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40화 (40/150)

# 40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 (3)

증오에 찬 충혈된 눈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피의 바다.

그는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잘린 자신의 목을 옆구리에 낀 목 없는 시체들이 흐느적흐느적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끔찍했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잘린 목들이 허연 동공을 드러낸 채 일제히 말했다.

-배신자.

-헉! 아니야, 난! 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하지 않았다면 세상이 바로 설 수 없었던 거다! 연蓮의 기세는 너무 강했지! 바르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해야만 했었다! 아니었다면 휘말려 세상이 또 곤두박질 쳐야만 했으니까!

-네 생각일 뿐이지. 너 하나만 없어졌으면 되는 것이다! 네가 흘린 이 피는 자자손손 이어져 마침내 세상을 망칠 것이다! 천 년이 넘게 지속될 것이며 억億 단위의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다! 너는 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내가 왜? 내가 왜 그 책임을 져야 하나! 나는 잘못이 없어! 세상을 위해 했을 뿐!

-어리석은 놈!

웅웅웅웅, 잘린 목들은 말했고 흐느적흐느적 시체들은 계속 다가왔다.

그는 또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달아날 수 없었다.

불쑥불쑥, 발을 디딘 땅속에서 또 수천 개의 피에 젖은 손들이 솟아나와 소름 끼치게 그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너는 도망치지 못한다!

-조만간 상잔相殘이 일어날 것이다!

퍽! 퍽! 퍽!

“으아아아악!”

시체들의 칼이 번쩍였고, 그의 목은 맥없이 잘려 굴렀으며 몸이 수천 조각으로 잘리는 속에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깨어났다.

“헉헉헉! 싫다! 내가 왜? 억 단위의 사람이 도대체 왜 죽는다는 거야? 그 책임을 왜 내가 져야 하는 거고!”

변함없이 전신이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땀에 젖어 있었고, 상잔이란 말이 기억나 급히 또 그를 불렀다.

정신쇠약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 허약해진 자신! 부름에 달려온 그는 오히려 그런 자신보다 더 허약해 보였다.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머리맡에 놓아둔 상자를 가리켰다.

“너에게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차후…… 마음을 정하기 어려울 때가 오면 이 상자를 열어 보아라! 이 뜻을 헤아리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네 가지 물건이 담긴 상자.

“무엇이온지……?”

그는 무슨 소리인지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싱글벙글, 장신의 웃음이 이상하게 추룡과 비슷해졌다.

“서운하구먼! 마음 같아서는 잡아 두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때가 되면 반드시 북평으로 오게나. 오면 약속대로 나를 찾도록 하고. 처제도 잘 좀 부탁함세.”

처제를 부탁한다?

악서희 역시 화사하게 웃음 지었다.

“정말이어요. 말씀조차 나누어 보지 못했지만 이런 장사께서 강이 곁에 계셔 너무 마음이 든든하군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추룡은 금슬 좋고 성격 좋은 부부라 생각했다.

“하찮은 불초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함께 지내는 한 최대한 보필하겠습니다.”

“헛헛! 그래그래, 무조건 자네만 믿겠네! 다음에 보세나. 처제도 다시 볼 때까지 몸 건강하시고.”

“고마워요, 형부! 언니도 잘 지내. 화낸 것 마음에 두지 말고.”

“잘 가거라, 강아. 하루속히 좋은 일이 있기 바랄게. 가급적이면 빨리 보기로 하자.”

“북평이 가까운 곳이 아닌데 돌아가면 쉽게 만날 수 있으려고. 한가한 시간이 나면 달려갈게.”

이야기하는 투가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악벽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워낙 자신을 걱정해 혼인하기를 권하는 언니인지라 서둘러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격려로 생각했다.

“그럼 이만. 다시 뵙겠습니다, 대감님. 평강하시기를.”

“하!”

두두두두두!

아쉽다 싶은 금릉에서의 하룻밤, 품속에는 장신이 써 준 애인 확인서(?)가 들어 있었고, 밝게 웃으며 두 사람은 말을 치달려 다시 악충보로 향했다.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우아하게 달리는 적낭자. 변함없이 씩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장신은 계속 싱글벙글 웃었다.

“정말 잘 어울리지 않소? 첫눈에 딱 반했지만 나란히 놓고 보니 진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구려.”

