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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162화 (16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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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이 터지자마자 강소군은 뒤로 누웠다.

-쌔애액!

쇠정은 살보다 빨랐다.

-팟!

강소군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머리가 박살 났을 것이다.

-땅!

다시 한 번 쇠정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었다.

-따당!

연이어 쇠정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소군은 석공을 볼 틈이 없었다. 소리가 터지는 순간 본능에 맡기고 몸을 움직일 뿐이다.

석공의 공격은 단순했다. 망치로 치면 쇠정이 마치 화승총의 탄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상대를 노리는 것이다.

파괴력은 엄청났다. 육각형 쇠정이 회전을 하며 날아오는데 호신강기가 아니라 철갑도 뚫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강소군은 청홍비도를 들고 있었으나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룡기를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박살이 날 게 분명했다.

-파악!

뜯겨 나간 옆구리에 다시 쇠정이 스쳤다.

석공은 부상당한 강소군의 옆구리를 노리는 게 틀림없었다. 머리를 향한 쇠정은 강소군의 주의를 분산하기 위함이었다.

강소군이 재차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석공의 눈이 가늘어졌다.

석공은 자신이 내공을 이용해 쳐내는 쇠정이 화승총 탄환보다 빠르다고 자부해 왔다.

두 사람의 거리는 삼 장에 불과하다. 그 거리에서 자신의 쇠정을 네 차례나 피하다니.

이건 신법이나 보법이 뛰어나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도 석공의 손은 쉬지 않았다. 가죽주머니에는 아직 여덟 정의 쇠정이 있다.

-땅!

다시 한 번 쇠정이 날았다.

‘됐다!’

석공은 이번에는 강소군의 신법을 제압하고자 하반신을 노렸다.

강소군의 신형이 사라지는 듯했으나 허벅지에서 피가 튀기는 걸 봤다.

제대로 맞았으면 다리가 끊어졌을 텐데 피보라만 터지는 걸로 봐서 빗맞은 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석공은 다음 한 번의 망치질로 강소군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였다.

하반신을 노리자 강소군이 본능적으로 허공으로 솟구친 것이다.

허공에 뜬 상대는 움직이지 않는 과녁이나 마찬가지다.

쇠정에 실린 엄청난 파괴력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으로 막으면 검을 박살내고 상대를 관통한다.

석공이 쇠정을 겨냥하고 힘차게 망치질을 하였다.

-따앙!

쇠정이 다시 한 번 폭사하였다.

-쌔애액!

강소군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양손에 쥔 청홍비도를 날렸다.

강소군은 석공의 공격 사이 빈 틈을 느꼈다.

석공이 한 번 쇠정을 쳐서 날리고 가죽주머니에 있는 쇠정을 꺼내는 그 짧은 틈.

보통 사람에게는 눈 한 번 깜짝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강소군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쌔애액!

청홍비도가 두 자루가 석공을 향해 날았다.

-콰앙!

청옥비도가 날아오는 쇠정과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새로운 쇠정을 쥐고 강소군을 겨냥하던 석공의 눈에 놀람의 빛이 스쳤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쇠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시 멈칫한 것이 석공에게 천려일실의 결과를 낳았다.

쇠정은 청옥비도와 부딪치며 방향이 살짝 바뀌었고, 강소군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쇠정에 실린 파괴력이 엄청나 강소군은 허공에서 뒤로 튕겨 나가며 나뒹굴었다.

그 사이 홍옥비도는 청옥비도가 박살이 난 파편을 뚫고 석공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흥!”

석공이 코웃음을 치며 망치를 휘저어 홍옥비도를 막았다.

-땅!

홍옥비도는 정확히 망치 머리에 부딪쳤다. 거센 경력이 실려 있었으나 석공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최후의 발악이구….”

-쌔애액!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뭔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석공이 본능적으로 망치를 들어 상체를 보호하였지만 소용없었다. 뭔가 목에 감겼다.

석공은 줄 같은 것이 자신의 목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큭!”

가느다란 낚싯줄이 석공의 목을 감싸더니 잡아챘다.

