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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148화 (14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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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이 팽일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팽일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강소군이 앞으로 튀어 나가며 번개같이 창을 찔렀다.

-파파팍!

창끝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나무꾼들을 위협하였다. 창끝은 놀랍게도 세 명 모두를 노리고 있다.

“엇!”

“이놈이 미쳤나?”

나무꾼들이 뒤로 풀쩍 물러났다.

그 사이 팽일소가 자신의 형을 강소군의 말에 태웠다.

이어 말을 끌고 경신법을 펼쳤다.

강소군이 전음으로 지시한 것이다.

팽일소는 강소군이 자신들을 먼저 피신시킨 것이라 여기고 감격했다.

사실 강소군은 자신을 뒤쫓는 그림자를 경계한 것이다.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무꾼과 싸우는 도중 팽씨 형제를 노릴 경우 자신의 싸움이 흐트러질 위험이 있었다.

“나는 저놈들을 쫓겠다.”

나무꾼 하나가 몸을 빼려 하는데 강소군의 창끝에서 거센 기파가 터졌다.

-펑!

-슈슈슉!

“창강?”

“피해!”

나무꾼들이 황급히 보법을 펼쳤다.

“이놈, 보기보다 고수다!”

강소군은 나무꾼들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그의 창은 보이지도 않았다. 세 나무꾼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 같았다.

-쾅!

다리를 다친 나무꾼이 황급히 도끼를 들어 가슴팍을 찔러 오는 창을 막았다.

강소군은 도끼와 부딪치자마자 몸을 빼며 창대로 자신을 향해 덮쳐 오는 나무꾼의 도끼를 쳐냈다.

그야말로 신묘한 움직임이었다.

강소군은 몸을 숙여 창으로 크게 반원을 그렸다.

-파파팍!

창끝에서 싸늘한 광망이 퍼져 나갔다.

-따다당!

나무꾼들이 도끼를 교차하여 자신들을 덮치는 창기를 막아냈다.

“이놈부터 죽이자!”

강소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첫째 나무꾼이 소리쳤다.

셋째가 부상당했는데 적이 강하니 자칫 실수할까 염려한 것이다.

다시 순식간에 십여 초가 지났다.

“흐흐흐. 언제까지 날뛸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첫째 나무꾼이 자신을 노리는 창을 쳐내며 이를 갈았다.

나무꾼들의 쌍도끼는 근접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강소군의 장창에 막혀 좀처럼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강소군은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 선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었다.

일 대 삼의 대결이었지만 현란한 장창의 움직임은 세 명이 방어만 하기도 급급하도록 몰아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불리해졌다. 나무꾼들이 여유를 찾은 것이다.

성정이야 어쨌든 절대지경에 든 고수들이다. 개개의 공력과 무공만큼은 십대고수와 맞먹는 자들이었다.

강소군은 병장기의 이점을 살려 대응했으나 나무꾼들은 침착하게 자신들의 우세를 점해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나무꾼들은 자신들의 내력을 끌어올려 점차 강소군을 압박하였다.

기이할 정도로 내력이 높은 자들이었다. 강소군의 창세가 점차 좁아들었다.

“혼자서 우리 셋을 이만큼 상대한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팽일호도 두 사람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상을 입었는데 강소군은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여유를 찾은 첫째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끝내자! 만부연환진(萬斧連環陳)!”

순간 나무꾼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사방에서 거대한 도끼의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강소군을 뒤덮었다.

나무꾼들이 따로 연성한 합격진임이 분명했다.

세 방향에서 연달아 도끼가 날아왔다. 도끼 뒤에 또다시 도끼가 이어져 날아오는데 그 기세가 태산이라도 쪼갤 듯 강맹하였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달려드니 피할 곳이 없었다. 도끼들의 물결은 극히 현란하였다. 어디로 피하든 뒤따라 덮칠 기세였다.

강소군의 창이 문득 멈췄다.

그러더니 창끝이 원을 그렸다. 앞에서 오는 도끼의 물결을 끌어들여 우측에서 오는 도끼의 물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창을 거꾸로 잡아 뒤에서 오는 도끼의 물결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찔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접인(接引)의 묘리로 두 나무꾼의 도끼를 서로 상대하게 한 후 뒤에서 들이닥치는 도끼의 물결을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콰쾅, 콰콰쾅!

