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33화 (33/150)

# 33

철나한鐵羅漢 (4)

한동안 우울해 있던 임백호의 표정이 다시 펴졌다.

“소홍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군! 정말 다행일세! 혹시라도 사실이면 어쩌나 싶어 좌불안석이었는데.”

태도가 역시 수상쩍다 싶었지만 추룡은 그냥 모른 척했다.

“언덕으로 가 보세. 소홍이 거기서 연을 날렸으니 집이 멀지는 않을 걸세. 그렇다면 인근 아이들이 알고 있기 쉬울 거고.”

두 사람은 다시 마을 저변을 돌아 소홍을 만났던 가문비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갔다.

변함없이 연을 날리고 있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고, 여기에서 두 사람은 곧 소홍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

“홍이네 집 말이죠? 길을 따라 곧장 가면 우물이 나와요. 조금 더 가면 골목이 하나 나오는데 따라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살구나무가 있는 집이에요.”

“아버님께서 우리와 같은 악충보의 무인이라 들었는데 사실이냐?”

“능평凌坪 아저씨, 맞아요. 악충보의 무사셔요. 무지하게 좋은 분인데 사호소이신 것으로 알아요. 설운雪雲 누나도 무지 좋고.”

사호소.

향주라 한 것은 연을 찾기 위해 한 깜찍한 협박 같았다.

“하하…… 고맙다. 엿이라도 사 먹어라.”

“앗! 감사합니다!”

능설운凌雪雲.

집의 위치에 이름까지 알아낸 것이었다.

임백호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능설운, 능설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아주 비범한 이름일세. 무슨 령이니 옥이니 하는 흔한 이름이 아니야. 진짜 좋아!”

추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설이나 운도 좀 흔하지 않나? 성씨 때문에 이소저보다는 부드러워는 보이네만, 이름 자체는 이소저가 나아 보이는군?”

임백호는 이런 추룡을 다시 째렸다.

“어디 비교할 이름이 따로 있지! 내 듣기에는 아주 비교도 되지 않는구만!”

“하하!”

추룡은 한바탕 웃었다.

“어쨌건 무사하기도 하고 찾았으면 되었군! 그럼 사흘 후에 보세. 난 북협으로 가겠네.”

“어, 험하다 들었으니 조심하게.”

임백호는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갑자기 뭔가 열띤 모습을 하기 시작했고, 추룡은 빙긋이 웃어 보인 후 이윽고 걸음을 옮겨 정진과 부딪친 당가를 거쳐 추적해 갔던 길을 답습하듯 천천히 천도봉天桃峰 방면으로 향했다.

“……!”

한데 이곳까지 와 한가하게 소홍의 집까지 수소문하는 등 하며 내내 웃던 추룡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웃음의 성격이 이때부터 다소 달라졌다.

여전히 머물고는 있지만 다소 진득한 것으로.

그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정확히 전소의 집을 출발할 때부터였다.

아랑곳 않고 추룡은 느릿하게 계속 걸음을 옮겼다.

청림靑林.

“흐아아압!”

훙훙훙!

촤촤촤촤!

일은 이곳에서 벌어졌다. 청림은 천도봉으로 가는 굉촌 쪽 황산의 기슭에 위치한 하늘을 가릴 듯한 죽림으로서 허벅지만 한 청죽靑竹들이 눈이 시원할 정도로 쭉쭉 자라 있는 장관인 곳이었다.

들어서면 누구라도 마음이 맑아질 듯 청정함이 도는 청죽의 바다.

한데 이곳의 중간쯤에 들어서자 홀연 쩡하는 외침과 함께 하늘을 가릴 듯 자란 죽림 속에서 어느새 추월해 온 것인지 그들 중 하나가 벽력같은 외침과 함께 촤악, 솟아나와 번개같이 손에 든 죽장으로 추룡을 후려쳐 온 것이었다.

추룡은 즉시 신형을 측면으로 도약해 큰 대나무의 허리를 걷어차고 쉬익, 죽림 안으로 몸을 피했다.

“하아아아-!”

훙훙훙!

하지만 ‘그들’이라고 했듯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를 피하자 또 하나가, 피해서 연방 대나무를 차며 촤촤촤 치달리자 다시 하나가, 피하여 건너뛰자 전면 좌우에서 다시 둘이, 수효는 모두 다섯 명이나 되었다.

