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56화 (56/150)

# 56

괴물怪物 (6)

“타!”

하지만 추룡의 반응 역시 빨랐다.

창이 치켜지고 맹광의 봉의 반대 끝이 날아든다 싶은 순간 바로 치켜진 창대를 세워 타악, 날아든 봉 끝을 가로 쳐 내며 쭈욱, 맹광에게 붙을 듯이 몸을 전진시켜 간 것이었다.

“흐아아압!”

후웅!

순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던 맹광의 또 다른 반대쪽 봉 끝이 위잉, 그의 머리 측면으로 회전하며 떨어져 내렸다.

“타아압!”

“-!”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추룡은 계속 근접전을 시도했다. 세운 창대를 휙, 거듭 우측으로 밀어 쳐 날아드는 맹광의 봉을 차단해 내며 쉭, 번개같이 신형을 솟구쳐 파파파파! 연거푸 칼날 같은 양발 차기를 감행한 것이었다.

“하아아앗!”

그러나 맹광은 처음부터 추룡의 권각법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봉이 막히고 근접해 온 그의 몸이 뜬다 싶은 순간, 이미 한 다리를 뻗은 채 앉은 자세로 바꾸었고, 윙윙윙, 찰나 그의 봉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맹회전하기 시작했다.

차기를 하며 솟구쳐 오른 추룡이 내려설 자리를 차단함과 함께 다음 공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분명히 일반이라면 대단히 난처한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차기를 감행한 것까지는 좋으나 실패한 만큼 떨어지는 순간 바로 휘돌아 가는 봉에 가격당하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추룡은 또한 실로 놀라운 동작을 보여 줬다. 솟구쳐 오르며 연속 차기만 감행한 것이 아니라 유곡의 몸이 아래로 꺼졌다 싶은 순간 차륜맹전車輪猛轉! 후웅, 곧바로 머리를 축으로 하여 벼락같이 허공중에서 뒤 곤두박질을 치며 이 장여 밖으로 떨어져 내린 것!

“하아아앗!”

쉭쉭쉭쉭!

“웃……!”

더불어 창법 특유의 찌르기 공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허공중에서 번개같이 창을 평으로 하며 연거푸 빛살 찌르기로 맹광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평으로 휘두르기를 하며 주저앉은 상태의 맹광으로서는 대단히 위험한 형세.

“하아아앗!”

투카카캉!

어쩔 수 없이 맹광은 찔러 들어오고 있는 창을 옆으로 쳐 내며 앉았던 자세에서 ‘쉬익!’ 솟구치듯 앞으로 쏘아 나가며 다시 번개 같은 휘둘러 치기를 감행했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상대가 더 긴 병기를 듦으로 원거리에서는 창에 불리하고 맞붙어 치기를 해야만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용이하지 않았다. 그가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추룡이 또 창을 곧추세워 방어세로 돌입하면서 훙훙, 강력한 각법과 함께 몸으로 밀어붙이는 육탄 공격을 시도했기 때문.

이것이 창봉 대결의 어려움이었는데, 언급되었듯 창봉술을 하는 인물들이 시범을 보일 때의 동작은 대단히 화려했다. 앞 곤두 뒤 곤두를 치고 회오리 같은 휘돌리기를 감행하는 등 사뭇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런 시범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질뿐더러 그런 수법들을 쓰면 꼼짝없이 상대가 당할 것같이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일러도 이런 화려한 동작들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경극의 배우들이나 하는 행동일 뿐, 실전에서 했다가는 자살행위 정도가 되었다.

창의 겨룸 같은 경우라면 더욱 그러한데 멋이야 있어 보일지 몰라도 아무리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몸짓을 하고 휘돌리기를 한다 해도 상대로서는 그냥 툭 하고 한 번 찌르면 끝나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날의 끝이 상대의 몸에서 비켜나면 안 되는 것이 실전이었던 것! 비교해 창봉의 수법은 비슷한 점이 있지만 봉이란 상당수 휘둘러 치기를 하는 특징이 있고, 창은 찌르기를 전문으로 하는 특징이 있어, 같은 치기(베기)를 하는 도검류를 상대할 경우에는 길다는 장점으로 유리할 때가 많으나 창을 사용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또한 불리한 것이 봉인 셈이었다.

같이 찔러도 창이 더 치명상으로 인정되는 만큼 원거리 싸움은 불리했고, 극복하려면 파고들어 치는 접전을 벌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인데 맞붙으면 또한 추룡의 권각법이 무서우니 맹광으로서는 이래도 저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아아압!”

파파파파파……!

결과는 역시 오래잖아 드러나고 있었다. 찌르기의 불리함을 피해 접근해 간 맹광이 벼락같은 치기 공격을 시도하면 추룡은 바로 창을 세워 들고 방어를 하며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 거듭 육탄 공격을 퍼부어 맹광으로서는 불리한 대결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기를 칠십여 합!

“타-!”

파악!

“흡……!”

어떻게든 기선을 잡고자 유효거리에서 상하좌우로 휘둘러 치기를 하던 맹광은 결국 추룡의 몸통 공격에 걸려들고 말았다.