“그런 듯하긴 하온데 심려가 됩니다. 강이의 성격도 그렇고 너무 큰 벽이 있어서.”

하지만 뭐, 장신은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헛헛! 써 준 서찰 속에는 도연 총사님의 조화가 담겨 있소! 천문을 헤아리시는 분일뿐더러, 한 번도 말씀이 틀린 바 없으니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오! 기대해 봅시다!”

“스물여덟에. 된다면 정말 능력 있는 처녀가 되겠군요.”

“핫핫! 능력이야 원래 있었지! 당신을 보지 않고 처제를 먼저 봤으면 난 틀림없이 처제와 혼인했을 것인데.”

“네에, 그러셨어요?”

퍽!

“어이쿠!”

장신은 정강이를 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아무래도 이 차기는 악가 집안 여자들의 공통된 필살기인 것 같았다.

악벽강의 안색이 다소 수척해 보였다.

싱글벙글, 부지런히 달리며 이를 본 추룡이 말을 꺼냈다.

“잠을 설치셨는지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신데요? 멋진 것은 변함없습니다만.”

악벽강은 이런 추룡을 째려봤다.

“괜한 말씀 말아요! 아무래도 여자들을 대하는 면에 있어 막 대협은 너무 능숙하신 것 같은데 혹시 남평에 애인들을 여럿 숨겨 놓고 계신 건 아닌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워낙 봉건적인 지방이라서요. 처녀들 얼굴 보기가 매우 힘들죠. 봐야 뭘 할 것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본 중에서는 소저께서 최고입니다.”

“하하! 유혹하시는 건가요?”

“넘어오실 소저도 아니겠죠. 마음 같아서는 딱 그러고 싶습니다만.”

“하하, 말씀만이라도 고맙군요. 감사의 뜻으로 돌아가면 절색이라 할 소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 내에 정말 아름다운 따님이 있는 분이 계세요.”

“기대되는데요?”

“하하! 농담이 아니니 정말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두두두두!

멋지게 어울리는 남녀는 멋지게 어울리는(?) 대화를 하며 돌아갔다.

웃음이 없는 듯해 보였던 악벽강인데 오는 사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막 형!”

돌아오자 추룡을 본 친구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대체 한 달이 넘도록 어딜 갔었던 건가? 죽은 줄 알았잖아!”

어느새 구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어, 용무가 있어 소저를 호위해 금릉에 좀 다녀왔네. 오가는 데에만 그렇게 걸리더군.”

“듣긴 했네만 금릉에는 무슨 일로?”

“소저의 집안일인데 그럴 일이 좀 생겼었네. 사적인 일이다 보니 이야기조차 못 하겠군. 이해해 주게.”

“걱정했지, 걱정했어. 친구가 갑자기 한 달이나 소식이 끊겨 있었으니. 어쨌건 괜찮은 거지?”

싱글벙글, 추룡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괜찮아. 덕분에 금릉을 본 셈일세. 자네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별일 없었나?”

“그러니까 별일이……!”

모두의 시선이 일단 전소에게로 향했다. 뒤따라 일제히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 없지 않았지! 엄청 좋은 일이 생겼는데, 일단 축하부터 해 주게! 전 형이 장가를 가게 되었네.”

전소가 혼인!

추룡의 입이 쩍, 벌어졌다.

“사실인가?”

전소가 무지하게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되었네. 알다시피 난 형제도 없고 혼자라서. 자리도 잡히고 해서 할아버님께서 조금 서두르신 것 같아.”

“축하하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대로 다른 친구들의 경우와 달리 전소는 형제가 없었다.

추룡도 그렇긴 했지만 가족 또한 조부님 한 사람뿐인 셈이었다. 이에 자리가 잡히자 조부께서 서둘러 혼인을 주선한 것 같았다.

악벽강이 늦었다 했듯 조혼이 성행하던 시대라 스물한 살이라면 결코 이른 나이라 할 수 없었다. 열다섯 살에도 혼인을 하던 시대였다.

추룡은 눈이 휘둥그레져 축하부터 한 후 질문했다.

“그래! 제수님 후보는 어떤 분이신가? 아주 좋은 분일 것 같네만?”

그러자 친구들이 다시 배를 잡았다.

