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35화 (35/150)

# 35

가짜 연인戀人 (2)

정확히 실력 있는 왕자들을 밀어내고 열 살짜리 코흘리개를 올려 정권을 좌우하려 하는 중신들의 뭔가가 보이는 것이었다.

하나 북평왕부로 간 주체는 좌절하지 않고 성벽을 튼튼히 하는 등 북평에 강군을 키워 강력히 몽고를 진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여전히 영걸로 소문이 자자한 상태였다.

어쨌거나 상관없이 악벽강은 계속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맞아. 한데 형부가 또 통정사 참의인지 뭔지 하는 위수문이라는 정오품짜리를 내세워서 아버님을 유혹한 거야. 서른네 살에 정주 위씨이고, 총각이라고는 하는데 믿을 수 있을 게 뭐야? 그만큼 실력 있는 총각이 어디 있겠어? 보나 마나 홀아비인 게지.”

“하하……!”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웃고 말았다.

“그래도 뭐, 홀몸이라면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서른네 살에 정오품이라면 실로 대단한 실력을 가진 분이거든요? 가문까지 좋다 하니 썩 괜찮다는 느낌인데요?”

하지만 뭐, 악벽강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봐야 내가 혼인이라는 것을 하기가 싫은데 어떻게 해.”

특이하다 싶어 추룡은 처음이다시피 조목조목 악벽강을 뜯어봤다.

오 척 반의 늘씬한 키. 이 시대의 여인으로서는 매우 멋진 키였다.

오 척인 전소를 작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소가 아주 작은 키도 아닌 셈이었다. 그냥 무사로서 작다는 것인데, 일반의 사람들이 오 척을 조금 넘을 정도였다. 비교하면 실제 일반의 남자들보다 더 후리후리한 키로서 그대로 팔등신의 멋진 몸매인 것이다.

가슴은 좀 절벽(?)인 것 같지만 잘록한 허리에 적당한 어깨 등, 하여튼 멋진 체격이다.

크고 서늘한 눈. 무예를 수련하므로 정광이 일어 부리부리하게 느껴지지만 쌍꺼풀이 진 멋진 봉안으로서 역시 드물다 싶게 대단히 아름답다. 곧게 솟은 콧날과 붉은 입술 등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경국지색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경국지색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좋아 보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요는 이 아름다움이 큰 키와 남장 등에 묻혀 아름답다기 전에 더 먼저 늘씬하고 멋지게 보이는 것이었다. 씩씩해 보이는 모습이 강호의 여협답게 남다른 멋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드물게 아름다움보다 멋이 더 드러나는 여인들이 있는데 악벽강이 바로 그런 처녀였던 것.

성품 역시 참 좋다. 색왕녀니 뭐니 하는 이상한 별명이 생겨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닌 것 같고, 내당을 맡고 있을 정도로 속이 깊을뿐더러 자상한 면이 있었다.

수하들의 성격을 두루 꿰뚫어 몽마를 잡은 상금으로 받은 은자를 따로 챙겨 추룡에게 주는가 하면 집인 남평이 멀다는 점을 감안해 휘주 포청에 부탁까지 해 놓았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인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대담하며 호탕한 면모까지 있고.

나이 하나를 빼고 나면 이런 처녀란 수만에 하나도 있기 어려울 정도로 보기 드문데 실제로는 나이 역시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스물 서넛 정도로 보이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가 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또한 훌쩍한 키 때문인 셈이었다.

한데 대체 왜 혼인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탕음악가라는 대단한 가문도 그렇고 늘씬한 키에 멋진 외모하며, 마음만 먹으면 남자들이 줄을 설 터인데. 아니, 이미 새카맣게 줄을 섰다가 다 걷어차이고, 이번엔 위수문이란 정오품이 차일 차례인 것 같았다.

추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혼인을 하기 싫으신데요?”

악벽강은 힐끗 추룡을 바라본 후 그냥 대답했다.

“몰라. 다들 시시해 보이고, 그냥 알고 지내는 건 좋지만 딱 남자라 하면 좀 싫어.”

추룡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딱 남자가 왜 싫은데요?”

