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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246화 (246/250)

246

위응환이 비도를 맞자 분노가 극에 달한 심마백은 순식간에 결합한 장창으로 군웅각 고수를 찔러 갔다.

군웅각 고수가 도를 감았다.

-촤차차착!

심마백의 창두가 도에 감기다 끝내 잘렸다.

심마백은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창을 꽂아 넣었으나 그마저 군웅각 고수의 왼손에 막혔다.

마치 벽에 가로막힌 듯했다.

군웅각 고수는 창을 잡아끌며 도를 내리찍었다.

-파직!

창대가 자르는 동시에 몸을 비틀며 도를 수평으로 그어갔다.

도는 순식간에 심마백의 목을 칠 기세로 들이닥쳤다.

그때.

-쉬이이익.

-쌔애액!

군웅각 고수의 양쪽에서 희디흰 별무리가 쏘아왔다.

중랑의 검에서 쏟아진 유성 같은 별무리가 군웅각 고수의 전신요혈로 쇄도하였다.

연화심의 검에서 나온 별무리는 군웅각 고수의 머리를 노렸다.

-퍼엉!

군웅각 고수가 황급히 앞발로 땅을 구르며 몸을 뒤로 물리며 중랑과 연화심의 합공을 피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아!’

싸우면 싸울수록 경악스러운 자들이 천황성 고수들이다.

겨우 네 명뿐이었으나 합공을 하는 이쪽의 고수들이 오히려 밀리는 감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가는 이제 막 싸움에 참전하였고 다른 세 명의 군웅각 고수들 역시 그동안 무위가 약했던 의천맹이나 흑천맹 고수들을 상대했기에 멀쩡한 상태였다.

반면 중랑이나 남궁악, 고장추나 조운룡 등은 검제 등과 격전을 치르며 부상을 입거나 내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한 팔이 잘린 철권호는 이제 운신하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관중은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나마 우세를 보이는 곳은 천무방뿐이었다.

“죽여! 다 죽이지 않고는 못 돌아간다!”

구양수는 신무와 참룡대를 끌고 군웅각 고수 하나를 집중 공략했다.

천무방도들은 동귀어진을 할 셈으로 군웅각 고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좀처럼 끝이 날 상황은 아니었다.

마지막 군웅각 고수는 정무문과 화룡문이 합공을 하고 있었고, 남궁악은 청홍쌍요의 도움을 받아 현가와 격전을 벌였다.

***

몰려왔던 의천맹과 흑천맹 무인들이 황급히 물러나는 사이 조운룡과 고장추가 천주를 향해 쇄도하였다.

조운룡과 고장추는 각기 사부의 원한을 갚겠다는 집념에 천주에게 달라붙었다.

무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천주의 주의를 돌려야 하기는 했다.

“이거나 먹어랏!”

조운룡이 화룡도를 아래서 위로 크게 후려쳤다.

붉은 도의 형태를 뚜렷하게 이룬 도강이 천주를 향해 쏘아져 갔다.

“여기도 있다!”

다른 쪽에서 묵빛 도강이 날아갔다.

고장추가 날린 것이다.

뒤이어 정무문의 봉공 유문광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검강을 뿌렸다.

“흥! 소용없다는데도 끈질기게 달라붙는구나!”

천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강과 도강을 보고 코웃음 치더니 양손을 모았다가 바깥으로 크게 펼쳤다.

“헉!”

“저럴 수가!”

천주가 양손을 펼치자 허공이 출렁하더니 붉고 검은 도강과 하얀 검강들이 사라졌다.

무슨 수법을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크하하하.”

조운룡과 고장추는 허공에 둥둥 뜬 채 광소를 터뜨리는 천주가 도저히 쓰러뜨릴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저게 미증유의 경지인가?’

***

천주는 군웅각 고수들의 영력을 흡수하면서 미증유의 끝에 다다랐음을 확신했다.

미증유.

아무도 걸어 본 적이 없는 길.

그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하고 그 길을 걸었다.

그리하여 그 길 끝에 선 것이다.

천령대법.

그가 스스로 이름을 붙인 천령대법은 영의 합일이다.

