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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239화 (23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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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는 날아오는 포환을 받아 다시 던지고는 오 장 높이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저럴 수가!”

상궤를 벗어난 천주의 무공에 보는 이들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들판에 있는 무림인들을 보는 천주의 눈에 분노가 어려 있었다.

“모두 죽여라!”

천주의 명이 들판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들판 곳곳에 포위하듯 서 있던 군웅각 고수들이 한꺼번에 무림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일제히 병장기를 들었다.

-휘이익!

-쉬이익!

군웅각 고수들은 순식간에 무림인들에게 다가왔다.

군웅각 고수들이 제대로 된 화경은 아니라지만 일반 무림인들에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수들이다.

천주에게 정신을 지배당하고 있긴 하여도 천황성 괴인들처럼 이지를 상실한 자들도 아니다.

그렇기에 훨씬 더 위험한 존재들이었다.

군웅각 고수들은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 무리처럼 거침없이 날뛰었다.

“크아아악!”

“도, 도주해라!”

“진, 진을 펼쳐! 그것만이 살길이야!”

들판은 순식간에 비명과 고함으로 뒤덮였다.

검황의 시선이 고장추와 남궁악, 중랑, 조운룡에게 향했다.

“죽여라!”

그러자 검황과 검제, 도황, 권제가 모두 고장추 등을 향해 몰을 날렸다.

“크크크! 어린놈들아, 단숨에 끝장을 내주마!”

검제는 천주의 정신이 빠져나가자 본래의 흉폭한 마성이 살아났다.

당연하게도 수라팔황검의 검세 또한 오히려 난폭해졌다.

“네놈이야말로 이번에는 목을 잘라 주겠다!”

고장추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날아오는 검제를 향해 묵빛 도강을 날렸다.

남궁악도 소리 없이 날아오는 검황을 향해 검을 찔렀다.

도황과 권제도 각기 조운룡과 중랑을 향해 달려들었다.

구양수의 화포 포격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고장추와 남궁악, 중랑, 조운룡의 싸움이 재개되었다.

-콰콰쾅!

연달아 폭음성이 터졌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 양상이 달랐다.

천주가 검제의 육신을 통해 명을 내릴 때와 달리 직접 명을 내리자 검황과 도황, 권제는 지닌바 무위를 모두 쏟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고전을 했던 남궁악 등은 열세에 몰렸다.

“크흐흐. 한낱 미물이 하늘에 대항하면 어떤 결과를 맞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천주가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그때, 의천맹 쪽에서 고함이 터졌다.

좌정하고 운기조식을 하던 철권호가 보다 못해 몸을 날린 것이다.

“천주! 착각하지 마라! 감히 하늘을 자처하는 당신이야말로 응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철권호가 날아오자 천주가 땅으로 내려섰다.

“네가 나의 은덕을 입고도 명을 거역하고 이렇게 대항하다니. 간이 배 밖에 나왔구나.”

“조왕과의 약속 때문에 잠시 천황성의 일을 봐 준 것일 뿐! 나 철권호에게 명을 내릴 사람은 없소!”

철권호가 쌍권을 동시에 내밀었다. 그러자 폭풍 같은 권기가 회오리치며 검황을 향해 뻗어 나갔다.

“흥! 나와 겨루려면 아직 멀었다.”

천주가 오른손을 가슴 앞에 세워 검결을 맺더니 내치듯 뻗었다.

하얀 섬광이 번뜩 비쳤다.

철권호는 막는 순간 그대로 베일 것이란 직감에 좌측으로 미끄러지며 비스듬히 권을 날렸다.

-퍼엉!

기파가 터지고 푸르스름한 권강이 쭉 뻗었다.

천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결지를 내리그었다.

-쉬익!

손끝에 검이라도 달린 듯 허공을 베었다.

-쾅!

철권호가 황급히 기를 터뜨리고 몸을 수차례 회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크윽!”

왼쪽 어깨가 반이나 잘렸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완전히 잘려 나갈 뻔했다.

‘무형검?’

진정한 무형검을 보았다. 기척도 없으니 막을 수도 없었다.

“흐흐흐. 하늘 아래 나를 감당할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주가 다시 검결지를 허공에 그었다.

***

“아아.”

