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42화 (42/150)

# 42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 (5)

“막추룡!”

“앗! 소저!”

추룡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찔리는 것이 약간 있긴 했는데, 시원하게 바람을 맞혔으니 쉽게 넘어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도끼눈을 한 악벽강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소릴 치지 않는가!

일단은 피하고 보는 게 상수이므로 ‘쌩!’ 번개같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 서지 못해!”

“하하…… 잘못했습니다, 소저! 제가 좀 급한 볼일이 있어서!”

하지만 화가 잔뜩 난 악벽강이 추룡을 놓칠 리가 없다! 진력까지 일으켜 쉭, 섬전처럼 도망치는 추룡을 가로막았다.

노기등등.

“솔직히 말해! 왜 약속을 어겼어!”

어쩔 수 없이 추룡은 부동자세를 한 채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내키지가 않아서요. 특별히 누군가를 사귀고 싶다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그랬으면 어제 이야기했을 때 싫다고 했어야 하지 않나?”

싱글벙글.

“소용없었을 것 아니겠습니까? 소저께서는 시간까지 잡아 놓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러니까 소저께도 잘못이 있으셨던 것입니다. 물어보시고 약속을 잡으셨어야죠.”

“금릉에서 돌아오며 이야기했지? 소개해 주겠다고! 기대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야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죠. 정말 나가기가 좀 그랬습니다. 사귈 것도 아닌데 괜히 나가서 낯모르는 소저와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그 소저가 저 같은 사람이라도 좋다고 생각할 경우 실망도 시키게 될 것이고, 그래서 아예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약속을 잡았으니 어차피 소저께서는 나가셔야 할 것이었고요. 알아서 잘하시리라 믿고 나가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일은 확실히 물어보고 난 후 약속을 잡아야 하는 거예요.”

듣고 보니 참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약속이었는데, 어쨌건 악벽강은 화가 났다.

“이, 여자와의 약속도 안 지키는 말미잘아!”

휙휙휙!

주특기의 필살기인 무릎 차기를 연거푸 감행했다.

하지만 샥샥샥, 추룡은 모두 피해 냈다.

“글쎄, 죄송하긴 하지만 진짜 안 나가는 게 나았대도요?”

“피하지?”

“얼마나 차시려고요?”

“한 대라도 맞아! 그래야 속이 풀려!”

“넵! 그럼 한 대만!”

퍽!

“어이쿠!”

악벽강의 이번 필살기는 아프지 않았다.

“엇……?”

한데 순간 정말 뜻밖의 일이 생겼다.

정강이를 차는 듯했던 악벽강! 그녀가 휙, 추룡의 품속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주루루, 더불어 여간한 일로 눈물을 흘리거나 할 그녀가 아닌 것 같은데 눈에서 진한 눈물까지 흘러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처음이라 할 만큼 추룡의 표정까지 돌같이 굳어졌다. 설마 성격이 강한 그녀가 눈물까지 흘릴 줄이야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괜스레 화가 나는 느낌으로 물었다.

“설마 이 정도로 속하가 실수했던 것입니까? 소저께서 우셔야 할 정도로 큰 실수를 했던 것?”

악벽강은 그대로 추룡의 가슴에 몸을 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었다.

“아니! 잘했어, 막 대협……. 잘 나오지 않았어. 나왔으면 더 마음이 아파졌을지도……. 오늘 난 꼭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이대로 좀 울고 싶으니 가만히 있어 줘.”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하는 땅거미.

추룡은 굳은 듯 그대로 서 있었고, 한참 만에야 악벽강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왜 늦게 태어나신 것이죠? 제가 제천선녀라면 보다 일찍 기다리고 계셨어야 하지 않습니까.”

“……!”

뜻밖의 말.

추룡의 대답 역시 오래 걸렸지만…… 그러나 이윽고 부드럽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

“상제님께서 갑자기 심부름을 시켜서 말이지요. 그래도 만났으니 되었지 않습니까.”

“전 정말 너무 죄송스러워서……!”

뭐가 죄송하다는 것일까.

