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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219화 (21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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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사공일 뿐이다. 보내 줘라.”

장선백이 나룻배를 가로막고 서서 말했다.

금의위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 죽인다.”

금의위 뒤쪽에서 누군가 명령을 내렸다.

금의위는 일을 처리할 때 목격자까지 모두 죽여 비밀이 새어 나가는 걸 막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쉬식!

앞에 선 자들이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장선백은 난감했다.

다시 나룻배를 강으로 띄운다 해도 또다시 쇠갈고리를 날려 끌어당길 것이다.

-채챙!

-까강!

연달아 병장기들이 부딪쳤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장선백이었으나 남은 기력을 다해 막았다.

장년 사내는 눈앞에서 도광이 난무하고 피가 튀자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괴성을 질렀다.

“우어!”

쌍아는 그런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괜찮아요. 놀라지 말아요. 아버지, 우리는 괜찮다고요.”

그러나 상황은 쌍아의 말과 달리 괜찮지 않았다.

장선백이 분투를 하였으나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차츰차츰 장선백은 나룻배 바로 앞까지 밀려났다.

“크윽!”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시 또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첨벙!

몇몇이 강물로 들어와 위아래로 다가왔다.

“아악!”

쌍아가 소리쳤다.

장년 사내가 쌍아의 비명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쌍아야!”

장년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쌍아를 안았다.

마침 하류 쪽에서 다가오던 금의위가 몸을 솟구치며 도를 내려찍었다.

장년 사내가 왼팔로 쌍아를 안고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퍽!

달려들던 금의위가 가슴을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이놈 무공을 할 줄 안다!”

금의위들이 놀라 산개하였다.

-쉭!

이번에는 상류 쪽에서 두 명이 날아들었다.

장년 사내가 나룻배에서 훌쩍 뛰어 장선백의 등 뒤로 내려섰다.

“무공을 할 줄 아시오?”

장년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쌍아를 품에 안고 잔뜩 웅크린 채 다가오는 금의위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괴롭히지 마.”

장년 사내가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쌍아는 내 딸이다. 괴롭히지 마.”

장년 사내가 되풀이하여 말하는데 쌍아가 아버지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아버지, 싸우지 마.”

그러나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금의위들이 도를 앞세워 들이닥쳤다.

“우아!”

장년 사내가 쌍아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더니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퍼퍽!

-파파팍!

순식간에 금의위들이 나가떨어졌다.

장년 사내는 어딘가 어설펐으나 주먹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 발차기는 빨랐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모두가 놀랐다.

어눌해 보이는 뱃사공이 놀라운 고수였다.

재차 명령이 떨어졌다.

“뭣들 하느냐?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끝내라!”

강 한가운데 금의위들이 탄 배가 막고 있었으나 지나는 상선들의 눈을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금의위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채챙!

악전고투가 벌어졌다.

“크윽!”

장선백의 가슴에 도가 스쳐 갔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가슴이 크게 베여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장년 사내는 쌍아를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그때.

-휘이익!

기다란 휘파람 소리가 들려 왔다. 휘파람이 끝날 때쯤 한 사람이 장내에 뚝 떨어졌다.

-쿵!

강소군이 착지하며 발을 구르자 강한 기파가 퍼지며 금의위를 물렸다.

“휘아?”

“선백!”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외쳤다.

금의위는 강소군이 고수임을 알아보고 넓게 포진하였다.

“누가 책임자인가? 나는 남경 강부의 주인 강휘다!”

강소군이 말하자 뒤편에 있던 자가 앞으로 나와 예를 취했다.

“금의위 백호 민옥기라고 합니다. 저자는 황제폐하를 시해하려 하여 추살령이 내려진 자입니다. 강부에서 끼어들면 함께 죄를 물을 것입니다.”

“민 백호였군.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일단 물러가 있어라.”

“그럴 수 없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강소군이 구룡금패를 꺼냈다.

금패를 본 민옥기가 황급히 부복하자 뒤따라 금의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황제가 준 구룡금패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뜻한다.

“황제폐하께 가서 고하라. 내가 곧 직접 알현하러 갈 것이다.”

민옥기는 구룡금패의 명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금의위들이 사라졌다.

강소군이 장선백을 향해 다가가다 뒤에 있는 장년 사내와 여자아이를 보고 흠칫, 놀라 그 자리에 멈췄다.

여자아이가 강소군을 보고 와들와들 떨었다.

“봉무량?”

강소군이 자기도 모르게 장년 사내의 이름을 뱉었다.

장년 사내는 일권삼각 봉무량이었다.

강소군과의 싸움에서 뇌를 다친 봉무량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봉무량의 딸 쌍아는 지능이 떨어져 버린 아버지를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와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그런데 갑작스레 싸움에 휘말렸다가 아버지를 다치게 만든 자를 만나자 두려움에 질렸다.

강소군은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덜덜 떠는 쌍아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사정을 모르는 장선백은 황급히 다가와 강소군을 앞에 섰다.

반가움과 서먹함, 그리고 어색함이 어우러진 표정이었다.

“역시 살아 있었구나. 네가 무림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소군은 장선백의 표정과 말투가 왠지 거리를 두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허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의 집안을 몰락시키라고 한 자가 강소군의 외할아버지다.

장선백으로서는 강소군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알 수 없었으니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장홍 대장군이 역모를 꾀했다는 게 정설이니 강소군도 그리 믿는다면 두 사람은 칼을 겨눠야 하는 사이다.

그런데.

“그랬다면 찾아왔어야지.”

강소군이 담담하게 말했으나 마지막에 절로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네 친구잖아.”