멀리서 지켜보던 제갈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철권호가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단 두 수만에 무력하게 물러날 줄은 몰랐다.

천주의 무공은 그야말로 천외천이었다.

‘이대로 끝인가?’

천주를 감당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백대고수! 수뇌부를 공략하라!”

대기하고 있던 백 명의 고수가 일제히 천주와 검제 등 다섯 수뇌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정파인들이 합공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수뇌부만은 잡겠다는 제갈선의 전략이었다.

“흥! 이제 마지막 수를 내놓은 것이냐?”

천주가 코웃음을 치며 검결지를 빠르게 내쳤다.

‘피할 수가 없다!’

철권호는 마치 무형의 그물이 다가오는 것만 같이 느꼈다.

철권호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는 다친 왼팔에 기운을 실어 그물망 한가운데 꽂아 넣었다.

-콰앙!

기파가 터지고.

“크윽!”

왼팔이 결국 잘려 나갔다. 그러나 그물망이 잠시 흐트러진 사이 몸을 뺄 수가 있었다.

왼팔을 내주고 목숨을 보전한 것이나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팔 한 짝으로 봐줄 것 같았나?”

천주가 비웃으며 다시 검결지를 긋는데 사방에서 검기와 검강이 날아들었다.

“맹주!”

그사이 다가온 백대고수들이 일제히 천주와 검제 등을 공격하였다.

대부분이 초절정과 화경을 넘보는 고수들. 일백 명의 고수들과 다섯 명의 천황성 수뇌부.

길고긴 무림사에 이런 대결은 없었다.

***

백대고수들은 천주와 검황과 도황, 권제를 집중 공략하였다.

덕분에 남궁악과 조운룡, 중랑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고장추만이 홀로 검제와 힘겹게 싸움을 이어갔다.

멀리서 보고 있던 홍의발이 분개하였다.

“이런 치사한 정파의 잡놈들!”

그러더니 뒤편에 대기한 열두 명의 무인을 향해 외쳤다.

“십이호법, 맹주님을 보좌하십시오!”

십이지대가 해체되어 재편될 때 홍의발은 고수들만 따로 모아 십이호법을 선발하였다.

흑천맹 십이호법이 일제히 몸을 날려 고장추 옆으로 내려섰다.

“끼어들 필요 없다! 이놈은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말은 호기롭게 하였지만 고장추는 그 막대한 내공이 바닥이 난 상태다.

“마무리는 당연히 맹주님께서 지으셔야지요. 하지만 맹주님께서 분전하는데 속하들이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십이호법이 일제히 검제를 향해 검과 도를 뻗었다.

십이호법이 막아 주는 사이 재빨리 내공을 회복하며 십이호법과 손을 맞춰 검제를 상대하였다.

무려 백 명이 넘는 고수들이 공격을 했건만 천주 등 천황성 수뇌부들은 밀리지 않았다.

“크윽!”

쓰러져 가는 건 오히려 백대고수와 십이호법들이었다.

잠시 숨을 돌린 남궁악이 다시 검황의 전면을 찔러 갔다.

-파라라랏!

창천검에서 푸른빛이 그물처럼 퍼지더니 강소군처럼 작은 구체가 형성이 되었다.

“오!”

남궁악 역시 초식의 완성을 중요시한 강소군의 영향을 받았다.

나름 창궁무애검법의 완성을 보았는데 검황과 싸우다 한계에 이르렀을 때야 완벽하게 펼쳐낼 수 있었다.

허나 검황은 무형검에 이른 고수다.

상대가 절학으로 승부를 지으려 하자 곧바로 검을 회수하더니 검결지를 맺었다.

-쉭!

검황이 검결지를 남궁악의 푸른 구체에 꽂았다.

-쾅!

“크윽!”

남궁악이 튕겨 나갔다. 초식의 완성을 보았으나 아직 정교한 내력의 운용이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쉬쉬식!

그 사이 백대고수 서너 명이 검을 찔러 넣었다.

-쉬익!

“컥!”

보이지도 않는 검에 두 사람이나 반토막이 나 버렸다.

검황이 비틀거리며 서 있는 남궁악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끝장을 내주마!”

검황이 검결을 맺고 다시 찔러넣으려는데.

-휘익!

갑자기 남궁악의 모습이 사라졌다.

“…?”

