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52화 (52/150)

# 52

괴물怪物 (2)

두 칼이 부담스러우므로 상대적으로 움직이기도 번잡스러울 수밖에 없고.

반면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한 상태라면 이 검은 확실히 위력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었다. 한 칼로 막고 한 칼로 공격하며 더러는 두 칼을 모두 공격과 방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니까.

자운비는 일단 후자後字의 인물이라고 봐야 했다. 어느 지역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양천에서 일인자 소리를 들을 정도에 산서 무투회라는 곳에서 위명을 떨쳤을 정도라면 상당한 기술을 가졌고, 그런 만큼 약점을 거의 보완하고 있다는 뜻과 같았으니까.

왼손의 칼을 똑바로 앞으로 뻗어 내고 오른손의 칼을 어깨 위로 쳐들고 있는 자세였다.

얼음 알 같은 냉광을 뿜어내는 싸늘한 눈. 시작 외침이 울렸음에도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살피며 섣불리 부딪치지 않았다.

냉천양과 서문한이 무너지는 것을 본 만큼 자운비는 크게 경계심을 지녔기 때문이고, 추룡은 그의 이검류를 읽으려 했기 때문이다.

“속행!”

두 사람이 너무 움직이지를 않자 결국 심판관으로부터 주의가 떨어졌다. 방파 단체전과 유사한 것으로서 속행 신호 이후에는 경고가 되었고, 경고 후에도 문제가 있으면 탈락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운비는 미동 않았고 결국 추룡이 먼저 움직였다.

한데 그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그렇지만 대치 상태에서 싸우고자 움직이는 경우는 십중팔구 상대를 중심으로 좌나 우로 원을 그리며 돌게 마련이었는데, 천만뜻밖에도 추룡은 그러지 않고 퇴각하듯 짧게 발을 끌며 천천히 뒤로 움직인 것이다.

흡사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한 모습.

“경고!”

심판관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경고가 주어졌다. 싸우라는 신호를 했는데 물러선다는 것은 역시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압!”

하지만 심판관의 경고 신호는 바로 자운비의 기합 소리에 묻혔다. 추룡이 두 걸음가량 물러섰을까 싶은 순간, 호시탐탐 노리던 자운비가 순간적으로 ‘쉬익!’ 추룡의 앞으로 쏘아 오며 섬전같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었다.

‘역시 그렇군.’

순간적으로 추룡은 생각하며 비로소 물러서던 형태에서 빠르게 촤ㄱ, 그의 옆으로 돌아갔다.

까닭은 자운비의 공격 특성 때문이었다. 이검을 들었듯 자운비는 역시 특이한 공격법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번개같이 앞으로 쏘아 오는가 싶더니 그대로 하늘로 추켜올리고 있던 오른손의 검을 회오리같이 휘돌리는 검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흡사 철추를 사용하는 것 같은 그런.

그러면서도 왼손의 검은 그대로 중中!

역시 까다로운 검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도 언급되었듯 예를 들자면 두 개의 검을 든 만큼 누가 전개해도 이검류의 검법은 일반의 일검류와 수법이 같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짧게 끊어 치거나 할 경우는 검에 십분 힘이 실리지 못해 위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두 개의 검이 얽혀 서로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크게 휘두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추룡이 이야기한 칠우검의 원칙에 따르면 이것은 대단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휘돌려지는 칼날이 몸 중심에서 벗어날 때는 허가 드러나고 이때 반격이 시도되면 크게 위험해지므로.

하지만 이검류에서는 이 단점이 보완될 수 있었다. 하나의 칼이 휘돌아 가도 다른 한 칼이 더 있기 때문이었다.

휘돌아 가는 칼끝이 중심에서 비껴 난다 해도 서투르게 반격을 감행하면 바로 이 칼이 상대를 치는 것이다. 이쪽에서 베기를 감행하면 십중팔구 찌르기를 해 올 것이고, 얽혔다 하면 휘돌아 가는 칼이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쪽에서 공격을 감행하면 마찬가지로 보조 역할인 왼손의 검으로 공격을 틀어막으면서 또한 휘돌리는 검으로 칠 것이었고.

정면으로 부딪치면 무조건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불리한 점 역시 있었다. 이렇게 정면 승부에 강한 것이 이검류이긴 했지만 두 자루의 검이라는 점에서 역시 일검류보다 동작이 부자유하다는 것이었다. 일검류에 비해 변화가 단조롭고 사용하기가 까다로우며 떨어져 움직이는 적을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자운비 역시 이 약점을 극복하지는 못한 듯했다. 추룡이 물러서는 순간을 노려 맹렬히 공격을 감행해 왔지만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서자 마찬가지로 몸을 돌리긴 했는데, 휘두르던 오른 검이 멈춰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하아!”

후왕!

그렇다고 물론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몸을 돌리는 순간 그대로 계속 추룡을 따라붙으며 거듭 빛살같이 휘돌리던 검을 크게 휘저어 번개같이 추룡을 후려쳐 왔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추룡은 이미 자운비의 앞에 없었다. 자운비가 덮치는 순간 그는 좌측으로 돌았는데, 자운비가 몸을 돌려 검을 휘두르는 사이 다시 우측으로 몸을 빼었으니까.

