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흑무사黑武士 (2)
배려가 있었다.
“그리고 젊은 만큼 다들 기분이라는 것을 가졌을 것이다. 누가 이런 무예를 가르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더 퍼지는 것은 좋지가 않다. 세상을 위해 좋지 않은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나부터가 정수들을 풀어 악충보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싶지. 하지만 그럴 수 없는데 무예라는 것이 인명과 관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가 사인들에게 넘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거니와, 세상을 위해서 무예는 없을수록 좋다. 도검刀劍 역시 없어지는 게 좋고 주먹조차 없어지면 더 좋지.”
세상을 위해 무예는 없을수록 좋다.
“그럼에도 무인들은 갈수록 강한 무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먹이 나오면 몽둥이가 나오고 몽둥이가 나오면 칼이 나오는 상태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무예라는 것이 폭력과 같이 간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해서 칠대문파 등에서도 퍼진 무예에 몸을 지키는 이상의 정수를 흘리지 않고 있는바 주의를 주도록 해라. 또 누가 지녔는지 알 수 없지만 수습하도록 하고.”
“그리하겠습니다.”
이해해 주는 부친에게 악벽강은 깊이 머리를 숙였다.
힐끔, 때를 놓치지 않고 악불비는 은근슬쩍 다시 물었다.
“그런데 신입들에게 이런 무예를 전하고 있다는 인물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의 인물이 아닌 게 분명한 것 같은데, 배우는 사람이야 기초가 튼튼하고 재능이 있다면 일취월장이 가능하다. 가르쳐 준 후 무조건 두드려 패면 되지. 두드리는 게 고수일수록 더 빠르게 크는 것이다. 맞지 않으려면 피해야 하고 피하다 보면 반격이 나오는데, 어른을 상대하던 아이가 같은 아이와 싸우면 어떤 짝이 나는가 하는 게 무예인 것이니. 그러나 정작 만들어 내는 쪽은 여간한 실력으로 불가능한 것인데 어느 인물이 파훼식까지 들여다볼 정도인지 알 수 없구나. 어차피 알 것 같으면 지금 말해 줘도 좋을 것이라 본다만.”
사실 그렇긴 하다.
그러나 악벽강에게는 정말 말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난처한 심정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말씀 올리고 싶지만 너무 난처한 일이오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셨으면 싶어요. 다시 말씀 올려도 해가 될 사람이 아니고 반드시 아버님께서도 흡족해하실 것이오니……!”
어떻게든 추룡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보다 그녀로서도 확고하게 무엇인가를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악불비는 의아하다 싶은 느낌이 실망보다 더 빨리 들었다. 아무리 봐도 눈치가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스스로가 구해야 하는 것인데……!
“알겠다. 정히 난처하다면 묻지 않으마. 가서 쉬어라.”
“감사드려요.”
“흠……!”
악벽강은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고, 악불비는 곧 근래에 발생한 일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생각에 잠겼다.
마시에서 일어났다는 일과 더불어 딸의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변화.
“나에게 숨길 일은 하나뿐이지. 바로 녀석인 게야. 대관절 어떤 녀석이기에……!”
도달한 결론은 ‘항주’였다.
교교히 흐르는 달.
“진, 충! 일호 막추룡!”
“벽강이에요.”
“아……!”
두 사람은 모처럼 다시 만났다.
악벽강이 조용히 부른 것이었는데 둘은 언제나 같았다. 보자 추룡은 곧 수하로서 부동자세를 취했고 이런 그를 보며 악벽강은 얼굴을 붉히고 웃으며 상관으로서 만나고자 한 게 아님을 알려 줬다.
워낙 비밀이 많은 두 사람이라 슬그머니 주위의 눈을 피해 중천보의 산책로를 따라 계공산의 기슭 쪽으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추룡은 변함없이 싱겁게 웃었고, 이런 그를 악벽강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난처한 일이 생겼습니다. 개인전을 보시고 아버님이 의혹을 느끼신 것 같습니다.”
추룡은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악 매가 춘추대회에 천거를 하였으니. 약간 이르다 싶긴 하지만 사실대로 말씀드리십시오.”
악벽강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정말?”
“숨기려다 보면 거짓을 아뢰게 될 것인데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되면 제 거취가 문제가 될 것이지만 둔촌에서 말을 돌보며 지내겠습니다. 악충보에서 할 일은 대강 끝난 것 같습니다.”
