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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41화 (4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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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군은 옥면미랑 등이 가만 제자리에 있자 말을 돌려 마을로 들어갔다.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강소군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홍나찰이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싸움이 끝나 제대로 보지도 못한 것이다.

그녀 자신도 흑백쌍귀를 상대로 싸웠을 때 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듯 일 합에 두 사람을 죽일 자신은 없다.

“한심한 놈들! 방심하다 선방에 당하다니.”

탁탑천왕이 길바닥에 널브러진 흑백쌍귀를 보며 말했다.

그가 보기에 흑백쌍귀는 마치 죽여 달라고 달려든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강소군의 창이 그린 궤적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아무리 방심했어도 그렇지. 겨우 일 합이었다고. 이건 차원이 다른 거야.”

홍나찰이 탁탑천왕의 말을 반박하였다.

옥면미랑이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고수다. 육객이 합류해야 할 것 같아.”

“뭐라고? 우리 셋이 저놈 하나를 못 잡을 거라고?”

탁탑천왕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탁탑천왕은 육객 기련마검과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다.

“누가 그렇대? 희생 없이 죽이려면 육객이 필요하다는 거지.”

옥면미랑의 말에 홍나찰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저 창에 찔리고 싶지 않거든. 네가 한번 시험해 본다면 말리지는 않겠어.”

홍나찰이 탁탑천왕을 부추겼다.

너무나 순식간에 싸움이 끝나 강소군의 무위를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흥! 네 속을 모를지 알고.’

탁탑천왕 역시 속에 능구렁이가 찬 인물이다.

“사양하지.”

강소군은 마을 대로를 지나 곧장 포구로 갔다.

천무방이 고수를 풀었으니 일단 연화심 일행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끌고 갈 작정이다.

커다란 뗏목 같은 배로 다가가자 사공이 손을 흔들었다. 강폭이 좁아서 줄을 이어 오가는 배였다.

“말과 함께 건너려면 닷푼은 내셔야 합니다.”

강소군이 말을 끌고 올라타자 사공이 바로 줄을 당기려는데 포구 쪽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잠깐 기다리시오!”

목소리가 낯익어 돌아보니 화룡도 조운룡이었다.

조운룡이 말과 함께 올라타며 강소군을 향해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강소군은 내심 탄식을 하였다. 아무래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을 모양이다.

강은 그리 넓지 않았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에 건널 수 있었다.

강소군이 말에 올라 길을 가자 조운룡이 따라붙으려 하였다.

강소군이 말을 멈추고 조운룡에게 말했다.

“동행을 허락한 적 없는데?”

“나는 누구 허락을 받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오. 게다가….”

조운룡이 강 건너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옥면미랑 등이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무십객은 만만한 자들이 아니오. 아주 비열한 놈들이지. 오죽하면 무림의 쓰레기라는 말이 있겠소.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오.”

“천무십객?”

“천무방의 식객은 수를 헤아리기 힘든데 그중에서 가장 귀빈 대접을 받는 이들이 십객이오.”

강소군은 조운룡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적이니 내가 감당할 것이다.”

강소군은 상관부에서 정양하며 공력을 칠 할가량 회복하였다.

“저놈들은 무공으로만 상대하기 어렵소.”

조운룡은 천무방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은 모양이다.

“…?”

“왜 천무방에서 그들을 식객으로 두겠소. 방도들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더러운 일을 처리하라고 두는 거지. 그런 만큼 온갖 비열한 암수를 다 쓰다는 말이오.”

“상관없다. 누구든 오면 죽을 것이다.”

강소군이 말고삐를 흔들었다. 말이 신호를 알아듣고 앞으로 걸어갔다.

조운룡이 따라붙으며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죽여도 십객은 여전히 십객이오. 죽은 놈을 대신해서 다른 식객을 그 자리에 올리면 되니까.”

“….”