나무꾼들은 이번 공격에 내력을 퍼부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막강한 기가 충돌하며 엄청난 폭음이 일었다.

강소군은 충돌의 중심에 있었다. 예리한 기파가 날카로운 파편처럼 강소군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파파팟!

강소군의 옷이 여기저기 찢겨 나갔다.

나무꾼들도 일단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력을 다한 연수합격을 강소군이 막아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컥!”

짧은 신음성이 들려왔다.

뒤에서 공격하던 나무꾼은 팽일호에 의해 허벅지 부상을 당한 셋째였다.

그의 가슴에 부러진 창끝이 박혀 있었다.

도끼와 장창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기파를 이기지 못하고 창이 부러졌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강소군이 왼손을 뻗어 부러진 창을 쭉 밀어 넣었던 것이다.

숱한 격전을 치른 강소군의 임기응변을 예상치 못한 나무꾼은 그대로 가슴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셋째야!”

강소군의 앞에 있던 나무꾼들이 상황을 깨닫고는 놀라 외쳤다.

설마 자신들이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놀람은 더욱 컸다.

창이 찔린 나무꾼이 뭐라고 말하려다 말고 그대로 쓰러졌다.

“셋째야!”

“이 새끼가? 죽인다!”

나무꾼들이 흥분하여 미친 듯이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강소군은 창천검과 무애검을 뽑아 양손에 나눠 들었다.

보기에는 간단히 감당한 듯했으나 이번 일수에 가진 내력을 다 쏟아냈다.

강소군의 검이 허허로이 움직였다.

나무꾼들의 경력이 잔뜩 실린 도끼와 직접 맞닥뜨리는 대신 도끼의 그림자 사이를 찔러 공격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친동기의 죽음에 흥분한 나무꾼들이 방어를 도외시하고 달려드니 효과가 크지 않았다.

강소군은 순식간에 거리를 내줘 도끼의 공격권에 갇혔다.

엄청난 경력을 실은 도끼가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쳐 가며 예기에 베인 피부가 터졌다.

강소군은 신음성조차 내지 않고 묵묵히 쌍검을 도끼 그림자 사이에 찔러 넣으며 버텼다.

“…!”

그때, 드디어 숨어 있던 자가 움직였다. 강소군은 그림자가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십 장 거리.

고수라면 두 번의 도약으로 검을 찔러 넣을 수 있는 거리다.

천황성에서 온 자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림자는 서서히 다가만 올 뿐이다.

-탕! 타탕!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었다. 허리를 베려는 도끼를 왼손의 창천검으로 내리찍고 비스듬히 찍어 오는 도끼는 오른손의 무애검으로 받아 옆으로 흘렸다.

“크윽!”

도끼에 실린 경력이 파고들며 강소군의 내장이 진탕하였다.

울컥, 솟는 핏덩이를 삼키며 강소군이 주춤 물러났다.

“…!”

그 사이 그림자는 삼 장 거리로 다가왔다. 역시 무공으로는 감지가 되지 않았다.

본능이 그렇게 경고할 뿐이다.

삼 장 거리.

고수가 한 번 도약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거리다.

흥분한 나무꾼들은 그림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여전히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렀다.

강소군은 날아드는 도끼의 공세를 비껴 흘려내기에 급급했다.

-팍! 파팍!

강소군의 전신에서 핏줄기가 터졌다.

두 사람이 휘두르는 네 자루의 도끼다. 제아무리 신묘한 보법을 지녔더라도 이리 가까운 근접전에서 버틴다는 건 신기에 가까웠다.

나무꾼들은 강소군이 내력이 다했음을 눈치챘다. 그러기에 거침없이 경력을 실어 난도질하듯 도끼를 찍어댔다.

공세가 이어지며 어느 순간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비껴 흘려낼 수도 없었다.

강소군이 무애검으로 정수리를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후려쳤다.

-쾅!

폭음성이 터지고 강소군이 뒤로 튕겨 나갔다.

이 장이나 튕겨 나간 강소군은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일 장을 굴렀다.

-팍!

순식간에 삼장을 굴러간 강소군이 갑자기 땅을 박차며 검을 내질렀다.

그런데 상대가 나무꾼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뒤편, 키 높은 수풀 사이를 향해 강소군이 짓쳐들었다.

