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최악의 사건 (2)
단시일에 동급 단주들 중 최강으로 떠오른 것으로 어느 부서든 향주가 퇴임해 자리가 비면 바로 그 자리를 꿰찰 정도가 된 것이었다.
삼 내단의 선참들 역시 그러했다. 일반 무사인 그들이었지만 몽마를 잡으면서 특진이 이루어져 모두 일 계급이 올랐고, 이번 일로 또 계급이 특진해 삼 내단에는 현재 친구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호 무사도 없었다.
특과답다고 봐야 할지 모두 오장이 되었고, 오동주같이 한발 앞서 오장이 된 인물은 호소가 더 올라 부단주가 된 상태였다.
묘한 일이었지만 살다 보면 이런 행운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어쨌건 그래서 견습이 끝남과 함께 일단 이호, 혹은 삼호 무사가 되는 것이었다.
계급이 오르므로 녹봉도 함께 올라간다. 수련 문인일 때는 오십 전, 견습 무사일 때는 칠십 전, 견습이 끝남과 함께 한 냥의 녹봉을 받는 것이었다. 삼호인 만큼 친구들은 한 냥 반의 녹봉이 내려졌다.
근무시간과 신변의 자유에도 큰 영향이 있었다. 수련 문인 때나 견습 중에는 근무가 끝나도 함부로 외출 외박을 할 수 없지만 야근이 없는 이상 정규 무사가 되면 자유롭게 외출이 허용되었다.
정확히 근무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선참들이 그러하듯 출퇴근을 할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가 모두에게 동일했고, 내당 근속이 확정된 친구들에게는 더 많은 편안함이 주어지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내당에 편입된 무사들은 늘 지역을 순회하며 경계하는 외당에 비해 상당히 편한 점이 있었는데, 큰 문제가 생겨 지원 나갈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루 내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내직이었다.
그러나 견습 기간 중에는 외당에 편입된 사람들보다 더 힘이 들었는데, 내당의 업무도 배워야 하고 외당의 일까지 알아 둬야 했으므로 쉴 새 없이 내외당의 선참들을 쫓아다녀야 한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견습 기간이 끝난 지금 마침내 친구들에게는 그런 열외의 일들이 모두 사라졌다.
견습 기간이 끝난 만큼 원래대로라면 근무할 부서를 배정받아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취사반만큼은!’ 하고 임백호가 우려한 적도 있었지만 전에 없던 특과가 생기고 내삼단 전체가 여기에 속하게 되었으므로 이렇다 할 일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아니, 하긴 했는데 무예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과라 한 만큼 자고 나면 수련, 먹고 나면 또 수련, 근무시간이 모두 수련으로 일관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다른 일이 더 있다면 비상이 걸려 지원 나갈 경우일 뿐. 분명히 견습 기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춘추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한자방과 신학철까지 덩달아 좋아져 있었다.
“하하……! 향용인 만큼 사고가 생기면 출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과가 좋긴 좋군. 수련만 하고 있어도 척척 녹봉이 나오니. 남들은 돈 내고도 배우는 무예인데 녹봉까지 받으며 실력을 키우니 이야말로 완전히 노가 난 것이 아닌가?”
삼 내단만 특과로 하면 의혹을 가지리라 믿어 외당의 대표로 편입시킨 그들.
분명히 노가 났다고 봐야 하는 것으로, 두 사람 역시 삼호 무사가 되어 있었다.
“한데 계급에 있어서는 문제가 좀 있어 보이네. 전 형 등은 몽마를 잡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고, 춘추대회에서도 단체전과 개인전에 모두 출전해 우승을 이끄는 등, 보의 명예를 높였을 뿐 아니라 산적 토벌에까지 공을 세웠잖은가? 그런데 삼호라니? 같은 계급을 달고 있기에는 우리가 너무 미안한걸.”
사실 그런 뭔가가 있었다. 한자방과 신학철이 삼호가 된 까닭은 춘추대회에 출전해 보의 명예를 올렸기에 특진이 된 것인데, 실제로 친구들이 세운 공은 두 사람과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사실은 친구들로 인한 것이었으며, 단체전에까지 출전해 우승하는 등, 몽마와 산적 토벌까지 해냈으니 그들이 삼호라면 친구들은 오장 계급을 달아야 할 정도인 것이다.