창대를 세워 퍼부어지는 봉의 공격을 차단하던 추룡이 또 한 번 훅, 안으로 밀고 들어가며 이번에는 그가 역으로 세워 들었던 창대의 아래 끝을 휙, 뒤집어 맹광의 턱 어름을 쳐 가는 올려 치기 수법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에 맹광은 급히 등을 뒤로 젖혀 날아온 창 자루를 피할 수밖에 없었는데, 순간 붙듯이 몸 가까이 접근한 추룡이 번개같이 휘둘러 차기를 시도해 ‘퍽!’ 결국 그의 허리를 가격해 내었던 것이다.

눈이 치켜뜨여졌다.

“-!”

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듯 전해져 오는 작열감과 함께 맹광은 허리가 휘청, 옆으로 꺾였고, 그 순간 붙다시피 했던 추룡의 몸이 훌쩍 다시 일 장 밖으로 물러나며 승부가 끝이 났다.

쉭!

물러서면서 어느새 창을 바로 해 그의 가슴을 겨누었던 것!

“흑대협 승!”

“와아아아아……!”

순간 심판관의 오른손 깃발이 또 한 번 허공으로 올라갔고, 또다시 군웅의 함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연속 육 승! 유곡까지 물리친 상태이므로 지금에 와서는 그의 승리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맹광 역시 깨끗이 패배를 시인했다.

“헛헛……! 실로 놀라운 분이시구려. 검을 특기로 하시는 듯해 봉의 이점을 믿고 올라왔더니만 설마 창법의 조예까지 지니고 계실 줄이야. 그야말로 난공불락과 같소. 검법에 권각, 창법, 설상가상이라고 봉법 역시 아시는 듯한데, 누가 감히 이런 분께 맞설 수 있을는지. 모래알같이 기인이사가 많은 곳이 천하라지만 흑대협을 능가할 만한 인물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듯하구려. 패배를 시인하겠소이다.”

봉법.

그러했다. 추룡은 분명히 권검拳劍의 조예에, 악충보에 입문한 후 창법에 대한 조예를 수련했을 뿐만 아니라 봉법에 대한 지식 역시 지니고 있었다.

청림에서 부딪친 정명과의 논무를 통해 나한곤의 수법까지 전해 받지 않았던가! 명칭의 차이일 뿐 봉과 곤은 같은 병기였던 것이다.

따라서 맹광과의 대결은 유곡과의 격돌보다 오히려 쉬웠다. 유곡과의 대결은 여러모로 불리했던 점들이 많았었는데 체격 면에서 우선 유곡이 대단했고, 같은 검이었지만 길이 역시 그가 반 자나 더 길었다. 또한 유곡 역시 권각법에 대한 조예가 특출했다.

따라서 검 싸움의 특성으로 엄청난 난타전을 주고받았지만 맹광과의 격돌은 추룡이 유리한 점이 더 많았다.

맹광은 추룡보다 작은 체격이었고 봉을 사용했으나, 추룡은 원거리 공격에 더 유리한 창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근거리에서 격돌하게 되었는데, 이럴 때 유효하게 쓸 수 있는 권각에서 추룡이 위인 듯했고, 설상가상 나한곤을 배움으로 봉의 특성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렵지 않게 맹광을 상대했던 것이다. 네 번째 상대였던 혁상 역시 창법을 알고 있었으므로 쉽게 제압한 것이라 봐야 했다.

바보처럼 말단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악충보에 입문하여 실로 작지 않은 것들을 얻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득의하지 않고 포권을 취해 보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맹 대협께서 같은 창을 잡으셨다면 승부는 또 어찌 달라졌을지 모르니까요.”

맹광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좋게 이야기해 주시니 고맙지만, 아마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오. 유곡 아우라면 모르되 필부로서는 재도전할 여지가 있을 듯하지 않소이다. 건승을 기원하겠소.”

포권을 취해 보인 후 또한 무슨 일이나 있었냐는 듯 비무대 아래로 내려가, 올 때 그러했듯 곡괭이를 둘러메고 느긋하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심판관이 웃으며 처음으로 제대로 물었다.

“기력을 많이 소모하셨을 터인데 쉬시겠습니까?”

하지만 추룡은 유곡과 대결을 치른 후보다 오히려 상태가 호전되어 있었다.

“계속하겠습니다.”

“헛헛헛……!”

그대로 괴물이라 해야 할지. 심판관은 기가 차다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한바탕 웃은 후 다시 군웅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지치지 않으셨다 합니다! 육 승이신데, 흑대협에 도전하실 다음 분 올라와 주십시오!”

둥…… 둥……!

대고 소리가 다시 지축을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도전자가 나설 눈치가 아니었다.

