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철나한鐵羅漢 (5)
적을 치기보다 철저히 피하는 것에 기준을 둔 권법으로 몸 자체가 마치 바람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순간적으로 상대를 휘감아 쓰러뜨리거나 학의 부리처럼 빛살처럼 쏘아져 전신의 요혈을 쳐 제압하는 절초도 가미된다. 강력한 힘과 속도를 중시하는 소림오권 중 가장 유하며 허허실실虛虛實實, 이유제강以柔制强, 이정제동以靜制動의 묘를 지닌 권법으로 장삼풍 조사가 이에 기인해 무당의 절기 십단금을 창안했다는 설까지 있는 권법이었다.
“곤棍!”
“흐아아아아!”
타타타타타탕!
무려 세 시진! 두 시진 반이 지나고, 세 시진째 접어들자 정명은 죽장을 들었다. 추룡에게도 똑같이 던져져 쥐어졌고.
폭우가 퍼부어지듯 한 곤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악충보에서도 잠깐 본 바 있었던 창봉술과 같은 것! 하나 내용은 크게 달랐다. 탕음악가의 창법은 천하를 울리고 있지만 배운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 까닭은 어디나 그렇지만 정수라 할 수법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추룡 등 신입들이 보고 배운 것들은 아주 약소할 정도. 한자방과의 겨룸 때 잠깐 정수 비슷한 것이 나왔지만 그조차도 실제는 절초라 할 수 없는 것으로 그냥 검과 같은 단병을 든 상대와 싸울 때의 기교를 얼핏 눈요기한 것일 뿐이었다.
앞서도 이야기가 나왔듯 추룡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이 붕거창법이었는데, 그러나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은 것만 배운 상태인 셈이었다. 비교해 소림의 곤법은 실로 굉굉하면서도 웅장한 무엇이 있었다.
허수 따위로 상대를 유인하거나 하는 것이 없이 회오리처럼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적을 부수는 강력한 곤법이었다.
찔리고 맞고 쓰러지고. 당연히 그 수법으로 맞선 추룡은 형편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미타불……!”
세 시진이 지나 마침내 격돌이 끝났을 때 추룡의 모습은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되고 옷은 다 찢어지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전신이 온통 땀으로 젖은 상태에 흙투성이가 되어 땀방울이 발목을 타고 흘러내릴 지경.
숨이 턱에 차 헐떡이는 속에 눈만 번쩍일 정도였다.
이런 추룡을 보며 겨룸을 마친 정명은 빙그레 웃음 지었다.
“참으로 잘 배웠소이다. 군부의 실전 격권이 극에 달하면 태산도 무너뜨린다 하더니 과연 그대로인 듯하구려. 붕거창법 또한 천하의 절예임이 분명하니 오늘 막 시주를 만나 깨친 배움이 실로 작지가 않구려.”
서로가 정직했다면 누가 배운 것일까?
간단히 추룡이 배운 기초적인 붕거창법은 백팔나한의 곤법에 아예 비교할 바도 못 되는 것이다.
감각과 재능, 속도, 파괴력, 순간적인 결단력 등으로 적과 대응해 격돌하는 격권! 상당한 기술이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을 알고자 하면 한 사람으로 족하다.
하지만 추룡은 이들을 상대로 소림오권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었다.
무엇을 더 이야기할 것인가.
“다섯 사부님들의 가르침,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로써 소림의 속가가 되었으니 절 받으십시오.”
추룡은 두말 않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정업이 이것을 허용치 않았다.
“치우게! 우린 다만 나한의 진짜 실력을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일세. 승려라 해도 우리에게도 자존심이 있으니!”
소림 아라한의 진짜 실력.
당연히 오 인이 모두 몽마와는 비교할 바가 아닌 실력인 것이었다. 몽마 정진이 전날 소림의 수나한이었는지는 몰라도, 철장을 들고 염주를 암기로 사용할 정도로 타락했을 뿐 아니라 색에 찌들어 아녀자나 살해하며 다녔던 살인귀인 그가 과연 발전이 있었겠는가.
발전은커녕 퇴보에 퇴보를 거듭해 껍질만 남은 나한도 아닌 나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봉두난발에 흙투성이가 되는 등 엉망이 된 모습만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그가 진정한 수나한이었다면 과연 추룡의 주먹에 그렇게 쉽게 쓰러졌을 것인지.