그래도 뭐, 친구들은 불만이 없었다.
“뭘. 우리들 역시 한 게 뭐 있다고. 단주님들의 뒤만 따라다닌 것인데. 특과에 삼호 계급만 해도 분에 넘친다고 봐. 오히려 같은 계급이라 좋은 것 같아. 사실 우린 동기인데, 혼자서만 올라가면 위화감이 생기지 않겠나.”
위화감뿐 아니라 온갖 불협화음이 다 생길 수도 있었다. 한 지역의 친구들이 모두 내당, 같은 단에 특과라는 하나만 해도 그런 것이었다.
세운 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진급까지 급속도로 이루어져 버리면 다른 동기나 앞서 입문한 상급자들로서는 근무할 의욕조차 나지 않을 수 있었고, 편애라는 말이 나돌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나마 이 정도니 진급이 박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만 보면 정말 성격들이 좋은 것 같아. 진급이 허용되지 않는 기간에 세운 공이라 상당수가 무효화된 것 같은데, 그래도 감안하고 있을 걸세. 느낌이 틀리지 않는다면 자네들 진급은 틀림없이 초읽기야. 오래잖아 사호 이상 오장이 될 것이라 믿네.”
하지만 뭐, 그래도 친구들은 신경 쓰지 않고 웃기만 했다.
“상관없네. 입문한 지 팔 개월에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인데. 갈 길이 멀잖아. 벌써부터 오장씩이나 되는 계급을 달면 십 년쯤 후에는 어쩌라고? 보주님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까?”
“하하하! 딴은 그렇기도 하군! 그 여유 정말 부럽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틀리지도 않는 게 입문한 지 팔 개월에 오장 계급을 달면 수년 후에는 더 올라갈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째려보며 추룡에게도 한마디 했다.
“보다, 막 형에게 섭섭해. 적당들을 치러 가면서 왜 연락하지 않았나? 변변찮은 실력이긴 하지만 알았다면 무조건 같이 갔을 텐데. 출발한 다음에야 사실을 알았네. 이러기 있긴가?”
이래도 저래도 추룡은 그냥 싱글벙글 웃었다.
“미안하네. 하지만 상황이 좀 그랬었어. 도착해 보니 참상이 벌어져 있는데, 피가 확 쏠리더군. 깊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추적해야겠다 싶었네. 홧김에 간한 일이 승인된 것인데 곽 형의 아버님만 믿고 무작정 북협으로 들어섰던 걸세. 운이 좋아 성공한 거지, 그나마 아무것도 안 될 뻔하기도 했네.”
한자방은 쩍쩍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같은 특과에 춘추대회까지 함께 나간 사이인데……! 뒤늦게 이야기 듣고 얼마나 서운했는지 몰라.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무조건 좀 불러 주게. 이상하게 자네와 도모하는 일이라면 뭐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 실제 자네가 나서서 되지 않은 일도 없는 것 같고 말일세.”
“운이 좋았을 뿐이라니까? 상황이 바뀌어 놈들을 잡지도 못한 채 사람들만 다쳤을 경우라면 어찌 되었겠나. 욕이란 욕은 모두 먹고 속만 상했을 것인데. 어쨌건 그렇게 생각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다음에는 함께 움직이세나.”
한자방과 신학철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분명히 이야기했네. 무조건 함께 움직이세! 죽어도 자넬 욕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약속하지.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겠네.”
추룡은 대충 대답했다. 화촌의 일로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어느새 또 일월, 전소의 혼인식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두 달이었다. 악충보에 있을 기간이 두 달이라는 것이기도 했는데, 설마 그사이에 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이런 추룡의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 같았다.
현재 친구들이 있는 곳은 연무장이었는데 대답과 함께 곧 일이 발생했다.
“추룡, 잠깐만 나 좀 보자!”
허둥지둥, 느닷없이 순욱이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표정까지 상당히 굳어 보였다.