악벽강은 잔뜩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뭐랄까, 누군가가 몸을 만진다거…… 응?”

말하다 말고 악벽강은 멈칫하는 표정이 되더니 바로 ‘번쩍!’ 눈썹을 곤두세우며 소리쳤다.

“여자에게 자꾸 그런 이상한 걸 묻는 저의가 뭐야!”

확실히 뭔가 좀 이상하긴 했다.

“아……!”

추룡도 뭔가 잘못됐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좀 궁금해서.”

“정강이가 무사하지!”

히히히힝!

악벽강은 계속 으르댔는데, 느닷없이 주인에게 소릴 지르는 등 하므로 적낭자가 대신 크게 항의했다.

악벽강에 못지않을 정도로 만만찮게 멋지고 아름다운 그녀(?)였다.

금화린金華麟.

“어이쿠, 공자님 또 오셨군요!”

항주에 도착한 것은 열흘 후였다.

도착하자 추룡은 바로 서호 옆의 주루를 겸한 객잔을 찾았고 적낭자를 본 점원은 반갑게 웃으며 추룡을 맞이했다.

악왕묘에 들르던 날 적낭자를 맡겼던 바로 그 주루였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하하! 덕분에요. 말도 건강해 보이는군요. 적낭자라 했던가요?”

“예, 지난번에는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오늘도 잘 좀 부탁합니다.”

“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서 들어가시지요.”

“묵고 갈 것이니 객실 두 칸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소저께서 쉬실 것이니 가능하면 깔끔하고 붙은 방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폐를 끼치고도 먼저는 사례조차 하지 못하였는데 약소하지만……!”

추룡은 품속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 슬그머니 점원의 손에 쥐여 줬다.

“하하! 이러지 않으셔도 좋은데 말이지요. 모처럼 주시는 것이니 감사히 받긴 하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옆에 여자가 있음에도 점원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웃으며 추룡과만 대화를 했다.

“아, 소저께서도.”

마지막에 가서야 본 척을 하고 말고삐를 받아 구유 쪽으로 갔다.

악벽강은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까닭은 보름간 오며 보게 된 추룡의 모습 때문이었는데 이 청년은 어디를 가서라도 한 번도 남에게 실수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간단히,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나쁜 습성 중 하나로 중원인들에게는 허세 같은 것이 상당수 있었다. 매우 자존심이 강한 편으로 자신을 숙이지 않는 습관이 있었고, 타의 하인이나 점원 같은 사람을 내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그런 면모가 꽤 있었던 것이다.

심한 경우는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며 위엄을 과시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관료들이나 무림인들의 경우는 좀 더 그런 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어딜 가나 똑같다. 좋은 성품을 지닌 것은 처음부터 알 수 있을 듯했지만 계급의 상하 없이 모두에게 웃음을 머금고 친절히 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위세를 부리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대접을 받았다. 훤칠한 키에 반듯한 모습을 하고 큰 장검까지 차고 있을 정도니 얕볼 사람은 없겠지만 분명히 그 이상인 것이었다.

“막 대협, 아는 사람이야?”

추룡은 언제나처럼 웃으며 그녀와 함께 우선 주루로 들어갔다.

“말을 잃어버렸을 때 신세를 졌던 분입니다. 관사까지 가서 적낭자가 제 말이라는 것을 진술해 주셨죠. 악왕묘에 들를 때 여기에 처음 말을 맡겼었거든요. 기억하시고 진술해 주셨던 것입니다.”

진상태 사건 후 소소하게 건너뛴 일들이었다.

“오면서 줄곧 봤지만 점원들과도 대화를 잘하는가 보군?”

추룡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평에는 점원으로 지내는 친구들이 아주 많습니다. 있는 순간이 점원일 뿐이지 옷만 갈아입으면 다 같죠. 과시 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고, 타 점포에 가면 같은 손님도 되니까요. 이곳에서도 차이란 것은 숙박비나 음식값밖에 나지 않아요.”

맞는 말이었다. 실제 지금은 악충보의 무사가 되어 있지만 말도 주머니도 다 잃어버렸을 때,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추룡은 저들보다 못한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장작을 팔 때만 해도 그들보다 위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흠……! 성격이 그래서 복을 받는 걸까?”

