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48화 (48/150)

# 48

친구들 날다 (4)

이 꼴을 본 웅주들조차 기가 찬다는 듯 입이 벌어졌다.

“판단력이 대단하구려! 정신력도 뛰어나고! 저 청년, 정말 탐나오!”

다소 불만이 있었던 악불비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흠흠…… 뭐, 우리 악충보 수하들은 원래 저렇소.”

이기지 못할 바에는 같이 죽는다! 솔직히 무서운 정신인 셈이었다. 무예의 고하를 떠나 실제로 무인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이 이런 적을 만나는 경우기도 했다.

“악충보, 화서방, 이 선, 삼 선, 대결 선으로!”

한자방은 확실히 제 몫을 하였기에 싱글벙글 웃으며 내려왔고, 진행자의 외침에 따라 추룡은 다음으로 신학철을 택했다.

“신 형, 부탁함세.”

그러나 우물쭈물 신학철은 왠지 자신이 없어 보였다.

“한 형만도 못한 실력으로 삼 선 상대가 가능할까?”

추룡은 이런 신학철에게 용기를 줬다.

“걱정하지 말게. 한 형이 두 사람을 꺾어 줬으니. 원래는 곽 형이 올라가야 하는 것인데, 저쪽 무예를 좀 더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걸세. 승패에 신경 쓰지 말고 최선만 다해 줘.”

개인이 아닌 단체, 상대의 실력 파악.

신학철도 용기를 얻는 것 같았다.

“해 봄세! 최선을 다해 저항하겠네.”

신학철이 올라갔고, 화서방 쪽에서는 이범상이라는 삼 선이 올라왔다. 실력 순으로 올라오고 있는 듯 양패한 홍동성보다 더 강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시작!”

“흐아아아압!”

카카카캉!

예상대로 신학철은 화서방의 이범상에게 많이 밀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탈락되므로 올라온 이범상은 신중을 기함과 함께 무섭게 신학철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는데, 신학철은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오장급에서 출전을 한다고 해도 나선 인물들은 실제 오장급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인 인물들로서, 경력이 짧아 오장이지 단주급 이상인 실력자도 수두룩한 것이었다.

젊은 나이의 오장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봐야 하는 것으로 거의 간부 대기 상태인 인물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

따라서 한자방은 정말 선전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학철은 이야기한 대로 한자방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결과는 곧 드러났다.

“하!”

퍽!

“흡!”

나름대로 열심히 해 보고자 애쓰는 것 같았지만 워낙 상대가 강하다 보니 시작부터 밀리던 신학철은 이리저리 피하며 방어에 애쓰다 결국 사십여 합 만에 패색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받아치다 말고 이범상의 손목 치기에 걸리고 말았던 것.

“화서방 일 승! 악충보 삼 선 대결 선으로!”

“와아아!”

함성 속에 신학철은 코가 쑥 빠져 비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미안하네.”

하지만 친구들은 손뼉으로 그를 맞이했다.

“괜찮네. 아주 훌륭했어. 화서방 삼 선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 것 같네. 분명히 단주급 이상인 것 같아.”

“육합검 맞지?”

“확실해. 기본 수법 이상의 정수도 가진 것 같고. 곽 형, 올라가게.”

“음!”

마침내 곽영이 눈을 번쩍이며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한자방과 신학철 역시 친구라 아니할 수 없지만 세 친구 중 처음으로 비무대에 오르는 셈이었다.

“준비!”

오르자 곧 진행관의 외침에 따라 대결 자세를 취했다. 목검을 비스듬히 가슴 앞으로 둔 중단 자세로 꼿꼿이 허리를 편 채 한 주먹 간격으로 발을 둔 형상.

평범한 기본자세이면서도 몇 번인가 본 듯한 그런 자세였다.

“시작!”

신호가 떨어져도 급격히 공격해 가려 하거나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목검을 중단에 둔 채 눈을 번쩍이며 이범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뿐.

“……?”

한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한자방과의 대결 때도 그랬고, 신학철과의 대결 때도 그랬지만 신호와 함께 양자는 바로 치열하게 뒤엉켜 격전을 벌였는데, 유독 이 세 번째 겨룸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곽영이 서두를 생각을 않고 중단 자세를 꽉 잡은 채 버티고 서 있어서인지 이범상도 선뜻 공격을 해 오지 않고 멈칫거리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던 것인데, 더 정확히 이범상은 새로 맞이한 상대에게서 기이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자세인 중단, 한데 이상하게도 언제나 보곤 했던 그 자세가 곽영에게서 취해지자 전혀 치고 들어갈 틈 같은 것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고, 자칫 서투르게 공격했다가는 단숨에 패할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엄습했던 것!