“무슨 일이신지?”
뜻밖의 일에 멈칫하여 추룡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순욱은 일단 그를 친구들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갔다.
“소저께서 찾으신다. 처소로 오라 하셨는데 기색이 아주 심상찮으셨다. 나로서도 처음 본다 할 정도로 급해 보이셨다.”
“소저께서……?”
추룡은 한 번 더 멈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악충보에 온 지 팔 개월,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근무시간에 악벽강이 추룡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소로 오라 한 적은 더더욱.
용무가 생기면 정충전에서 보았을 정도고 그나마 친구들과 함께 호출된 게 모두였다. 한데 처소로 오라고 했다면…… 일단 사적인 일이라고 봐야 했다.
악벽강만큼 절제력 있는 성격에 십 년 가까이 악충보에서 지내온 순욱도 처음 봤다 할 정도로 심상찮은 기색이 될 만큼 중한 사적인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추룡은 서둘러 악벽강의 처소로 찾아갔다.
“가가!”
도착하자 악벽강의 표정은 생각보다 더 심상치 않았다. 적잖게 초조해했고 한겨울임에도 이마에 땀까지 맺혀 있을 정도로 다급해하는 모습이었다.
“왔군!”
더 놀라운 것은 악벽강뿐만이 아니라 악불비까지 함께 추룡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돌같이 표정이 굳어져 있는 모습이었는데 역시 보통 심상찮은 일이 발생한 게 아닌 느낌이었다.
“아버님.”
추룡은 서둘러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질문했다.
“아버님까지 계신 줄은 몰랐군요. 무슨 일이 있는지요?”
악불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조금 전 북평에서 연락이 왔었다. 장신張信에게 흉한 일이 발생한 것 같더구나.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장신! 북평왕부의 내전시위이자 악서희의 신랑. 추룡에게 크게 호의를 보였던 인물이다. 악벽강과 정혼한 만큼 손위 동서가 될 사람으로 이젠 남이 아니기도 했다.
“장 시위님께서……?”
뜻밖의 소식에 추룡 역시 적잖게 흠칫하는 심정이 되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악불비가 계속 말을 이었다.
“관직에 몸담고 있는 만큼 풍파는 늘 일어나는 것이지만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구나. 누구라도 가서 진상을 알아봐야 할 것인데, 마땅히 보낼 사람이 없어 불렀다. 용이나 완소가 가야 할 것이지만 가족인 만큼 눈에 너무 띌 가능성이 있고 여타의 인물을 보내기도 그러하다. 벽강과 함께 북평에 좀 다녀와 주지 않겠는가?”
실로 난처한 부탁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휘주에서 북평까지 거리가 얼마인가?
장장 수만 리 길이 되는 것으로 말을 타고 쉴 새 없이 달려간다 해도 한 달이 소요되는 곳이었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일만 해도 두 달, 투옥당했다 하니 정황이라도 알아보려면 석 달은 예정하고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데 전소의 혼인이 두 달 후이니……! 다녀오면 식을 올린 후가 되는 것이다. 친구가 혼인하는 것을 보고 남평으로 돌아가려 한 계획이 무위로 끝나는 셈이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가족 간의 불상사不祥事를 살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참석하지 않아도 경사는 달라지지 않지만 불상사는 더 악화되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심정이었으나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하겠습니다. 형님들이 가시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니 알려져 있지 않은 소자가 가 보는 것이 나을 듯하군요. 사실은 악 매도 문제가 될 듯하온데?”
악불비는 곤혹스러워했다.
“정체가 알려지면 그렇지. 다른 사람인 양 패찰을 바꿔서 가게 할 생각이다. 여자인 만큼 크게 의심받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니.”
“채비하겠습니다.”
포권을 취해 보인 후 추룡은 곧 악벽강의 거처에서 물러 나왔다. 촌각을 지체할 수 없는 일인 것이었다.
일각 후.
“북평에 다녀와야 한다고?”