“하하하! 좋아! 농담이 아니라 진짜 너무 좋은 처녀야. 그런데 전소가 여자 보는 눈이 좀 특이해서 보면 좀 놀랄 걸세.”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여자 보는 눈이 특이하다니? 조부님이 주선하셨다 하더니, 중매 혼인이 아니었나?”

“맞아! 그래도 둔촌 처녀거든? 다 알지. 그리고 전소 역시 전부터 꽤 관심을 가진 처녀였는데, 일단 이름은 완욱형琓昱瀅이라 하네. 완 소저인 셈이지.”

“완 소저! 굉장히 수수한 함자이신걸. 뵙지 않아도 그냥 좋은 분 같다는 느낌이 와. 그런데 왜 웃는 건가?”

전소가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좀 작다 보니 큰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건데…… 완 소저가 자네만 해.”

“고목에 매미 붙었네!”

“하하하하!”

“하, 하……!”

친구들도 웃었고 어색했지만 전소도 웃었다.

전소의 키가 오 척에 못 미치고 추룡의 키가 육 척이니 대강 웃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간단히 말해서 악벽강보다 더 큰 키였다.

하지만 추룡은 웃지 않았다.

“그게 어때서? 엄청 좋다는 느낌이 드는데? 완전히 중매도 아니라면 전 형도 보는 눈이 있을 거고, 무조건 좋은 소저일 것 같구먼. 거듭 축하하네, 전 형!”

“고마워. 사실 좋은 사람인데 나 놀리려고 괜히 저러는 거지. 보면 막 형도 마음에 들 거야. 다음 휴일에 소개해 주겠네.”

전소는 계속 홍시처럼 얼굴을 붉힌 채 쩔쩔매며 웃었고, 추룡은 비로소 생각나는 게 있어 임백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임 형은 어떻게 되어 가나? 그 후로 좀 만나고 있나?”

능설운.

“응?”

모두의 시선이 이번에는 임백호에게로 옮겨졌다.

“뭐야? 임 형에게도 좋은 사람이 생긴 거야?”

“와! 그러면서도 없는 척 호박씨!”

“어,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러자 이번에는 신 나게 웃던 임백호가 크게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친구들은 일제히 임백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임 형도 요즘 태도가 좀 수상했어! 휴일만 되면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오곤 하던데, 솔직히 털어놓아 보게! 어떤 사람인가?”

임백호 역시 얼굴이 시뻘겋게 붉어진 채 쩔쩔맸는데, 그러나 곧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실토했다.

“사실 굉촌에 마음에 드는 소저가 있는데…… 그런 쪽으로는 소질이 없어서 진행 같은 건 없네. 보고 싶어서 가긴 하지만 가면 말문이 막혀서 그냥 오곤 해. 그뿐이니 오해하지 말게.”

“아직 말도 걸어 보지 못했단 소린가?”

“대충……!”

임백호는 계속 얼굴이 붉어진 채 시무룩해 있었고, 의아하여 이런 그를 보며 추룡은 눈을 끔벅거렸다.

“만인의 오빠 임백호라면서? 황석 소저들과 휘주 소저들은 좀 다른가?”

“뻥이었네.”

“카카카카카!”

다들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이래도 저래도 모였다 하면 유쾌한 친구들이었다.

그런 속에 악불비의 내채.

“사실이라?”

번쩍, 번쩍, 번쩍! 악불비의 눈도 번쩍이고 있었다.

“크흐흐흐흠! 그러니까, 네게 진짜 좋은 사람이 있었다 이거지? 함께 금릉으로 가서 네 형부와 언니에게도 소개했고?”

조금 찔리긴 했지만 얼굴을 붉힌 채 악벽강도 웃고 있었다.

“그럼요. 아무렴 아버님께 거짓말을 할 리가……!”

있었다.

“크흠!”

하지만 악불비는 딱 속고 있었는데, 정확히 그의 손에는 장신이 써 준 서찰이 쥐여 있었고, 속의 내용이 또 너무 그럴듯했다.

