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춘추군림대회春秋君臨大會 (4)
친구라 해도 일찌감치 추룡을 위에다 올려놓고 있었고, 무엇이거나 배울 자세를 지닌 것이었다. 그렇게 끌고 있는 것이 추룡이기도 했지만 기본으로 의리가 있고 선한 것이다.
충분히 더 밝은 쪽으로 끌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모두가 강해져 버리면 어쩌라고?”
“더 강해지려고 노력해야지. 내 생각인데 나 혼자 강해지고자 숨기려고 애쓰는 것은 이미 약자일 걸세. 그러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소인일 거고. 함께 크는 것에서 세상은 발전하는 것이고, 진정한 명예 역시 베푸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라 보네. 조사가 된 인물들이 모두 그러한데 세상에 베풂으로써 덕이 천 년을 넘게 이어지지 않았던가.”
“……!”
그대로였다. 칠대문파만 봐도 그러하지만 그들이 위대한 것은 속가에 베풀었으므로 위대한 것이었고, 능가할지라도 실제 스승을 이기려 할 사람은 없었다.
기술만 가르쳐서 스승이 아닌 것이었다.
함께하며 친구들은 더 먼저 마음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한 속에 한 달.
“출발한다! 보의 명예가 걸렸음을 환기하고 최선을 다하라!”
“하-!”
콰두두두두두!
추룡과 친구들은 마침내 신양信陽으로 출발했다.
춘추군림대회는 해마다 장소를 바꾸어 개최되고 있었는데 올해는 하남의 신양이었다. 중천보中天堡에서 관장하고 있었고 친구들 중 누락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칠십 인!
앞자리에는 악불비와 악벽강이 있었다.
천하에 풍운이 밀려오는 미묘한 시기에 개최되는 영웅대회였다.
한데 같은 시각.
항주의 포구에도 뜻하지 않은 한 사람이 내려서고 있었다.
볕을 피하고자 눌러쓴 방갓, 번뜩이는 눈!
언제 남평을 출발했는지 알 수 없는 막여사였다.
친구들 날다 (1)
둥…… 둥…… 둥……!
연일 웅장한 금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속에 시월이 되면서 계공산鷄公山 자락에 천하 각처에서 구름처럼 무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남북 무림에서 개최되는 춘추군림대회에 출전, 혹은 관전키 위해 모여드는 인물들이었다.
언급되었듯 이 대회는 천하 각처의 방파들이 서로의 기량과 무위를 선보이고 친선을 통해 화합과 발전을 꾀하고자 개최하는 대회로서 봄 계절에는 장강 남부에서, 가을에는 북부에서 개최했다.
장소는 유수의 방파들이 추첨을 통해 개최하는 것으로 올해 북 무림에서 개최하는 곳은 하남의 북부, 신양성信陽城의 중천보였다.
계공산은 대별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완만한 산이었고, 대개의 방파들이 그렇듯 중천보의 보루 앞에는 신양평信陽平이라 불리는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곳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이었다.
대회의 내용은 취지가 그러하듯 관심을 가진 북 무림의 방파들이 출전 신청을 하여 우선 기량을 겨루는 단체전과 개인전이 있었다.
각파에서 엄선한 실력자 오십 인이 기마전으로 실력을 겨루는 단체전이 있었고, 또한 각파에서 실력이 되는 다섯 명을 선출하여 오 인 일 조로 기량을 겨루는 개인전이 있었다.
오 인 일 조이므로 엄격히 개인이라 볼 수는 없었지만 일 대 일 형식의 겨룸이었으므로 개인전이라 칭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대회의 백미는 영웅전英雄戰이었다.
취지는 각파의 친선을 도모하는 것이었지만 다만 방파 간의 겨룸일 뿐이라면 집안 잔치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일반 무림인들의 시합을 함께 개최하고 있었는데 이를 영웅대회라 칭했다.
이에 천하 각처에서 달려온 무인들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등 명성을 높여 보고자 출전했는데 의외로 명성을 떨치는 고수들도 상당수 모습을 드러냈다.