오래잖아 추룡은 포위되었고,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 숲 중간에서 그들과 마주 섰다.

넓은 방갓, 움켜쥔 죽장, 잠깐이었지만 덮쳐 왔던 강력한 죽장의 기세에 한결같이 철벽같은 큰 기도가 전해져 오는 모습들.

집을 나온 후 처음으로 대하는 고수들이었다. 악불비를 보았고, 악염 등 고수라 할 인물들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마주 선 것은 아니었다.

정광이 번지기 시작하는 눈.

둘러싸인 채 추룡은 차분히 포권을 취해 보였다.

“다행히 철장은 아니군요. 소림에서 나온 분들이신가요?”

“역시 시주였구려.”

비로소 둘러싼 다섯 명은 방갓을 벗었다.

철나한! 바로 그들. 정명, 정어, 정견, 정정, 정업, 오 인의 아라한이었다.

한결같이 형형히 일어나는 눈빛에 툭툭, 관자놀이가 불거진 위맹한 모습들, 소림의 철인이라 불리는 그들.

정명이 추룡의 모습을 예의주시하며 합장과 함께 계속 말을 이었다.

“어제 악보의 소저를 뵈었었소. 정진 사형에 대한 말씀을 하셨고 소저께서 처단하셨다 하시더구려. 하나 의혹이 느껴졌었소. 소저의 기도는 분명 탁월하신 듯하였으나 정진 사형을 능가할 정도는 아닌 듯하더구려. 말씀하시는 말미에 진상을 아는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하여 둔촌으로 갔었소이다. 전소 시주께서 포위 압박의 책략을 내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혹시 그가 아닐까 하였던 것이오. 하나 먼발치에서 뵙고 보니 전 시주도 아닌 듯하였고, 유독 시주께서 눈에 들어오더구려. 걸음걸음이 산을 울리는 듯하였소이다. 그대로 예상이 맞았구려.”

어떻게 그들이 추룡을 따라온 것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추룡은 피하지 않고 맑은 정광이 일어나는 시선으로 정명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릴 때부터 소림 아라한의 명성을 존중해 왔기에 뵙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이지만 정확히 무엇 때문에 찾아오신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정진 대사님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승려이셨으나 아주 호탕한 분이셨던 것으로 압니다. 백팔아라한의 수장으로 가히 대호걸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 대사께서는 이미 십 년 전에 타계하시지 않았습니까? 혹시 뭔가 잘못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니신지요?”

정진은 십 년 전에 죽었다!

깔끔했다.

다섯 승려의 눈빛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

추룡은 휙, 고개를 저었다.

“불초는 분명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불문의 성지이자 중원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 백팔아라한의 철인이 누군가에게 패한다는 것은 믿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불초 같은 미미한 존재에게는 더욱 아닐 것입니다. 패했다 하면 그는 아라한이 아닌 것으로 소림에 대한 모욕일 뿐이니 고인에 대한 이야기는 말아 주셨으면 싶습니다.”

“아미타불……!”

더 이야기할 것이 없었다.

정명 등 다섯 승려는 순간 가슴속에 짙은 설움이 복받치는 한편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정명의 눈자위가 축축해졌다.

“무엇을 알고 온 것은 아니었소이다. 휘주로 온 것은 우연이었소. 수행차 나왔던 길에 우연히 몽마가 잡혔으며 그가 승려의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진동하기에 잠시 들렀던 것이올시다. 그랬던 것이……. 한데 말씀을 듣고 보니 역시 우리가 무언가 착각을 했던 것 같소. 말씀 그대로 정진 사형은 십 년 전에 돌아가셨던 것을…… 마음속에서만 살아 계셨던 것을. 시주께서 크게 눈을 뜨게 해 주시는구려.”

뚝……. 눈물 한 방울로 모든 것을 묻었다.

악벽강과 충돌할 뻔했던 정업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합장이 아닌 포권을 취해 보였다.

“소협께 크게 감복했소! 폐승 정업이라 하오!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소?”

추룡 역시 마주 포권을 취해 보였다.

“추룡이라 합니다. 남평 막가의 후손입니다.”