목적이 전소 등 친구들을 살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문한 아래 이젠 자리를 잡았고, 악벽강이 살펴 주는 등 악불비까지 자신이 키우는 것으로 하라 했으니 확실히 목적했던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무예에 관한 부분 역시 눈을 뜨게 했고. 남은 것은 각자의 노력이었다.
노력하는 한 십 년 안에 어디로 가도 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낼 것인 만큼 무인으로서는 반석이 닦인 것이다.
하지만 악벽강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저는 가가께서 그대로 악충보에 계셨으면 싶습니다. 언제나 뵙고 싶으면 먼발치서라도 뵐 수 있게요.”
“둔촌도 멀지 않은걸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악벽강은 나직나직 말을 이었다.
“사려가 깊으신 분이라 아버님께서도 곧 알게 되실 것입니다. 원인도 헤아리실 것이고요. 항주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따라가 보면 쉽게 아실 것이지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지만 악묘에서 가가를 보신 분도 많습니다. 언니에게만 물어봐도 바로 답을 얻으실 것입니다.”
분명히 그러했다.
“그래도 모른 척하실 것입니다.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악충보에 계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룡은 다소 난처한 웃음을 머금었다.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함께 있으면서 인사도 올리지 않는다는 게 참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버님께서는 양해하신다 해도 제가 죄스러워서 말입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인사 올리시면 되지요?”
추룡은 더 난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것도 좀 이상해서 말입니다. 아무리 속이 좋으신 아버님이시라 해도 인사를 올리고 나면 말단 숙사에 두려하실 리 없고……! 위로 올라가면 친구들이 위화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좀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지요. 이대로가 편합니다. 친구들이 저는 정말 좋으니까요.”
“저보다 더?”
“하하! 경우가 다르니까 난처한 것은 묻지 마시고요.”
“흥!”
악벽강은 살짝 추룡을 째려본 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슬그머니 어깨에 기댔다.
두근두근! 포옹까지 한 적이 있었지만 추룡은 쩔쩔매는 표정으로 쑥스럽게 웃으며 모른 척 그런 악벽강의 어깨를 감쌌고. 도망가고 울고 하던 때와 분위기가 다른 것이었다.
괜스레 떨리는 심정. 걸으며…… 악벽강 역시 얼굴을 붉히며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웃었다.
“그냥 한 가지 주의를 당부하신 게 있습니다. 소녀가 보기에도 그런데 전 소협 등이 지니신 무예가 파훼식에 가깝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화산파에서 알면 언짢아하겠지요. 붕거창법도 그런 점이 보였습니다. 가가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더 퍼져 나가면 좋지 않을 듯합니다. 세상의 무예는 약할수록 좋다고 하셨습니다.”
추룡은 알아들었다.
“정확히 파훼식이라 할 수는 없고 원래 제가 배운 무예가 그런 것입니다. 철저하게 허를 파고드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인데 퍼뜨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확히 기본을 알게 된 사람은 임 형까지 여섯 명이고요, 새로 함께한 사람은 허원소, 정백하, 조태형, 세 친구입니다. 그 밖에 삼 내단의 선참님들께서 새로 알게 된 붕거창법의 연장 수법들을 배우시기 시작했는데, 파훼식까지는 아닙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악벽강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 되었다.
“벌써 오십 명에 가깝다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그렇게나 퍼뜨려 놓고도. 충분히 염려할 만한걸요?”
듣고 보니 좀 그런 것 같아서 추룡은 머리를 긁적였다.
“붕거창법은 배우는 것이고, 아무래도 함께 있는 한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봐서요. 다른 것은 몰라도 제가 느낌은 좀 발달한 편인데, 다들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 정도라면 알려 드려도 좋을 것 같아서……! 친구들과 삼 내단을 하나로 묶어 놓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유사시에 함께 힘도 쓸 것이고 호흡을 맞춰 큰일을 해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머리를 긁적인 손이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정말 느낌이 발달하셨나요?”
“아, 예. 꽤 그렇습니다.”
추룡은 얼른 손을 다시 올려 악벽강의 어깨를 감쌌다.
“하하……!”
믿음직스럽기도 하거니와 역시 좋다.
“돌아가서 삼 내단을 시험단으로 정하겠습니다. 무예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따로 관리하는 단 정도로요. 좋아지는 점도 있겠지만 엄격해지는 점이 있을 테니까 그리 알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죠?”
“저도 몰라요.”
