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최악의 사건 (3)
“예나 저나 한꺼번에 몰아서 묻는 습관은 여전하군! 그럼 나도 몰아서 대답하겠네. 우선 안사람, 그대로 잘 지내네. 세월이 비켜 가기야 하겠나만 젊은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네. 출산이 없어서 여전히 아이는 하나일세. 추룡이라고, 해가 넘어갔으니 이제 스물둘이 되었네. 찾아온 까닭은 녀석으로 인해 모처럼 나들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일세. 자네들이 보고 싶더군. 형주에 들러 해흥까지 만나고 왔네.”
벙글벙글 웃으며 석천중은 한꺼번에 말을 했다.
“헛헛……! 정말 반갑군! 제수님께서도 무탈하시다니 우선 기쁘네! 밤낮 없이 아무 때나 밀고 들어가도 싫은 기색 한번 비치지 않고 술상을 봐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개봉부 최고의 미인으로 소문이 자자하기도 하셨지!”
“옥 매가 말인가?”
“자네야 뭐, 늘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지만. 출산이 없으셨다는 것은 조금 유감인 것 같아. 아들 두엇에 딸 두엇 정도 더 두었어야 좋았을 것인데 말일세!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아들도 잘 성장한 것 같아 기쁘네. 그로 인해 나까지 보러 왔다니 더 기쁘고! 출사出仕는 하였나?”
숨김없이 기뻐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터라 막여사 역시 싱글벙글 웃었다.
“출사는 무슨. 촌아이로 자랐는데. 묻지만 말고 자네 이야기도 좀 해 보게. 제수님 편안하시지? 이남 일녀를 둔 것으로 아는데 역시 잘 자랐고?”
석천중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자랐네. 두 녀석은 여기서 일하고 있고, 맏이라 딸은 혼인을 했어. 하지만 이태 전에 내자는 가슴에 묻었네. 원래 몸이 허약하지 않았던가.”
“저런……!”
비로소 막여사는 친구에게 불행이 있었음을 알았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허약하시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순문도 해흥도 말하지 않더군.”
“무슨 좋은 일이라고.”
석천중은 껄껄 웃었다.
“그리고 나야 뭐, 계속 이 모양으로 살고 있네. 아귀다툼 하는 정변 속에서 지겹도록 피비린내를 맡으며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는 걸세. 일찍 하야한 자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권력이란 게 뭔지 한번 올라타고 나니 호랑이 등이나 같더군. 휘말리고 나니 사방에서 죽이겠노라 설칠 놈들이 많아서 물러나지도 못하는 꼬락서닐세.”
돌 같은 표정의 위관 하나가 차를 가져왔고, 막여사는 빙그레 웃으며 입술을 축였다.
“역시 해흥이나 순문과는 다른 것 같군. 다들 좋은 친구들일세만 소탈하지가 못해. 똑같이 반가워해도 기뻐하는 모습이나 속내를 보이는 모습도 완전히 달라. 이런 자네가 늘 마음에 좋네.”
석천중 역시 그대로 빙긋이 웃었다.
“십인십색 아니겠나. 한데 아들 때문에 나들이를 나왔다면? 말로는 촌아이로 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쩐 일인가?”
막여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덤 속으로 가져가기 아까워 사실은 무예를 가르쳤네. 녀석도 수련하기를 좋아하는 성격 같아서. 지난 초에 개봉으로 가서 무관 시험을 보겠노라 하더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러라고 했네.”
이채를 떠올리더니 석천중이 크게 웃었다.
“헛헛……! 마음먹고 가르친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굉장하겠군? 워낙 아낌없이 퍼 주는 사람이 자네라 덕분에 우리도 많이 배웠네만 천하제일검의 계보를 잇는 강자가 다시 개봉부에 등장한 것인가?”
막여사도 아낌없이 나눠 주는 성격. 부전자전이라고, 아무래도 추룡이 그를 닮은 것 같았다.
막여사는 거듭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재질이 일천해서 그렇지 못하네. 어쨌거나 그래서 떠났는데, 직후 순문이 찾아왔더군.”