주위가 온통 붉고 푸른 안개로 휩싸였다. 일반적인 안개가 붉을 수도, 푸를 수도 없다.

“흥! 요기?”

검황이 코웃음을 치고는 검결로 안개를 그었다.

-쾅!

“크윽!”

붉고 푸른 안개가 걷히고 청홍쌍요의 신형이 드러났다.

과거 봉황수에게 당한 환사의 제자 청홍쌍요였다.

난전이 벌어진 틈에 슬며시 들어와 기회를 엿보다 남궁악이 위기에 처하자 뛰어든 것이다.

창백한 청요와 요염한 홍요.

그들은 남궁악이 봉황수를 제압할 때 마지막 순간 나서서 처치한 바 있다.

남궁세가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나섰으나 검황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요사스러운 년놈이구나!”

검황이 검결을 맺은 손을 쭉 뻗었다.

-파앗!

청요와 홍요가 환술을 펼쳐 검황의 시야를 가렸다.

그 사이 남궁악이 전력을 다해 푸른 구체를 형성하여 검황을 향해 밀어 넣었다.

-콰앙!

무형검과 구체가 다시 한 번 격돌하였다.

이번에는 검황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에 의혹의 빛이 어렸다.

남궁악의 푸른 구체는 아무래도 강소군이 보여 준 것과 비슷하였다.

대체 무엇이기에 형체도 없는 무형검과 충돌할 수 있는 걸까.

***

천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철권호를 끝장내려는데 백대고수 가운데 거의 절반가량이 자신을 향해 집중공략을 하고 있다.

이미 합을 맞춘 듯 약간 거리를 두고 검강이나 검기 등을 날렸다.

게다가 일정한 진을 형성하고 움직였다. 제갈선이 천주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한 진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주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흥! 한심하군. 감히 나를 상대로 이런 조잡한 수가 통할 것이라 생각하다니.”

천주가 전신 공력을 끌어모으는데.

-따다당!

-따다다당!

귀청을 찢는 폭음성이 연달아 들려 왔다.

신검과 참룡을 앞세워 밀고 들어온 구양수의 천무방 결사대가 당도한 것이다.

-피이잉!

-핑!

화총진을 형성한 귀영화승총대가 발사한 총탄이 천주를 향해 쏟아졌다.

그런데.

“엇!”

“으헉!”

천주가 오른손을 뻗자 놀랍게도 화승총탄이 공중에 그대로 떠 있다.

구양수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화승총도 통하지 않다니!’

천주의 눈에 노기가 어렸다.

“파리 떼 같은 놈들이 정말 귀찮게 구는구나! 다 죽여 주마!”

천주가 손을 내치자 총탄이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크윽!”

“컥!”

천주가 튕겨낸 총탄에 오히려 귀영화승총대가 무너지고 신무와 참룡의 무인들이 쓰러졌다.

“야, 이 새끼야! 인간 같지 않은 놈은 지옥에서 놀아야지! 내가 돌려보내 주마!”

구양수가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삼십 명의 벽력수가 일제히 뒤를 따랐다.

천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놈이 미쳤나?’

천주는 포환을 잡아 던졌을 때 화포 뒤에서 천리경으로 이쪽을 보던 구양수를 봤다.

그 무리의 수장인 듯한데 맨몸으로 달려드니 이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뒤따르는 놈들도 병장기도 없다.

어이가 없어 구양수와 벽력수들을 보는데 옆에 찬 볼록한 가죽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수상했다.

“모두 비켜라!”

삼 장 거리로 다가온 구양수가 크게 고함을 지르더니 양손에 쥔 비도를 던졌다.

‘흥! 암기라니. 한심하군.’

천주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 하수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한심했는데 죽자고 달려드니 정말 귀찮았다.

천주가 양손에 공력을 집중하여 들어 올리는데 구양수가 돌연 방향을 꺾어 검황을 향해 뭔가를 던졌다.

구양수는 천주보다 검황에 대한 원한이 컸다.

남궁악과 청홍쌍요를 상대하고 있던 검황은 붉고 푸른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안개 그 사이로 검은 철구가 날아오자 검황은 무형검으로 그으려 했다.

그런데 남궁악의 강기가 날아와 무형검을 가로막았고 그 사이 철구가 날아와 터졌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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