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도모圖謀 (5)
첫 공격을 간단히 피했듯 그는 또한 이 연결 수법까지 계산한 듯한 모습으로, 찰나 그의 손에서 곧바로 상상하기 어렵다 싶은 수법이 터져 나왔다.
조공爪功도 아니고 금나수도 아닌 듯한 기이한 수법!
첫 공격에 이어 질풍 같은 옆차기가 날아들었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슬쩍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젖혀 피하는 듯한 동작을 보이더니 원을 잡듯 하고 있던 우수를 뻗어 휘리릭! 그대로 날아든 추룡의 발목을 움켜잡아 낸 것이었다.
“흡……?”
그야말로 놀랄 경驚 자였다.
몽마에 도마까지 꺾어 내었던 추룡이 어이없게도 단 한 수만에 발목을 움켜잡히고 말았던 것!
당연히 추룡 역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명이 길 뿐, 그의 움직임은 실제 눈으로 헤아릴 수도 없을 만치 빠르다.
더욱이 그의 주먹과 발, 혹은 무릎이 싣고 있는 파괴력은 어떤가? 나무둥치까지 파여 들어갈 정도의 공력을 지닌 것이 그의 권각이었는데, 이런 모든 것이 다 무시된 채 노걸인은 간단한 한 수로 발목을 제압해 내었던 것!
뿐만 아니었다.
“핫!”
팍!
“앗……!”
노걸인은 계속해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움직임을 보여 줬는데, 발목을 움켜잡았다 싶은 순간 그는 몸을 앞으로 휙, 밀고 가며 탁! 또한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추룡의 오른 발목까지 걸어 낸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노걸인의 움직임이었다. 추룡의 공격은 빛살이었으나 그의 동작들은 결코 그리 빠르거나 한 것이 아니었는데, 수법을 시전할 때 보였던 그대로 물결이 흐르듯 유연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들로서 모두가 눈에 보일 정도의 움직임이라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추룡은 꼼짝 못하고 당하게 된 것으로, 한 발을 잡힌 아래 오른 발목까지 차였으니 상태가 어찌 되었겠는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듯 몸이 허공에 떴다.
“헙!”
찰나 노걸인의 신형이 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더불어 움켜잡은 추룡의 왼발을 어깨 위로 끌어당기듯 하며 후웅! 그의 몸을 허수아비처럼 허공으로 휘둘러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전날 춘추대회에서 추룡도 유곡을 비무대 위에 메다꽂은 적이 있지만 이쯤 되면 이것은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공력이라고 봐야 한다. 마치 전신에 무한의 힘을 지닌 듯.
그러면서도 추룡의 발목은 여전히 그의 손안에 있었다. 메다꽂으면서도 발목을 놓지 않았던 것!
“하아아압!”
그러나 추룡 역시 만만하게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일반 같으면 거의 정신조차 없을 일이지만 떨어지는 순간 독망교신毒?交身, 파악! 어느새 허리를 틀어 몸의 중심을 측면으로 비틀며 오른손과 팔로 바닥을 짚는 낙법을 구사해 충격을 완화시켰고, 찰나 또다시 재공격에 들어가고 있었다.
“하-!”
메다꽂으면서도 잡은 발목을 놓지 않았다 했듯 노걸인의 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흡사 쇠갈고리가 발목을 조이는 것 같아 빼낼 생각조차 접고, 거꾸로 자신의 무릎을 접으며 쉬익, 왼발을 아래에서 위로 휘돌려 번개같이 발목을 잡은 노걸인의 오른팔을 휘감아 간 것이었다.
일종의 금나수 같은 것! 뱀처럼 휘어 감는 수법을 손이 아닌 발과 다리로 시도해 내었던 것!
“오!”
뜻밖이라는 듯 노걸인의 입에서도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실제 추룡의 이런 반응은 천하를 다 뒤져도 보기 어려울 정도의 것이었는데, 저 큰 덩치가, 그대로 뱀처럼 몸이 유연하기 전에는 결코 해낼 수 있는 동작들이 아니었다.
또한 그만치 큰 의외성 역시 지니고 있는 수법이기도 하다.
대개가 발목을 앗긴 채 낙법을 전개했으면, 다음 수법으로 하체 공격을 가해 오거나 팔을 찰 것이었는데, 전혀 다르게 그가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접으며 남은 발로 팔을 휘감아 온 것이다.
이쯤 되면 노걸인으로서도 일단 발목을 놓을 수밖에 없다.