멈칫, 석천중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남평으로 말인가?”
“그랬어. 복권復權의 기회가 생겨 온 것 같던데,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들었네. 또 만만찮은 바람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우려가 되어 찾아 나섰던 걸세. 대리사도 돌풍이 일어나면 피해 가지는 못할 것이니. 한데 사고가 생겨 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휘주에 있는 것 같더군. 마음을 놓고 보니 자네들이 생각났네. 내친김에 보고 가자 생각해서 온 것일세.”
“그 친구 미쳤군.”
석천중은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 하야했던 것인지 모르지 않으면서 또 정변政變 속에 끌어들이려 하다니. 욕심이 너무 많은 게 흠이야. 그만큼 피를 흘렸으면 됐지, 신물도 안 나나……!”
“뭘.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 우정으로 찾아와 준 것이겠지. 잊지 않아 줘서 고맙다는 마음만 들더군. 자네를 만나 본 후 녀석과 함께 돌아갈 작정으로 온 것일세.”
“잘 와 줬네. 그냥 갔다면 크게 서운했을 걸세.”
석천중은 미소와 함께 친구의 모습 그대로 사적인 쪽으로 다시 말문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미루고 있었을 뿐, 나도 자네를 한번 찾아가려 했었네. 나이가 드니 그저 쉬고 싶고, 친구 생각밖에 나지 않더군. 아이가 혼인은 했나? 손자는?”
막여사도 거듭 미소 지었다.
“아직일세. 하지만 곧 보게 될 거야. 나온 참에 좋은 처녀를 만난 것 같던데, 정혼까지 해 두고 왔네. 명년 가을쯤 혼인을 시키려고.”
석천중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녀석이 모두 혼인해서 난 이미 손자가 셋일세. 어떤 집안의 규수인가?”
막여사는 허심탄회하게 대답했다.
“평범한 처녀이길 원했는데 상당한 명문이더군. 탕음 악씨 집안의 여식일세. 휘주 향용 태두의 둘째 딸을 알게 되었더군.”
순간이었다.
“악불비?”
석천중의 얼굴에 한 번 더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설마 자네, 악충보의 여식을 말하는 것인가?”
막여사는 다소 의아한 빛을 떠올렸다. 악충보를 아는 듯한 눈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악불비가 유명하다 해도 관심이 없으면 이 정도일 수 없다.
“맞지만 왜 그러나? 악충보를 알고 있는 것인가?”
“당연히 알아.”
석천중은 긴장된 표정이 되었다.
“사실이라면 말하기가 좀 난처한데, 그 처녀, 틀림없이 좋은 규수일 것이라고 보네. 하지만 아무래도 혼처가 좋지 않은 것 같군. 악보가 주시받고 있거든.”
흠칫! 이번에는 막여사의 얼굴에 적잖게 놀라는 기색이 떠올랐다.
“설마 자네들에게 말인가? 조정과 무관한 향용이 어째서 그렇다는 소린가?”
예삿일이 아니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무소불위의 기관 금의위! 말을 바꿔 하고 있을 뿐 주시란 감시를 뜻하는 것이었다.
석천중의 표정이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모르고 있는 것 같군. 이야기하자면 길어지는데, 악불비가 번왕파藩王派기 때문일세. 더 정확히 사위인 장신이 북평 연왕부의 내전시위네. 연왕의 심복 중 하나지. 연왕은 이십사 번왕 중에서도 가장 요주의 인물이고. 막강한 군력을 북평에 두고 있을뿐더러 대신들의 눈 밖에 한참 벗어나 있네. 세상이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특히 휘주는 금릉의 턱밑이라서 다들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네. 여차하면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거든.”
“그런……?”
막여사는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런 막여사를 보며 석천중은 애매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순문을 피한다고 한 자네가 반대쪽 사람들과 사돈이 되게 된 것일세. 사실이 알려지면 크게 오해를 받기 쉬워. 그 혼처…… 아무래도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
그야말로 뜻밖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실제 석천중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는데, 한발 앞서 알려진바 장신은 분명히 북평왕부의 내전시위인 인물이었다. 또한 북평왕부의 거물들이라는 도연, 마삼보 등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고.