좋은 청년과 함께 와서 일 차에 인사를 나누었다는 내용. 그리고 그 청년이 아주 좋아 보이니 앞서 언급되었던 위수문과의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게 좋겠다, 하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추가로, 보기 드문 청년이니 꼭 잡게 하라는 첨언까지도 있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것이었다. 설마 자매가 작당하고 사위까지 끌어들여 이런 서찰을 쓰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 천장이 내려앉을 듯 헛기침을 한 후 눈에 힘을 주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뭐, 사실 나도 들은 것이 있긴 하다. 며칠 전 항주 묘소를 지키던 사람들에게서 기별이 왔는데, 네가 아주 대단한 무장으로 보이는 젊은이와 분향을 왔었다 하더구나. 무슨 일인가 하여 전서구를 보냈더라.”

악묘에서 연락까지.

이쯤 되면 역시 완전히 속을 만하다.

“그러면 남은 것은 이제 마음을 정하는 일뿐인데, 어쩔 참이냐? 일 년 정도는 시간을 줄 수 있다만 더는 안 된다! 그렇게 괜찮은 젊은이라면 확실히 잡아야 하는 거다! 잡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라도 가야지! 이야기해 봐라.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고, 어떤 집안의 어떤 젊은이인지!”

난처했지만 악벽강은 또 그대로 대답했다.

“아직 결심을 못 해 자세히 이야기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올린 말씀과 같습니다. 들으면 아버님도 아실 정도로 명망 높으신 장군님의 장자이고, 수업 중인 사람입니다.”

결심을 못 했다 하니 더 물을 수도 없다. 알아봐야 성사되지 않으면 속만 상할 일이었다.

“흠……! 허구한 날 보 내에서만 붙어살다시피 하는 네가 어떻게 그런 젊은이를 만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하늘이 도운 것 같구나. 솔직히 말해 봐라. 확실히 마음이 있긴 한 것이냐?”

악벽강은 얼굴이 붉어졌다.

“좋은 분이시긴 하온데……!”

역시 사실 같았다. 아무렴 저렇게 얼굴까지 붉히며 거짓말을 할 수야 있으려고.

“도연 대사님까지 뵈었다고?”

멈칫, 악벽강은 뜻밖이라는 기색을 떠올렸다. 장신이 좋게 서찰을 써 준 것은 같은데 불필요한 것까지 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우연히 뵈었습니다. 우연히 형부를 만나던 자리에 오셨더군요.”

악불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연 대사님이 크게 칭찬했다고 쓰여 있구나. 천생배필이라 하셨다고. 천하의 기인이신 분이니 절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서찰의 내용대로라면 그 젊은이의 이름자에는 용이 있고, 사자의 기운을 타고 났다고 하는데, 네게 쉴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성이 악岳가에 이름이 언덕 강崗이라 이대로라면 잠시 머물다 가는 인연이라 한다. 잡으려면 이름자를 큰 물 강江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같다. 그래야만 네 품에 머물 것이라 했다.”

악벽강은 다시 멈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터무니없습니다. 어찌 그런 미신을……! 소녀는 지금 이대로의 이름이 좋습니다.”

그러나 악불비는 휙,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미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이지는 않되 음양오행은 우주의 조화에 미치고 역학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관상이나 이름 또한 그러하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상相이 계속 바뀌는데, 늘 보던 사람도 출세를 하면 인상부터 달라진다. 상이 달라져서 출세를 하는 것인지 출세를 해서 상이 달라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없던 위엄도 생기고 달라지는 것은 확실하다! 이름 또한 나쁘면 부르기도 어색하지만 좋은 이름은 쉽게 기억되고 즐겁게 부를 수 있지. 한즉 말씀에 따라 보기로 하자. 푸른 언덕이 나쁘지는 않으나 성씨에 이미 산이 있으니 확실히 물이 더 나을 것 같다. 물이 없으면 산은 수려하지 못하니, 대사님의 지론에 분명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악묘에서 보내온 연락도 그렇고, 장신의 서찰 내용도 그렇고, 어떻게든 정체불명의 사위를 잡아야 한다, 이거였다.

그래서 악벽강은 입장이 더 난처해져 버렸다.

사실 그녀가 추룡을 데리고 간 것은 혼인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면 어찌 되는가? 희한치도 않게 이번에는 악불비가 추룡과의 혼사를 추진할 기세인 것이다.

완전히 울고 싶어졌다.

“아버님 제발! 생각해 볼 테니까 그런 일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 잘 생각해 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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