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47화 (47/150)

# 47

친구들 날다 (3)

이런 경우는 타고 있는 말의 힘과 기마술이 중요했다. 어느 쪽 말이 강한 가속력을 지녔는가, 혹은 어느 쪽의 마술이 뛰어난가에 따라 한 걸음 앞서 상대의 배후를 들이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고 나온 말들은 모두가 준마라 할 수 있는 탁월한 말들, 약간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승마술 역시 양자가 큰 차이는 날 수 없었고.

따라서 이 상태로는 서로의 꼬리를 잡기 힘드므로 승부를 가리려면 회전 폭을 좁혀 가는 수밖에 없다.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장창을 움켜잡고 서로를 보며 원을 그리던 한순간.

“직진!”

“하-!”

콰두두두두두!

급기야 양자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화서방의 움직임을 보며 원형으로 회전하던 선두, 악충보의 수장 문종흔이 찰나적으로 서로를 보며 둥글게 돌아가던 상태에서 원형을 깨트리며 중앙으로 치고 들어간 것이었다.

“투창!”

“하아아압!”

콰아아앗!

당연히 맞서 회전하던 화서방인들 이를 허용할 리 없었다. 치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맞서 곧바로 수장인 선두 대열에서부터 함께 일직선으로 치고 들어가며 십여 장 거리로 스치듯 질주하며 즉각 마주 장창의 세례를 퍼부은 것이었다.

수련할 때와 똑같이 끝 부분에 회칠이 된 천이 둥글게 감겨 있는 다섯 개의 창.

“읏!”

“앗……!”

결과는 바로 드러나고 있었다. 막거나 피해 낸 사람도 상당했지만 실력이 떨어지거나 운이 나쁜 인물들은 교전에서 바로 투창에 맞아 몸에 횟가루를 묻히고 만 것이었다.

팔과 다리에 두 차례의 횟가루를 묻히면 탈락, 얼굴이나 몸통에는 한 번 횟가루가 묻으면 끝이었다. 진병이라면 바로 피를 뿌리고 쓰러지게 마련이므로.

“하-!”

콰두두두두두!

일 차 교전에서 상대의 창에 맞은 인물들은 낭패한 표정이 되어 즉시 교전장에서 물러섰고, 남은 인물들의 격돌은 계속 되었다. 서로를 따라잡고자 벼락같이 치달리며 사정거리가 된다 싶은 순간이면 지체 없이 서로를 향해 창을 퍼부어 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닌 창의 수효가 다섯 개이므로 오래가지는 않았다.

피차 예닐곱, 혹은 대여섯의 탈락자가 생기는 가운데 네 개의 창이 소모되었다 싶은 순간 곧바로 이 차 격돌이 시작되었다.

“집중 공격!”

“흐아아아아……!”

카카카카캉!

거리를 두고 창을 던져 교전하던 것에서 적극적으로 서로를 향해 치달려가 치열하게 남은 창과 목검을 뽑아 부딪치는 혼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진검이 아니라는 하나뿐이지 수법이나 대결 방식이 모두 실전과 같았다. 번뜩이는 눈, 악물린 이빨! 갈고닦아 온 모든 기량과 사력을 다해 상대를 쳐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다.

“하아아!”

카카카캉!

“흡! 이 녀석들, 강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악충보는 상위권, 특히 붕거창법의 위력은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일 차전에서 화서군은 특별한 강적이 되지 못했다. 투창의 교전에서는 비슷하게 예닐곱이 떨어져 나갔으나 개별전이 시작되자 곧 악충보의 창법에 밀려 여기저기에서 탈락자가 나왔고, 이각여가 지나면서 모두 몸에 회칠을 하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남은 악충보의 인원은 스물아홉 명, 압승이라 할 정도로 일 차전을 넘겼고 친구들 중 탈락된 사람은 조태형과 송민 두 명, 여덟 명이 살아남은 상태였다.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

그러나 단체 일 차전이 끝나고도 친구들은 쉬지 못했다.