정명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옳아. 우리가 나잇살이 더 많으니 허락해 줬으면 싶네만, 정히 배웠다 생각하면 우리 역시 크게 배웠으니 의형제義兄弟로 하세! 그리되면 사제師弟로서 자네가 아우가 되어 줘야 하는 걸세. 돌아가 소림에 적籍을 올릴 것인즉, 정진이라 하겠네. 어찌 생각하는가?”
정진! 어제의 금나한.
“사형!”
추룡은 흔쾌히 허리를 숙였다. 그는 이제 몽마 정진을 대신하여 새로운 정진이 되어 소림의 위명을 지켜야 할 것이었다.
백팔나한들의 마지막 동생.
“껄껄껄! 비워지는 것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도 있게 마련, 사제의 대명이 천하를 진동시키기를 기대하겠네.”
그들은 몽마 정진을 잊고 추룡을 택했다. 그리고 훌쩍, 몸을 돌려 가벼워진 걸음으로 언제 왔느냐는 듯 바람처럼 온 곳으로 돌아갔다.
천 년의 대소림사.
전설의 철인들 나한!
속세와 불문을 떠나 정녕코 멋진 장부가 아니겠는가!
가문비나무에 걸렸던 연鳶의 연緣이 또 새로운 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짜 연인戀人 (1)
“흐아아아압!”
쾅쾅쾅쾅쾅쾅!
추룡은 결국 원하던 북협곡에 가지 못했다.
정명 등을 만난 후 너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난 후 바로 굉촌으로 돌아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건포 등 요깃거리를 구한 후 또 연화봉으로 갔던 것이다.
그리고 사흘 내내 자욱하게 깔린 황산의 운해 속에서 죽도록 수련만 할 수밖에 없었다. 정명 등을 통해 깨친 나한권과 나한곤의 기교들을 잊기 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나한곤의 기교는 일단 십중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지만 권법은 보충이었다. 기존에 있던 것에 필요한 것들을 추가해 들이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한 사람씩 맞이할 때마다 스무 번씩은 쓰러진 것 같았다. 그만큼 몰랐던 약점이 많았다는 뜻이 되었다. 이것을 메우거나 없애기 위한 수련인 것인데, 마치고 나면 최소한 앞으로는 소림권을 맞이해도 그 정도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스무 번, 당연히 이건 너무 약소한 편에 속하는 것이다. 어지간한 경우 같으면 고칠 대책도 없이 아예 소림권으로 전환을 해야 할 정도일 것이고, 그들 역시 적잖게 쓰러졌다. 아마도 정명 들 역시 죽어라 약점을 고칠 것이었다.
이래서 강자끼리의 논무란 함께 발전하는 것이었다. 약한 자를 상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없이 우쭐하는 것만 생길 뿐 발전이 없는 것이다.
사흘 내내 연화봉과 씨름을 하는 것처럼 자신을 달구었고 그조차 시간이 부족해 하산한 것도 밤이 깊어서였다.
“힉……!”
“막 형! 대체 그 꼴이 뭐야? 누구에게 얻어맞았어?”
숙사로 들어가자마자 추룡을 본 친구들의 눈이 왕방울이 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희한하게 나타난 추룡의 꼴이 완전히 상거지 아닌가? 옷은 다 찢어져 너덜대는데 그나마 흙투성이고 머리카락마저 엉망이 되어 있는데, 산발을 한 채로 대충 질끈 동여 묶은 상태다. 얼굴 역시 온통 피곤함으로 가득 차 보이고.
그래도 뭐, 싱글벙글, 추룡은 얼른 옷부터 갈아입으며 둘러대었다.
“응, 서해 대협곡으로 들어갔다가 실수해서 벼랑에서 굴렀네.”
“결국 갔었나?”
“어, 험하더군.”
“험할 정돈가? 천 길 낭떠러지가 수두룩한 곳인데! 다친 데는?”
“다행히 없네. 그냥 옷만 그래.”
“햐……!”
친구들은 비로소 안도의 표정이 되는 것 같았다. 워낙 험한 곳이 황산이라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꼴을 하고도 다치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일세! 앞으로는 조심해. 아니, 아예 그쪽으로는 가지도 말게! 거긴 완전히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야.”
“히히히, 험하다 했는데 우겨서 가더니 벌 받은 거지!”
임백호가 묘하게 웃은 후 바로 엉뚱한 소릴 했다.
“한데 자네, 색…… 아니, 소저께 뭔가 실수한 것 있는가? 이틀 전부터 계속 찾던데?”
악벽강.