한데 그가 금의위의 눈에 벗어난 인물이라면.
분명히 악충보 역시 그들의 눈에 달가울 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정쟁을 피해 이순문을 거절한 막여사가 엉뚱하게도 반대쪽의 사람들과 친분을 지니고 사돈까지 맺은 듯한 괴변이 빚어졌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악보는 권력과 무관하게 지내는 것 같았는데.”
이순문을 만났을 때 이상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천중은 거듭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글쎄, 다시 말해도 악불비는 왕부와 무관할 수 있어. 하지만 사위가 연왕의 내전시위이니, 정쟁政爭에 휩쓸리면 그라고 손 놓고 보고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는 걸세. 알겠지만 도위부가 가진 철칙이 뭔가. 화근의 소지는 뿌리까지 캐낸다가 아닌가? 다시 말해도 단단히 오해를 살 일이 되는 걸세. 정말 좋지가 않아.”
확실히 좋지 않았다.
정쟁에 휘말려 패한 인물들의 삼족三族이 능지처참되는 것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었다.
삼족이란 문제의 중심이 되는 본인 쪽, 부계의 일가, 외척인 처의 일가, 자식들 및 사돈의 일가를 말한다. 장신이 정쟁에 휘말려 역적이 되면 악불비는 물론 악용, 악완소, 악벽강까지 다 죽게 되는데 아무리 속 좋은 악불비라 해도 자식들을 모두 죽게 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막여사의 경우 역시 문제가 작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순문의 제의를 거부하고 반대 세력으로 비치는 악충보와 사돈이 되기로 한 꼴이니 일이 생겼다 하면 화를 피해 나가기 어려웠다.
막여사의 눈에 또 질척거리며 흐르는 검붉은 선혈이 보였다.
“기우일세! 어쩌다 일이 이렇게 얽혔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야. 자네들과 맞서자고 악보와 사돈이 된 게 아닐세. 지독한 우연이 만들어 낸 상황일세.”
사실이었지만 석천중은 크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믿네. 그대로 기우가 빚어 낸 촌극 같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일이 터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악충보에서 아들을 끌어내라는 이야기만 해 줄 수 있을 정도지. 시간이 많지 않아.”
“터무니없는!”
막여사는 또다시 가슴이 타 버리는 듯 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상상도 못 했던 문제가 불거진 것이었다.
“하-!”
콰두두두두두……!
하지만 이런 사실은 알 바 없이 추룡은 다시 치달리기 시작했다. 불이 붙는 듯 휘날리는 붉은 갈기!
원행을 떠남으로 적낭자를 탔다.
장신이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다니 무슨 영문인지 알아봐야 하는 만큼 잠행을 해야 했으므로 평소 입던 남삼을 입었고, 악충보를 나오자 곧 둔촌으로 달려가 적낭자를 탄 것이었다.
변함없이 그 모습은 멋졌다. 탁월하다 싶을 정도로 훌륭한 체형을 지닌 적낭자는 유연하게 긴 목을 흔들며 바람같이 말굽을 내달았고, 타고 있는 그는 그대로 홍안의 미청년이다.
네 척 반의 장검을 두른 채 바람막이 피풍을 휘날리며 질풍같이 설원을 질주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해 보이는 것이었다.
옆에는 다시 악벽강이 있었다.
여인이라도 염왕녀라 불릴 정도로 올곧고 강인하며 아름다운 그녀.
한동안 조신한 모습으로 지냈던 터였으나 악벽강 역시 다시 경장을 입었다. 짙은 적색 경장에 추룡에 맞춘 남색 덧옷. 그러나 전처럼 남자같이 모습을 바꾸지는 않았다.
먼 길을 가는 만큼 간편한 차림은 불가피했지만 가슴을 동여 묶거나 하지 않았고, 여인의 모습 그대로 단정하게 올린 머릿결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추룡과 나란히 치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씩씩해 보일 뿐만 아니라 역시 잘 어울린다.