추룡은 모두 헤아렸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둔계에서 뵈었을 때부터 저도 소저가 좋았습니다. 금릉에 오가면서는 더욱요. 하지만 저 역시 내색하기 어려웠습니다. 상태가 워낙 이러해서. 솔직히 오늘의 경우는 참 속이 상했습니다. 소저께서도 그러신 것 같은데 다른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 하셔서……!”

추룡은 더 힘줘 악벽강을 감싸 안았다.

초롱초롱 샛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얼마든지 취하세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하나로 만족하겠습니다.”

“하나뿐인 마음을 어떻게 나누어 뿌리겠습니까. 조각으로 나눠진 마음을 받는 여자들인들 행복할는지요.”

특이한 연인이 탄생한 것일까.

헤아렸다는 것은 역시 생각한 것이 있었다는 뜻이다.

같은 시각, 악충보의 내채.

“확실히 한 것이지? 분명히 호적戶籍부터 등록까지 다 바꿔 놓은 게 확실한가?”

번쩍번쩍! 악불비는 번개같이 눈을 빛내며 호적부를 들고 온 서사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문요. 확실하게 했습죠. 뒤 자를 모두 바꿨습니다.”

강崗에서 강江으로.

“수고했네! 생각지 못했던 일인데, 헤아려 보니 확실히 도연 대사님의 지적이 맞는 것 같았어. 성에 산이 있는데 언덕까지라면 다 고사하고라도 너무 강해. 녀석의 성격이 그래서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좀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싶네. 도무지 여자인데도 어릴 때부터 우는 것조차 한번 본 적이 없으니. 그래도 강이에게는 당분간 말하지 말게. 알면 화를 낼 테니.”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속하가 보기에도 이 한자가 나은 것 같은데요? 흐르는 물결이 보이고 훨씬 여성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강함 역시 더 보태어진 느낌이고요.”

“해 놓고 보니 나도 그런 느낌이 드네.”

알 수 없는 조화.

어떻게든 골치 아픈 딸을 치워야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굳힌 악불비였다.

춘추군림대회春秋君臨大會 (1)

“으와……!”

“미…… 미치겠다!”

“딸꾹!”

악충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까닭은 천하의 선머슴으로 소문난 악벽강이 마침내 남장을 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여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단정하게 궁장 차림을 하고 머리채를 둥글게 둘로 올렸으며 여성답게 약간의 꾸밈새까지 보이기 시작했던 것.

하지만 그 약간이라는 것의 차이는 역시 엄청났다.

누구라도 알 만한 일이지만 여성에게 있어 머리의 모양이라거나 옷차림은 사실 중요했다. 평소 남장을 하고 꾸미지 않고 다니는 처녀들을 볼 경우 아무리 미모가 있다 해도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냥 괜찮다 하는 느낌 정도만을 줄 뿐이다.

한데 그 괜찮다 하는 느낌을 주던 선머슴 같은 여인이 어느 날 단장을 하고 제 모습을 보일 경우가 가끔 있다. 이럴 경우는 평소 자주 보던 사람들이나 가족들까지 놀랄 정도로 모습이 완전히 바뀐다.

항주에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악벽강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한데 그녀가 마침내 그 모습을 보 내에서 드러낸 것이었다.

선머슴같이 걷던 걸음걸이도 버렸다. 두 손을 단정히 넣고 허리를 곧게 펴고 차분히 걸었다.

그 모습은 역시 폭발적인 매력과 기품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 소저 맞으신 거야?”

“맞다니까! 멋있긴 했는데 설마 저렇게 아름다운 분이셨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은데……! 저렇게 보기 좋은데 대체 왜 꾸미지 않고 다니신 거야?”

모습이 바뀐 그녀를 본 악충보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이 딱 벌어지고 있었다.

지극히 정상인 일이었다.

“크흐흐흐흠! 원래 예뻤지. 서희도 예뻤지만 어릴 때부터 사실 비교가 되지 않았거든.”

악불비의 눈도 번쩍번쩍, 비로소 가슴을 폈다.

실제 악가의 사람들은 악벽강의 기품과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선머슴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 혼인보다 더 큰 문제였을 수 있었다.

꽃도 향기로워야 벌 나비가 날아드는 법인데, 혼담도 여자다워 보여야 들어올 게 아닌가.