옷을 갈아입은 후 머리를 빗다 말고 추룡은 멈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틀 전부터?”
임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굉촌에 갔다가 난 바로 돌아와서 여기서 지냈는데, 계속 자넬 찾았어. 굉장히 다급해 보이던데? 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시더군.”
전소도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는 둔촌에도 오셨었거든? 급히 막 형을 만나야 한다시더군.”
둔촌에까지. 당연히 추룡도 의아할 수밖에 없다.
“실수한 것 없는데 무슨 일이지? 그 밖에 다른 말씀은?”
“없었네. 그냥 찾기만 하셨어.”
이해하기 어려운 심정이 되어 추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 건가?”
여전히 뭔가를 모르는 신입들.
눈치가 빠삭한, 집이 가까운 선참들은 새벽에 돌아올 생각인지 아예 안 보이고 있었다.
“글쎄? 집무실로 연락해야겠지만 이 시간에는 사람도 없을 거고. 거처가 따로 있으신 걸로 알아. 우리야 모르지.”
물어서라도 찾아가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추룡은 그냥 포기했다.
“상관이라 해도 여자인데 이 밤중에 어떻게 거처까지 가려고. 내일 날 밝으면 알겠지.”
사실 좀 그렇다.
아무리 찾는다 해도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터에 해시亥時가 다 된 상태, 이런 시간에 멀쩡한 처녀의 거처로 찾아가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일 뿐.
“막 대협!”
“엑?”
그럭저럭 흐트러진 머리까지 정리하고 이제야 좀 간신히 쉬려나 했던 추룡은 자리에 눕지조차 못했다.
황당하게도 진짜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건지 놀랍게도 악벽강이 불쑥 또 숙소에 나타난 것이었다.
“진! 충!”
“잠깐 나 좀 보자!”
친구들은 급히 부동자세를 하며 섰는데, 악벽강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서둘러 추룡을 불러냈다.
숙사 밖의 인적이 없는 숲.
“왜 이렇게 늦었어? 안색은 그게 뭐야?”
일단 너덜대는 옷 같은 것은 보지 않았던 상태라 추룡은 또 그냥 대충 대답했다.
“옛! 몸살 기운이 좀 있어서. 자고 나면 괜찮을 것입니다.”
목소리가 크다 싶었던지 악벽강은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주위를 살피더니 주의를 줬다.
“조용히 말해. 그냥 조용히 이야기할 내용이니 평소대로. 사실은 부탁할 게 좀 있어.”
샤샤샥, 추룡의 아래위를 살펴본 후 추룡으로서는 생각도 못 해 본 진짜 희한한 이야기를 꺼냈다.
“옛……?”
대충 들은 추룡의 입이 쩍 벌어졌다.
“무슨 말씀을……? 그러니까 속하에게 금릉까지 함께 가 애인 대역을 해 달라 이것이십니까?”
애인 대역愛人代役.
바로 그러했다. 어이없다 싶지만 악벽강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실로 얼토당토않게 바로 그것이었다.
“맞아. 미안하지만 좀 그렇게 해 줘. 아니면 내가 딱 코를 꿰게 될 것 같아. 아버님께서 혼인을 하라고 불호령이신데 아무래도 이번엔 피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언니와 형부가 금릉에 와 있는데, 함께 가서 사귀는 척만 하고 와 줬으면 좋겠어.”
엄청나게 엉뚱하다.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끔벅거렸다.
“좋지 않은데요? 그건 보주님을 속이는 것이 아닙니까? 언니와 형부 역시요. 더욱이 저는 어려서 누가 봐도 아니란 것을 알 텐데요?”
그러나 악벽강은 절박한 것 같았다.
“괜찮아! 아주 어려 보이지는 않으니. 일단 나이도 스물일곱 살 정도로 좀 속여 보자. 사실 이건 막 대협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야. 몽마의 일을 나에게 떠맡기고 도망쳐서 요즘 말들이 많아졌단 말이야. 그 정도로 망가뜨려진 놈을 보란 듯이 효시까지 했으니. 아버님께서 염려하시던 차에 언니와 형부까지 와서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제대로 걸린 것 같아.”
나이가 스물여덟인데?
“절대 실없는 이야기가 아니신 것 같은데요?”
악벽강의 눈이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그래서 못 하겠다 이거야?”
“글쎄, 제 보기에도 좋은 분이 있으면 가실 때가……!”
좋은 처녀였다.
좋은 처녀이므로 더 들어주기 힘든 그런 이상한 부탁이었다.