‘뭐지? 이건 상당한 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같은데?’

퍼뜩 정신이 드는 듯한 기분.

어떻게든 공격을 해야 할 것인데, 다시 봐도 베일 것 같은 느낌만 들 뿐 치고 들어갈 허점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심판관의 얼굴에도 순간적으로 어떤 긴장감이 떠올랐고, 거문 위에서 내려다보는 웅주들의 얼굴에도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인물들에 상당한 고수인 이상 어떤 경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뭔가? 또한 약관의 청년 같은데? 설마 화서방의 삼 선이 마주 선 것만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오?”

“그럴 리가! 그 정도가 된다면 압도적으로 실력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하는데. 신인이라고 고수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실력자가 일반 문인일 수 있겠소?”

화서방의 방주도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악 보주님, 어떤 청년이오? 혹시 직계 제자이거나 특출한 기인의 진전 같은 것을 이어받은 청년이오?”

그러나 악불비로서도 내막을 알 수는 없었다.

“이번에 입문한 신입인데 상당한 실력을 가졌소이다. 단체전에도 출전한 상태니.”

“아, 역시……!”

아는 것이 없으므로 간단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타 웅주들은 쉽게 이해했다. 단체전에 출전한다는 것은 단주급의 실력이 된다는 뜻이었고 그 정도가 되면 확실히 일반의 오 장은 압도할 정도가 되는 것이었다.

“저만한 신입을 받아들였다니 부럽구려. 약관의 나이에 단주급이면 필경 오래잖아 두각을 나타낼 것인데. 악충보의 힘이 갈수록 커지는 느낌이올시다.”

‘가가의 검이로군. 나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누가 배출해 낸 신인인가 하는 의문만 남았는데, 악벽강만 미소 지었다. 입문 시험 당시 중하위에 머물렀던 친구들의 실력. 그녀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마시에서 전소, 임백호 등의 싸움을 봤으므로 원래의 무위를 헤아리는 상태로서, 이후 친구들의 실력은 급속도로 늘고 있었다. 실전 수련 때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었던 터였다.

이유 없이 하늘에서 실력이 떨어질 리 없으니 누군가가 끌어 주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그렇다면 역시 추룡밖에 없는 것이었다.

조용히 악불비의 뒤에 서 있기만 했었는데 처음으로 눈을 번쩍이며 비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된 후 처음인 정적.

“왜 저러지? 왜 안 싸워?”

“글쎄? 영웅전에서는 종종 있지만 일반에서는 없는 일 같은데……!”

‘아무래도 악충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군!’

무예를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한 기색을 떠올리며 수군거렸고, 상당한 무예를 지닌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속행續行!”

그러한 속에 진행관의 주의가 떨어졌다. 두 사람이 모두 꼼짝 않고 있으니 서둘러 승부를 가리라는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범상은 부딪쳤다 하면 바로 패할 것 같은 불안감에 변함없이 꼼짝 못하고 있었고, ‘슥!’ 결국 곽영이 먼저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중단, 빈틈없이 번쩍이는 눈으로 이범상을 보며 발을 바닥에 붙여 끌듯이 하는 형상으로 서서히 그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장 간격이면 실제 그다지 멀지가 않다. 다해야 여섯 걸음 정도의 간격에 목검을 든 것을 생각하면 서너 걸음으로 상대를 칠 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이범상의 이마에 자신도 모르게 주르르 땀이 흘러내렸고, 또한 바로 그 순간.

“하아아압!”

주의가 떨어진 속에 곽영이 다가오는 만큼 물러설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폭갈과 함께 ‘쫙!’ 신형을 앞으로 밀고 나가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와 기력을 다해 곽영의 머리를 겨냥한 채 일섬一閃을 그어 냈다.

곽영이 피하거나 막아 내면 바로 변화수를 전개해 후속 공격을 감행해 갈 작정.

타악-!

“흡……!”

“앗! 아니……?”

하지만 천만뜻밖에도 이런 통상적인 공격법은 곽영에게 먹히지 않았다. 그의 목검이 떨어지는 순간 곽영은 실로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 줬다!

천천히 밀고 들어오던 상태에서 그의 목검이 내려쳐지는 순간, 휘청, 가볍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가 싶더니 번개같이 중단으로 들었던 목검으로 탁, 이범상의 목검을 바깥으로 쳐 냄과 함께 그대로 밀어내듯 앞으로 뻗어 삽시간에 그의 목에 검 끝을 들이댄 것이었다.