걷다 보니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산책로인 것 같긴 하지만 남의 방파니 아무 곳이나 함부로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돌아가죠.”
“그래요.”
두 사람은 아쉬운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길이 끝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심정이었다.
이틀 차.
“하아아압!”
카카카캉!
“와앗!”
히히히힝!
“와아아!”
춘추대회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역시 악충보 강하군! 올해도 상위권이야. 이미 사강四强이지?”
“그렇구먼. 정말 강해. 올해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은데, 특이한 점이 눈에 보이네. 젊은 층에서 바싹 힘을 쓰는 것이 보여. 저기 청년들 말일세, 분명히 어제 개인전에서 본 청년들 같은데?”
“맞아. 삼선에서 화서방을 휩쓴 청년이 있어. 주위에 함께 있던 청년들도 보이네. 같이 개인전에 출전한 청년들인 것 같군.”
“약관에 기량들이 대단한 것 같네. 신입에서 출전한 청년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의아했더니만 이유가 있었군?”
“자세히 살피고 있는데 어제 일 차전에서 여덟 명이 남았었고, 이 차전에서도 여섯 명이나 생존했었네. 지금도 다섯 명이야.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인데! 알다시피 경계 대상이 되어 있거든.”
경계 대상.
분명히 그런 점이 있었다.
대회 이틀 차가 시작되면서 친구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첫날은 몰랐기에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일이 차전을 통하는 등 개인전에까지 모습을 드러내었으므로 삼 차전에 와서 친구들은 어느새 상대 방파의 경계 대상이 되어 있었다.
실력이 드러나므로 투창전에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단체의 격돌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적을 치려면 적장부터 잡아야 한다 했듯 일단 강적이다 싶은 대상에게 집중포화를 감행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결과가 다섯 명이었다. 갈수록 상대가 세어짐으로 탈락자가 많을 수도 있었지만 직접 요인은 이 공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무조건 저들부터 쳐라! 방심해서는 안 된다!”
“엄호! 따라붙어라!”
“흐아아아아!”
두두두두두!
카카카카캉!
“와앗!”
하지만 악충보 쪽에서도 대비하고 있었다. 일 차에 친구들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으므로 단주들은 이 점을 노려 친구들을 엄호하며 그들의 배후를 노렸고, 친구들 역시 눈치를 채고 철저히 하나로 뭉쳐 치고 드는 상대들에 응수하기 시작했다.
“흩어지지 말게! 서로를 보호하면서 상대해!”
카캉!
“와아아앗!”
그리고 이날부터 추룡의 움직임도 다소 달라졌다. 집중포화에서 친구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확히 지난밤 악벽강과의 대화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하지는 않을 정도지만 친구들의 배후를 지키며 치고 들어오는 상대들을 차단해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윙윙윙, 휘둘러지는 장창이 흡사 광풍노도 같다. 상대방들이 함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지경.
“그 녀석이 제일 강하다! 가까이 붙지 마라!”
“하아아압!”
카앙!
“흡!”
상대들도 추룡에 대해 심상찮은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다. 일이 차전에서만 해도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그가 친구들이 집중 공격을 당하면서부터 뜻밖에 놀랍다 할 기량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기이하다 싶은 점은 방어는 하되 직접 공격에까지 나서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종일관 친구들의 배후를 지키며 집중포화가 퍼부어질 때마다 적절히 방어만 해 주고 있을 뿐 정작 상대를 쓰러트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방어 전문인지 뭔지 도무지 정체가 불분명하다.
이로 인해 상대 쪽에서는 꽤 고전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 배후를 칠 수 없으니 정면에서 부딪쳐야 하고 그렇게 하자니 또한 친구들의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 달리며 가로막을 때마다 호흡을 맞춰 한꺼번에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여기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어느 틈에 닥쳐온 순욱 등 단주들이 또 자신들의 뒤를 쳤다.
부딪치고 있는 것은 산서의 금창방이었는데 이 방파 역시 창을 전문으로 쓰고 있었지만 방주인 인물은 쓴 입맛을 다셨다.
“워낙 붕거창법이 대단하니 능가하리라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기량들이 탁월한 것 같구려. 패배를 시인해야겠소이다. 한데 악 보주, 저기 젊은이들 뒤에 붙어 다니는 청년은 대체 누구요? 이해할 수 없는데 실력이 정말 탁월한 것 같소. 멀리서 봐도 창을 쓸 때마다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혼자서 천군만마라도 휩쓸어 낼 것 같은 기분이오. 그런데 정작 공격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데 왜 그런지 까닭을 모르겠구려.”