갓 출도한 신인이 단숨에 대명을 떨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오랫동안 활약해 온 고수들이 또한 절예를 선보이는 예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활성화를 위해 각파에서 적지 않은 상금을 걸었으므로 이를 노리고 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결국 춘추군림대회란 각 방파의 기량을 겨루는 비무대회일 뿐만 아니라 중원 무림의 유수한 고수들이 대거 달려와 실력을 겨루며 우호를 도모하는 큰 잔치 마당인 셈이었다.
“악충보다!”
“와아……!”
악불비와 악벽강을 비롯한 악충보의 대표들 및 추룡 등 친구들이 중천보에 도착한 것은 보름 후였다.
가을을 맞이한 계공산은 타는 듯한 만산홍엽滿山紅葉, 눈이 현란해질 정도로 아름답게 단풍이 들어 있었고, 도착하니 신양평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많은 막사들이 자리 잡은 채 각처에서 찾아온 무사들로 꽉 메워져 있었다.
오십 리 주위에 신양성을 비롯한 광산光山, 부산否山, 식현息懸 등이 있었으나 몰려온 무인들로 인해 일찌감치 객잔들은 동이 나 있었고, 민박도 부족해 평원과 산 곳곳에 막사를 꾸미고 대회를 기다리는 무사들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평소에는 한둘도 보기 어려운 강호의 무사들이 만도 넘게 운집한 진경珍景이 펼쳐져 있었던 것.
이렇다 보니 상인들 역시 신이 났다. 도처에 천막을 치고 음식과 술 등 갖가지 물품을 팔며 정신없이 은자를 쓸어 담고 있었다.
곳곳에 막사를 쳐 대여하고 있는 것도 상인들이었다.
대회 규모가 워낙 크고 무인들이 또한 기분파라 열린다 하면 상인들은 일찌감치 찾아가 미리미리 좋은 곳에 쉴 자리를 마련하고, 쉴 새 없이 국밥을 끓이는 등, 온갖 채비를 했다.
모든 것이 윤택했고, 그런 속에 달려온 무인들은 서로 만나 호연지기가 통하는 인물들끼리 대화를 하고 술을 마시고 친분을 맺는 등 좋은 일들이 가득했다.
다소 거칠다 싶은 기질이 있는 게 무인들이기도 했지만 잔치 분위기인 데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모여들므로 서로 삼가 이렇다 할 큰 말썽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 괜히 실없이 나대다가는 완전히 큰일 나는 것이다. 모인 사람이 구름 같은데 자칫 실수했다가는 몰매나 맞기 십상.
사마외도라 할 만한 자들도 없었다. 왔다가는 거덜이 나는 것이므로 온다 해도 정체를 숨기고 의젓한 척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미흡한 불초 감숙에서 온 열하검 황호라 하오! 부족한 실력에 대회에 출전할 정도는 못 되고, 각계의 친구들과 친분을 넓혀 보고자 하니 혹시라도 못난 사람과 의를 맺으실 분이나 가르침 주실 분께서는 올라와 주시오.”
“핫핫! 섬서에서 온 이영이라 하오! 황 형의 기백이 놀랍소. 칠보검으로 가르침을 받겠소!”
“뵙게 되어 반갑소! 영광이오!”
“하아아아!”
카카카캉……!
비무대는 가로세로 십 장, 보루에서 삼십 장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대회도 기다릴 겸, 흥이 난 인물들이 한발 앞서 올라가 무예를 겨루는 일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중천보의 무사들이 관리를 하면서 용탈, 사자탈 등을 뒤집어쓰고 달려 나와 신명 나게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등 웃으며 심판도 봐 주고 있었다. 친선이므로 완전히 승부를 가리는 경우도 없었다.
변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아는 게 아니므로 적당히 겨루다가 웃으며 내려오곤 했는데 이겨도 져도 올랐다 하면 무조건 미주美酒가 한 되였다.