끊임없이 분열하고 서로를 배척하는 영들을 합일하여 조화로운 선계를 지상에 이루는 일.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런데 드디어 천령대법을 완성했다.

수십 년간의 인내와 노력 끝에 군웅각 고수들의 영력을 취하며 그는 궁극의 희열을 느꼈다.

아주 오래전 생사경의 극을 이루며 천지만물의 기운과 합일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많은 영과 합일하며 그는 만물의 주인임을 자각하였다.

지금 격렬하게 대항하는 인간이나 그 밑에서 기어 다니는 개미나 그에게는 매한가지였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조화와 질서, 그리고 균형.

대자연은 조화와 질서, 균형을 이루는데 오로지 인간만은 욕망에 휩싸여 끝없이 확장하려 든다.

그가 천황성의 주인으로 황제를 견제하고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것은 무한욕망을 분산하고 제어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늘 도전을 하고 균형을 깨려 하였다.

‘하지만… 천령대법이 극의에 이르렀으니 드디어 인간은 하나가 될 것이다!’

이제 영인고와 같은 매개체는 필요 없다.

영력을 조금 더 쌓는다면 굳이 영인고가 없어도 눈앞에 있는 이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영력을 취하면 온 세상 인간들의 정신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수로 그 세상이 열릴 것이다!’

천주가 다시 한 번 크게 웃으며 크게 손을 저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무형비검이 하늘을 덮었다.

-스스스스.

하늘이 온통 싸늘한 예기로 채워진 듯했다.

예기가 얼마나 강했는지 삼십 장 반경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감지할 수 있었다.

“아!”

하늘에서부터 온몸을 찔러 오는 예기가 내려오자 무림인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계속된 격전에 대부분 남아 있는 내공이 없었다.

강기조차 막아내기 힘든데 이리 많은 무형비검이라니.

천주가 마치 죽음의 사신처럼 느껴졌다.

“가라!”

천주의 외침과 함께 무수한 무형비검이 군웅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워낙 범위가 넓어 피할 곳도 없었다.

모두 황급히 병장기를 들어 막으려 하였으나 소용없음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참담해하는 그 순간.

-쌔애애애액!

허공을 가르는 폭음성이 들려 왔다.

소리보다 먼저 금빛 구체가 천주의 무형비검이 내리는 공간을 지나갔다.

공간이 출렁거린 듯했다.

놀랍게도 무형비검이 일렁이는 공간 사이로 씻은 듯 사라졌다.

“…!”

이어 하얀 빛이 날아와 땅과 충돌하였다.

-쿠우웅!

“으악!”

“이게 무슨 일이냐?”

들판 곳곳에서 비명성이 터졌다.

땅바닥이 호숫물처럼 출렁거렸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냥 지진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파를 동반한 흔들림에 고수들도 내력을 쏟아 중심을 잡아야 했다.

허공에 떠 있는 천주만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강소군이 날아와 떨어지며 기운을 터뜨린 것이다.

실로 막대한 기운이었다. 무형비검이 이에 쓸려 사라질 정도였다.

‘으음. 저놈이 영인고를 지웠다고?’

영인고는 뇌와 일체를 이뤄 작용하기에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물이다.

아무리 양의심공이라 하더라도 영인고가 터져 뇌수를 통해 흡수되었다면 자신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아무리 영력을 보내도 강소군은 꿈쩍을 않는다.

영인고를 제거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놈이야말로 최고의 신체가 아닌가?’

천주는 강소군이 쉽게 넘어오지 않자 더욱 욕심이 커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인고를 감당할 만큼 강한 영력이 탐났던 것이다.

천주는 당연히 자신이 강소군을 제압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

“오라버니!”

“강 공자?”

“검신!”

느닷없이 나타난 강소군을 보자 모두 크게 놀라며 반색하였다.

연화심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였다.

장무강이 비도를 맞은 위응환을 돌보고 있었고 연화심은 옆에서 호법을 서는 중이었다.

“흐흠. 용케도 빠져나왔군.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 허공에 떠 있던 천주가 땅으로 내려왔다.