악불비의 시선도 계속 추룡에게 머물고 있었다. 수련할 때부터 머물고 있었던 터였다. 다소 의미가 달랐지만 시종일관 얻어맞고 있던 그였으니까.
마침내 뭔가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다.
힐끗 악벽강을 본 후 대답했다.
“배운 게 방어하는 것밖에 없으니 그렇지 않겠소이까? 잘은 모르겠지만 겁이 나서 사람을 못 패겠다는 것 같더구려.”
“뭐가 그런……?”
지은 죄가 있으므로 악벽강은 얼굴을 붉힌 채 쩔쩔맸다.
“악충보의 문인인 것은 맞는 것이오이까?”
이런 악벽강을 보며 악불비는 계속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맞으니 붕거창을 쓰지 않겠소이까. 어쩌다 저런 녀석이 문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싶소이다만 식구인 것은 분명하오이다.”
오십 대 초, 대춧빛 얼굴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푸른 금삼을 입은 위엄 있어 보이는 인물이 다가서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숨기시는 것이 있는 것 같구려. 개인전을 할 때 운영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는데 청년이 참 좋아 보이더이다. 저 나이에 이런 실력이 쉽지 않으니 필경 악 형의 수제자가 아닌 듯싶소. 그러시지 말고 털어놓아 보시지요?”
어제부터 대답할 말이 곤궁한 악불비였다.
“수제자라기보다는 그냥…… 재질이 좀 있는 편 같습니다.”
자면인은 거듭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나쁜 뜻으로 여쭙는 게 아니올시다. 실은 소제의 막내딸이 아직 거처가 정해지지 않아서 한번 엮어 보려고 하는 것이올시다. 내자를 닮아 참하지요. 남북이 좀 멀어도 한 집안이 되면 좋지 않겠소이까?”
악벽강의 눈이 화들짝 치켜졌다.
산 너머 산이라고 또 다른 두통거리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았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너희들 재질을 헤아려 무위를 새로 조절하기 위해 소저께서 따로 관리하는 부서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던데 사실이냐?”
지난밤 악벽강이 귀띔했던 내용.
추룡은 친구들에게 전했고, 이에 친구들은 잔뜩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당분간 발설치 말라 하셔서 말씀 올리지 못했습니다.”
“어쩐지 한 지역의 친구들이 모두 내당, 그것도 한 단에 들어갔다기에 이상하다 했더니만. 마시에서 소저를 만났었다고?”
“그렇습니다.”
“행운아들이로군. 조절이 끝나면 어차피 모두 수련하게 되겠지만 시험 선발, 그것도 소저의 눈에 들었으니. 조만간 우리보다 신분이 위로 가겠는데?”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악의 없이 하는 말이라 해도 부러움이 섞일 수밖에 없고, 더 전에 서운할 수도 있었다. 순욱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만 모두가 오랫동안 악충보에 몸 바쳐 왔고, 교관으로 대기까지 하면서 이 자리에 올라온 터였으니까.
추룡이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체제가 무시되는 일인데요. 시작 전에 소저께서는 분명히 이야기하셨습니다. 시험 부서로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똑같이 녹봉을 받고 똑같이 근무 연한을 채우고 똑같이 공을 세워야만 진급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운이 따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특이하게 소저를 만나게 되었고, 우연히 몽마를 잡는 것에 일조도 했으니까요. 진급 예정이 있지만 그것만 인정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몽마 압박 계획으로 얻게 된 진급 이야기입니다.”
단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히 인정해야지. 솔직히 그건 정말 큰 공이다. 견습 끝나고 삼호로 올라가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은 사호가 되어도 될 일이야. 수많은 여자들을 죽이는 등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녀석을 처치했으니 말이다.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
“한데 소저께서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나? 근무 연한을 채우거나 공을 세워야 한다고?”
추룡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도 실없는 생각 않고 그저 열심히 하려 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 잘 좀 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우리도 좋지. 여기까지 와서 함께 싸우고 있기도 하고. 인정해 줄 테니까 잘해 보자.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냐?”
일 차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그럼요. 좋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나눠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건 열심히 할 테니 도와주십시오.”
“도울 게 있을지 모르겠다만 그리하마. 모른 척하기 없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