하지만 산서 무투회의 우승자, 자운비의 움직임 역시 결코 예사롭지는 않았다. 좌측으로 돌았던 추룡의 신형의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싶은 순간 바로 휘둘러 쳤던 오른 검을 쉬익, 다시 크게 휘저어 돌아간 추룡에게 위협 일 검을 날림과 더불어 왼손이 다른 검으로 추룡을 겨냥하며 재차 전열을 가다듬었으니까.

역시 실력자라는 것이다. 만에 하나 좌에서 우로 돌아간 추룡이 허가 보였다 싶어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면 위협적으로 휘두른 검에 걸렸을 것이고, 막거나 피했다 해도 바로 왼손의 검이 승부를 가르며 날아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으로 추룡은 그의 검을 상당수 파악했다. 정면충돌은 역시 좋지 않다는 점! 또한 좌우로 상대를 흔들면 어떤 검을 사용해 온다는 것까지.

훌쩍, 곧바로 허리를 튕겨 다시 일 장 밖으로 물러섰다.

“흐아아아!”

찰나 자운비의 재공격이 시작되었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가다듬음과 함께 추룡이 물러서자 빛살같이 따라붙으며 재차 오른 검을 휘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추룡은 쉬익, 다시 처음처럼 좌측으로 돌아섰다.

“계속 피하기만 할 참인가!”

후와아앙!

그러자 자운비 또한 처음과 유사하게 휙, 허리를 틀어 거듭 추룡을 따라붙으며 오른 검을 크게 후려쳐 섬전처럼 다시 공격해 왔고, 순간 추룡은 이를 피해 한 번 더 바람같이 우측으로 피해 나갔다.

눈에 보이듯 오른 검으로 좌측의 추룡을 후려쳤던 관계로 자운비의 바른편 어깨 쪽에 허가 드러나 보였고.

하지만 이것을 허로 생각해 치고 들어갔다가는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터-!”

후왕!

충분히 감안하고 수법을 전개하는 듯 자운비의 검이 찰나적으로 방향을 바꿔 다시 돌아선 추룡을 향해 날아왔으니까.

당연히 이것은 상대를 정확히 노리고 휘두르는 검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빈틈을 메우기 위해 휘두르는 방어용 검인 셈이었다.

“하!”

타악!

“흡……?”

“승부-!”

그러나 바로 이 동작에서 또 승부가 가려지고 있었다. 분명히 자운비의 공격과 방어 등 움직임은 출중했으나 찰나 추룡의 반격이 감행되었던 것으로, 돌아서며 그가 검을 휘두르는 사이 번개같이 주저앉듯 몸을 낮춘 추룡이 하체를 노렸던 것!

휘두른 목검이 정확히 자운비의 발목에 닿아 있었다. 드러난 어깨를 보고 상체를 노렸다면 역공을 맞았을 것이지만 주저앉아 하체를 노림으로 반사적으로 날아온 검의 위험을 무산시킴과 함께 승리를 취할 수 있었던 것!

어쨌건 또 일 합이었다.

“와아……!”

“하단검?”

이렇다 할 격돌 없이 좌우로 번개같이 신형을 번뜩이다가 순간적으로 가려진 승부에 보는 이들의 눈이 모두 휘둥그레졌고, 자운비의 눈 역시 찢어질 듯 치켜뜨여졌다. 이렇게 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추룡은 득의한 기색 없이 자운비를 추켜올렸다.

“훌륭한 검이었습니다. 정면으로는 부딪치기조차 두려운. 다만 이검류는 두 자루의 검을 듦으로 방향을 바꿀 때 다소 느려지는 결함이 있는 듯하온데, 이를 인지하여 상대가 좌우로 움직일 때는 한 호흡 늦추었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있군요. 그리하셨으면 틀림없이 후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빠르다 싶으면 무리하여 상대를 추적하거나 견제하려 하지 말고 함께 물러서 한 박자 늦춘 후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었다.

놀란 듯 치켜뜨여졌던 자운비의 만면에 기쁜 빛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곧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헛헛헛……! 어쩐지 냉, 서, 두 대협께서 쉽게 탈락되셨다 했더니만 역시 까닭이 있었던 것이구려!”

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하오! 물러섬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신중함도 좋았고, 그렇게 짧은 사이에 허까지 찾아내는 안목이라니, 더욱 감탄했소! 사실 필부의 이검류는 아직 다 완성된 게 아니올시다. 계속 연구하는 중으로 감안하여 더 낫게 완성시켜 보이겠소! 논무가 아닌 게 유감스러운데 언젠가 약점을 메워 다시 가르침 받고 싶구려! 응하여 주시겠소?”

“가르침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하체에 관한 약점만 보완하셔도 후배는 적수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헛헛헛……! 이만한 실력을 지닌 분께서 설마! 흑대협을 알게 되어 기쁘오! 반드시 우승을 취하시기 바라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고, 자운비는 거듭 웃으며 흡족한 표정으로 비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세 판이 모두 일 합! 저 흑무사, 알고 보니 장난이 아닐세.”