강소군의 무위가 심상치 않으니 내공을 소모하며 허공에서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

강소군이 들판을 보았다. 수많은 시신이 널려 있었다.

분노가 일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도 놀랍도록 차가운 분노다.

무심한 그의 눈빛이 주위 사람들을 스치다 여전히 날뛰고 있는 군웅각 고수에게 향했다.

-펑!

군웅각 고수들은 구양수와 정무문, 그리고 중랑 등과 어울려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이지는 천주에게 장악되어 있기에 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강소군이 그들을 보니 눈빛이 공허했다.

‘이미 본령을 상실했구나!’

군웅각 고수들이 천주에 의해 뇌가 완전히 잠식되어 다시 돌이킬 수 없음을 느꼈다.

강소군이 검결지를 맺더니 군웅각 고수를 향해 뻗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하늘을 회전하고 있던 무애검이 하얀빛을 폭사하며 날아갔다.

-쌔애액!

-쿠웅!

군웅각 고수들은 강기의 벽을 펼쳐 막았다.

두터운 강기가 퍼지는 둔중한 음이 허공을 울렸다.

-퍼어어억!

무애검이 강기의 벽과 부딪혔는데 놀랍게도 폭음성이 일지 않았다.

마치 화살이 가죽을 뚫는 듯한 소리만 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하얀빛은 그대로 강기의 벽을 뚫고 군웅각 고수들의 몸을 관통하였다.

“크윽!”

“컥!”

순식간에 군웅각 고수 세 사람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동안 사력을 다해 맞서 싸우던 이들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저 검은 대체 뭐지? 이기어검이 저렇게 강했나?”

보는 이들은 상궤를 벗어난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기의 벽을 검으로 뚫다니.

비슷한 강기라면 기와 기가 부딪치는 파열음과 충격파가 일어났을 텐데 강소군의 검은 강기를 얇은 가죽 뚫듯 통과하고 말았다.

“그냥 이기어검이 아니야!”

“어검강?”

“그게 가능해?”

“무형비검을 상대했잖아?”

사람들은 강소군이 나타나며 천주의 무형검을 상쇄한 것이 떠올랐다.

무슨 수법인지 몰랐는데 다시 이기어검강을 보자 강기를 다룰 수 있는 고수들은 가슴이 뛰었다.

‘천주를 상대할 수 있다!’

무형검은 강기를 압축하고 또 합축하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약한 기운이다.

밀도는 극히 높으면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기에 닿는 건 모두 잘라 버린다.

그런데 강소군의 무애검이 천주의 무형검을 흐트러뜨렸다는 건 그 이상의 밀도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으음!”

이 모든 걸 아는 천주는 신음성을 흘렸다.

‘검을 버리지 않고 거기에 강기를 담아 응축하다니.’

화경에 든 고수만 해도 병장기에 구애를 받으려 들지 않는다.

모든 걸 잘라낼 수 있는 강기가 있는데 굳이 병장기와 초식에 의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무형검을 다루는 생사경의 경지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강소군은 현치자의 영향을 받아 검으로 초식만으로도 궁극의 경지에 올랐다.

초식에는 그에 따른 운기법이 있다.

초식과 기의 운용이 합일되고 나아가 기가 초식을 이끄는 경지에 이르면 노화순청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강소군이 초식의 완성을 이뤘다는 건 기의 운용 또한 궁극의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무형검과는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경지다.

한 번 검을 날려 세 명의 고수를 해치운 강소군이 천주를 바라보았다.

“이 많은 이들의 죽음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었나?”

“새로운 세상을 거부하는 자는 죽어야 하는 게 맞지.”

“당신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에 사람은 없는 것 같군.”

강소군이 손을 뻗자 허공을 회전하던 무애검이 날아와 잡혔다.

강소군의 눈빛은 싸늘하였다.

천주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백수십 년간 절대자로 살아온 그다.

무의 궁극에 올라 신계로 오르고자 하는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강소군의 눈길에 위축되다니.

“애송이, 네가 이해할 수준이 아니다.”

“이해? 이해할 수 없지.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아둬야 할 것 같군.”

“….”

“당신이 없는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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