미시未時.

둥! 둥! 둥……!

“와아아아……!”

“한 형, 신 형, 잘 좀 부탁하세.”

“염려 말게. 최선을 다할 테니.”

또 한 번의 금고 소리와 함성이 신양평을 뒤흔드는 속에 눈을 번쩍이며 일당은 비무대 앞에 모였다.

“개인전을 시작합니다! 개인전 역시 첫 시합은 단체전의 추첨 번호로 치러집니다! 각파에서 선발된 오 인이 한 조가 되어 선봉에서 오까지 상대와 싸우는 방식입니다! 패하기까지 한 사람이 계속 다음 상대와 싸울 수 있으며, 상대를 모두 패배시키는 것으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개인전.

바로 그러했다.

단체전 출전 외에도 전소, 곽영, 장청은 개인전까지 출전 등록이 되었으므로 단체전 후에도 개인전에 출전해야 했던 것이다.

정확히 전소, 곽영, 장청, 신학철, 한자방 다섯 사람이었다. 추룡, 임백호 등 나머지 친구들도 응원 나온 상태.

시합은 운영진이 이야기한 대로 양자의 다섯 사람이 한 조를 이루고 한 사람씩 비무대에 올라 상대와 부딪치는 것이었다. 선봉에서 대장까지 임의로 순서를 정하고 나와 패하기까지 싸우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월등히 강한 무예를 지니고 있다면 한 사람이 상대방 다섯을 모두 꺾고 승리를 거둘 수도 있는 시합이었다.

악벽강이 뽑은 은행 알은 팔 번이었으므로 똑같이 일 차전을 치른 화서방의 출전자들과 여덟 번째에 부딪치게 되었다.

병기는 진병을 대신하는 목검 및 창을 대신하는 봉으로 겨루었고, 길이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었다. 석 자에서 다섯 자 길이의 대목검까지 구비되어 있었으며, 봉 역시 단, 중, 장 셋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너희들 단체전에 출전하고도 괜찮겠느냐? 오후에 이 차전도 치러야 할 것인데.”

“괜찮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개인전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악충보였지만 그래도 출전한 만큼 유원헌이 함께 나와 친구들을 독려했다.

“호구를 입으니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도 부상을 주의해라. 다시 말하지만 춘추대회는 등록하면 교체 인원이 없다. 부상당하면 큰일이니 주의해서 해라. 선전을 기대하겠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친구들은 전의를 다지며 순서를 기다렸고, 마침내 개인전 역시 시작되었다.

“그럼 개인 일 차전 시작하겠습니다! 순번 일, 하남 무강보, 감숙 신도문! 선봉先鋒 비무대로 오르십시오!”

“하앗!”

비무를 주최하는 심판관의 말에 따라 즉시 대기하고 있던 두 방파의 선봉인 무사 둘이 비무대로 뛰어올랐다.

“하아아압!”

투카카카캉!

소문대로 신도문은 확실히 무위가 탁월한 것 같았다. 단체전에서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지만, 선봉으로 오른 인물이 연거푸 무강보의 무사들을 셋이나 격퇴시켰고, 나머지 둘은 두 번째 인물이 올라가 탈락시켜 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다섯을 깨트렸던 것.

하지만 이 하나로 모두의 무위가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시합 방식이 패할 때까지 한 사람이 계속 다음 상대와 싸울 수 있으므로 패牌 자체를 잘 써야 했다.

순서가 아주 중요한 것으로 처음부터 강한 순으로 올라가 상대를 연거푸 꺾느냐, 약한 순으로 올라가 강한 상대의 힘을 빼며 차츰 압도하느냐, 혹은 상태를 봐 그때그때 적절한 사람을 올려 보내느냐는 등, 작전에서 승패가 가려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운영하는 사람의 눈썰미 역시 상당히 중요했는데, 유원헌이 나와 있었지만 친구들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추룡이었으므로 개인전의 운영은 그가 맡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팔 번 조, 악충보, 화서방의 선봉 오르십시오!”