“십객은 무공이나 수완이 매우 뛰어난 자들인데 특히 일객에서 오객은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오.”

조운룡이 강소군과 기수를 나란히 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이라면 대정무각에 합류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것이오.”

“….”

강소군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천무방 삼공자를 죽인 그 순간부터 구연강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게 되었잖소.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하오.”

조운룡이 강소군을 염려하듯 말했다.

“왜 하필 대정무각인가? 도룡회는 안 되는가?”

“도룡회는 내가 있으니까.”

“…?”

“한 산에 호랑이는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그렇군.”

조운룡은 한 번 말문이 트이자 무척 수다스러웠다. 같은 인물일까 싶을 정도로 말이 많았다.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오. 당신이니까 그렇지.”

나중에는 자신도 겸연쩍은지 멋쩍은 변명까지 하였다.

강소군에게도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었다.

강소군은 강호로 나온 뒤 사람을 피했다.

군문을 이탈한 죄인으로 쫓기는 신세이기도 했지만 무총에서 나온 뒤 성격이 변했다.

그런데 조운룡에게는 곁을 내준 셈이니 그 스스로도 이상하였다.

아무래도 조운룡을 보면 마운산이 생각나서 그런 듯했다.

“십객이 그렇듯 골치 아픈 자라면서 굳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 뭔가?”

“흥! 천무십객 따위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소. 그리고 둘이 있으면 암수에 걸릴 확률이 낮지 않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돕겠다는 건가?”

“물론 이유가 있지.”

조운룡이 씨익, 웃었다.

“내가 구연강이라면 당신을 직접 찾아올 것이오.”

“….”

강소군 역시 언젠가는 천무방주와 조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었다. 그의 아들을 죽였으니 수하들로 안 되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컸다.

“혹시라도 그자가 온다면, 내가 상대할 것이오.”

조운룡의 광오한 말에 강소군이 실소를 흘렸다.

‘미친놈이군.’

***

노이칠이 장무강의 거처로 찾아왔다.

“장 아우. 본각에 중요한 일이 생겨 합비로 가야겠소.”

노이칠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이 무슨 일이 있는 듯했다.

“나뿐만 아니라 상관 형도 가야 할 듯하오. 그래서 말인데….”

장무강은 노이칠의 말에서 장원을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포권을 하였다.

“덕분에 그동안 편히 쉬었습니다. 우리는 걱정 마시지요.”

“아니, 내 말은 떠나라는 게 아니네.”

노이칠이 손을 젓고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자네 일행이 우리와 함께 갔으면 하네. 안전은 내가 보장하겠네.”

노이칠은 장무강이 거절을 할까 봐 바로 말을 이었다.

“천무방이 호시탐탐 연 낭자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아우들이 천무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지만 부상에서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걸세.”

“지금까지 받은 도움도 과분합니다. 대정무각에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지요.”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이건 대정무각과 상관없는 나의 뜻이네.”

“함께 가게 된다면,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남경까지 갈 것이네.”

장무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일행과 상의해 보지요.”

“내일 바로 출발할 걸세.”

장무강은 연화심 등을 불렀다.

“우리끼리 가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잖습니까?”

심마백이 말했으나 장무강은 연화심의 의사를 물었다.

연성결이 연화심의 안위를 부탁하였으니 그녀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연화심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이미 대정무각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호의를 거절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연화심은 자신 때문에 산동삼호와 중랑이 몇 차례나 죽을 뻔하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대정무각에 의탁할 결심을 하였다.

“저는 노 각주를 따라 남경으로 갈 테니 세 분께서는 개의치 마시고 이제 갈 길을 가시지요.”

“그건 안 될 말이네. 나는 연 문주에게 낭자를 책임지고 복건까지 데려다주기로 약속했네.”

장무강이 말했다.

“당분간 대정무각과 함께 행동하기로 하지.”

장무강이 결론을 내리고 일어서려는데 연화심이 말했다.

