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가짜 연인戀人 (4)
“소문만 들었지 황도는 처음이라서요. 죽기까지 황도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남평의 친구들 중에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힝힝……!
주인이 좋아하자 적낭자도 덩달아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걱정되는 것은 오로지 악벽강 하나뿐이었다.
“휘주에서 왔습니다. 혹시 북평의 장 대내시위 내외님이 여기에 계시온지?”
내성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마침내 장신, 악서희 내외가 머물고 있는 장원에 도착한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보장원保莊院이라 명칭 되는 명 황실 종인부 부이사의 장원으로서 듣기로는 장신의 벗인 인물의 거택이었고, 고관의 저택인 만큼 문 입구부터 경비가 삼엄했다.
그러나 특출한 모습도 그렇고, 문을 지키던 사병私兵은 찾아온 두 사람을 조심스럽게 맞이했다.
“휘주라시면…… 혹시 악충보에서 오신 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악벽강이라 하옵고, 장 대내시위님의 처제가 되는 터입니다. 계시면 기별해 주셨으면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문을 지키던 사병은 곧 안으로 들어갔다.
“햐! 이 저택도 새로 지은 것이로군요. 모든 건물들이 번쩍거려서 눈이 현란합니다.”
추룡은 변함없이 싱글벙글, 악벽강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의를 줬다.
“아무래도 신도시이니까요. 이젠 정말 신중해지셔야 합니다. 괜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녀의 종신대사가 걸린 일입니다. 막 대협이 잘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정말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혼인하러 북평으로 가야 합니다.”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
열심히 하다니 뭘? 역시 불안하다. 아무래도 혼쭐을 놓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달리 대책도 없고 악벽강은 그냥 한숨만 내쉬었다.
잠시 후.
“뫼시라 하십니다. 들어오십시오. 말고삐는 이리 주시고.”
이야기를 전하러 들어갔던 사병이 다시 나와 두 사람에게 들어가기를 알렸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아주 훌륭한 말이군요. 염려 마십시오.”
두 사람은 말고삐를 넘긴 후 곧 안내를 받으며 보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대가大家답게 장원 속은 대단히 넓고 화려하였으며 들어가자 의외로 경계가 더 삼엄해 보였다.
아직 어둡기 전임에도 여기저기에 병기를 소지한 사병들이 오가며 삼엄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고 내부 곳곳의 건물 앞에도 따로 번을 서는 사병들이 보였다.
“대단하군요. 개인의 저택이라기에 넓기도 할뿐더러 경비 역시 아주 삼엄한 것 같습니다. 악충보보다 더한 느낌인데요?”
분명히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정도.
“아무래도 고관의 저택이니까요. 대개의 고관들 집이 다 이런 것으로 압니다. 가신家臣 및 사병을 고용하여 지키는 것이지요.”
“네, 지은 죄가 많은가 보군요.”
“또!”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싱거운 소리들. 악벽강은 갈수록 더 불안해지고 있었다. 전혀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 모습하며, 이러다가 언니 내외 앞에서 불쑥 실수라도 하면……! 그대로 자신은 코가 꿰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녀는 추룡이 일러 준 대로 실수 없이 잘하기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람을 원했을 것 같으면 처음부터 추룡을 데리고 올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입증이라도 하듯 일각여 후.
“언니!”
“오랜만이로구나, 강아.”
추룡은 시작부터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평강하셨지요, 형부.”
“반갑네, 처제.”
두 사람이 안내되어 간 곳은 장원의 뒤편에 있는 조용한 별원이었는데 악서희, 장신 부부는 이곳에 거하고 있는 듯했고, 두 사람이 들어서자 기쁜 표정으로 밖까지 나와 맞이했다.
장신의 나이는 사십 세가량, 육 척에 가까운 후리후리한 키에 관옥 같은 얼굴을 가진 인물로서 묵직해 보이는 인상이 그대로 사품관의 관록을 보이는 듯했으며, 언니인 악서희의 모습은 놀랍다 할 정도로 악벽강과 유사했다.
