었다.
“이런 곳이 있었군요.”
성휘가 더러운 뒷골목을 거닐며 놀랍다는 반응을 드러내자, 나는 냉정하게 일침을 가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 없으면 돌아가라.”
“가겠습니다.”
“그럼 불만을 드러내지 말도록. 정신을 집중해라. 어디서 암기가 날아올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내 목소리가 묵직해지자, 성휘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난 최대한 기감을 끌어올린 후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의 무림맹주의 무위였다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적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공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소가촌을 몇 바퀴 돈 후, 성휘를 데리고 객잔에 투숙했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종이를 가져와 소가촌의 지도를 그렸다.
“잘 봐라. 우리의 목표는 붉은 대문이 있는 이 집이다. 가장 끝에 위치해 있고, 나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통로 하나뿐이다. 내가 여기를 치고 들어가면 넌 여기서 숨어 있다가 나오는 놈들을 모조리 처리해라.”
“처리하라는 말씀은···.”
“죽여.”
“하, 하지만.”
“하지만 뭐?”
“정말 나쁜 놈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일단 제압해서···.”
“그러다가 네가 죽어.”
난 피식 웃었다.
82년을 살은 나도 나쁜 놈과 그걸 위장한 놈을 완벽하게 구분한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데 초짜 성휘가 구별하겠다고? 웃기는 소리다.
인정을 베풀어 죄 없는 사람 몇을 살려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러다가 죽임을 당한다.
선한 얼굴이라는 가면을 쓰고 암습하면 초짜들은 여지없이 당한다.
초짜들이 제일 많이 오해하는 게 무림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이다.
과연 악랄한 인신매매조직인 흑사루에 선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난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하지. 내 지시대로 할 생각 없으면 돌아가. 널 잃고 싶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결국 성휘는 내 지시에 수긍했다.
“그럼 공자님께서는 안에 들어가 모두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지. 걱정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강하고 경험이 많으니까.”
성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을 뿐, 더는 묻지 않았다.
그가 세가에서 열심히 수련하는 동안 이 몸의 전주인은 뻔질나게 싸돌아 다녔다.
그러니 경험이 많을 테고, 무위는 직접 겪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휘는 내가 이중생활을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망나니 행사를 하고 돌아다녔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자라. 새벽에 출발할 것이다. 복면 쓰고 갈 테니까, 미리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난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하여 최대한 단전을 채운 후, 명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싸울지를 그렸다.
맹주시절 최고 위치에 오르면 비무할 대상이 없어진다.
감히 내 검을 제대로 받아낼 무인이 없으니, 결국 홀로 명상을 통해 가상의 상대를 만들어 비무하게 된다.
이게 처음에 힘들었지만, 하면 할수록 수월해졌다.
그간 상대했던 수많은 강자들을 가상의 인물로 만들어 비무했고, 결국에는 내 자신을 비무대상으로 만들어 비무했다.
차분하게 명상을 한 나는 눈을 떴다.
성휘는 긴장됐는지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을 뜬 채, 조용히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예.”
난 성휘를 데리고 객잔을 나왔다.
밤이 깊었기에 가옥을 빛내주던 등잔불이 꺼졌고, 소가촌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오직 달빛만이 희미하게 사물을 구분해줄 뿐이었다.
목표물이 가까워지자, 살기가 느껴졌다.
낮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살기였다.
난 무시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고, 목표물에 가까이 이르자 험악한 세 명의 무인이 앞을 막아섰다.
“네놈은 누구···.”
정면에 있던 놈이 채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 검에 심장이 꿰뚫려 절명하며 쓰러졌다.
“죽여!”
그제야 양 옆의 사내가 동시에 합공했다.
난 피하지 않고 몸을 낮춰 왼쪽 사내에게 파고들어 검으로 양 무릎을 베었다.
동시에 그의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른쪽 사내의 칼이 내 등을 노리고 날아왔다.
칼이 등에 꽂힐 찰나 내 몸은 밑으로 푹 가라앉았다.
“안 돼!”
양 무릎이 베인 사내는 칼을 피하지 못했다.
푸욱.
오른쪽 사내는 경악하여 급히 칼을 뽑으며 고개를 돌렸지만, 기다리는 건 무정한 내 검이었다.
그는 왼손으로 자신의 목을 휘어잡으며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처리해라.”
난 성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몸을 날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대한 도끼가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이대로 전진하면 도끼는 내 머리를 박살낼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은 전진이었다.
오히려 더 속도를 냈고 급격히 몸을 낮추자, 도끼는 머리카락을 베며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내 검은 그의 오른쪽 옆구리를 베었다.
“크헉.”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사내의 목을 그대로 날려 절명시키고 다시 이동했다.
암기가 날아왔다.
챙챙챙.
가볍게 검을 휘둘러 막자, 이번에도 반대쪽에서도 날아왔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암기를 모조리 쳐냈다.
어둠속이었기에 10년의 내공으로 암기를 확실하게 식별하지 못했지만, 소리와 감각을 이용해 모조리 쳐냈다.
암기세례가 멈추자, 난 반격을 시작했다.
왼쪽에서 암기를 날린 사내에게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급히 단도를 뽑으려던 그의 목에 붉은 혈선이 그어졌다.