-파아악!

석공의 머리가 하늘로 튀었다.

허공을 나는 석공의 머리는 공교롭게도 강소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비친 건 죽은 어옹의 낚싯대를 들고 있는 강소군이었다.

강소군은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낚싯대를 잡고 있었다.

쇠정을 맞으면서도 강소군은 일부러 어옹의 낚싯대가 있는 쪽으로 착지하였다.

땅에 떨어지자마자 청죽 낚싯대를 들어 석공의 목을 감은 것이다.

-쿵!

아직까지 쇠정과 망치를 들고 있던 석공의 몸이 땅바닥으로 엎어졌다.

강소군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적이 또 나올 것이다. 청옥비도는 박살이 났지만 홍옥비도는 회수해야 했다.

걸어가면서 몸을 확인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오른쪽 허벅지가 너덜너덜 찢겨 나갔고 왼쪽 어깨도 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연달아 타격을 입은 왼쪽 옆구리의 상세가 심했다.

강소군은 혀를 깨물어 흐릿해지려는 정신을 되돌렸다.

-파아아아앙!

톱이 낭창낭창거리며 기음을 터뜨리면서 다가왔다.

검으로 쳐낼 수도 없었다. 부딪치는 순간 혼백을 흐트러뜨리는 기괴한 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정상적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기파인데 내상을 입어 막기가 어려웠다.

중랑이 돌연 일 장을 물러났다.

그러더니 자신의 양쪽 귀를 손바닥으로 쳤다.

-퍼엉!

“…!”

목수는 중랑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다.

고막을 일시적으로 망가뜨려 톱의 기음을 아예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크흐흐. 그런다고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목수가 득의에 찬 웃음을 흘리며 석공이 있는 쪽을 흘깃 보았다.

목수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목이 잘려 나뒹구는 석공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요란한 기음을 터뜨리며 싸우느라 석공과 강소군의 싸움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몰랐다.

목수는 석공의 특이한 수법을 잘 안다. 석공의 쇠정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천주 정도라고 여겨 왔다.

그런데 목 잘린 시신으로 나뒹굴고 있으니 직접 보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소군이 홍옥비도를 회수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였으나 의지는 확고했다.

목수를 노리는 것이다.

가슴이 서늘해진 목수가 숲을 향해 외쳤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 모두 나와서 해치웁시다. 이놈들이 생각보다 질기오.”

숲에서 괴소가 흘러나왔다.

“으흐흐. 내기를 포기하는 건가?”

“내가 진작 말했잖나. 자네들로는 감당이 안 될 거라고.”

“저승에 한 발 걸친 놈들이 뭐가 두렵다고 징징거리나?”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몇 사람이 나왔다.

차림이나 무기가 각양각색인 다섯 사람이었다.

가장 앞서 나오는 이는 팔뚝이 어른 허벅지만 한 백정이었다. 그 뒤를 따라 중년 서생이 철선을 부치며 나왔다.

서생의 옆에는 푸른 비단옷을 입은 기녀가 칠현금을 들고 있었다. 기녀도 중년의 나이로 보였는데 전신에 흐르는 농염한 기운이 사내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기녀의 뒤에는 커다란 붓을 든 이가 있는데 화공으로 보였다. 화공 옆에는 산통을 든 점쟁이 노인이 서 있었다.

점쟁이 노인이 산통을 흔들며 앞에 가는 화공에게 말했다.

“오늘 길보다 흉이 클 거라고 하지 않았나. 늦게 나갈수록 좋다고. 자네의 화필이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저놈들 같은 살귀들에게는 통하지 않을걸.”

“흥! 네 명줄이나 다시 한 번 점을 쳐 봐라. 오늘이 끝인지 아닌지.”

화공이 냉랭하게 대꾸하였다.

목수가 그들을 보고 외쳤다.

“나는 내기를 포기할 테니. 누가 대신 이놈을 잡아 주시오. 자기 고막을 터뜨리는 독한 놈이라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 강소군을 보고 눈빛을 번뜩였다.