비슷한 오 척 반의 키에 눈이 부실 듯 미려한 기품을 가진 서른다섯 살가량의 미인이었는데, 다른 것은, 악벽강에 비해 섬세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워낙 남장 차림에 무예를 수련한 악벽강이다 보니 비슷한 모습임에도 언니인 악서희를 훌쩍 능가하는 기도를 지니고 있었는데, 비교하기는 무엇하지만 역시 악서희가 좀 밀리는 듯한 그런 양상이었다.
섬세하다 했듯 악서희가 여성 자체의 미려함만 지니고 있다면 악벽강은 이를 넘어 기상까지 엿보이는 그런 형상이라 빛을 잃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판에 박은 똑같은 미인을 놓고 보더라도 활기가 넘치는, 선이 굵은 처녀에 비해 얌전하게만 보이는 사람은 어딘지 처져 보이게 마련이니까.
“만난 지 이 년인데도 그대로로구나. 아버님과 오라버니들께서는?”
“평안하셔. 조카들도 잘 있지?”
“다 컸어. 둘 다 열 살이 넘었으니.”
“부럽다.”
“허허…… 부러우시다면 처제도 혼인을 하시면 되지.”
추룡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반갑게 재회하는 자매들의 뒤쪽에서 싱겁게 웃고 있었고, 한참 만에야 모두의 시선이 옮겨졌다.
“한데 이분 소협께서는? 처음 뵙는데 악충보의 분이시니?”
더불어 작전 시작.
“아, 그게 아니라……!”
이에 악벽강은 웃으며 계획대로 추룡을 소개하고자 했는데 싱글벙글, 늦기 전에 추룡은 실수를 시작했다.
“막추룡이라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 막 대협!”
단단히 일렀던 황보 공자는 어디로 간 것인지? 당연히 악벽강의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한 방에 산통이 왕창 깨어진 상태.
어쩔 수 없이 악벽강은 무거운 표정으로 별원의 내실로 들어가 악서희와 마주 앉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걱정해 주는 형부나 언니의 마음은 알아. 하지만 남자에게 관심도 없는 나에게 생면부지의 인물이라니? 언니 같으면 좋다고 하겠어? 더욱이 나까지 가 버리고 나면 홀로 남으실 아버님은 어떻게 하고? 물론 작은 할아버님이나 숙부님, 오라버니들이 잘 보필해 주시긴 하지. 하지만 외로움은 어떻게 하시지? 못난 딸이라도 옆에 있어야 웃음이 돌지 않을까? 생각이나 해 보고 자꾸 그러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솔직히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
이런 동생을 악서희는 근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강아, 물론 마음은 알아. 그러나 여잔 때가 되면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야. 스물여덟은 정말 적은 나이가 아냐. 너는 아버님을 걱정하고 있지만 아버님의 걱정하는 마음은 헤아려 보았니? 네가 있어 덜 외로우시겠지만 비례해 흰머리도 느시지. 서찰로 소개한 위 참의님은 정말 나무랄 데 없는 분이셔. 너와 나이도 잘 맞고, 진짜 총각이시지. 정주 위씨 가문의 셋째 공자이신데, 성격이 곧고 의지가 강한 분으로 사품에 이르기 전에는 혼인을 않겠다고 버티심으로 미혼이셨던 거야. 뵙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정말 기우가 헌앙하신 분이셔. 그러니까 함께 가서 인사라도 해 보자.”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인연이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하니까. 이렇게 못나긴 했지만 운이 닿으면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부탁이지만 강요할 생각 말아 줘! 내가 혼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자꾸 사람들을 소개해서 아버님을 흔들지 말고. 최소한 언니 내외가 그러지 않으면 아버님도 신경을 덜 쓰시거든.”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것이었다.
“어쩌면 좋으니……!”