떨어짐과 함께 하나처럼 연결된 수법이라 다른 대처법이 없었던 것이다.
파아앗!
찰나 추룡의 신형이 다시 번뜩였다.
잡혔던 발목이 자유로워지자 차륜맹전, 훙! 훙! 훙! 마차 바퀴가 돌듯 번개같이 몸을 곤두박질해 오 장 밖으로 물러난 것이었다.
“하아아압!”
더불어 다시 전진도 시작되었다. 곤두박질쳐 물러섬과 함께 중심이 잡혔다 싶자 바로 발끝으로 땅을 밀며 빛살같이 재차 노걸인의 앞으로 닥쳐 간 것이다.
한데 이때부터 추룡의 움직임도 또 달라졌다.
시작에 노걸인에게로 다가간 움직임은 다리를 벌리고 반걸음을 움직인 권법의 보법 그대로! 하나, 재차 다가간 움직임은 극히 드물다 싶은 보법으로서 앞뒤의 발을 주먹 한 개의 간격으로 두고 극히 짧게 끊듯이 팍팍팍 움직이는 보법이었던 것이다.
그가 검을 쓸 때에 보이곤 하는 보법이었다.
칼은 들지 않았으나 군위검의 보법이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정말 좋군!”
찰나 노걸인의 눈에 번뜩 기광이 뿜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큰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짧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워낙 빨라 일반으로서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다소 기괴하다 싶은 이 보법의 빼어난 점을 단숨에 찾아낸 것 같았다.
정명, 벽허 등은 이 보법을 보지 못했다. 워낙 순간적이기도 했지만 발놀림보다 몸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걸인이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제 추룡이 전개하는 이 보법의 묘수는 멈칫거리는 것에 있었다.
다시 말해 이 보법은 주먹 한 개 사이로 앞뒤 발을 두고 왼발을 한 자 정도로 짧게 떼면서 오른발을 계속 붙이듯 하여 나아가는 것으로, 느리게 보면 이 걸음은 절름발과 같았다.
양발을 다 앞으로 내딛지 않으므로 멈칫멈칫 끊어지는 듯 부자유해 보이는 그런 보법인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조화가 있었다. 양발을 움직여 단숨에 밀고 가는 게 아니고, 순간순간 몸을 정지시키며 끊어 전진해 나감으로 어떤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양발을 움직여 한 번에 전진해 나갈 경우에는 속도는 빠르지만 상대로부터 예기치 못한 공격이나 암습 같은 것이 퍼부어질 때 절대 쉽게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있었다.
단숨에 나아가려 한 만큼 크게 몸을 젖히거나 하여 중심이 허물어질 수 있었다. 급히 나가는 만큼 멈추기도 어렵다.
그러나 끊으며 밀고 나가는 이 보법은 그런 위험도가 없다. 전진해 나가면서도 언제든 정지할 수 있고, 물러설 수도 있으며 도약까지 가능한 보법이었다. 기습, 변수, 암기, 모든 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는 얼마만큼 능숙하게 체득해 안정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할 뿐!
입증이라도 하듯 노걸인은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오 장 거리에서 빛살 같은 속도로 다가갔으므로 큰 동작을 했다면 즉각 허를 발견해 공세를 감행했을 것이지만, 틈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달리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어떤 기세를 읽고 후우웅, 양팔을 크게 휘저어 다시 태극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추룡 역시 어느새 본능으로 그를 읽고 있었다.
우선 노걸인의 정체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가 자신이 생각해 낸 사람임에 분명하다는 점! 또한 그가 전개하는 수법이 분명 귀가 따갑도록 자신이 들어 왔던 어떤 절기임에 분명하다는 것 등이었다.
그렇다면 함부로 각법을 전개해서는 안 되었다. 시작하자 바로 발목을 움켜잡히는 위험에 봉착했듯 퇴법이나 각법은 자체가 움직임이 크다.
반면 노걸인은 유연의 극치라 할 정도의 정중동靜中動의 술수로 느린 듯 번개같이 빠르고 짧은 수법을 구사하고 있고.
어쩌면 이 또한 군위검의 수법과도 유사했다.
지금껏 그래 왔지만 군위검이 바로 정지된 듯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하게, 한순간에 적의 허를 찾아 제압해 내는 수법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절대 큰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하아아압!”
“터-!”
펑! 펑! 펑! 펑! 펑!