무애검에서 싸늘한 광망을 흘리는 별들이 쏟아져 나왔다.

“헉!”

수풀 뒤에 웅크리고 있던 무흔은 숨이 넘어갈 듯 놀랐다.

강소군의 시선에 무흔의 부릅뜬 눈이 들어왔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갑작스런 기습이었으나 무흔의 대처도 빨랐다.

무흔은 손에 쥔 비도를 들어 얼굴로 날아드는 강소군의 검기를 쳐냈다.

-따다당!

-파파팍!

얼굴은 막았으나 강소군의 별빛 같은 검기가 상반신을 스쳐 갔다.

“크윽!”

무흔이 비틀거리며 일장이나 물러났다.

용의주도한 무흔은 호신갑을 입고 있었으나 드러난 팔과 어깨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무흔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무흔의 신형이 사라졌다.

-쿨럭!

강소군은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피를 토했다.

그림자를 처치하기 위해 모험을 감수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나무꾼들의 경력을 맞받아치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기가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하고 말았다.

그러나 몸을 추스를 여유가 없었다.

동생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나무꾼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다시 도끼를 내리쳤다.

순간,

-강 대협, 숨을 멈춰요.

팽일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강소군은 싸우면서도 주위 정황을 놓치지 않았기에 팽일소가 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강소군이 먼저 가라고 했으나 팽일소는 그대로 도주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더 나무꾼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팽일소다.

애초에 자신들을 노리고 온 적들이다. 중과부적인 상태로 강소군에게 맡겨 두고 갈 수가 없었다.

팽일호에게 요상환을 먹이고 은밀한 곳에 말과 함께 둔 다음 바로 싸움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나설 생각으로 은신을 한 것이다.

그런데 팽일소가 숨은 자리가 공교롭게도 무흔이 매복한 곳에서 삼 장 거리였다.

무흔이 매복한 자리는 싸움을 지켜보기 좋은 자리였다.

팽일소 역시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숨었는데 가까이 있는 무흔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흔이 마음만 먹었다면 팽일소는 죽었다. 그럴 경우 강소군을 잡을 수 없기에 내버려 둔 것이다.

팽일소는 강소군이 갑자기 자기 쪽으로 날아와 별빛 같은 검기를 뿌리지 무척 당황했다.

그런데 검기가 향한 곳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도주하는 걸 보고는 더욱 놀랐다.

지척에 있는 자신도 몰랐던 암습자를 강소군은 싸우면서 알아낸 것이다.

“헉!”

팽일소는 강소군을 향해 미친 듯이 덮쳐 오는 나무꾼 형제를 보고 더 이상 놀라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은형탄과 산공독을 대뜸 집어던지며 강소군에게 전음을 보냈다.

강소군은 눈앞에서 뭔가 터지며 검은 연기가 확산하는 걸 보았다.

“이걸 드세요!”

팽일소가 다가와 강소군에게 산공독 해약을 먹이고는 잡아끌었다.

“크아아아! 이 개자식! 팽가의 잡종놈아! 너는 내가 반드시 찢어 죽일 것이다!”

팽가의 야영지에서 은형탄과 산공독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는 나무꾼들은 감히 검은 연기 가까이 오지 못했다.

***

신양.

강소군은 팽씨 형제와 신양의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길 끝 화양객잔.

“굳이 왜 이런 곳에….”

팽일소가 중얼거렸다.

팽가의 자제인 그는 이런 허름한 객잔에 들 일이 없었다.

아니, 이런 뒷골목에 객잔이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 일도 없었다.

강소군은 말없이 객잔의 문을 밀쳤다.

-끼이익.

“어서….”

염소 수염의 주인장 장 노대가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며 인사를 하다 말고 멈췄다.

강소군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아 있던 장 노대다.

강소군은 그때나 지금이나 피투성이다.

‘에휴, 대체 뭘 하고 다니는 사람인지.’

이번에는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둘이나 더 있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청년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거대한 장한은 아예 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장 노대가 후다닥 나와 골목을 살펴보며 말했다.

“말은 내가 묶어 둘 테니 어서 들어가시오.”

장 노대가 말을 끌고 뒤편 마구간으로 갔다.

화양객잔은 여전했다.

몇 안 되는 허름한 탁자도 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도.

탁자에 조촐한 안주를 놓고 술을 마시던 노이칠이 물끄러미 강소군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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