두 수법이었지만 한 호흡으로 연결되어 한 수법으로 보일 정도로 눈 깜박할 사이에 전개된 지독히 매끄러운 극쾌검!

워낙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측근에서 지켜보던 심판관조차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만 속행 명령과 함께 밀고 나가던 곽영을 덮치며 이범상이 수직 일 검을 날렸고, 찰나 나아가던 곽영이 번쩍, 좌로 쳐 공격을 막는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이범상의 목에 검 끝이 닿아 있었던 것이다.

“승부! 악충보 삼 선 일 승!”

“와아……!”

“대체 어찌 된 일이야? 공격은 분명히 화서방의 삼 선이 해 간 것 같았는데!”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목검이 목에 닿아 있으니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는 없고, 순간 도처에서 황당하다는 음성들이 터져 나왔다. 똑같이 본 것이라고는 이범상이 공격해 가는 것과 곽영이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역시 실력자였군!”

“대단한 신인이 등장한 것 같소!”

“하하하……!”

웅주들의 눈 역시 휘둥그레지는 속에 악벽강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까닭 모르게 콧날이 시큰해지고 있었다.

완벽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야말로 무예를 배우면서부터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수법임이 분명했으니까.

어쩌면 이 순간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처녀일지도 몰랐다.

흑무사黑武士 (1)

밤夜.

“와아!”

펑펑! 따다다다당!

보루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방파 간의 겨룸은 끝났지만 폭죽이 터지고 계속 일반들이 비무대에 오르는 등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당했다 싶은 선전善戰.

“흠……!”

그러나 악불비는 역시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르셨사온지요, 아버님.”

오래잖아 기침 소리와 함께 옆 객실에서 악벽강이 들어왔다.

“음, 그래.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다. 좀 앉아라.”

팔선탁 옆의 자리를 권한 후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강아, 나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악벽강은 또 움찔했다.

“숨기고 있는 것이라시면……?”

금릉을 다녀온 후 정말 여성스러워진 딸을 보며 악불비는 조용조용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짚이는 것이 있는데 우선 새로 입문한 신입들 말이다. 먼저도 의문을 느꼈다만, 너는 그들이 퇴임한 우리 간부 중 누군가가 가르친 것일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고. 하지만 좀 지나친 것 같구나. 내 기억에는 재임했던 간부들 중 그런 검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

조마조마 악벽강은 가슴이 조이기 시작했다.

“수련 때 보니 또한 일반에 가르치지 않는 붕거창법을 쓰는 모습도 보였는데, 써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파훼식에 가까운 수법을 쓰더구나. 아니, 가까운 게 아니라 확실한 파훼식이었다. 알겠지만 이것은 악충보에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외부에 이런 수법이 흘러나가면 큰 문제가 생긴다. 너를 믿어 묻지 않았다만 분명히 예삿일이 아닌 것 같구나.”

붕거창법의 파훼식.

“또한 알아본바 그들은 이상하다시피 모두 내당에 속해 있더구나. 우연이라 볼 수 없는 일임을 알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겠느냐?”

조용했지만 근심과 우려가 섞인 음성이었다.

난처했지만 악벽강도 숨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실 지난 낮…… 아니, 근래 들어 친구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입문하자마자 모두가 내당에 입문하는가 하면 몽마를 잡는 데 일조했고, 전원이 춘추대회에 출전했다.

와서 또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우선 오전, 단체 일 차전에서 스물아홉 명이 살아남은 중 여덟 명이 건재해 있었다.

단주급들 열아홉 명이 탈락된 싸움에서 신입이 그 정도로 버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이후에도 일은 계속 벌어졌다. 개인 일 차전을 곽영이 휩쓸어 버렸던 것이다. 화서방의 삼 선 이범상을 탈락시킨 후에도 곽영은 계속 선전해 사 선과 마지막 대장까지 격퇴시켜 버렸던 것.

그가 전개한 검 역시 거의가 육합검의 파훼식이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지극히 깔끔하고도 강력한 극쾌검.

누가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수법이었지만 보다 화서방은 운이 아주 나빴다고 봐야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곽영이 바로 같은 육합검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육합검법을 수련하고 있었던 만큼 어느 동작에서 어떤 수법이 전개되고 어떻게 이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였으므로 힘을 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친구들이 배운 칠우검이 육합검을 기준으로 약점을 보완해 만든 파훼식과 마찬가지였다. 이래도 저래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 벌어진 단체 이 회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급되었던 대로 유시에 일 차전에서 살아남은 십육 개 방파가 여덟로 나누어 이 회전을 치렀는데 여기에서 악충보는 하북의 석가장石家莊과 격돌했다.