무수히 들어오긴 했었지만 늘 가슴까지 묶은 채 남자 같은 모습을 하고 척척 나타나서 눈을 번쩍이며 ‘저와 맞지 않는 듯하군요!’ 해 버리곤 하니 남자들 입장에서는 주눅이 들어서라도 그냥 손을 들어 버리게 마련이었다. 악불비도 자존심이 있지 이만한 딸인데 그럴 경우 돌아서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젠, 마침내 본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이상 똑같은 말을 할지라도 상대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뭐, 일은 반 이상 이뤄지는 것이었다.

“이름을 바꾼 효력입니까?”

“모르지. 때가 돼서 바꾸게 된 것인지 바꾸어서 저렇게 된 것인지. 조화인 것은 맞는 것 같구먼.”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가 문제지만 분명히 조화는 조화였다.

친구들 간에도 소동이 일어났다.

“자네들, 소저 모습 보았나? 완전히 모습이 바뀌었던데?”

“어, 황산의 기적이야. 대체 뭐 그런 일이……!”

“보고 나니 다른 처녀들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야!”

“눈 버렸지, 눈 버렸어.”

“카카카……!”

기가 찬다는 듯 다들 웃었다.

며칠 사이 가장 싱글벙글인 것은 임백호였다.

“고맙네, 막 형! 자넨 역시 의리파야! 덕분에 내가 살았네! 히히히……!”

이래도 저래도 추룡은 변화가 없었다.

“어, 잘되어 가고 있나?”

“그녀가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더군. 계속 만나기로 했네.”

추룡의 지원사격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았다.

“잘되었군. 전 형도 장가를 가게 되었고, 임 형도 좋은 사람이 생겼고. 그런 일 있으면 이야기하게. 원래 주특기일세.”

사실 남평을 떠나오기 직전에도 했던 일이었다.

전소가 툭, 추룡을 쳤다.

“막 형도 소개시켜 줄까? 이야기하자면 다들 몰래 사귀는 사람이 있어. 막 형만 혼자 같아. 완매에게 아주 예쁜 친구가 있네. 이야기하면 될 것 같은데.”

추룡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사실은 나도 사귀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네.”

“우와!”

친구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설마 막 형에게도 있었나? 대체 언제? 어떤 사람인가?”

“어, 그냥. 나중에 알려 줄게.”

늦을세라 허원소, 정백하, 조태형이 얼른 나섰다.

“우린 아직 없거든? 집도 멀고. 전 형, 그 예쁘다는 처녀 우리에게 어떻게 좀 안 되겠나?”

전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선해 봄세. 뜻밖이지만 막 형에게 좋은 사람이 있다 하니.”

“하하…… 고맙네! 기대할 테니 꼭 좀 소개해 줘!”

임백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들 사귀는 사람들이 있다니 동반해서 한번 모이는 게 어떤가? 어느 소저가 가장 멋진지 한번 보고 싶어.”

통나무 문대위가 피식 실소 지었다.

“상당히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일세. 일단 완 소저는 제쳐 놓고 이야기하세.”

전소의 약혼녀.

임백호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왜? 키가 크다고 들었지만 미인인가?”

육 척이라 하니 덩치급 처녀부터 떠올랐다.

송민도 웃었다.

“그렇다고 봐야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지간히 예뻐서는 비교가 안 돼. 좀 그런 게 있어.”

“미인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면서 어지간히 예뻐서는 안 되다니 무슨 소리지?”

문대위 등은 다들 히죽히죽 웃었다.

“보면 알겠지만 진짜 그런 게 있네. 일단 무조건 제쳐 둬야 해. 상당히 예쁜 소저를 사귀는 것 같은데, 자신 있으면 한번 데려와 보게.”

“하하하……!”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곽영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어쨌건 다들 좋은 사람들도 생겼고, 열심히들 하세. 사귀는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희망 사항이지만 이번 춘추군림대회라도 나가 봤으면 좋겠다 싶네만.”

모두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춘추군림대회?”

“안 될까?”

“하하! 어림도 없지! 우리 실력에 어딜. 접수도 안 될 거야.”