그들이 받은 명은 강소군을 잡는 것이다. 내기 역시 강소군을 두고 한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강소군은 목수를 향해 다가오다 새로운 적이 나타나자 멈춰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강소군과 중랑의 거리는 삼 장여.

목수의 위치도 중랑과 삼 장 거리다. 강소군과의 거리는 사 장 정도 떨어진 상태다.

“제기랄!”

목수가 짤막하게 욕을 내뱉고 중랑을 쳐다봤다.

“너는 아무래도 내가 썰어야 하는 모양인갑다.”

목수는 중랑이 내상을 입은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몸으로 베일 듯 말 듯하면서 자신의 톱날을 피하거나 쳐내니 은근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목수는 원래 의심을 잘하고 겁도 많았다.

스스로 절대지경에 든 고수와 달리 천주의 대법에 의해 오른 만큼 지닌바 성품은 범부와 다를 바 없었다.

중랑의 상태는 사실 심각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목수가 좀 더 대담하게 공격을 했더라면 이미 승부는 났을 것이다.

스스로 고막을 망가뜨린 상태라 중랑은 목수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행동을 보고 곧 공격할 것임을 알고 검을 들었다.

“오시오!”

중랑이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내며 검을 겨눴다.

검이 흔들렸다. 팔에 내력을 주입했으나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내력이 모두 사라져 텅 빈 듯했다.

중랑은 끝을 예감하였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이다.

문득 연화심이 걱정됐다.

이번에도 끝까지 지켜 주지 못한 것이다.

그때 익숙한 체향이 풍겼다.

“화심아!”

중랑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언제 왔는지 연화심이 그의 옆에 서 있다.

“오라버니, 늦었어요.”

연화심이 손을 내밀었다. 동약사에게 받은 처방으로 만든 요상환이다.

연화심은 재빨리 중랑의 입에 요상환을 넣어 주었다.

“장원은 어찌하고?”

***

남궁령이 다녀간 뒤 연화심의 불안이 폭발하였다.

연화심은 강소군과 중랑의 무위를 믿었고 문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어 장원에 남았다.

그녀의 이성이 내린 판단이 뒤집힌 건 남궁령의 불안한 눈빛 때문이었다.

마침 초지항이 들어와 초조해하는 연화심을 보았다.

“장원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강 대협과 중랑의 안위도 중요합니다.”

초지항의 말에 연화심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챙겨 장원을 나왔다.

그녀가 초화평으로 향한 뒤 잠시 지나고 팽씨 형제가 나왔으니 가장 먼저 떠난 셈이었다.

그랬기에 가장 먼저 당도할 수 있었다.

연화심은 강소군에게도 다가가 요상환을 먹였다. 전신이 피투성이인 데다 살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니 가슴이 저미는 것 같았다.

연화심은 강소군과 중랑의 사이에 섰다.

목수가 공격을 하면 중랑을 도울 수 있고 강소군이 먼저 당하면 그를 거들 수 있는 위치였다.

목수는 연화심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다만 옆에 있는 강소군이 거슬릴 뿐이었다.

사 장 거리이지만 홍옥비도를 날리기에는 충분하다.

“저놈, 확실히 붙잡아 두시오!”

목수가 동료들을 향해 다시 외쳤다.

“내게 맡기라고.”

백정이 가장 먼저 달려와 강소군 앞에 섰다.

여유를 부리며 다가오던 나머지는 그 뒤 이 장 거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강소군이 앞에 선 백정을 보고 물었다.

“이게 다인가?”

왠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숲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누군가 있다.

“크흐흐. 알 필요 있나?”

백정이 자신의 도를 좌우로 휙휙 휘저으며 말했다. 두껍고 넓은 도신이 묵직해 보였다.

강소군이 목수와 뒤에 선 이들을 보았다.

백정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저들이 실전경험이 부족하고 절대고수의 평정심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공력과 무공만큼은 단연 뛰어났다.

강소군이 한 발 내디디며 말했다.

“당신들이 다 죽어야 나온다는 뜻이겠군.”

“미친놈!”

백정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강소군을 노려보았다.

“어디부터 발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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