그대로 협객들의 잔치 마당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와! 사람 많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나타난 거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인인 것 같군?”
당연지사로 추룡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렇게 많은 무림인들이 한자리에 운집해 있는 정경은 처음 보았던 것.
그러나 친구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만이 안 될 것 같은데, 아직은 별로인 것 같은데 뭐.”
“별로라니? 그냥 봐도 벌판을 덮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는데 별로라는 이야기인가?”
모두가 그냥 웃는 표정이었고, 임백호가 대신 대답했다.
“이뿐이라면 많이 온 것이 아닌 게 분명하네. 처음이라 막 형은 모르겠지만 오 년 전에 황석 쪽에서도 춘추대회가 개최된 적이 있었네. 당시에 모인 인물들이 삼만이 넘었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어. 입문 시험 때 응시했던 신입들의 수효가 사천 명이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지 않은 것임을 알 걸세.”
그대로였다.
임백호의 이 말은 정확히 춘추대회의 규모를 말한 것으로 악충보의 입문 시험 때 응시한 청년들의 수효가 사천이 넘었었다.
무예에 관심이 있는 휘주 및 안휘성 도처의 청년들이 모인 수효만 해도 그랬는데, 무림의 축제라 할 수 있는 대회에 모인 무인들의 수효 일이 만이 어찌 많다고 할 것인가?
전소가 미소 지으며 보충 설명을 했다.
“삼 년 전에 악충보에서도 개최한 적이 있었네.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었지. 휘주 전체가 무인들로 뒤덮였다 하면 이해가 안 갈 거야. 사오만 명은 왔던 것 같아.”
“와……!”
“전부도 아닌 걸세. 사흘 후니까 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번잡함을 피해 주위의 성과 현 들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고 봐야지. 진짜 수효는 당일이 되어 봐야 아네.”
또한 틀리지 않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주위 성들의 객잔과 민박들은 일찌감치 동이 나 있었다.
“대단하군! 난 듣기도 처음인데 말일세.”
“그만치 막 형이 순수하다는 증거인 걸세. 복건에도 대회가 열린 적이 있을 텐데 외부의 일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죽자고 수련만 했다는 이야기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확실히 친구들이 보기에 신기한 것은 오히려 추룡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복건에도 향용이 있었다. 따라서 주위 어디선가도 한 번쯤은 열린 적이 있었을 것인데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도 듣기조차 처음이라 하니 역시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밤낮없이 봉황산에서 묻혀 산 게 사실이긴 하지만……!”
추룡은 어색하게 웃으며 연방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악불비 등 일행과 함께 중천보 안으로 들어갔다.
더불어 추룡은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악충보에 갔을 때 느낀 것은 악충보가 대단히 큰 방파로서 무림에서 손꼽을 정도로 크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지만 특별하긴 해도 악충보가 생각한 것만치 큰 곳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눈에 보이는 중천보의 규모 역시 악충보에 못지않다 할 정도로 거대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난 모르는 사실이 너무 많은 것 같군. 중천보의 규모 역시 악충보에 못지않은 것 같은데?”
친구들은 무조건 웃으며 이해했다.
“지방 무벌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데도? 악충보가 크긴 하지만 지주와 청국에 있는 분파를 제외하면 그리 안 크네. 다들 이만하지. 지방 무벌이 역사를 고쳐 쓴 적도 여러 번인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지.”
분명히 추룡은 아직 지주와 청국에도 가 보지 않았다. 악충보조차 아직 다 둘러보지 못한 상태인 셈이었다.
“햐……!”
들어서자 보루 안에서 또한 수십 명이 넘는 산 같은 기도를 지닌 웅풍의 인물들이 악불비 등 일행을 마중 나왔다.
악불비라 하면 추룡이 몇 보지 못한 웅자를 지닌 고수였지만 나온 인물들 역시 한결같이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기도가 대단하다.
“어서 오시오, 악 보주! 오랜만에 존안을 뵙소이다.”
