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72화 (72/150)

# 72

독각귀獨角鬼 (3)

“이해하기 어렵군. 살육과 약탈을 일삼아 온 자와 말을 섞을 일도 없을 것이다만, 원의 장수였던 신분하며, 어째서 몽고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낙오되었다 해도 이만한 무위라면 충분히 국경을 넘었을 것인데?”

왕평의 눈에 기묘한 빛이 떠올랐다.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애송이로군! 대체 누가 낙오되었다는 소리더냐? 본 좌는 스스로 남았다. 하찮은 천예들이 잠시 득세했다 해도 원은 곧 권토중래할 것인데, 퇴각하고 말고 할 것이 있어야 말이지!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칸의 명령에 따라 본 장은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러 왕평, 와엔페이라 말한 이자는 전쟁이 끝난 지 삼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수라 하고 있는 것.

괴소와 함께 휙,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시일이 좀 더 걸린 것 같지만 이젠 멀지도 않았다. 몽고가 낳은 또 하나의 바타치칸이신 벤야시리 폐하께서 마침내 흩어진 부족을 통합시키고 남하南下하실 채비를 마치셨다 하니! 곧 하찮은 천예들은 다시 위대한 원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번쩍번쩍! 눈에서 벼락 치듯 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때가 되면 너희 반역한 천예들이 벗어날 길은 없다! 전날에는 야율초재耶律楚才가 있어 구원받았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전 중원이 도성屠城 될 것이니! 손꼽아 기다리며 심장을 찌르기 위해 여기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도성!

실로 섬뜩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도성이란 문자 그대로 성을 도륙한다는 뜻으로, 적국의 백성들을 끌어내 모조리 학살하는 만행을 일컫는 것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락시키는 성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옛 원은 실제 이런 짓을 자행한 적이 있었다.

칭기즈칸이 원을 세울 당시, 침공해 온 원은 공포를 주기 위해 중원 도처의 성민들을 모두 끌어내 학살하기 시작했고, 페르샤를 장악했을 때는 백육십만 명을 끌어내어 누우라 한 후 한꺼번에 난도질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파미르에서도 백이십만 개의 목을 잘라 냈고.

재상이었던 야율초재가 선정을 베풀기를 호소하여 결국 중단되긴 했지만 천만 명에 가까운 양민들이 학살당한 사건이 벌어졌었던 것이다.

추룡은 그에 못지않을 만큼 차가운 안광을 번뜩였다.

“원군의 잔인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만 그야말로 미친 자로군! 전쟁이 끝난 지 삼십 년이 지났는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니? 토곤 테무르(원의 마지막 황제)가 도망치며 산적질을 하라 시키더냐?”

변함없이 시간이 급한 만큼 중단으로 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왕평에게로 다가갔다.

어리다 하나 여기까지 자신을 추적해 온 그! 방심하지 않고 왕평도 다섯 자의 대장검을 좌측 어깨 위로 곧게 치켜 올렸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뿐. 죽여 주기로 하지.”

추룡은 곧 그가 보통 까다로운 검을 쓰는 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 자세를 격검에서는 화진지세火進之勢, 곧 불의 자세라고 일컬었는데, 그 역시 춘추대회에서 혁상을 상대할 때 이 자세를 사용한 바 있지만 원래 이것은 방어가 없는 철저한 공격형 자세였다.

몸을 완전히 비워 놓고 상대가 쳐 오는 순간 함께 검을 후려쳐 공격을 감행하는 일격 필살의 자세! 그런 만큼 마주 선 입장에서는 몸이 다 비어 보여도 함부로 공격해 갈 수 없었다.

서투르게 치고 들어갔다가는 치켜든 검에 의해 바로 머리나 어깨가 두 쪽 나는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속도에 자신이 있는 인물들이 사용하는 수법으로서, 든 것조차 다섯 자에 이르는 대장검인 만큼 더욱 쉽게 생각할 자세가 아닌 셈이었다.

오십 중반의 나이에 전쟁이 끝난 게 삼십 년이니 약관에 원의 중랑장이 되었다 봐야 할 사내로서 분명히 추룡에게도 버거운 상대일 수 있었다.

그러나 군위제일검, 막여사가 군부의 고수였고, 배운 것이 격검인 만큼 추룡은 이 자세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세는 그대로 중단! 한 발, 한 발 얼음 같은 눈빛으로 빠짐없이 왕평을 주시하며 서두르지 않고 짧은 보폭으로 다가갔다.