비로소 군웅도 확실히 그가 예사의 실력을 지닌 게 아님을 깨달았고, 웅성거림이 일어나는 속에 심판관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감탄했다는 듯 그 역시 웃고 있었다.

“헛헛……! 훌륭하신 모습! 이야말로 영웅의 본색이올시다! 춘추대회의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거니와, 알려진 분이 아니라면 무림에 또 대단한 고수가 출현하신 것 같군요! 자 대협께서 인정하시고 내려가셨으니! 감안하여 다음 도전하실 분 올라와 주시기 바라겠소이다!”

두웅……! 두웅……!

대고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도전자가 선뜻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의외로 저 이상한 차림새를 한 인물의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한 만큼 누구라도 올라오려면 이젠 스스로의 기량을 헤아려야 했기 때문이다.

냉천양과 서문한은 접어 두고라도 정확히 양천의 일인자라 소개된 자운비보다 강하다는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하는 넓다.

“껄껄……! 보아하니 정말 강호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신 것 같은데, 필부 송주送州의 전광창電光槍 혁상赫象이 한 수 가르침 받아 보겠소이다.”

“전광창 혁상?”

“와아아아아……!”

입증이라도 하듯 열두 번가량 북소리가 울렸을 때 역시 대단한 도전자가 나왔다. 흑의 장삼을 입은 서른 중반의 인물로서 나서자 지금까지 울린 중 가장 큰 함성이 일어났고, 그는 바로 병기대에서 여덟 척의 창을 뽑아 비무대로 올라 시원시원 추룡에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흑대협의 기도가 높아 기회 삼아 친분을 가져 보고자 나온 것이오. 보잘것없는 사람이니 모쪼록 많은 가르침 내려 주시기 바라오.”

겸허한 모습으로서 보잘것없다는 이야기는 필경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일어나는 함성도 그렇고, 올라서는 순간 추룡은 분명 그에게서 자운비보다 강하게 여겨지는 예기를 읽어 낸 것이었다.

“불초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삼가 추룡이 마주 포권을 취함과 함께 심판관이 웃음과 함께 그에 대한 소개를 했다.

“헛헛헛……! 갈수록 대회가 빛이 나기 시작하는 느낌이구려. 다들 아시겠지만 출전해 주신 혁 대협께서는 실로 예사의 호걸이 아니올시다! 무림에 관심이 있는 한 혁 대협의 위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거니와, 서른넷의 연세임에도 무경록에 올라 계실 정도의 고수올시다! 마침내 무경록의 고수께서 출전하셨구려!”

무경록武境錄!

“와아아아……!”

역시 대단한 인물이 출전했던 것이다. 중천보에 도착했을 당시 잠시 이야기 나왔던 것이지만 무경록은 현 무림을 대표하는 삼백 명의 고수들을 열거한 기록서였다.

몽마를 잡은 명예로 악벽강이 올랐다 한 그 기록서. 이쯤 되면 확실한 고수인 것이다. 최하 악벽강에 필적하는 인물로서 끝도 없이 넓은 중원 무림에 모래알처럼 많은 무인 중 삼백 인에 속하는 실력자인 것이니.

“준비!”

“하아아압!”

더불어 심판관의 신호가 떨어졌고, 경기선으로 들어선 혁상은 곧바로 창에 기를 불어 넣었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일어나는 풍차 같은 휘돌리기와 여러 차례의 치기를 허공중에 감행하더니 촤ㄱ, 들고 나온 장창에 준하는 봉 끝을 똑바로 추룡에게 겨냥했다.

어깨너비로 놓은 발, 가슴을 겨냥한 자세, 큰 기세가 보였다.

“하-!”

추룡 역시 정색을 하며 훙훙훙, 강하게 목검을 휘둘러 기합을 넣은 후 팍, 중단으로 잡았다. 쉽게 생각할 인물이 아닌 것이었다.

“시작!”

“하아아압!”

쉭쉭쉭……!

한 번 더 심판관의 신호가 떨어졌고, 곧바로 추룡을 겨냥한 창끝이 살모사같이 뻗어 오기 시작했다. 한 면에 회칠이 된, 장창에 준하는 봉을 혁상이 빠르게 진퇴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이것은 역시 대단히 위험했다.

이 장 간격인 경기선, 닿을 듯한 거리에서 쉭쉭거리는 창끝이 추룡의 가슴, 복부 등을 노리고 빠르게 전, 후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거의 위협 동작이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위협적인 동작이 언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에 있었다.

다만 위협(허초)이라고 방심하고 있다가는 앗, 하는 사이에 몸이 산적같이 뚫려 버린다는 것. 물론 정타로 찔러 오는 순간을 알면 피하기 용이하지만 그게 언제인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알게 할 만큼 바보스러운 창수도 없었고, 제대로 된 창수는 절대 깊이 찌르는 예도 없었다. 깊어야 한 자!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찔리면 치명상이 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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