정명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막 시주셨구려. 오늘 우리가 실로 대단한 호걸을 뵙는 듯한데, 부족하나마 우리 다섯 폐승들 역시 조금씩 재주 같은 것을 지니고 있소. 혹시 진짜 나한들의 힘을 보시고 싶지 않소? 우리들 역시 산이 울리는 듯한 걸음을 지니신 막 시주의 무예를 보고 싶구려.”

여자라면 모르되 호걸들끼리의 이야기는 따로 있는 것이었다.

“삼생의 영광 아니겠습니까!”

추룡은 바로 포권을 취해 보였다.

마음을 비운 것이라면 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소림 아라한의 논무 신청論武申請, 사실 이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예가 아니었다. 무예의 고하를 떠나 나한들이 피해 버리기 때문으로 이뤄지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헛헛헛…… 연세답지 않은 호방하심이 또한 좋구려. 정업!”

그러자 정명은 먼저 인사 나눈 정업을 지명했고, 순간 정업이 먼저 나한의 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압!”

기세!

죽림노호의 것일까! 폐부까지 찌르르 울릴 만큼 우렁찬 대갈을 터뜨리더니 훙훙훙훙, 곧바로 지닌 기예를 떨쳐 냈다. 논검의 예도가 그러하듯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앞 곤두, 뒤 곤두, 연거푸 번개같이 재주를 넘으며 강력한 권각법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죽림에 바람이 일어나는 웅장한 몸놀림, 선풍처럼 팔다리가 뻗어지고 손발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회오리 같은 권각영이 일어났다. 북권의 강력한 힘과 속도로 유명한 소림의 나한권이었다.

“사권연기蛇拳練氣!”

마지막에 정지된 자세는 그대로 금시라도 눈을 번뜩이는 살모사가 무언가를 덮쳐들듯 두 손을 앞으로 치켜들고 버틴 모습.

“크아아아압!”

훙훙훙! 더불어 추룡도 예의에 따라 가진 것을 먼저 선보였다. 특별한 어떤 권무拳舞 같은 것은 없지만 치고 지르고 휘돌려 차는 등 강력한 권풍이 일어나는 섬광 같은 격권의 기본지세!

“남평격권南平擊拳!”

“흐아아아아!”

퍼퍼퍼퍼펑!

순간 살과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릴 듯한 청죽림 속에서 실로 어마어마하다 할 온갖 위험천만한 기예들이 다 펼쳐지기 시작했다.

소림 아라한들의 달마오권 중 사蛇! 그리고 군부의 실전 권법인 격! 두 적수공권의 웅혼한 격돌이 시작된 것이었다.

강력하게 상대를 치고 들어가며 들어오는 적의 공격을 방어함과 함께 동시에 반격이 이루어지는 격권과 천 년의 신비를 지녔다고 말하는 달마의 사권연기.

이 권법은 그대로 뱀이 적과 싸우는 것을 본떠 창안해 낸 사형권이었다. 소림의 기예가 천축의 의성醫聖 기파의 의술을 인용한 나라지각에서 기인되었다고 했듯, 양손을 곧게 펼쳐 뱀의 머리처럼 만들고, 역근경으로 수련해 낸 몸을 뱀처럼 뒤틀며 더러는 살모사가 독니를 드러낸 채 적을 물듯 급소를 격타하는가 하면, 또한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팔다리를 뱀처럼 휘어감아 관절을 꺾어 버리는 대단한 권법!

달마 조사로부터 시작된 후 유수한 세월을 거쳐 천재라 할 재능을 지닌 무승들의 수련 속에 완성되었으며, 소림의 무승 중에서도 백팔나한들 외에는 계승되지도 않는 비술秘術이었다. 청대淸代에 이르러 장경각이 불타 절전되기까지 권법으로서 패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조차 없는 비술이었다.

그 기술이 지금 추룡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청죽림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위용은 실로 놀랍고도 현란했다. 큰 동작과 작은 동작이 조화되며 뱀이 똬리를 튼 듯 앉은 듯 일어서 허리를 뱀처럼 비틀어 휘젓고 순간의 벼락같은 발목 걸기와 함께 쉭쉭대고 전신의 요혈을 찾아 날아드는 비술!

또한 여기에 맞서 강철 같은 주먹과 빗발치듯 한 연환각을 날리는 추룡의 격권이 완전히 대밭 속을 눈이 현란해질 정도의 권, 장, 각영으로 휘몰아 넣으며 서로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면 이 기술들이 추룡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무얼까?

