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135화 (135/150)

# 135

무림이 존재하는 이유 (3)

돌발적으로 감행된 북평군의 도강 작전에 놀라 모두가 강변으로 몰려 접전 채비를 하고 있었고 궁수들조차 전면에 나섰던 터에 난데없이 배후에서 상상치도 못하게 기병들이 출현했던 것이니!

강을 사이에 둔 싸움이라 진압군들에게는 채비된 기병들도 많지 않았고, 더욱 큰 문제는 현재의 진영이 밀집된 진영이 아니라 산개된 진영이라는 점에 있었다.

북평군이 십 리에 걸쳐 강 저변에 길게 진을 구축하므로 대비해 똑같은 형세로 늘어서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십오만의 병력이라 해도 밀집해 큰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런 그들을 향해 기병들이 좌우와 중앙을 향해 집중해 급습을 가해 왔던 것이다.

“뭐냐? 뒤에 기병이다! 뒤에도 적이 나타났다!”

“배후에서 무슨……!”

“기마대! 말을 타라! 어서 놈들을 막아!”

“궁대! 화살을 퍼부어!”

진압군의 진영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삽시간에 엄청난 대혼란이 일어났다. 눈앞에 북평군들이 도강해 오고 있는데 뒤에서도 기병들이 질주해 와 어느 쪽에 신경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던 것!

“투창!”

“흐아아아아-!”

콰아아앗!

투투투투투투!

“으아아아악!”

“크아아!”

그때 눈 깜박할 사이에 치달려온 기병들의 어마어마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중앙과 양쪽 끝에 빗발치듯 한 장창 세례가 퍼부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치달리며 던져 내는 강력한 위력의 투창! 당연히 위력은 화살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순식간에 중군과 좌우군의 끝에서 아우성이 일어나며 하늘로 거꾸로 피 비가 퍼부어져 올라가며 한꺼번에 수백 명의 군병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헉! 이 일을,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진압군으로서는 거의 대책이 없다 할 일이었다. 워낙 불시에 당한 급습에 상대가 말을 타고 치달리며 배후를 치고 있어 보병으로서 따라붙을 수도 없었고, 강 쪽에는 또한 북평군이 닥쳐오고 있는 상태라 혼비백산, 아연하여 눈을 치켜뜬 채 당황할 뿐 대비책을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흩어져라! 어차피 너희들은 우리를 막아 낼 수 없다!”

“흐아아아아!”

콰차차창!

“으아아아악!”

“크아아아!”

특히 무시무시한 것은 중앙으로 치달려온 기병들의 기세였다. 좌우를 찌른 기병들은 일반의 기병이었으나 중앙을 치고 온 기병들은 말에 사슬 갑주까지 씌운 철갑 기병들이었다.

보병으로는 일반 기병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는데, 철갑까지 두른 기병이 닥쳐들었으니 그야말로 사신을 만난 격이다. 철갑 기병들은 들이닥치기 무섭게 그대로 묵중한 말로 진영을 짓밟으며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비교해 좌우 끝을 친 기병들은 늘어선 진압군을 따라 폭풍같이 치달리며 장창을 던지는 등 활을 쏘아 대고 있었고! 교란 전술이었다.

그러나 진압군들은 이조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도강과 함께 시작된 불시 기습에 정신없이 허둥대고 있었을 뿐.

“밀어붙여라!”

“와아아아아-!”

콰차차창-!

“으아아아악!”

“크아아악!”

“헉! 놈들이 기어코!”

그런 사이 결국 북평군도 강을 건넜다. 강 저변에 당도하기 무섭게 방패를 앞세우고 진압군들을 들이치기 시작했는데, 앞뒤로 적을 맞이해 일찌감치 혼이 달아나다시피 한 진압군들은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

“침착히 대응하라! 뒤의 놈들은 몇 되지 않는다! 북평군에 신경 쓰고! 기마대, 따르라!”

“와아아아!”

콰두두두두두!

허둥지둥 진압군 쪽의 기병들도 간신히 말을 탔다. 정신없이 치달려 습격해 온 기병들과 맞섰는데, 그러나 준비된 자와 준비하지 못한 자의 차이는 컸다.

“투창!”

“하아아!”

투투투투투!

“으아아아악!”

히히히힝!

