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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5화 (5/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5화

5화. 구령문.

구양세가.

세가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제검대를 이끄는 성제와 함께 내전으로 향했다.

“이 공자. 정신을 차려서 다행입니다.”

성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건넸을 뿐, 입을 다물었다.

성제는 참 과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와 세가에서 살아보니 가슴이 뜨거운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다.

그러니 구양세가가 기울어졌는데도 이곳에 남았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나는 그의 충성심을 존중하여 정중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는 세가에서 구양현 다음의 위치였고, 무력은 제일 강했다.

형인 구양수도 성제를 사부로 모시고 있을 정도였다.

내전.

성제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간 나는 부모에게 성월방에 들러 강호충과 강승주에게 사과하고, 돌아오다가 객잔에서 충소구와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알렸다.

증인은 성휘였고, 황보연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증언해줄 것이다.

구양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몸 다친 곳은 없느냐?”

“없습니다.”

“그럼 됐다. 이 아비는 항상 구양세가의 가주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았다. 그렇기에 범용한 재능을 타고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지. 천아. 아비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걱정하지 마라. 그 정도는 해결할 능력이 있다. 안 그런가? 제검대주.”

“물론입니다.”

성제의 눈에 시퍼런 기운이 일렁거렸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충소구의 무위가 제법이라고 들었는데.”

“아마 제가 칼을 뽑아들어 공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 이해가 된다. 천아, 너는 나가 있거라. 제검대주는 좀 남고.”

난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밖으로 나온 나는 가만히 내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었고, 그 뒤를 성휘가 따랐다.

“아버지가 나선다면 감히 충 문주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성휘는 성제의 무위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 듯 했다.

궁금했다.

그가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나의 다져진 감각으로 살펴봤을 때, 성제는 절정이상의 고수.

하지만 6갑자의 내공이 사라져서 그 이상은 알기 어려웠다.

내가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성휘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검제의 제자이셨지요. 원래는 독립적인 문파를 개파하려고 하셨는데, 그분께서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세가에 남으셨습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아버지의 무위는 하남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구령문 문주 충파헌과 비슷한 경지일 것이다.

무림맹이 견제하고, 하남성 대문파가 등을 돌렸음에도 구양세가가 이 정도라도 버틴 건 어쩌면 성제의 힘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잠시 멈춰 섰다.

‘영약이 필요하다. 적어도 일갑자를 넘어서야 2초식 쾌폭격살과 3초식 뇌정지탄을 어느 정도 펼칠 수 있다. 영약을 사려면 최소 1만 냥은 필요할 터. 더군다나 내게 필요한 50년 내공을 채울 영약을 구하려면 족히 10만 냥은 필요할 것이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구한다. 오죽하면 영약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10만 냥.

구양세가에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제검대, 수검대를 유지하기도 벅찰 것이다.

무림맹과 대문파가 등을 돌리면서 구양세가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형인 구양천이 수검대를 이끌고 표행에 나설 정도였다.

‘내가 심했어. 조금이라도 금제를 풀어줬다면 구양세가가 이렇게 몰락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으로 후회가 되었다.

다시는 정도에서 무림맹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오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한 셈이었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찾지 말라고 성휘에게 말하고는 연공실로 들어섰다.

그대로 바닥에 앉아 운기조식을 한 나는 검을 뽑았다.

스르릉.

섬뜩한 이 소리가 잠들었던 긴장감을 깨웠다.

쉬이이이익.

번개처럼 빠르게 섬전벽력이 펼쳐졌다.

눈으로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내공을 완전히 소진할 때까지 섬전벽력을 펼쳤다.

그러다가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보충한 후, 다시 완전히 소진할 때까지 섬전벽력을 펼쳤다.

“아직도 부족해.”

구양천의 몸은 우수했지만, 화운룡의 몸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제대로 된 무예를 익히지 않았기에 뻣뻣했다.