“다른 분들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속하입니까?”
“아는 남자들은 보 내의 사람밖에 없는데 어지간한 사람은 다 언니가 알고, 당장 그럴듯한 건 막 대협밖에 없어.”
“하지만 전 아무래도 좀 좋지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악벽강은 무조건 추룡을 윽박질렀다.
“잔소리하지 말고 내일 오전에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황산성 서문 앞으로 나와! 명령이다!”
“햐!”
추룡은 콧물이 쑥 빠졌다.
명령이라지 않는가.
결국 추룡은 금릉으로 가게 되었다.
하룻밤을 쉬고 나니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
다음 날 식사를 마치고 바로 둔촌으로 달려가 적낭자를 찾아 탄 후 황산성의 서문 앞으로 가자 과연 악벽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타난 추룡을 악벽강은 다시 조목조목 살피고 있었는데, 일단 악충보의 청삼은 곤란하다.
“따라와.”
성안으로 들어가서 서둘러 근사한 백삼부터 사서 입히고, 남색 덧옷에 녹옥이 박힌 영웅건까지 매어 놓고 보니 일단 허우대 하나는 진짜 멀쩡해 보인다. 대장검까지 두르고 적낭자까지 타니 과연 장군감처럼 보이기도 하고.
“응, 괜찮군! 꾸며 놓고 보니 막 대협도 아주 미남이군?”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드디어 출발.
가면서 단단히 주의를 줬다.
“일렀듯 우선, 나이는 스물일곱으로 하자구. 가문이 꽤 좋아야 하니까 전대 장군가將軍家로 해야 해. 형부兄夫가 그쪽 사정을 빠삭히 아니 황보세가 정도가 좋겠어. 세가주께서는 황보욱 대협이신데, 사대세가의 가주이셔. 무림 세가이지만 군부에 막강한 힘을 지닌 명문이니 대강 통할 거야. 그리고 지금부터는 웃지 마! 막 대협은 웃으면 싱거워 보여. 정색할 때의 모습이 멋있어. 두 번 보았지만 그럴 땐 위엄 같은 게 있어서 대하기가 쉽지 않았으니. 눈에 힘을 딱 주고 일단 형부부터 제압하는 거야.”
성도 바꿔라, 나이도 바꿔라, 집안도 바꿔라, 웃지도 마라, 뭔가가 많이 잡다하다. 나름 생각을 꽤 한 것 같지만 영 내키지도 않고, 어쨌건 의혹이 들었다.
“큰 소저께서는 서瑞 자 희喜 자 존함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만 형부님이 되는 분은 어떤 어른이신지?”
악벽강의 미간이 내 천川 자를 그렸다.
“장신張信이라 하는데, 북평왕부北平王府의 내전시위內殿侍衛로 계셔. 사품인데 연왕 전하燕王殿下를 섬기고 계시지. 일 때문에 금릉에 자주 오가시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오셨나 봐.”
추룡은 멈칫하는 심정이 되었다.
“연왕 전하시라면 황제 폐하의 넷째 아드님이신 주체 님 말씀이십니까?”
연왕燕王 주체朱?!
이야기 그대로 태조인 홍무제, 주원장의 넷째 아들로서 영걸 중의 영걸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주원장에게는 도합 스물여섯 명의 적, 서자가 있었고, 주체는 그중 마 황후와의 사이에서 낳은 다섯 아들 중 넷째로 알려져 있는데, 출신에서부터 말이 좀 많기도 했다.
공공연한 비밀로서 마 황후가 출산을 하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 이로 인해 후궁들이 낳은 아이들 중 마음에 드는 아이들을 골라 아들로 삼았는데, 그는 고려국高麗國에서 공녀貢女로 보내온 공비의 태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남달리 아름다운 모습에 지혜가 있고, 문무가 특출해 주원장의 총애를 독차지했는데, 맏아들 태자인 주표가 병약해 일찍 죽은 후에는 다른 형들을 제치고 태자의 물망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나 출생 자체가 그렇고, 태자가 죽으면 그 아들에게 대통을 계승케 하는 법도가 있어 중신들은 주표의 아들인 열 살짜리 윤문允?을 내세워 황태손皇太孫으로 삼았고, 주체는 여기에 떠밀려 북평으로 가게 되었다.
주원장에 밀려난 몽고의 옛 원元이 재기를 노려 끊임없이 공격을 해 오곤 하는 위험지역. 세에 떠밀려 좌천이 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