장선백의 눈에 격동의 빛이 스쳤다.

“너는 내 친구고.”

강소군의 말이 끝날 무렵 서로 다가선 두 사람이 부둥켜안았다.

십 년 가까이 떨어져 있었으나 두 사람은 아직도 지기였다.

잠시 후.

강소군이 봉무량과 쌍아를 보며 장선백에게 말했다.

“봉무량은 어찌 아는 건가?”

“봉무량? 이자가 십대고수의 일인이라는 자란 말인가?”

봉무량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덜덜 떠는 쌍아를 안고 달랬다.

“놀라지 마. 그놈들 갔다.”

봉무량은 쌍아가 강소군을 보고 놀라 떨고 있다는 걸 몰랐다.

강소군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자 쌍아가 아버지를 밀치며 외쳤다.

“아버지! 도망쳐!”

강소군이 걸음을 멈추고 쌍아에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이제 네 아버지와 싸우지 않을 거다. 너도 해치지 않는다.”

쌍아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봉무량 역시 쌍아를 감싸고 강소군을 보았다.

그는 강소군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딸을 건들면 곧바로 달려들 눈빛이었다.

쌍아가 장선백에게 말했다.

“우리를 놓아주세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장선백은 봉무량과 강소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음을 눈치챘다.

품에서 다시 은자 닷 냥을 꺼내 쌍아의 손에 쥐여 주었다.

“고맙구나. 너와 아버지 덕에 살았고 오랜 지기를 만났다. 모두 네 덕이다.”

장선백이 강물로 들어가서 나룻배를 끌고 왔다.

부녀가 나룻배를 타고 흘러내려 갔다.

강소군은 오래도록 나룻배를 지켜보았다.

한때 천하십대고수로 이름났던 일권삼각 봉무량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신세가 된 걸 보니 마음이 씁쓸하였다.

그때 멀리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강소군이 바라보니 조양문 무인들이다.

앞장선 이는 조왕천과 홍의발이다.

“귀찮은 자들이 오는군. 일단 자리를 피하자.”

두 사람은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격전이 벌어졌던 자리는 핏자국만 남았을 뿐이다.

***

이름 모를 산봉우리.

멀리 세상이 내려다보이는 정상 바위에 두 사람이 앉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강소군은 무총에서의 일은 간단하게 넘어갔다. 그 자신도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설명하다 요천루 이야기도 꺼냈다.

“요천루에서 네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

“요천루? 그놈들도 지독하게 쫓아왔지.”

운남으로 도피하던 장선백은 요천루가 사술로 사람을 괴롭히는 걸 보고 지부 하나를 박살 냈다.

요천루는 집요하게 쫓았으나 운남으로 넘어간 뒤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추살령 명단에 장선백을 두었고 이로 인해 강소군이 요천루를 찾았던 것이다.

“정작 요천루주는 모르더라고.”

아랫사람들이 벌인 일이라 요천루주는 정확한 내막도 몰랐다.

그런데 강소군이 찾아와 묻다가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됐다.

강호를 뒤흔들었던 십대고수의 일인 요천루주의 죽음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그런데 그가 죽은 계기는 정말 사소한 이유였던 것이다.

아마도 하오문주 낙서생이 알았더라면 기가 막혀 했을 것이다.

요천루주의 죽음이 천무방의 확장을 가져왔고, 결국은 천하사패가 동시에 퇴장하는 결과를 낳았으니까.

물론 강소군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

장선백은 강소군이 실종되자 정예병을 모아 찾으러 가고자 했다.

그러다 역모 사건에 휘말려 모든 걸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됐다.

“영영을 찾으러 갔는데 중도에 영영이 남경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 금의위의 추적이 집요해서 결국 일단 운남으로 도피해야 했지.”

장선백이 동생 영영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강소군을 보며 우울해하였다.

다시 중원으로 나온 뒤 번천맹을 동원하여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소군이 담담하게 말했다.

“영영은 살아 있다.”

장선백이 크게 놀라며 기뻐했다.

“역시, 네가 돌봐 줄 거라 믿었다.”

강소군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었어.”

강소군이 영영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장선백은 동생이 불문에 귀의했다고 하자 착잡해하였다.

“너희 둘처럼 어울리는 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강소군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게는 어울리는 짝이 있더군.”

장선백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게 짝이 있다고? 그건 무슨 황당한 소리지?”

“칠독문 우 소저가 너를 찾아 중원에 나왔다고. 저기 장사에 있지.”

“완청이?”

장선백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장선백은 우완청을 누이 정도로 여겼을 뿐 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집안의 누명을 벗기고 복수를 해야 하는 그에게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아니라고 할 건가?”

“나는 혼인을 할 생각이 없다. 내 집안을 몰락시킨 자들을 찾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위패 앞에 머리를 올려놓지 않고서 어찌 사람 구실을 한단 말이냐?”

장 장군부의 역모 사건이 거론되자 두 사람은 착잡해졌다.

“황제를 죽이는 게 복수는 아니지.”

긴 침묵 끝에 강소군이 말했다.

“황제를 죽인다고? 그럴 생각은 없어.”

“그럼 왜 황궁에 들어간 거지?”

“지금 황제는 누가 역모 사건을 발고했는지 알 테니까.”

강소군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날 주첨기를 만났을 때 그도 정황을 몰랐다고 했다.

당시 황제의 측근에 있었던 그가 모른다는 게 사실 믿기지 않았으나 지난 일로 여기고 넘어갔다.

이제 장선백이 살아 돌아와 진실을 밝히려 하니 대충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그래서 뭐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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