“한 형, 부탁하네.”

“하앗!”

추룡은 선봉으로 한자방을 올려 보냈고, 곧 화서방의 선봉 역시 비무대로 올랐다.

서른 초반, 장청준張淸俊이라는 인물이었다.

알려진 대로 춘추대회의 개인전에는 간부급들이 나오지 않았다. 개인은 물론 방파의 명예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간부들이 나와 싸우다 패하는 날이면 방파의 허약함을 드러냄과 함께 자칫 감정까지 상할 수 있었다. 상대가 아래 직급일 경우라면 더욱더. 이겨도 자랑스러울 게 없는 반면, 패하면 대망신을 당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개인전에 오르는 사람은 대부분 일반에서 선출되었다. 신입에서 오장까지인 셈이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서로의 무위에 대한 척도까지 가늠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출전자가 각 방파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오장급이었다. 따라서 이 자체로도 서로의 무위에 대해 가늠이 되는 것이었다.

오장의 위가 단주인 것이므로 확실하지는 않다 해도 단주급까지의 무위가 짐작이 되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몇 안 되는 간부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었다.

본시 천하에 어떤 큰 싸움이 생기거나 혼란이 발생할 때에는 반드시 빛을 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혼란이나 싸움을 진압하는 것처럼 되어 세인世人들로부터 흔히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다.

아래에는 그를 떠받쳐 대업大業을 이루게 하는 많은 수하들의 피땀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바로 말단이었다. 천하의 어떤 단체라도 수하들이 강하지 못하면 빛을 발할 수 없는 만큼 흔히 말하는 영웅들의 기량이란 실제 수하들의 기량인 셈이었다.

제갈공명이 제아무리 천기를 헤아리는 지혜를 가졌다 해도 수하들이 따라 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역발산기개세인 항우 역시 개인의 힘이 없어서 유방에게 패한 것이 아니었다. 수하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흩어짐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말단들. 이들의 힘이 곧 단체의 근본이며 세상을 바꾸는 힘이자 영웅들의 진정한 실체인 것이었다.

당연히 웅주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하들이 강해야 단체가 산다는 것을. 따라서 오장급의 수하들이 나와 싸우는 비무일지라도 모두가 자리를 비우지 않고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일 조의 싸움에서 맥없이 신도문에 패한 무강보주, 그의 어깨에는 힘이 없었다. 출전만 해도 자랑인 것이 춘추대회라지만 단체전에서도 패했고, 개인전에서도 패했다. 마음이 좋을 리 없다.

‘이래서야. 고삐를 조이고 정수를 더 풀어야겠군……!’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남들 모르게 이를 악문 채 생각하고 있었다.

“시작!”

“하아아앗!”

카카카캉!

팔 조! 마침내 선봉으로 나선 한자방과 화서방의 장청준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수련 문인 당시 알려진 대로 한자방은 공동파의 속가로서 자전검법紫電劍法을 특기로 쓰고 있었으며, 이 검법으로 입문 시험에서도 장원을 한 바 있었다.

신입 중에서는 거의 최강, 특출한 실력자인 셈이었다.

그대로 자전검법을 전개해 빛살같이 장청준을 압박해 가고 있었는데 명칭에서 드러나듯 자전검법은 쾌검류에 속하는 검법이었다.

정확한 보법에 맞춰 빛살같이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폭우 같은 공격을 퍼부어 상대로 하여금 반격의 여지가 없도록 압박하는 검법.

비교해 화서방은 화산의 검을 쓰는 것 같았다. 언젠가 곽영이 보여 주었던 육합검법! 총 삼십육 초로서 초마다 삼 식의 변화가 있고, 화려한 변화와 함께 매화梅花 꽃잎이 바람에 나부끼듯 현란한 변화를 일으키는 바로 그 검법이었다.