일 차전을 넘기고 올라온 곳인 만큼 만만치 않은 무위를 지닌 방파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스물네 명이 생존해 남았는데 탈락되어 나간 친구들은 넷이었다.

스물네 명 중 여섯 명이 포함되었다는 뜻이다. 실로 예삿일이 아닌 것이었다. 간부들이 서른 가까이 탈락하는 속에 신입들이 버틴다는 것이 어찌 장난일 수 있겠는가.

악벽강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드려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오나 죄스럽게도 지금으로써는 다 드릴 수가 없사온데, 소녀에게 약간의 어려움이 있음을 먼저 헤아려 주셨으면 싶어요. 하나만 빼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나.

“우선 입문한 신입들, 정직하게 말씀 올려 소녀가 아는 친구들입니다. 항주에서 만났습니다. 그들은 입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선조부님의 묘소에 탁본을 뜨려고 항주에 갔고, 소녀는 필요한 말을 구하러 갔었던 터입니다. 말 도둑들과 조우했고, 거기에서 그들을 보았어요. 실력이 있고 도움이 되었기에 내당으로 편입시켰던 것이옵니다.”

악불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던 것이로구나. 그런 뭔가가 있으리라 믿었다. 신분은?”

“말씀 올린 대로 다섯 친구는 둔촌 출신입니다. 기량을 보인 곽영의 부친께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산검을 수련하신 분이고 악충보에 입문코자 하셨지만 늦게 무예를 배움으로 때를 놓쳐 들어오지 못하신 분입니다. 친구들을 가르쳤고, 아들과 제자들을 입문시킨 것이옵니다.”

화서방을 격패시킨 곽영의 검. 악불비는 계속 헤아렸다.

“고수이신 게로구나?”

악벽강은 정직하게 이야기했다.

“약하시진 않겠지만 아주 특출하시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친구들을 잘 키우신 것 같고, 그들 또한 무림에 꿈을 둬 혼신지력을 다한 것 같았습니다. 튼튼한 기초에 재질 역시 상당한 친구들이었던 셈입니다. 도중에 기연을 만났습니다. 좋은 성격 덕분으로 재능을 끌어내어 주는 사람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뜩, 악불비의 눈이 빛을 발했다.

“누구냐?”

가장 핵심인 부분. 그러나 악벽강은 이것을 대답할 수 없었다.

“소녀가 말씀드린 ‘하나’가 그것입니다. 송구스럽지만 그에 대해서 밝힐 수가 없는데 곧 아시게 될 것이에요. 소녀에게 약속과 같아서……! 한 점도 악의가 없고 좋은 사람입니다. 또한 분명한 것은 친구들이 확실한 악충보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한둘 정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순수하고 좋은 성품들로서 대를 거쳐 악충보의 기둥으로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흠……!”

악불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인 문제 등 꽤 골 아픈 점도 있었지만 제외하고는 무엇인가를 감추거나 거짓을 말할 딸이 아니었다.

“그렇다 하니 일단 안심이 된다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확실히 우리 사람이라 믿겠다. 가볍거나 한 성격들은 아니지?”

악벽강은 확고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이가 있는 만큼 치기가 있고 유쾌한 것으로 알지만 다들 속이 깊습니다. 감출 것과 삼갈 것을 알고 있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도 구분할 줄 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밝은 쪽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만큼 애통함을 지니지 않도록. 하여 여러 면으로 배려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악불비는 모두 이해했다.

맑은 정광이 흐르는 시선으로 딸을 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중요한 점이다. 순수하다는 것은 때 묻지 않음을 말하는데 실제 그 나이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다. 순수하고 정의롭지만 세상이 점차 때를 묻히고 악하게 만들어 가지. 모르긴 해도 그들에게 복이 있는 듯하구나.”

차분히 말했다.

“하나, 하려면 확실히 해야 한다. 알겠지만 주위에도 눈이 있다. 지금까지는 무난했을 것이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눈길을 타게 될 것이다. 시기와 질투가 따를 것이고, 어려움도 생기게 된다. 눌러서 비뚤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사소하다 해도 상당한 수법을 가진 그들이 밖으로 나가면 적잖은 문제가 된다. 미리 방지시켜야지. 일단 내가 키우는 아이들이라 일러두도록 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