다들 웃었다.

“그래도 된다면 열심히 해 볼 수는 있을 건데. 소금검법 있잖은가. 임 형이랑 막 형도 있고. 실력 있는 선참님들이 많지만 완전히 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추룡과 임백호에게로 몰렸다.

“우린 그렇다 쳐도 사실 막 형과 임 형은 될 것 같은데. 한 번 신청해 보지?”

임백호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어림없네. 하나 마나 안 돼. 견습 주제에 무슨. 별로 당기지도 않아.”

눈치들이 이상했다.

“춘추군림대회는 무언가?”

전소가 웃으며 대답했다.

“무림군무대회일세. 천하 각 방파의 신인, 무림의 고수들이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기회지. 우선, 도처의 방파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것인데 단체와 개인, 일반의 겨룸이 있고 방파전이라 하네. 단체는 방파별로 각기 오십 명의 무사들을 선발해 기마전으로 겨루고, 개인은 방파별로 자신 있는 사람들이 다섯 사람을 기준으로 추천을 받아 비무대에 올라가 겨루는 걸세. 그리고 고수들의 겨룸은 영웅대회英雄大會일세. 누구나 비무대로 올라가 겨룰 수 있네. 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데 대회의 백미이기도 하지.”

“많이 출전하나?”

“남북으로 나누어 봄, 가을로 하는데 봄에는 남 무림에서 하고 가을에는 북 무림에서 하네. 대개 삼사십 개 방파가 출전해. 실력이 안 되면 나와 봐야 소용없으니까 자신이 있는 방파들만이지.”

송민이 덧붙였다.

“일단 출전하는 방파는 강자인 걸세.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안정되기도 하네. 힘을 과시함으로써 어설픈 떠돌이들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 하거든. 악충보에서는 늘 출전하네. 단체전에서 아주 강한데 십 위권 안에 항상 들지. 그래서 안정되어 있고.”

“강자들이 많아서 개인전은 일 회전도 넘어서기 어려워. 추첨 운도 상당히 좋아야 하고. 우승하면 상금이 엄청나네. 진급의 기회도 되고.”

추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나 마나일 것 같은데? 영웅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파전만 해도 간부들이 나올 것인데, 무슨 수로 버티나?”

임백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간부들은 거의 안 나와. 실없이 나왔다가 패한다면 꼴이 말이 아니거든? 신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래도 실력이 만만치 않네. 고수 잡아먹는 귀신들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추룡의 시선이 전소에게로 옮겨졌다.

“흠……! 그렇다면 임 형이나 전 형 정도면 먹힐 것도 같은데. 한번 신청해 보지그래?”

임백호가 얼른 발을 뺐다.

“취미 없네. 실력도 안 될뿐더러 괜히 망신당하기도 싫어.”

전소 역시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그렇지 뭐. 사부님 정도나 되면 모를까. 막 형이라면 진짜 우승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신청해 보지?”

그러나 뭐, 추룡도 고개를 저었다.

“사양하겠네. 난들 무슨 실력이 있다고.”

결국 모두의 시선이 곽영에게로 쏠렸다.

“관심 있는 사람은 곽 형뿐인 것 같은데, 소금검법도 시험해 볼 겸 대표로 한번 나가 보지? 밑져야 본전 아닌가?”

밑져야 본전. 사실 그렇다.

하지만 곽영도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하, 하……! 사부님도 포기하는 마당에 무슨. 그냥 괜히 한번 해 본 소릴세. 실력 있는 선참들이 득실대는 데다 신입 시험 중위권으로는 추천조차도 못 받아.”

또한 그런 점이 있었다. 악충보의 무사가 천이백 명인데 간부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실력 있는 오장급들이 수두룩하다.

고사하고 방파의 명예가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대회에 신입이 출전한다면 누가 받아 줄까. 그래서 모두 포기.

한데 이때였다.

“이놈들 봐라? 배짱 좋게 춘추대회에 개인전까지 신청해 놓고 한가하게 노닥거리고 있지?”

갑자기 숙사 쪽에서 호랑이 표정을 한 순욱이 어슬렁거리고 오며 눈을 부라렸다.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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