여전히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추룡의 아래위를 다시 살폈다. 싱거운 듯 웃는 잘생긴 청년, 귀염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진지해질 줄도 안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나왔듯 사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며, 가벼우면서도 묵직할뿐더러 제법 멋도 부릴 줄 아는 게 추룡이라는 청년이었다.

내면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과장도 없고 꾸미지도 않는 인간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인 셈이었다.

“정직히 말해 봐. 막 대협이 악충보에 가입한 것은 친구들 때문이지? 신세를 갚으려고 하는 것 맞지? 즉, 말을 잃어버렸을 때 도움을 받았으므로 모두를 키워 주려 하는 것. 아니면 악충보에 있을 이유가 없어. 그것도 말단으로 말이야. 이 년 후에 떠날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이번에는 과시를 치르려고 온 것일 거야. 다음 과시가 이 년 후니까 그때 원래의 길을 가려는 것이지?”

“햐……!”

추룡은 그녀가 굉장히 족집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말하자면 그런 무엇이 있었다. 실제 그는 항주에서 어려움에 처해 두 가지 경로를 계획했는데,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그냥 금릉으로 가서 나무를 하면서 다음 과시를 기다리려 생각한 바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이 때가 아니라 생각했고, 돌아가기도 무엇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친구들을 만나 다시 말을 찾으면서 경로가 바뀌었다. 과시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잃었던 것을 찾은 만큼 그다지 어렵지 않게 다음 시기까지 기다릴 정도가 되었던 셈이다.

한데 어울리다 보니 친구들이 정말 성격들이 좋았다. 그리고 입문을 앞둔 전소가 체격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서 일단 악충보로 함께 가 본 것이었다. 뭔가 도움이 될 일 같은 게 있을까 하여. 그게 적중해 접수를 할 때 우겨서 되었던 것인데, 여기에서 뜻밖에 자신도 함께 접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니 기이하게 만난 인연도 그렇고, 이게 왠지 우연만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과시 때까지 시간은 비어 있고,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 과연 우연인지 아닌지.

이로 인해 입문 시험을 치를 때, 거의 떨어지기 쉬울 정도로 응해 보았는데 그것이 또 붙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추룡은 필연이라 믿었다. 중원인들은 콴시(친분)라고 하여 인연을 대단히 중히 여겼는데 하늘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그 필연은 전소였다. 이 작은 친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정도의 친구이고, 자신이 보기에도 성품이나 실력이 있었다. 이에 그를 보조해 주고 싶었고, 과연 작은 도움들이 힘이 되어 그는 시작부터 몽마를 잡아내는 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몽마를 잡게 된 것조차 천운이 따른 것이었는데, 처음 만난 곳이 악묘, 우정의 육화탑, 있게 된 곳이 또한 악충보, 역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과연 이를 완전히 우연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러나 뭐, 성격이 그렇듯 삼가 대충 대답했다.

“변변찮은 실력에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전 형의 경우는 정말 실력이 있습니다. 마침내 자리를 잡아 잘되었지만 반드시 큰일을 해낼 거예요. 소저께서 많이 살펴 주셨으면 싶습니다.”

싱거워 보이는 웃음.

“흠……!”

대부분 짐작이 가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그에 대한 것을 물었다.

“남평은 어때? 부모님은 무얼 하시고?”

싱글벙글, 추룡은 있는 대로 그냥 대답했다.

“늘 봄 같은 좋은 고장입니다. 아버지는 차 농장을 경영하고 계시고요.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분이세요. 이해심이 많으시죠.”

구태여 안 봐도 추룡의 성격을 보면 어떤 집안인지 알 만한 것이다.

“아버님께서 군인이셨다고?”

“넵! 한때. 그러나 오래전에 그만두셨죠. 차 농장을 하시는 게 더 좋으시다고. 사실 속하도 뭐, 차 농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뱀이 좀 많은 게 탈이지만.”

“배…… 뱀?”

악벽강은 질색인 표정을 지었는데 추룡은 싱글벙글 그냥 웃었다.