‘애송이가……?’

순간 왕평의 눈빛이 다소 흔들렸다. 추룡의 움직임이 상상 밖이라 할 정도로 침착, 완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그가 추룡의 존재를 눈치챈 것은 참나무를 차고 산채의 목책을 뛰어넘었을 때였다. 경황 중에도 누군가가 자신의 움직임을 그대로 답습해 참나무를 차고 목책을 넘어 추적해 오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곧 적의 수장이거나 직속의 실력자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산적으로 전락했다 해도 천 수의 부하를 거느렸던 신분에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므로 여간한 실력이 아니고는 뒤쫓지 못한다 자신했기 때문이다.

한데 막상 보니 뜻밖에 어린 나이! 분명히 뜻밖인 일이었다.

하나 천하가 넓은 만큼 기재奇才란 어디나 있게 마련이고, 자신 역시 이십 대에 무장이 되었을 정도로 한때는 기재 소리를 들은 만큼 크게 이상하다 여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소 경시한 점은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질을 가진 애송이라 해도 자신을 어찌할 수야 있겠는가 하는 그런.

한데 막상 칼을 겨누고 보니 느낌이 또 달라졌다.

한 발, 한 발 밀고 들어오는 기세가 태산같이 느껴질 뿐 아니라 짧은 보폭에 허점이 보이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예상 밖이라 할 정도로 침착 냉정함이 엿보이는 것이다.

중中으로 앞세운 채 전진해 오고 있는 칼끝은 금시라도 가슴을 파고들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랫동안 부딪쳐 온 적들 중에서도 가장 큰 압박감이 들고 있는 것이었다.

‘주의하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경각심이 드는 속에 즉시 전신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나 그야 무슨 생각을 하든 추룡은 계속 얼음 같은 눈을 번쩍이며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서고 있었다.

마주 섰던 거리가 오 장여, 땅에서 발을 떼지 않고 한 자 정도의 짧은 보폭으로 밀고 가듯이 천천히 발을 끌며 접근해 가고 있었던 것.

긴장 속에서 보법 또한 특이하다고 왕평은 생각했다.

추룡의 발놀림이 사실 기이하기도 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걸음을 걸을 때는 두 발이 번갈아 앞으로 나온다. 좌우의 발을 교차해 내밀며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한데 적을 앞둔 추룡의 걸음걸이는 매우 특이한 것으로서, 그가 가진 고유의 기본자세, 즉 오른발을 앞에 두고 이를 축으로 주먹 한 개 간격으로 왼발을 뒤에 둔 꼿꼿한 자세를 전진하면서도 똑같이 유지하는 그런 형식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앞세운 오른발을 밀듯이 한 자가량 앞으로 옮긴 후 왼발을 끌어다 뒤에 붙이곤 하는 그런.

얼핏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걷는 듯한 그런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 하나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자세가 흔들리거나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 있었다.

정상적인 걸음보다 느린 흠이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하아아압-!”

그렇게 움직여 오던 걸음이 마침내 왕평으로부터 삼 장까지 다가섰을 때! 느린 듯해 보이던 추룡의 움직임이 한순간 섬광으로 변했다.

쩡, 하는 외침과 함께 변함없이 똑같은 형식의 짧은 보폭을 하고 있으나 타탁, 돌연 발끝에 힘을 줘 땅을 차며 급속도로 왕평을 향해 쏘아 들었는데 ‘쉭!’ 하고 나아가는 움직임이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더불어 쭉, 왕평의 가슴을 향해 뻗어진 시퍼런 일섬一閃! 강력한 앞 찌르기가 쏘아져 나갔다.

“놈!”

찰나 왕평의 공격 역시 펼쳐졌다.

예상대로 일검직도一劍直道였다. 그대로 검을 치켜세운 자세로 추룡의 일거일동을 빠짐없이 예의 주시하고 있던 그가 추룡의 검이 쏘아 온다 싶은 순간 피하듯 슬쩍 허리를 비틀면서 벼락같은 내려치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가 먼저 공격한 것인지도 몰랐다. 워낙 전광석화 같은 순간에 일어난 일로서 추룡의 신형이 쉭, 앞으로 쏘아 오고 거리가 되었다 싶은 순간 허리를 틀면서 더 먼저 추룡을 향해 검을 내리친 것일 수도 있었다.