“육합검이로군! 개인의 특기인지 방파의 무예인지가 중요해!”

전개되는 순간 곽영은 바로 그것을 알아봤다.

“하아아압!”

투카카카카캉!

번뜩이는 눈으로 추룡 역시 싸움을 예의주시했고, 한자방과 장청준은 시작됨과 동시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히 뒤엉켜 공방을 벌였다.

목검이라 하나 윙윙대는 바람 소리가 일어날 정도의 속도에 힘이 실린 칼끝이 수시로 서로의 코끝을 스치고 턱 아래로 휘돌아 가는 대단한 접전.

죽지는 않는다 해도 자칫 실수하여 정타를 맞는다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할 수 있었다.

격렬하게 부딪치며 맞돌아 가는 움직임 역시 전광석화였다. 좌로 번쩍, 우로 번쩍, 일반의 사람들의 눈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시커멓게 칼 그림자에 뒤덮여 사방으로 번뜩이는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기세는 양자가 백중지세.

“하아아압!”

“터!”

파캉!

“흡……!”

그러나 이 첫 번째 대결에서는 한자방이 다소 유리했던 것 같았다.

거의 백중지세로서 맞섰던 장청준은 공력이나 경험에서 앞서는 듯했지만 속도 면에서 한자방에게 밀리는 느낌이 들었고, 무예의 특징이 그러하듯 시작하자 바로 한자방이 강력한 자전검법을 퍼부어 쇄도해 감으로 제대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채 어려운 대결을 벌이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쾌검의 특징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한 번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면 비교해 속도가 늦는 인물은 싸움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방어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도중 역공을 펼칠 기회를 잡는다면 모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는 결국 퍼부어지는 소나기 공격에 밀려 패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같은 예로 장청준은 경험을 바탕으로 줄곧 한자방의 공격을 잘 차단했지만 결국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백여 합 만에 한자방에게 허리를 허용하고 말았다.

머리 등 상체를 향해 폭우 같은 공격을 퍼부어 가던 한자방이 순간적으로 수법을 바꿔 중단 휘어 치기를 감행해 승부를 낸 것이었다.

“악충보 선봉 일 승!”

“와아아……!”

순간 구름처럼 모여 대결을 보고 있던 군웅은 일제히 갈채와 함성을 토해 냈다.

“대단하군! 악충보의 대단함이야 삼척동자도 모르지 않지만 이제 약관의 청년 같은데. 일반 문인들의 실력이 저 정도라면 간부들의 실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겠네. 어지간해서는 휘주에 가서 실력 자랑을 해서 안 되겠어!”

“그럴 것 같아. 실제로 악보의 이二소저가 몽마까지 잡아내지 않았나? 단체전도 그렇고, 정말 하려고 마음먹으면 악보를 당해 낼 방파가 없겠네.”

이런 것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수하들의 실력만 봐도 그 방파의 실력과 무위가 보인다는 것.

“헛헛! 대단합니다, 악 보주님. 멀리서 봐도 이제 약관인 청년인데, 저 정도로 무위를 갖추다니. 단단히 수련시키고 계신 듯하군요.”

덩달아 악불비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러나 악불비는 왠지 기쁘지 않았다.

정확히 한자방은 악충보의 무사라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문인이니 식솔이긴 하지만 이제 갓 입문한 신입, 전개한 것조차 붕거창법이나 무왕검법이 아니었다.

“운이 좋았을 따름이지요.”

그냥 씁쓸히 웃고 말았다.

“잘했어, 한 형! 훌륭했어!”

그러나 친구들은 일제히 한자방을 격려했고, 한자방 역시 웃으며 한 손을 번쩍 치켜들어 화답했다.

같은 방파의 사람은 아니라지만 신입이면서도 자그마치 오장급의 무사를 이겨 낸 것이었다. 그냥 얻어진 무예가 아닐 것인 만큼 그 역시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천둥 치듯 한 함성을 받으며 나는 듯한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무인들은 실제 이 함성을 타는 순간 가장 큰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화서방, 이 선!”