더불어 이때부터 바로 장내에는 둔탁하면서도 격한 격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본능을 행동으로 옮겨 접근해 간 추룡이 각법을 포기, 번개같이 권장을 날려 검을 쓰듯 강력하고 짧게 노걸인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방어세처럼 양손을 휘저어 태극의 원을 그리던 노걸인이 또한 대응하여 번개같이 양손을 놀려 공격을 차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노걸인으로서도 처음이었다.
젊어 한때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경지에 오른 후부터는 한 번도 누군가가 치고 들어올 때 태극 방어세를 취한 적이 없었던 것!
가죽 북이 터지듯 한 격돌음이 터지는 것은 두 사람이 모두 권장에 진력을 실어 공방을 주고받음으로 내기가 격돌하기 때문이었다. 실로 보기 드문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단순히 주먹을 날리고 막아 내곤 하는 것만도 아니었다. 추룡의 주먹이 날아들면 노걸인은 짧게 손을 휘둘러 방어를 하면서도 순간순간 절묘하게 손목을 비틀어 팔을 움켜잡곤 했는데, 그 움직임은 뼈가 없는 연체동물과 같았으며 실제로 여기에 추룡은 몇 번이고 팔목을 움켜잡히기도 했다.
“하압!”
파파팍!
하지만 그럴 때마다 추룡 또한 전에 없었던 절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직으로 주먹을 날려 공격을 하다가도 팔목이 잡혔다 싶으면 마찬가지로 바로 권에서 장으로 수법을 바꿔 절묘하게 손목을 비틀어 더러는 뱀이 머리를 비트는 것처럼 함께 노걸인의 팔을 휘감아 움켜잡았고, 더러는 손을 쇠갈고리같이 하여 노걸인의 목을 움켜잡아 가는 등 가슴의 요혈을 찍어 가기도 했다.
검법도 권법도 아닌 도수刀手와 조공爪功으로 맞대응해 간 것이다.
각법도 함께 구사되고 있었다. 처음처럼 큰 동작은 없었지만 짧은 거리에서, 서로의 양손이 얽혀질 때마다 번개 같은 무릎 공격과 발목을 끊어 차는 각법이 구사되면서 뼈와 뼈가 부딪치고 있었던 것!
이런 추룡의 움직임에 칭찬을 지나 결국 노걸인도 크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
“사형도수蛇形刀手, 용형조수龍形爪手! 설마 나한권까지 습득하고 있었던가?”
바로 그러했다.
나한권!
알려져 있듯 지금껏 전개한 추룡의 남평격권은 직에서 직으로 뻗치는 힘의 권법으로서 금나수라 할 게 없었던 터다.
그러므로 이 수법은……! 급기야 그의 손에서 저 유명한 소림의 달마권이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권연기, 호권연골, 용권연신, 표권연력, 학권연정!
정명들과의 인연으로 청림에서 배운 바로 그 전설의 수법들! 소림 백아홉 번째의 아라한이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하지만 추룡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비장秘藏하고 있었다 할 정도의 수법까지 전개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 만큼 지닌바 최대의 공력과 집중력을 응집시켜 노걸인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으로서, 그만치 노걸인의 무예가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펑! 펑! 끊임없이 퍼부어져 들어오는 추룡의 공격을 차단하고 휘감아 가면서도 보이는 대로, 놀라는 대로 말을 하고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었던 것!
입증이라도 하듯 논무 역시 곧 끝이 났다.
“연이 닿아…… 우연히 소림의 사형들을 만남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벼락같이 손발을 번뜩이며 공격과 방어를 하며 추룡이 간신히 노걸인의 말에 대답했을 때!
“연이 있어 만났으되 강强과 유柔를 다 가졌으니 노개老�가 줄 것이 없어 안타깝구나!”
“흡……?”
돌연 노걸인은 탄식하듯 한마디와 함께 휘익, 절묘하게 손을 휘저어 다시 번개같이 질러 온 추룡의 팔목을 휘어잡았다.
뿐만 아니라 그 찰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으로 추룡을 앞으로 끌어들이며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또다시 어쩔 도리도 없이 후웅! 완벽하게 저 큰 덩치를 짚단처럼 가볍게 칠팔 장이나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공력을 높여 살수殺手를 썼다면 오래전에 승부는 끝났을 것이되 적당히 하여 다만 술수를 가르치고 있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감안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추룡 역시 배우는 자세로서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을 뿐, 노걸인을 이겨 보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일찌감치 없었다.
던져진 채 훙훙, 허공에서 신형을 휘돌려 중심을 잡으며 깃털처럼 칠 장여 밖에 내려서며 바로 포권을 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