검이 떨어지는 속도는…… 그대로 빛살이었다. 쾌검快劍 중의 극쾌검! 이런 경우 당연히 추룡이 불리할 수도 있었다.

평생을 직검에 바쳐 왔을 것인 만큼 속도에 자신이 있는 자일 뿐만 아니라 검 자체도 다섯 자로서 추룡의 것보다 길다.

노리기까지 하고 있었으므로 찔러진 추룡의 검보다 더 먼저 그의 검이 추룡의 머리를 둘로 갈라 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기에서 남평의 나무꾼은 또다시 뜻밖의 움직임을 보여 줬다. 몽마와의 싸움, 춘추대회에서의 겨룸 등 지금까지의 접전들을 보면 그의 검은 정직하다 할 정도로 대단히 단순하고 변화가 없는 게 특징이었다.

정확히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짧고 강하게 순간적으로 허를 쳐 가는 그런. 그러나 다시 보니 그런 것 같지만도 않았다.

콰창-!

“하-!”

파악!

“앗!”

허초虛招.

그러했다. 놀랍게도 추룡이 처음으로 허초를 전개한 것 같았다. 상상을 넘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찌르기였으므로 누가 봐도 일격 필살의 승부수 같았는데, 왕평의 검이 떨어져 내린다 싶은 순간 곧바로 찌르던 것에서 휙, 막기로 변화되며 찔러 가던 검을 머리 위로 가로 들어 떨어져 내리던 왕평의 검을 차단했던 것이다.

더불어 그 특유의 강력한 발 차기, 허초와 방어, 방어와 또 다른 공격이 한꺼번에 감행되어, 왕평의 검과 쳐들어 올린 검과 불꽃을 튀기며 얽혀진다 싶은 순간, 한 호흡처럼 쉭, 번개같이 왼발을 휘저어 왕평의 몸 중심이 실린 오른 발목을 퍽, 걷어차 내기까지 했다.

왕평도 빨랐지만 그야말로 상상을 불허하는 몸놀림으로서 정확히 삼 식의 동작이 눈 깜박할 사이에, 한 호흡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당연히 왕평으로서도 이런 움직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속도라면 누구보다 빠르다 자부하고 있었던 터인데, 극쾌極快의 수직일검이 떨어지는 찰나, 찌르기에서 막기, 각법까지 세 번의 동작을 할 정도의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추룡은 그 어려운 동작을 해냈고, 여기에 걸려 왕평의 중심은 크게 무너졌다. 내려치기를 감행하느라 무게중심이 실렸던 앞발이 차임과 함께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휘청, 쓰러질 듯 몸이 옆으로 기울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온전히 나동그라지지도 못했다.

“터!”

촤ㄱ-!

“아아아악!”

중심을 잃은 그의 몸이 휘청하는 순간 방어를 위해 머리 위로 가로 쳐들렸던 추룡의 검이 한 번 더 번쩍, 섬광을 뿌리며 휘둘러 내려치기가 감행됨과 함께 기우뚱했던 왕평의 허리를 거반이나 갈라 버렸던 것!

쿵……!

소나기 같은 핏물과 함께 왕평의 몸이 땅바닥에 나뒹군 것은 직후, 비명조차 한참 만에 터져 나오는 것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고통보다, 왕평의 눈은 경악으로 더 가득 찼다.

“분명히 찌르기 정수였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검이……?”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퍽! 추룡의 검이 한 번 더 허공에서 섬광을 뿌림과 함께 촤ㄱ, 한 번 더 소나기 같은 선혈이 뿌려짐과 함께 여지없이 그의 목은 떨어져 나갔으니까.

대답은 그 후였다.

“분명히 정수였지. 하나 마른 장작을 패다 보면 일상처럼 튀어 오르는 게 칼날 같은 파편이다. 피하지 못하면 다치는 것으로 치면서 대처할 반사 신경을 만들지 못했다면 나는 오래전에 장님이 되었을 거다.”

어떤 상황이든 위험에 대처해 움직임을 바꿀 수 있는 반사 신경!

지체 없이 왕평의 목을 집어 들고 쫙, 번개같이 신형을 날려 봉우리 아래로 쏘아 가기 시작했다.

밧줄은 끊겼고, 건너갈 수 없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시 건너 봉우리로 올라간 후 산채로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압!”