고집 센 동생을 보는 악서희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여자 나이 스물여덟, 다시 일러도 조혼이 풍습인 이 시대에는 장난이 아닌 것이었다.
그러한 속에 거실.
장신과 추룡도 마주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
장신은 서찰을 읽고 있었는데, 악벽강이 전한 악불비의 서찰이었다.
한참 후에야 서찰을 모두 읽은 장신은 묵직하게 미소 지었다.
“장인어른의 전갈 잘 보았네. 한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군. 장인어른께서는 서찰 속에 처제가 마음에 둔 사람이 생겨 소개 올린 혼처를 잠시 보류, 함께 온 사람을 봐 달라고 하셨는데 자네가 그 사람인가?”
추룡은 웃지 않았다.
“함께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나이부터 어리니까요. 소저께서 그렇다 하여 달라고 청하셨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여겨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 점을 먼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맑은 정광이 일어나는 눈.
“더불어 말씀 올리고 싶은 것은, 대감님께서는 필경 소저를 귀히 여기시어 혼사를 추진하려 하시는 것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가족으로서 당연히 하실 만한 일이라 여겨지기도 하옵고, 입장을 바꾸면 불초 또한 그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중히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하나 올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나이 어린 삼자가 사사로이 타의 집안일에 참견해 나선다는 것은 무례가 될 것이오나 말씀 올림을 허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흠……!”
장신은 추룡의 면면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의 씀씀이도 그렇고, 자네 일반 집안의 사람이 아닌 듯하군. 이야기하게나. 들어 보세.”
추룡은 거듭 포권을 취해 보였다.
“부족한 소견일지 모르오나 종신대사라는 것은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서 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막힌 청을 하셔서 왔듯이 불초가 아는 소저께서는 현재 혼인을 할 마음이 전혀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그러한데 압박으로 이루어지는 혼인이 흡족하실 리 있겠습니까. 성사되어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망이 더 크실 수도 있으며, 자칫하면 가족 간의 우애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저처럼 성격이 강하신 분께서는 더욱 그러실 듯한 느낌이온데, 그 점 사려해 보셨사온지요?”
이 말에는 장신도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나도 전혀 모르지는 않아. 하지만 이게 내 생각만은 아닐세. 위 참의가 뛰어난 인물이라 소개를 올리긴 했네만 보다 장인어른께서 부탁하셔서 주선 올린 일일세.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는가?”
악불비의 청.
“보주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는 말씀인가요?”
장신은 빙긋이 미소 지었다.
“그런 것일세. 하니 난들 어쩌겠나. 장인어른께서 심려하셔서 청하신 일인데 사위인 내가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뜻은 알 것 같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어 한 일일세.”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추룡으로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 악불비가 청해 시작된 일이라면 정말 삼자가 나설 도리가 없는 것이다.
“큰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기를.”
깔끔하게 포권을 취하며 사과했다. 어쩔 수 없이 악벽강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런 추룡을 보며 장신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럴 수도 있지. 보다 자네에 대해 좀 묻기로 하세. 매우 신기한 일인데, 처와 혼인을 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처제가 외간 남자를 대동한 것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일세. 아무리 내키지 않는 일이라 해도 성격상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막추룡이라 했던가?”
“그렇습니다.”
“악충보의 사람인가?”
“육 개월 전 입문하였습니다.”
추룡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말의 씀씀이도 그렇고, 여간한 집안의 출신이 아닌 것 같은데 출신 내력은?”
추룡은 계속 포권을 취해 보였다.
“복건 남평의 출신입니다. 남평 막가이옵고 아버님께서 한때 군부에 몸담고 계셨습니다.”
장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다르다 싶었더니 역시 세가勢家의 출신 같군. 영친께서 보통 인물이 아니실 듯한 느낌인데?”
추룡은 삼가 대답했다.
“한직은 아니셨습니다만 자랑할 정도의 집안은 못 되는 터입니다. 오래전에 하야하셔서 지금은 차 밭을 경작하시고 계십니다.”