“헛헛……! 이소저께서도 오셨구려. 달포 전에 큰일을 하셨다고 들었소!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무경록武境錄에도 올랐다 하던데 감축드리오.”
“다시 뵈어 영광입니다.”
인사들이 오가는 속에 추룡은 역시 천하가 넓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소리 죽여 물었다.
“무경록은 무엇인가?”
한자방이 쩍쩍 입맛을 다시며 친구들 대신 대답했다.
“막 형이라 했지? 너무 경험이 없는 것 같은데, 현존하는 강호 무림의 고수들을 열거한 책자일세. 일에서 삼백까지 기재한 기록이지. 몽마를 잡음으로 소저께서 기록에 오르신 것 같네.”
“와……!”
추룡은 다시 입이 벌어졌다.
“그런 것도 있었군? 몰랐던 사실인데 고맙네, 한 형.”
“그 정도로 뭘.”
한자방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신입 문인들의 시험 때 일 위로 입문했던 그. 개인전 신청을 해 그 역시 오 인 중 한 사람으로 온 것이었다.
전소, 곽영, 장청, 한자방,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임백호 다음으로 삼 위로 입문한 신학철申學哲이라는 청년이었다.
받아들이는 연령이 정해져 있으므로 다들 비슷한 또래, 눈치를 보니 악충보에서는 신입들로 개인전 인원을 채운 것 같았다.
사실 나쁘지 않았는데, 알려진 대로 악충보는 전통적으로 단체전에서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개인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럴 것 같으면 신인들을 내세우는 게 편할 수 있었다.
신입인 만큼 순위에 들지 못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혹여 선전이라도 해 줄 것 같으면 명망이 훌쩍 올라가는 것이었으니.
신기하다는 듯 친구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서먹해서 대화를 하지 않았네만 자네들은 매우 특이하군. 친구들인 만큼 다들 실력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열 명이 모두 내당에 들어갔으니. 더욱이 단체전에까지 모두 출전할 정도고. 어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분명히 특이한 일.
약간의 비리가 있었으므로 친구들은 그냥 웃었다.
“사실 이유가 있네만…… 열 명이 다 한 지역은 아닐세. 여기 막 형은 복건 출신이고, 임 형은 호북 출신일세. 허 형, 정 형, 조 형도 다 지역이 다르고. 와서 만난 거지. 전 형 등 우리 다섯만 둔촌 출신일세.”
“다섯 명만이라 해도 대단한 것인데……!”
신학철 역시 특이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심하게 이해가 안 가는 점도 있네. 다들 여간이 아닌 것 같지만 막 형 같은 경우는 분명히 고수야. 슬쩍만 봐도 산 같은 힘이 느껴지는데 마주 설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일세. 그런데도 입문 시험에서 거의 꼬리에 붙었던데 어째서 그런 건가? 혹시 아프기라도 했던가?”
또한 의문일 수 있었다.
선참들도 그러하고 단주인 순욱조차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싱거운 듯 웃고 있어도 추룡의 기도는 분명히 일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상당한 무예를 수련한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한데 이런 그가 꼴찌이다시피 입문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그 정도의 실력일 것 같으면 한자방조차 접근하지 못한 단체전에 출전하게 되었을 리도 없고.
웃으며 추룡은 듣기 편할 정도로 배려해 대답해 줬다.
“그냥 겉모습만 번드르르할 뿐일세. 솔직히 말하자면 항주에서 말을 도둑맞는 통에 전 형 등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소저와도 친분이 생겼었네. 덕분에 내당에 모두 들어갈 수 있었고 대회에도 출전하게 된 걸세. 실력도 없는 주제에 자네들에게 미안하네.”
“아……!”
“그게 자네들이었군? 이야기 들었네. 입문 시험 직전에 항주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더군. 서마시에서 말 도둑들을 추포한 신입들이 있었다고.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시작부터 공을 세운 것이니.”
신학철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한자방도 알겠다는 눈치였으나 여전히 의문은 있는 것 같았다.