“하아압!”

그러나 두 번째 대결에서는 판도가 다소 달라졌다.

대장인 인물이 선봉으로 올라왔다면 모를까, 장청준이 패한 만큼 차선인 인물이 그보다 약할 리가 없는 것이었다.

상대의 실력이 탁월하다 싶으면 힘을 좀 빼자는 작전으로 다소 약할지라도 두엇을 더 올려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 첫 겨룸, 섣불리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선으로 올라온 인물은 분명히 장청준보다 강한 듯했다.

홍동성이라는 인물로, 나이 역시 서른셋가량. 장청준보다 많아 보였고 무게감에서도 그보다 더 나가 보였다.

“시작!”

“흐아아아!”

카카카카캉!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장청준처럼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자방이 쾌검을 쓴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 시작 신호와 함께 곧바로 쩡, 하는 포효와 함께 빛살같이 한자방을 향해 도약해 오며 무섭게 목검을 휘둘러 먼저 폭우 같은 검망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매화 꽃잎이 광풍에 회오리치는 듯한 검망들.

“육합검 맞군! 두 사람이 다 육합검을 쓰는 것을 봐서 화서방은 화산의 무예인 걸세! 변형된 수법이 있고, 속가에 전하는 십육 식 외의 연장 수법 같은 것도 있어 보여.”

칠우검을 만들며 함께 무예를 연구했던 친구들. 또한 홍동성의 내력을 재빨리 간파했다.

“한 형이 밀리는 것 같은데?”

“하아아압!”

카카카카칵!

그대로 두 번째 겨룸에서는 한자방이 밀리고 있었다. 장청준과 달리 두 번째로 나온 홍동성은 공력 역시 훨씬 위로 보였고, 속도 역시 한자방에 못지않았다.

또한 나이만큼 쌓은 경험으로 시작하자 바로 철저하게 한자방을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 반격의 실마리를 풀고자 한자방은 번개같이 좌우로 몸을 번뜩이며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좌로 움직이든 우로 움직이든 그림자처럼 홍동성은 한자방을 따라붙으며 계속 소나기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한자방 역시 선전하고 있었다. 분명히 실력은 홍동성이 한 수 위 같았지만 쾌검을 수련한 만큼 악착같이 공격을 피해 가며 순간순간 반격까지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루어 한자방은 대단한 집중력을 지닌 듯했는데, 이 친구의 매서운 점은 오래잖아 빛을 발했다.

오십여 합!

“크아아압!”

“타!”

퍼퍽!

“흡……!”

“엇?”

“승부! 양자 중지!”

시작부터 무지한 공세를 퍼붓던 홍동성이 한순간 윙, 하는 파공성과 함께 직도화악直刀華嶽, 수직으로 머리를 내리쳐 오는 순간, 피할 생각도 않고 슬쩍 머리를 옆으로 움직여 어깨를 내주며 정홍횡천正虹橫天, 또한 장청준을 물리친 후리기 수법으로 목검을 돌려 쳐 그대로 홍동성의 허리를 가격한 것이었다.

워낙 순간의 일이라 누구의 목검이 먼저 닿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심판관은 양손의 깃발을 모두 올렸다.

“양패양승兩敗兩勝! 목검이 같은 순간 닿았으므로 규정에 의해 모두 탈락!”

“와아아아!”

“카카카! 동귀어진同歸於盡 수법이로군! 정말 멋졌네, 한 형! 진짜 수고했어!”

머리를 쓴 것이었다.

“하하! 뭘? 워낙 강한 상대였네. 기왕 패할 바에야 같이 죽어야지! 자전검법의 특징이기도 한데, 뒤를 부탁함세.”

승기를 잡고 있던 홍동성으로서는 기가 막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한자방으로서는 최상의 선택이자 동료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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