“화천대에게 연락하여 합류하는 게 어떨까요?”

연화심은 화천대가 미끼가 되어 쫓기는 게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장무강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노 각주에게 말해 보지. 대정무각의 연락망이라면 화천대에게 서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군.”

***

삼도문의 대청.

지금은 천무방주 구연강의 집무실이 되었다.

구연강은 앞에 허리를 숙인 자를 내려다보았다.

“왕야께서 직접 전하라 하셨습니다.”

한왕부에서 온 사람은 상인으로 변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두 손에 서찰을 공손히 받쳐 들고 있었다.

한왕이면 현 황제의 이복동생이다. 왕부에서 온 전령이지만 천무방의 주인 구연강 앞에서 함부로 굴 수는 없었다.

옆에 있던 조개량이 대신 받아서 구연강에게 건넸다.

구연강이 서찰을 읽고 난 뒤 왕부의 전령에게 말했다.

“보름 후 찾아뵙겠다고 전해라.”

왕부의 전령이 고개를 숙이고 대청을 나갔다.

구연강이 서찰을 조개량에게 건넸다.

조개량이 서찰을 읽고 난 뒤 입을 열었다.

“드디어 한왕이 움직이는군요.”

지난여름 선황제가 변방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병으로 죽었다.

마흔여섯의 나이로 현 황제가 제위에 오른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 황제가 조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 거사를 벌일 모양입니다.”

“성공할 것 같은가?”

“알 수 없지요. 다만 한왕을 따르는 무리가 적지 않습니다.”

유약한 현 황제와 달리 한왕은 패도적이었다.

“손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거사가 실패하면 그 후환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조개량은 한왕과 손잡는 것에 반대를 해 왔다.

“또한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 말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흥! 그렇다면 내 손으로 직접 죽여 버리겠다.”

구연강의 말은 참으로 광오하였다. 하지만 조개량은 대놓고 반박할 수 없었다.

“백만 금군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게다가….”

조개량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도룡회와도 모종의 거래가 있는 듯합니다.”

“도룡회?”

“실은 도룡회가 한왕의 숨겨 둔 무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룡회는 오 년 전 산동지방의 민란 세력이 주축이 되어 세운 문파다.

농민들의 봉기로 시작한 민란이었는데 관군에 진압되자 몇몇 인사들이 도주하여 도룡회를 세웠다.

“불과 오 년 만에 천하사패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력자의 지원이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구연강이 곰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도룡회를 시키면 될 일인데 어찌하여 우리에게 부탁을 하는 거지?”

“그동안 방주께서 한왕과 불가근불가원의 입장을 취하셨잖습니까? 이번에 결단을 내리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태자를 잡으면 돌이킬 수 없으니 한배를 탄 셈이라는 뜻인가?”

한왕은 남경에서 탈주한 황태자를 잡아 달라고 하였다.

구연강은 조정의 세력이 강호에 간섭하는 게 못마땅했다.

“오랫동안 조정과 무림은 서로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깨뜨리려는 뜻은 결국 무림을 자신이 발아래 두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하시지요. 일단 합비까지 진출하는 겁니다. 강호에는 삼도문의 잔당을 쫓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됩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한왕은 동조한다고 여길 것입니다. 시간을 버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는 정국을 보고 결정을 하라는 뜻이다.

“으음.”

구연강이 곰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겠다. 무력대도 귀환한다. 대신 고수들을 내어 줄 테니 자네가 직접 합비로 가라.”

무력대를 동원하면 대정무각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구연강은 아직 대정무각과 부딪칠 생각이 없었다. 자칫하다가 도룡회에게 뒤통수를 맞는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구연강은 아들의 복수를 직접 못하는 게 한이지만 천하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와중에 복수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그놈 이름이 강소군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지금 어딨나?”

“합비로 가고 있습니다.”

구연강이 인상을 썼다.

“그놈은 거기서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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