“북이 부서져도 더는 올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혁상을 깨트린 직후 해 보겠노라 유곡 등과 함께 나타났던 인물들까지 실소 지으며 흩어져 돌아갔고, 수만이 몰린 신양평이었지만 군웅은 주위를 살피기 바쁠 뿐 아무도 올라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치 유곡이나 맹광이 존재감이 큰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유곡만 해도 도황이라 불릴 정도의 실력에 춘추대회를 제패한 바 있었던 인물이고, 맹광 역시 산동의 명숙이라 불릴 정도의 남자였는데 이런 인물들이 연거푸 나가떨어졌고, 더 문제는 여섯 차례라 해도 혁상과의 대결까지 포함해 창, 봉, 검, 권각에 공력까지 모두 동원된 접전이 치러졌다는 점에 있었다.

이기려면 뭔가 여지가 있어야 할 것인데 도황이라 불리는 인물의 대도도 무용했고, 혁상의 창도, 맹광의 봉도 통하지 않았을뿐더러, 설상가상 칠 척 거구의 힘을 꺾고 메다꽂기까지 한 괴력을 가진 존재다 보니 더 윗길의 실력을 가진 인물이라 해도 올라오기가 껄끄러웠던 것이다.

더 위의 인물이라면 진짜 절정이라 할 기인이나 웅주급만 남는 셈인데,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신인과 싸우다 패했다 하면 그날로 망신살이 하늘로 뻗친다.

맹광이나 유곡은 그래도 젊은 편이니 경험 삼아 발전이나 이루려 한다 치지, 더 나이와 신분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겨도 자랑스러울 게 없고 졌다 하면 쪼글쪼글 망신살만 늘어난다.

둥!

“흑대협 우승!”

“와아아아아……!”

역시 그런 것 같았다. 군웅의 두리번거림 속에 북소리는 스무 번이 다 울려 퍼졌고 기어코 흑무사는 심을 본 것 같았다.

더 이상의 도전자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심판관에 의해 번쩍 손이 허공으로 치켜진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서전에서 우승까지!

“하…… 하…… 하……!”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친구들이었다.

표정들이 아주 괴상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결같이 달려 나가 추룡을 안고 펄쩍펄쩍 뛰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제대로 기쁨조차 표현할 수도 없어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땀까지 흘리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쉬이이익!

펑펑! 따다다다다당!

“와아아아……!”

수백 발의 폭죽이 쏘아져 올라가 퍼부어지듯 불꽃이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았고, 괭괭괭괭괭! 고막이 터질 듯한 꽹과리 소리, 나발 소리 등 사물패의 장단 속에 용탈, 사자탈을 뒤집어쓴 중천보의 무사들이 쏟아져 나와 비무대 주변을 돌며 연방 춤을 췄다.

그러한 속에 흑무사는 상금과 우승자의 증표인 검을 받아 챙기고 환호하는 군웅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감쪽같이 계공산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변함없이 쉽게 드러날 정체가 아닌 것 같았다.

속 썩는 부친들 (1)

조여 입은 청의 경장, 동여 묶은 말단 계급의 허리띠.

“하하하……!”

어색하게 웃고 있는 추룡을 보며 악벽강은 자신도 모르게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가 봐도 이런 모습을 한 그를 흑무사라고 믿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기가 차는군요. 설마 영웅전에 출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꼭꼭 정체를 감추고 계시는 터인데, 이유가 뭐였던가요?”

다시 나타난 그는 검은 천으로 둘둘 만 칼 한 자루를 움켜쥐고 악벽강을 제일 먼저 찾았다.

흑무사가 사라지자 악벽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지객관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틀림없이 그리로 추룡이 올 것이라 믿었던 것 같았다.

과연 그는 어색한 웃음을 잔뜩 머금고 나타났다.

“그냥……! 깊이 생각했는데 지난밤 결정했습니다. 약식이라도 아버님께 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아서요. 미심쩍은 점을 눈치채신 상태에서 인사드리지 않는다면 악 매가 난처해질 것 같아서 말이지요. 서둘러 인사를 드려야 뵐 때 편할 것 같았습니다.”

변함없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연인일까.

“제 자신에 대해 시험도 해 보고 싶었고, 사 무림의 고수들과 부딪쳐 보고도 싶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보탬이 되었으면 싶었고요. 실없는 우려겠지만 이번 대회로 안주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입이면서도 삼호의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방심할 수 있을 것이거든요. 무예를 버린다면 모를까, 더 박차를 가해 주기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나름대로 꽤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그를 새길 듯 바라보며 악벽강은 미소 지었다.

“가가께서 그렇게 이끈 일이 아니신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 형이 있는 한 제가 아니라도 결국 두각을 나타낼 친구들이었습니다. 전 형이 이끌었을 테니까요. 조금 더 일찍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일 뿐입니다.”

말이 그럴 뿐, 그가 아니었다면 전소가 입문이나 할 수 있었을지.

“위화감 이야기를 하시더니요?”

“무예에 대한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직위의 차이는 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으로 서먹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무예에 관한 부분은 확실히 친구들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 코흘리개 아이라도 곁에 힘세고 든든한 친구가 있으면 좋아했다. 대장처럼 치부해 구심점으로 삼았고 어려운 일에 의지하곤 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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