콰차차차창!

“으아아악……!”

“크아아!”

산채에서도 엄청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망루를 침과 함께 시작된 사투! 그러나 승기는 완전히 악충보가 잡은 것 같았다.

이백이 넘는 수효에 활을 소지하고 지형까지 이용하는 자들이므로 정면충돌을 했다면 큰 위험이 따랐을 것이나 계곡을 진입해 오면서 해치운 자들이 마흔, 돌발 기습으로 숙사를 덮치는 공격을 감행하므로 남은 백육십여 중에 어렵지 않게 반수 이상을 처단하게 되었던 게 승기의 원인이었다.

추룡이 떠난 직후 망루를 지키는 자들 등 다른 숙사의 자들이 정신없이 뛰어나와 일행을 덮치기 시작했지만 엇비슷한 수효에서는 역시 상대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왕평이 제법인 실력자인 만큼 직속 중 상당히 조련을 받은 자들도 있는 눈치였으나 전부는 아니었고, 여러 패거리가 모인 상태에 불시의 기습이기까지 했으므로 적당들은 허둥대다가 하나하나 거꾸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온 만큼 피할 곳은 없다!”

“하아!”

카카카캉-!

“키아아악……!”

전소는 변함없이 기지를 보이고 있었다. 접전이 시작됨과 함께 임백호 등 친구들과 바로 산채의 문 쪽으로 치달려가 경비를 서던 자들부터 처단한 후 입구를 차단해 그들이 도주하지 못하게 했고, 단주들 및 다른 일행은 적당들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없도록 셋씩 짝을 지어 도처를 휩쓸며 정신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촤ㄱ-!

“으아아악……!”

더러 화살이 날아들기도 했지만 심할 정도는 아니었고 반 시진 후, 외침과 비명,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잦아들며 결국 싸움은 막을 내렸다.

“막 삼호!”

왕평의 목을 움켜쥔 추룡이 돌아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도착해 보니 산채 속은 핏물이 질펀한 속에 일행이 시체를 한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추룡의 손에 이마뼈가 돌출된 목이 들린 것을 보고는 일제히 크게 기쁜 표정을 지었다.

“기필코 해낸 것 같군! 왕평의 목인가?”

주위를 살피며 추룡은 동료들의 안위부터 물었다.

“그렇습니다. 피해 상황은……?”

온몸에 피 칠을 하고 있었지만 다들 표정은 밝았다.

“크지 않아! 대성공일세! 워낙 불시의 기습이라 녀석들이 힘을 쓰지 못했어. 열세 명이 다쳤지만 근소한 부상이야. 전사한 사람은 없어.”

다행이었다.

순욱이 미소 지었다.

“입구를 틀어막아 도망친 녀석도 없는 것 같다. 시체가 백 마흔다섯 구다. 입구 쪽 녀석들을 포함하면 백여든여덟 구가 되는 셈이지. 십여 명가량이 달아난 것인데 번을 서던 놈들이 목책을 뛰어넘었거나 산채에 없었던 자들일 수 있다. 다른 곳을 지키러 나간 자들이라 봐야지.”

뒤쪽 어깻죽지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다치신 것 같은데?”

그래도 순욱은 밝게 웃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와서. 깊이 박히지 않은 것 같으니 신경 쓸 것 없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화살이 박힌 쪽, 왼쪽 팔이 축 처져 있었다.

“독毒이 오르기 전에 뽑아내야 하오이다. 이리 오시오.”

곽문은 부상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상당수가 화살에 당했거나 검상을 입은 터였는데 다행히 심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여자들을 구출해 내는 등 수괴까지 쳤으니 충분히 추적해 온 보람이 있는 것이었다.

“고생들 했다! 정말 수고 많았어!”

“와아……!”

토벌에 성공한 일행이 화촌으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닷새 후였다.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할 때는 정신없이 서둘렀으나 일이 수습된 상황, 부상자들을 추스르는 등 안전을 기해 돌아왔으므로 시간이 소요된 것이었다.

돌아온 일행을 악충보의 무사들과 관포들, 살아남은 화촌의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질 듯한 손뼉과 함성으로 맞이했다.

그들은 일행이 도착하기도 전에 추적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태였는데, 우이촌으로 달려간 처녀들이 안상 관사에 도움을 청함으로 안상 포청에서 파발마를 출격시켜 사람을 구해 냈다는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