소수라 해도 이십오만! 대군에 속한 기마대라 수효는 분명 급공을 가해 온 기병들보다 두세 배나 많은 병력이었지만 불시에 출격한 터라 제대로 전열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붙었는가 싶으면 바로 폭우를 방불케 하는 조직적인 장창의 폭우가 퍼부어져 머리 위를 뒤덮곤 했다.

“흩어져라!”

“흐아아아-!”

차차차차창!

“크아아아악!”

특히 철갑 기병들과 맞선 중군은 완전히 박살이 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들의 무위는 그중에서도 최강, 한결같이 일반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특히 수장인 인물들의 맹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선두에는 족히 육십 근이 나갈 듯한 어마어마한 대월도를 든 검은 갑옷의 장수가 벼락 치듯 눈을 번쩍이며 풍차처럼 엄청난 거병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얼마나 휘돌아 가는 속도와 위력이 웅장한지 완전히 광풍이 일어나는 듯하다.

일반의 장창이나 너덧 자 길이의 장검으로는 아예 가까이 가지도 못할 정도로서, 부딪쳤다 하면 창칼이 박살 나 튀어 오르는가 하면 말까지 양단되어 버릴 정도다.

갑옷이고 방패고 다 소용이 없었고 접근할 생각까지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놈!”

“하아아-!”

콰창!

“으아악!”

진압군에도 장수들이 있어 마찬가지로 쌍수도, 화극 등 거병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달려들어 봤지만 똑같이 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휘돌아 갈 때마다 웅웅대는 회오리바람까지 동반한 그의 대월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고, 육십 근에 달하는 거병을 헌 창 쓰듯 휘두르는 용력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상대도 똑같이 큰 힘을 지닌 장수들로서 보기에도 섬뜩한 거병들을 쓰고 있었지만 일거수일투족, 부딪쳤다 하면 똑같이 불꽃을 튀기며 병기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크아아압!”

퍽!

“크아아악!”

그런가 하면 어느 틈에 휘돌아져 온 대월도가 벼락같이 회전하며 바로 맞선 자의 사지를 동강 내고 있었고.

뿐만 아니라 그에게 보조를 맞춰 함께 진압군의 진영을 밟고 있는 나머지 수장들의 무위 역시 상상을 넘어섰다.

십여 명으로서 모두 장창을 쓰고 있었는데, 날이 두 자 반! 앞장서 휘젓고 있는 수장 정도의 거병은 아니었지만 역시 일반의 장창이 아니었고, 휘돌아 가거나 뻗어질 때마다 여지없이 진압군의 병력들은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다.

“모조리 섬멸시켜라!”

그런 사이 급기야 주체 역시 강을 건넜다.

천부적인 무골! 전생이 아니라 해도 완벽한 병정개미라 할 정도인 남자!

범선 규모의 운송선에 말까지 싣고 주능 등과 함께 강을 건너 내려서기 무섭게 또 시작했다.

“하아아아!”

콰차차창!

“크아아아!”

특유의 전투 기질로 여섯 자의 대장검을 폭풍처럼 휘두르며 또 전군에 앞장서 날뛰기 시작했던 것!

진압군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전함들이 기습당하면서, 불시에 시작된 도강과 함께 전개된 배후 공격, 삽시간에 이어진 상륙.

처음부터 혼이 달아나다시피 우왕좌왕, 어떻게 맞서야 할지 정신조차 없이 시작된 대회전에, 다시 돌이켜도 그들은 싸울 채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강물이 불어나 급류를 이룬 장마기에 멈추지 않고 퍼붓는 호우로 인해 설마 이런 악천후에 목숨을 걸고 도강할까, 방심하고 있었던 상태였고, 시간까지 자정이 넘어 파수를 보는 병력 외에는 대부분 막사에서 취침까지 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수군들을 믿고 있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 앞뒤에서 불시의 급공을 받았으니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싸울 채비를 갖출 여지가 없는 것이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접전의 특성을 보면 그들은 싸움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누군가의 책략에 휘말려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북평군이 진영을 늘어뜨리므로 함께 병력을 늘어뜨려 맞진을 쳤다는 것에서 이미 휘말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실수라 탓할 수는 없었다.

강을 건너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므로 상대의 동태에 맞춰 진을 쳐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함에의 습격과 함께 이루어진 도강에 기마대로 배후 공격을 가한 전략은 완벽했다. 시작부터 상대의 책략에 휘말린 대회전이었으나 피할 수도 휘말리지 않을 수도 없는 완벽한 입체 전략이 감행되었던 것이다.