“혹시 장남이신가?”
“그렇습니다.”
“흠……!”
장신은 이마를 갸웃했다. 삼가 질문한 것으로 이는 추룡의 부친, 즉 막여사의 신분을 물은 것이나 같은 것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혼기에 혼인을 하므로 장남의 나이는 부친의 나이와 비례하는 셈이었다. 늦게 혼인을 했다 쳐도 추룡의 나이가 약관 정도이니 막여사의 나이가 쉰 살 전후라는 것을 우선 알게 된다.
실력 있는 무장이 이렇게 일찍 퇴임할 리는 없고, 오래전이라고까지 할 것 같으면 평범한 일반 무관 출신이었다는 뜻이다.
군부에 남아야 뾰족한 무엇이 없으니 일찍 퇴임한 후 차 밭을 경작하며 지내고 있다는 뜻인 셈이었다.
헤아려 가며 찬찬히 추룡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실력이 넘쳐도 일찍 물러서는 인물들이 많긴 하지만……! 한데 어찌 된 일인지 난 자네가 보통 사람 같아 보이지를 않는군. 일찍 출사해 십오 년이 넘게 북평왕부에서 일해 왔고, 마침내 대내시위의 일까지 맡아 보고 있지만 자네만 한 청년은 처음 보는 것 같네. 남자라 하면 수하조차 잘 대동하고 다니지 않는 처제가 여기까지 함께 온 것을 봐도 그러하고.”
정색을 한 추룡. 웃음이 없는 그의 모습은 역시 쉽게 대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만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신 역시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는 뜻도 되었다.
그러나 추룡은 변함없이 포권을 취해 보이며 삼갔다.
“변변찮은 주제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워낙 초조하신 나머지 소저께서 응원을 청하신 것이지요.”
장신은 진중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걸세. 눈이 삔 게 아니라면 자넨 분명히 걸출한 고수일세. 한눈에 큰 힘이 느껴지네. 이만한 사람이라면 군부로 가도 크게 힘을 쓸 것이라 보는데, 향용에 뜻을 두고 있는가?”
관 무림이 아닌 사 무림을 지향하느냐는 뜻이었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추룡은 솔직히 대답했다.
“이 년 후 과시에 응할 생각입니다. 개봉부로 가던 중 사소한 문제가 생겨 올해는 시기를 놓친 터입니다.”
장신의 눈에 순간적으로 번쩍 기이한 빛이 스쳐 갔다.
“다음 시기까지 악충보에 임시로 있는 것인가?”
구태여 숨길 일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소저의 덕분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랬었던 것이군.”
장신은 비로소 모든 내막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제가 자네를 알아본 것이었어. 역시 눈이 매워서……! 아무튼 뭐, 그렇다 하니, 관직에 마음을 뒀다면 시간을 보내더라도 군부에서 보내야지. 처제에게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 혹시 자네 나와 북평에 갈 생각이 없나? 중원 복판은 한가하지만 북평 쪽에는 인재가 부족하네. 몽고의 녀석들이 늘 침습을 해 오는 통에 힘 있는 장수들이 필요하지. 과시 상관없이 연왕 전하께서는 실력이 되면 인재를 중용하시는데 가겠다 하면 자리를 주선해 보겠네.”
북평왕부로!
실로 뜻밖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당연히 추룡으로서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군관이 되고자 하는 중원의 젊은이라면 누구라도 마다하지 않을 일이었다. 몽고로서는 유감인 일이지만 이야말로 충국忠國이며 입신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전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군인이 아니던가.
적잖게 마음이 동요되었지만 그러나 추룡은 곧 고개를 저었다. 원래의 그 같았으면 부탁을 해서라도 갔을 일이지만 속내를 보였듯 악충보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대감님을 따르고 싶사옵고 진심으로 가고도 싶습니다. 하오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악충보에 남아 하여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받들지 못함을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