간단히 일러 무예의 겨룸이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가 실력 대결 형식인 비무比武이며, 둘째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투死鬪, 셋째가 논무論武였다.

얼핏 보기에는 셋이 모두 차이가 없는 듯한 것이었다. 그냥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우 하나 외에는. 하지만 실제 이 셋은 모두 큰 차이가 있었다. 사투가 적을 죽이기 위해 하는 싸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런 만큼 이 싸움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다 동원되었다.

승자만이 살아남으므로 비겁이란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무에는 비겁이란 것이 있었다. 정당하게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것이므로 암수를 사용하지 않았고, 명명백백, 공명정대한 수법만으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누가 더 고수인가를 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논무, 혹은 논검이라 불리는 결투는 실력을 겨루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라 무예를 논하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에 거짓이 없다면 철저히 내 기예를 상대에 알려 주고, 상대의 것을 또한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뿜어내되 서로를 보호하며 싸우므로 위험이란 것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더러 내가 당하는, 어떤 이해가 가지 않는 수법이 있으면 열 번도 같은 수법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예가 아니고 이루어지기 거의 불가능하다 했듯, 그래서 소림 나한들과의 논무란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무림의 태산북두라 해도 소림사는 철저히 달마 비술이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고, 속가 제자는 물론 울타리 안의 무승들에게도 여간해서는 정수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비술이 추룡에게로 옮겨지고 있었던 것이니.

사투도 비무도 아닌 논무에서 고하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추룡의 격권이 몇 번이나 정업을 후려치고 걷어찼으며 또한 정업의 사권이 몇 번이나 추룡을 넘어뜨렸는지 모른다. 당연히 마지막에는 힘을 빼므로 상대에게 타격은 주지 않는 것이다.

의혹이 들면 재차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상대는 또한 같은 수법으로 다시 날아드는 권각을 반복적으로 제압하므로 빠져나가는 방법과 공격하는 방법 등을 서로 배우며 실력만이 느는 것이었다.

“흐아아아!”

파파파파파파-!

그러므로 사방으로 신형이 번뜩이고 권각과 장영이 돌풍을 일으키는, 사뭇 격렬하며 굉장한 격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다치는 사람은 없었고, 시간 역시 대단히 길었다.

무려 반 시진.

얼음 같은 시선으로 형형하게 두 사람의 격돌을 바라보던 정명이 되었다 싶은 시점이 되자 다시 입을 열었다.

“정정.”

“하아아아앗!”

그러자 즉시 정업이 물러서고 두 번째 승려인 정정이 뛰어나와 또한 강력한 새로운 권법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호권연골虎拳練骨!”

“아아아아-!”

퍼퍼퍼펑!

범이 먹이를 덮치듯 한 기세의 강력하기 그지없는 두 주먹을 이용한 또 하나의 나한권! 일어나는 권풍이 사방을 뒤덮고 회오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드센 것으로 사권과는 또한 격이 다른 권법.

역시 반 시진을 치고받으며, 피차 몇 번을 쓰러지고 몇 번을 반복해 가르침 받으며 반복적인 드잡이질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정견.”

“용권연신龍拳練神!”

“하아아아아!”

파파파파파-!

펑펑……!

격렬하게 부딪치는 몸과 몸! 번뜩이는 눈!

사권과 유사하나 뱀의 머리 모양을 하는 사권과는 또 다르게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려 철저히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금나수와 비슷한 권법! 더러는 뿔처럼 찌르는가 하면 용이 꼬리를 휘두르듯 한 온갖 각법과 함께 구사되는 절기였다.

“정어.”

“크아아아압!”

“표권연력豹拳練力!”

또한 호권과 유사하나 웅장하다 싶을 정도로 힘과 순간의 파괴력을 이용한 점을 떠나 더 날렵하게 신, 보법을 구사하며 사방으로 신형을 번뜩여 쇠갈고리와 같은 다섯 손가락, 강철 같은 주먹, 철퇴 같은 차기를 빗발치듯 퍼붓는 권법.

“학권연정鶴拳練精!”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정명이었다. 그가 구사한 것은 나한오권의 백미인 학권! 한 발을 곧추세우고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양팔을 치켜든 기세로 적을 맞이하는 이 권법은 실로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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