곧바로 나는 몸을 오른쪽으로 날렸다.
쉭쉭쉭.
다시 암기가 날아왔다.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암기를 쳐내며 빠르게 접근하자,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서걱.
그렇게 암기를 날리던 두 사내가 절명했다.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맹주시절에는 한 시진을 싸워도 숨이 가쁘지 않았는데.
하긴 그때는 육갑자의 내공이었고, 지금은 10년이니까.
내공을 최대한 아껴 썼는데 2년을 썼다.
이제 8년이 남았다.
분명 침입자가 있다는 걸 알 텐데, 내부는 조용했다.
난 검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회랑으로 들어서자 살기가 어른거렸다.
푹.
그대로 흑벽에 검을 찔러 넣었다.
“컥.”
비명소리.
한 놈이 쓰러졌다.
나는 주저 없이 좁은 회랑을 달렸다.
그러자 숨어 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류고수 네 명이었다.
난 내공을 끌어 올려 섬전벽력을 펼쳤다.
내공을 아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쐐애애애액.
전력을 다해 펼치자,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끄아아악.”
“꺼헉.”
순식간에 세 사내의 몸이 세로로 갈라지면 쓰러졌다.
“괴, 괴물이다.”
난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사내의 목을 날려버렸다.
이제 5년 남았다.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안쪽에 있는 고급스러운 방문을 열었다.
가운데 커다란 술상이 놓여 있었고, 반라가 된 여인이 다섯, 잘 벼려진 검 같은 사내가 한 명이 앉아있었다.
그녀들은 두려움에 떨며 술시중을 하고, 그의 몸에 안겨 있었으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었다.
그는 나를 힐끔 보더니 술을 마셨다.
그가 흑사루주인 귀랑자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상하군.”
그가 술잔을 놓고 나를 노려보자, 날카로운 예기가 내 몸을 찔렀다.
절정고수였다.
그는 단번에 내 상태를 파악했을 것이다.
“겨우 그런 내공을 가지고 어찌 여기까지 뚫고 들어왔느냐?”
“기습이었으니까.”
난 그를 방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기습에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침착했다.
“문밖과 안쪽의 놈들은 기습으로 물리친다고 하더라도 회랑의 놈들까지 기습으로 죽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군. 술을 따라라.”
“예.”
덜덜덜.
그녀는 몸을 떨다가 술을 쏟았다.
“용서하십시오.”
퍽.
귀랑자는 잔혹하게 그녀를 살해했다.
그러면서 눈은 계속 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내가 53년을 살았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젊은데 노회해 보이고, 약한데 강해 보여. 하지만 그 잘난 목숨 오늘로 끝이다.”
스르릉.
그가 비로소 검을 뽑았다.
명검이었다.
소리만 듣고도 명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난 천천히 내공을 끌어 올렸다.
절정고수인 그를 방심시키고 단 한수에 끝장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할 것이다.
방에 들어왔을 때 그가 검을 뽑지 않았지만, 공격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같았다.
내가 전력을 다해 펼친 섬전벽력으로 그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을 것이다.
“실력 좀 볼까?”
그는 거만하게 다가왔다.
난 그의 검끝과 어깨, 발에 집중했다.
거만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곧장 날카로운 검이 날아왔다.
챙챙.
난 내공을 최소한으로 소모하며 그에 맞섰다.
그의 검은 잔혹하고 악랄하며 묵직했다.
손목이 시큰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제법이구나.”
귀랑자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너 같은 무인이 존재하는지 신기하구나. 하지만 네놈은 오늘 죽는다.”
귀랑자의 눈빛에 살기가 드리웠다.
그 살기를 본 나는 곧 기회가 올 것임을 직감했다.
이제 남은 내공은 3년.
단 한 번의 승부에 모든 걸 건다.
“죽어라!”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순간적으로 틈이 드러났다.
이제까지 나를 상대하며 확실하게 내 실력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토록 기다렸던 기회였다.
“섬전벽력!”
쐐애애애액.
지금까지 펼치던 검로와는 차원이 다른 절대 쾌(快)의 섬전벽력이 펼쳐졌다.
우린 서로 등을 마주 보고 자리를 바꿔 섰다.
“네, 네놈은···누, 누구냐?”
귀랑자는 몸을 덜덜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승사자.”
“빌···어먹···을.”
“죽어라. 악인인 네놈이 갈 곳은 지옥밖에 없다.”
푸하하학.
그의 몸이 세로로 세 갈래로 갈라졌다.
“아아아악.”
방안에 있던 여인들이 참혹한 광경을 보며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난 그녀들의 수혈을 짚어 잠재웠다.
털썩.
완전히 탈진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감을 끌어 올렸지만, 더는 숨어있는 무인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속일 정도면 절정의 고수.
지금으로는 그가 나타나도 대항할 방법이 없었기에 과감하게 운기조식을 취했다.
대주천을 몇 번 돌리자, 내공의 절반이 보충되었다.
난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 이 집안을 샅샅이 살펴서 귀랑자가 모은 더러운 돈을 모조리 챙길 생각이었다.
더럽게 모은 돈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가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