친구들의 얼굴에 일제히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말이 쉬울 뿐이지 그만큼 북평이란 곳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더 간략히 친구들이 추룡을 만난 곳이 항주인데, 천하에 대명을 떨치는 도시로서 휘주에서 아주 멀다 할 정도의 거리가 아님에도 처음 들렀을 정도인 게 이 시대의 중원이자 교통 사정이었던 것이다.
항주에 비하면 북평은 그야말로 비교도 안 될 거리가 된다.
남평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빨리 오가도 이 개월이 걸리는 거리임을 모르지 않았다.
전소의 표정이 가장 먼저 흐려졌다.
“금릉에 다녀왔다 할 때도 이해가 안 가더니만 북평이라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나, 막 형?”
그 역시 추룡이 꼭 혼인식에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함께 있는 만큼 당연히 참석하리라 믿고 있었고. 그러나 북평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추룡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미안하네. 정말이지 혼례를 올리는 것을 꼭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급한 일이 생겼네.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지체할 수가 없어. 서운하더라도 이해해 주게.”
표정과 음성에서 여실히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어 잡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게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보다, 의혹이 앞서는군. 막 형에게 북평까지 가야 할 사적인 일은 없을 것 같고, 소저께서 부르셨다니 필경 내당의 일인 것 같은데, 어떤 임무인 것인가? 위험하거나 한 일은 아닌가?”
추룡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사품 고관인 장신이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다는 것을 보면 필경 적대 관계에 있는 누군가와 충돌했다는 뜻이기 쉽고, 상대가 또한 만만찮은 힘을 가진 관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백두의 무사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닌 만큼 분명히 큰 어려움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근심케 할 수 없어 추룡은 좋게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네. 나로서도 가 봐야 알겠지만 보주님의 집안일일세. 무리하지 않는 한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네.”
“보주님의……?”
전소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렇다는 것은 악충보의 일이 아니라 악씨 집안의 사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한데 남의 집안일에 왜 추룡이 가야 하는 것일까.
기이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나 악벽강이 청했다 들었고, 악불비 역시 추룡이 가 주기를 원한 듯한 눈치가 보이므로 핵심을 피해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사정이 있는 듯하군. 모쪼록 조심해서 잘 다녀오게. 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고.”
“미안하네.”
추룡은 거듭 사과했고, 결국 북평행이 결정되었다.
얌전히 악충보 한곳에서 지내다가 전소의 혼인만 보고 남평으로 가겠노라 했던 부친과의 약속이 산산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연안延安.
“오랜만일세.”
“얼마 만인가, 친구!”
같은 즈음 막여사는 십여 년 만에 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남평으로 찾아왔던 이순문과 함께 금의위에서 재직했던 막역한 우정을 나눴던 친구 중 하나로서 그는 석천중石天衆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의 직분은 친군도위부인 섬서陝西 연안 금의위의 안찰사按察司로 재임하는 인물이었다.
섬서의 군관부軍官府는 물론 민간의 생살권까지 한 손에 움켜잡고 있는 어마어마한 신분의 남자인 셈이었다.
그러나 이순문이 그러했듯 그 역시 옛 친구를 보자 기쁨을 금치 못했고, 왔다는 소식을 듣자 도위부의 문 앞까지 달려 나와 막여사를 맞이했다.
막여사의 얼굴에도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체격에 비해 유난히 크다 싶은 얼굴에 덕과 부드러움이 겸비된 훤한 모습, 막여사를 맞이한 석천중은 연방 벙글벙글 웃음 지었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는 건가, 설마 자네가 나를 다 찾아오다니! 아침부터 마당에서 까치가 우짖어 대더니 이런 반가운 일이 생기는군! 도저히 믿기지조차 않네. 죽어 버린 게 아닌가 싶었던 친구가 여기까지 찾아와 줄 줄이야!”
온몸에서 반가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 제수님은 어찌 지내시는가? 하야할 때 아들이 하나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몇 살이고? 혹시 또 아이를 가졌던가? 아냐, 그보다 대체 자네가 이렇게 먼 곳까지 웬일인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물어 막여사는 무엇부터 대답할지 몰라 핫, 하고 먼저 웃음부터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