“전 형의 경우는 몽마를 잡아내는 데까지 기여했으니 더 당연하지만……! 그냥 이상한 것은 막 형이야. 분명히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실력자인 것 같은데 전혀 뭘 모르는 눈치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세상사가 워낙 기묘하니 그냥 고개만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뭘 모르는 상태 같으면 시기할 수도 있겠는데 척 봐도 기도가 이만저만하지 않은 데다 그런 상태도 이미 지나 있었다. 전소가 몽마를 잡는 데에 큰 공을 세웠지 않은가? 그 하나만으로도 인정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기간이 지나고 나면 친구들은 삼호가 되므로 계급 역시 위가 된다.
그저 자신들도 열심히 하여 진급할 생각만 지닐 수밖에 없었는데 어쩌면 이 춘추대회가 그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일각여 후.
“원행遠行에 다들 고생 많았다. 사흘 후가 대회인 만큼 몸 상태 유지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라. 목표는 십 위권에 드는 것이다. 방파의 위상에 크게 관련되니 명심토록 하고. 출전 방파는 삼십이 개다. 결승까지 간다고 치면 다섯 번을 싸워야 하는 것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실전에 준하여 치르는 시합이라 교체 인원이 허용되지 않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행은 이윽고 중천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중천보 무인들이 거처하는 숙사 한 동을 얻은 것이었다.
악충보와 비슷하게 사십 인 정도가 기거하는 숙사로서 쉰일곱 명이 지내기는 비좁았지만 일행으로서는 감지덕지해야 했다.
이나마 자리를 양보한 중천보의 무사들은 대광장 등에 마련된 임시 숙사에서 지내야 했으니까.
신분이 있는 만큼 악불비, 악벽강 등 인솔 간부들은 지객관에서 머물렀고, 두 사람 아래의 간부는 일 외당주 청비검靑飛劍 유원헌柳元軒이었다. 접수할 때와 면접을 할 때 보았던 좋은 성품의 중년인.
모두를 살펴야 하는 만큼 막사로 와서 주의를 주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전과 달리 상당히 고전이 예상된다. 늘 그래 왔듯 강적이라 할 곳은 합비合肥의 월명보月明堡를 비롯, 산서의 금창방錦唱幇, 명성부明星府, 감숙의 신도문新刀門, 섬서의 연안방延安幇, 산동의 덕주부德州府, 이곳 중천보 등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특별히 춘투春鬪의 우승 방파인 귀주의 위양검문威陽劍門이 우정으로 출전했다. 추첨 운이 나쁘면 일 차전에서 탈락할 수도 있으니 긴장감을 지니도록.”
“위양검문이?”
즉시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봄가을 두 차례에 거쳐 남북에서 열리는 춘추군림대회인 만큼 남 무림 춘계 대회의 우승자를 뜻하는 것이었다.
유원헌은 계속 모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상,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도 좋다. 질문할 것이 있는가?”
기다렸다는 듯 추룡이 얼른 손을 들었다.
“옛, 일호 막추룡, 외출이 허용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외출……?”
엉뚱한 질문이었다. 모두의 얼굴에 얼떨떨한 기색이 떠오르는 속에 황당하다는 듯 유원헌은 눈을 끔벅거렸다. 그래도 대답은 해 줬다.
“자넨 어째 긴장감이 전혀 없군. 큰 시합을 앞둔 사람이 나다닌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금지 사항은 아냐. 멀리 가지 않고 보루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괜찮네.”
“옛! 감사합니다.”
추룡은 웃으며 대답했고, 유원헌은 이런 추룡과 전소 등을 훑어보고는 쩝쩝 입맛을 다셨다.
입문할 당시 누구보다 추룡에게 눈독을 들였던 그다. 전소와 함께 일 외당으로 끌고 가려 했던 터인데 도중에 악벽강에게 새치기당했고, 결과 몽마를 잡는 등 막강한 공까지 내당에 뺏겨 버린 터였다.
변함없이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