모래알같이 많은 게 강호의 여걸女傑이라 하지만 이 정도의 기상을 지닌 처녀는 드물다.
비록 원했던 친구의 혼인식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좋지 않은 일로 갑작스럽게 북평으로 향하게 되었지만 두 사람 모두 초조해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북평이 가깝지도 않고, 벌써부터 초조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그대로 산과 물이었다.
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다!
함께 있으므로 빛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을 번쩍이기 시작한 또 하나의 패거리.
“다들 나 좀 봐.”
전소는 다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알아봤는데, 문제가 아주 심상치 않아. 막 형이 북평으로 간 것은 장 시위님의 일 때문이기 쉬워. 보주님의 집안일이라 했는데, 장 시위님은 보주의 사위이셔. 북평왕부의 내전시위로 재임하고 계시고.”
언제나 지혜로운 그.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점심 무렵, 북평 쪽에서 뭔가 기별을 담은 전서구가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직후 소저께서 막 형을 청하셨어. 그리고 막 형은 북평으로 가야 한다고 했고. 필경 장 시위님의 신상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거야. 십중팔구 정적政敵과 부딪친 것이라 봐야 하지. 관료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니까.”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경우, 막 형이 장 시위님을 도와 싸우게 된다면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어. 실력이야 최고지만 북평이란 곳이 만만한 곳이 아니고, 권문세족들의 힘은 개인이 맞설 정도의 것이 아니지. 이대로 보고 있어야 하나?”
친구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그러면?”
전소는 거듭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북평으로 가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모두의 얼굴에 크게 흠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간들 힘이 있어야지? 말 그대로 북평왕부는 실로 만만한 곳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와호장룡臥虎藏龍인 곳이라는 소문이 천하를 진동시키잖아?”
와호장룡.
“더욱이 전소 넌 삼월에 혼인이야. 북평으로 가면 죽어도 삼월까지 올 수 없을 건데 날까지 잡아 둔 혼인은 어쩌고?”
하지만 전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늦추면 돼. 조금 늦는다고 완 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막 형이 빠진 상태에서 식을 올리고 싶지도 않아. 날짜가 눈앞이라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막 형의 안위가 더 중요해. 없는 힘이라도 보태야지. 없으니 더 보태야 하기도 하고.”
언제나 말이 없는 통나무 문대위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 막 형으로 인해 좋은 날을 맞이했지. 막 형이 없었다면 보나 마나 바닥에서 헤매고 있었을 거고. 북평행, 지지해.”
장청, 송민, 허원소, 정백하, 조태형 역시 눈을 번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서, 막 형이 좋네. 그런 친구는 세상을 다 뒤져도 찾기 힘들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만사 제치고 달려올 친구일세. 모른다면 모르되 알고서도 혼자 어려움을 겪게 할 수는 없을 것 같군.”
임백호가 두말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날 준비하지! 전 형은 휴가 신청해 보게. 기간이 기니 단주님 통해야 할 거야. 난 필요 없네. 이대로 그만둬도 상관없으니까.”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숙사 쪽으로 갔다.
“친구가 더 중요하지, 암! 중요하고말고.”
곽영을 비롯해 나머지 친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변함없이 빛을 발하는 의리와 우정.
이래서 젊음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세상이라지만 의리와 신념으로서 득실을 가리지 않는 젊음은 언제나 탁한 세상을 정화시켰다.
무슨 일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친구가 험한 곳에’ 하는 하나만으로도 언제나 자리를 털고 일어설 줄 아는 게 젊음이므로.
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이 돌아가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물이 감아 도는구나!
휘주의 소슬바람이 북평으로 옮겨 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와호장룡.
그렇게 불리는 장성長城이 있는 국경으로.
“하-!”
두두두두두……!
그로부터 두 시진.
장엄한 둔계의 눈 덮인 계곡을 진동시키며 또 한 무리의 젊은 무사들이 말굽에서 불꽃을 튀기며 북北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풍운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장신 한 사람의 일 같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일찍부터 도처에서 비쳤던 심상찮은 조짐들, 마침내 그것이 윤곽을 드러내며 한 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