그렇기에 몸이 완벽하게 섬전벽력을 받아들일 때까지 연습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극의를 깨달았으면 뭐하는가?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언제쯤 이 몸이 화운룡의 몸처럼 움직여줄까?

나는 계속해서 섬전벽력을 펼쳤다.

이후 쾌폭격살.

쾌폭격살의 진정한 위력이 발휘되려면 내공이 일갑자에 이르러야 하기에 그저 초식을 정확하게 펼치는데 주력했다.

현재 확실하게 내 몸을 지켜줄 초식은 오직 하나.

섬전벽력이었다.

“공자님.”

2일째 되는 날.

성휘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

“구령문에서 무인들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성휘와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아버지가 구령문주 충파헌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50을 넘었지만, 거대한 체구를 지닌 충파헌은 젊은이 못지않은 강철 같은 체력을 가졌고, 매우 다혈질이었다.

“그래서 사과를 못하겠다는 거요?”

충파헌이 거칠게 말을 쏟아냈지만, 아버지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되받아쳤다.

“못하겠소. 감히 검제와 구양세가를 모욕했으니, 설령 천이가 목을 베었다고 하더라도 난 그를 문책하지 않았을 것이오.”

“뭐? 목을 베? 지금 말 다했소?”

“충 문주는 누군가가 구령문과 그대의 부친을 모욕하면 어쩔 것이오? 계집애처럼 참을 것이오?”

충파헌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버지가 이토록 당당하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미 몰락한 구양세가가 감히 구령문을 건드려?

이런 생각을 하고 왔을 테니, 충파헌은 지금 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오호라, 이 사건의 주인공이 나오셨구만. 네놈이 구양천이라 호로잡놈이냐?”

개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불과 1년 전에 충파헌과 함께 혈궁토벌전에 나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누구보다 충직했었는데.

역시 위에서 내려 볼 때보다 밑에서 볼 때 사람은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런 자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제가 호로잡놈이라면 구양세가를 모욕하다가 일초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충소구는 어찌 불러야 합니까? 구령문주.”

큭큭.

내 뒤에 서 있던 성휘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실수를 깨닫고는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충파헌의 얼굴은 더욱 벌게졌다.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경고합니다. 검을 뽑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성제가 검의 손잡이를 잡으며 냉랭하게 소리쳤고, 제검대 또한 굳은 표정으로 싸움에 돌입할 자세를 취했다.

구양현은 어느새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섰다.

“내 아들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지옥에 가서라도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

그는 충파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엇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리고 충소구를 죽이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구령문과 구양세가 사이에서는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오냐? 구양천 네 무공이 그리 잘났느냐? 내 검도 한 번 받아보겠느냐?”

“제가 상대해드리지요.”

성제가 내 앞을 막아섰다.

“흥. 구양천 넌 겁쟁이라 뒤로 숨는 것이냐?”

“구령문주. 만약 저한테 진다면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니시려고 이러십니까?”

충파헌은 움찔했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었지만, 내 기세가 심상치 않자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개망신이었다.

“나참, 어이가 없군. 네 놈이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구령문주의 입이 그리 가볍습니까? 이 한 목숨을 바쳐 천하를 어지럽히는 혈궁의 무리를 모조리 제거하여 무림을 안정시키겠다는 큰 포부는 어디로 갔습니까?”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말을 하다 멈춘 충파헌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네, 네가 어떻게.”

“충소구의 일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본가와 검제를 모욕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 원하신다면 제가 구령문주의 비무상대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자, 구양현이 절대 안 된다며 막아섰다.

성제는 언제든지 발검할 준비를 마쳤다.

충파헌은 더욱 붉어진 얼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가자.”

충파헌이 무인들을 데리고 물러나자, 구양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령문과 일전을 벌인다면 구양세가는 재기하기 힘들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잘했다. 아버지도 네 행동을 이해하실 것이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드린 후에 쉬라고 하고는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따라 그의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보였다.

성제가 내게 다가왔다.

“이 공자.”

“말씀하십시오.”