시야가 가려지는 폭우 야반, 도강에 가장 화근이 되는 화포까지 무효화되는 것을 감안한 작전!

여기에 진압군들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소수라 해도 주체는 정병 중의 정병들을 이끌고 남하했지만 월등한 병력이라 해도 진압군 쪽은 급시 조달된 징병군이 반수가 넘는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청년들을 끌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중년에 이른 징병! 주체가 양주를 점령하자 급해진 조정은 노인들까지 강제로 끌어내어 갑옷을 입혀 장강 앞에 세웠는데, 이런 병력이 불시의 기습 공격을 당한 속에 백전을 치르고 남하해 온 강군을 감당해 낼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믿는 것은 백만 대군에 맞먹는 방어력을 지녔다는 장강과 수군, 병력의 수효였으나 모든 게 무효화된 기습을 당했으니 역시 버텨 낼 도리가 없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세 시진!

“퇴각하라! 진강鎭江 방벽까지 물러선다!”

“와아!”

콰두두두두두!

계속 억수 같은 호우가 퍼부어지는 속에 희미하게 날이 밝아질 즈음, 결국 진압군은 산산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진강성은 장강의 남쪽, 금릉을 둘러싼 목줄띠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벽이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주체는 그들이 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강을 넘어선 이상 너희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헛되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겠느냐!”

“진격!”

“와아!”

콰두두두두두!

밤새도록 접전을 치렀으나 진압군이 퇴각함과 함께 지체 없이 전군을 이끌고 진격하기 시작했고, 오래잖아 진강의 방벽 역시 맥없이 허물어졌다.

“비켜라!”

쾅-!

“으아아악!”

또 그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전함에의 습격에 이어 한순간 진압군의 배후를 들이쳐 삼 년이 넘게 끌어왔던 승패를 단번에 결정지은 기병들!

혼비백산한 진압군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퇴각하는 그들보다 한발 더 앞서 기동력을 앞세워 진강 방벽으로 치달려왔고, 도착하자 기이한 형세로 바로 방벽 위로 뛰어올랐다.

“이인교異人橋!”

“하아아합!”

지체 없이 말에서 뛰어내려 약속이라도 한 듯 오인일조로 목말을 탄 채 단숨에 방벽 위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진강 성벽에도 불상사는 어김없이 일어났다.

“왔다! 지원하라!”

“와아아아!”

“흡! 뭔가? 뒤에 또 적이다!”

많지는 않았으나 기병들이 들이닥치자 성벽 뒤에서 또 함성이 일어나며 폭우 속을 뚫고 창칼을 든 수천의 보병들이 치달려와 배후를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중의 매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진강 성벽 역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이었는데, 수효는 많지 않았으나 불행하게도 진강 방벽에는 이조차 막을 병력이 없었다. 대부분의 병력이 북평군의 도강을 막기 위해 장강에 집결해 있어 비워져 있다시피 한 상태였던 것이다.

“물러서라! 승부는 났다!”

“으아아!”

나타난 보병들의 무위도 어마어마했다. 사전에 계획을 맞춰 실력자들을 매복시켰던 눈치로, 월장을 시도한 기병들과 보조를 맞춰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자 퍼부어지는 창, 검영이 하늘을 가리는 듯하다.

소수의 수성군은 혼비백산하여 대책 없이 또 흩어졌고, 이렇게 되자 뒤늦게 피신해 온 병력 역시 집결할 곳을 잃었다.

등 뒤에 주체와 북평군이 밀려오고 있는데 응당 문을 열어 자신들을 맞아야 할 방벽의 성문들은 굳게 닫혀 있고, 위에는 오히려 적인 인물들이 눈을 번쩍이며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다시 모이고 말고 할 기회조차 없이 뿔뿔이 흩어져 또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사색死色!

“뭐가 어째? 연왕과 북평군이 밤사이 도강했다고? 진강까지 무너져?”

진강이 금릉의 목줄이라고 했듯 지척인 만큼 궁실에 소식이 전해진 것도 삽시간이었다.

“대체 뭐가 그리 쉽다는 말이냐! 장강까지 앞에 둔 이십오만의 수륙 양군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소린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눈앞을 가리는 한밤중의 폭우 속에 시작된 급공이라! 후방에 적이 있었습니다! 대비하지 못한 한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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