“넵, 검정 뱀이요. 눈이 붉고 비늘에 반들반들 윤기가 나죠. 원래 차 밭에는 그런 녀석이 많아요. 그래서 우롱차吳龍茶라고 하죠. 남평에서 나는 차는 가장 알아주기도 합니다.”

생각만 해도 좀 징그러운 것 같았다.

“앞으로 절대 우롱차는 마시지 말아야겠군! 철관음鐵觀音 같은 것만.”

추룡은 이름만 다르지 그것도 같은 것이니라, 말해 주려 하다가 말았다. 자칫하면 악벽강이 보리차만 마시는 사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먹으며 악벽강은 다시 주의를 줬다.

“그리고 이제부터 당분간 말투를 고쳐야 해. 가짜라도 연인 행세를 하니까. 연인에게 말을 내리는 여자나 존댓말을 하는 남자는 없을 거야. 내가 존대를 하고 막 대협은 조금 낮춰야 하는 거지.”

그런 뭔가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하긴 하는데 역시 추룡은 좀 어색할 것 같았다.

“영 내키지가 않는데, 저는 그냥 이대로 하죠. 소저만 약간 바꾸시면 될 것 같아요. 서로 존댓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지체 높은 집안의 사람들은 또한 드물지 않게 그렇게 한다.

“그것도 괜찮겠군. 왔으니 선조부님의 묘소에 분향 올려야 할 것이니 잠시 기다려. 옷을 갈아입고 나올 테니.”

악왕묘.

타에는 관광지 정도가 되겠지만 악벽강에게는 분명히 선조의 묘소가 되는 것이었다.

“넵. 기다리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악벽강은 곧 미리 예약해 둔 객실을 찾아갔고 추룡은 썰렁하게 앉아 창 너머로 서호의 경치를 보며 기다렸다.

악벽강이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한데 반 시진 가깝게 기다려 다시 나온 악벽강을 보는 순간.

“됐으니 가세요, 가가.”

“헉……!”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그만 경기를 일으키고 말았다.

“누구신지? 정말 소저 맞으신 것입니까?”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시 나온 악벽강의 모습은……! 대체 뭐가 이런 것인지 완전히 사람이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늘 남장 차림에 아무렇게나 치렁치렁 머리채를 늘어뜨리고 다녔던 그녀! 조상의 묘소에 분향을 올리려고 가는 만큼 처음으로 여장을 하고 나왔는데, 옥색 궁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일월산하日月山下의 끝단을 드리운 채 머릿결을 단정히 위로 둥글게 둘로 말아 올려 얌전히 내려뜨렸고, 살짝 지분도 바른 듯했으며 강해 보이던 눈썹까지 다소 밀어 부드럽게 한 것 같았다.

한데 그러고 나니…… 대체 뭐가 이렇게 아름다운가?

완전히 사람이 백팔십도로 달라져 버린 것이었다. 원래도 상당한 아름다움이 있었던 그녀이긴 했지만 다수 손을 대고 차림새를 바꾸고 나니 이건 또 한 번 서호의 물고기가 물속에 빠져 죽을 만하다侵魚.

강해 보이던 면모는 어디론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여성자체의 아름다움만 살아난 것인데, 남장 차림에서 우러나던 강함과 멋은 기품으로 바뀌었다. 냉랭하면서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기품.

더욱이 절벽(?)이다 싶었던 가슴까지 갑자기 생겼다! 신기하기도 하지, 분명히 없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굴곡이 완연한 것이다.

아무리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 하지만 이건 확실히 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추룡은 입이 쩍 벌어진 채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다음은 갑자기 생겨난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었는데, 순간이었다.

퍽!

“어이쿠!”

“어딜 보는 것인가요, 바보.”

음흉 죄가 적용된 듯 남들이 보지 못하게 그녀가 또 추룡의 정강이를 찬 것인데, 미루어 악벽강이 맞는 것은 분명한 느낌이었다.

“와!”

더 소동이 일어난 것은 주루 밖으로 나서면서부터였다. 아니, 더 정확히 궁장을 한 악벽강이 나타나면서부터였는데 추룡과 그녀가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하자 주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적잖은 소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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