“만약 구령문주가 진짜 비무하려고 검을 뽑았으면 어찌하려고 그런 말을 했습니까?”

“그는 매우 흥분했고, 나를 얕잡아보고 있으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도 숨겨진 비장의 한수가 있으니까요.”

성제는 내 얼굴에서 자신감을 읽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보다 구양천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렇기에 의아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요즘 많이 변하셨고 열심히 수련한다고 들었습니다. 실력도 늘었고요.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구령문주는 하남성에서 알아주는 무인입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성제의 어투가 더욱 정중해졌다.

나를 인정했다는 뜻이리라.

난 정중하게 성제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금은 무림맹주 화운룡이 아니라 구양천이니,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성제가 제검대를 이끌고 돌아가자, 난 성휘를 돌려보냈다.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맹주님! 이 한 목숨을 바쳐 천하를 어지럽히는 혈궁의 무리를 모조리 제거하고 무림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아직도 충파헌이 내게 다짐했던 이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그도 자식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단 말인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내공을 증진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큰 위험이 닥쳤을 때, 구양세가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든 내공을 끌어 올려야 한다.

내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운기조식.

건곤여의신공을 대성했었기에, 내공을 쌓는 속도는 남보다 세 배는 빨랐고 언제나 운기조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빠르게 내공을 쌓는다는 것이지 원하는 내공을 쌓으려면 한참 멀었다.

예를 들어 일갑자 60년의 내공을 쌓으려면, 난 20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언제 20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두번째는 영약복용이다.

영약에 따라 1년에서 일갑자까지 단숨에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개인의 자질에 따라 영약을 내공으로 흡수할 수 있는 양이 달라지는데, 최악의 경우 2할을 얻고 8할을 버릴 수도 있었다.

난 극의를 깨달았기에 9할 이상을 얻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어디서 구해야 한다?

떠오른 곳은 딱 한 곳.

만월루의 금노였다.

그가 돈을 빌려주거나 그에 맞는 일거리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보기로 마음먹었다.

화운룡으로 살 때는 돈 걱정을 한 적이 없었는데.

구양천으로 살려니 제일 아쉬운 게 돈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세가를 나와 만월루로 향했다.

성휘에게는 당분간 제검대에서 수련하라고 지시했다.

나를 따라다닐 시간에 한번이라도 검을 휘두르는 게 구양세가를 위한 일이다.

만월루.

9층의 거대한 만월루를 보자,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금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그를 보면 무척 반가울 것 같았다.

하남성에서 발호한 혈궁무리를 척결할 때, 금노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줬고,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더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몰락한 구양세가의 이 공자.

‘과연 도와줄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그것을 떨쳐냈다.

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8층에 이르자, 기도가 잘 마무리된 무인이 앞을 막아섰다.

난 정중하게 포권했다.

“구양세가 이 공자 구양천이오. 만월루주를 뵙고 싶어서 왔소.”

“선약을 하셨습니까?”

“아니오.”

“원칙상 선약이 없으면 안 됩니다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무인은 나를 기다리게 하고는 안으로 부하를 보냈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원칙은 루주인 금노가 정했을 텐데, 입구를 지키는 무인이 마음대로 융통성을 부린다?

그것도 루주를 만나는 일에 대해?

그는 내 얼굴에서 궁금증을 읽었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구양세가는 예외입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노는 검제를 존경했었다.

검제가 죽었을 때 금노는 몇일 동안 곡기를 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금노는 무림맹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공과 사가 분명한 인물이 금노였기에 무림맹주시절 그를 매우 아꼈던 기억이 났다.

“요즘 많이 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충소구를 일 초 만에 제압할 정도로요.”

“운이 좋았소이다.”

확실히 눈앞에 있는 무인도 구양세가에 호의적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9층으로 올라갔던 그의 부하가 달려 내려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보고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부하를 물리고는 내게 포권했다.

“마침 루주께서 시간이 되신다고 합니다. 올라가십시오.”

“고맙소.”

나도 그에게 포권하고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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