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철나한鐵羅漢 (3)
정업은 말이 쑥 들어갔고, 비통해 있던 철나한 정명이 더욱 침울히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합장을 해 보였다.
“무례를 용서하시기를……! 진정이지 시비를 걸려고 오거나 한 것이 아니올시다. 사제가 불끈한 것은 타계하신 모습이 너무 참혹하여……. 사형제인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셨으면 하오이다. 보다 온 것은, 모습을 보니 틀림없는 정진 사형이었던바 필경 소림의 무예를 알아보셨으리라 여겨 그로 인해 뵙기를 청했던 것이올시다. 아시겠지만 이 일은 우리 소림의 안위까지 직결되어 있사옵기에……. 설마 정확히 신분까지 알고 계셨던 줄은 몰랐구려. 미루어 소저께서 우리 소림에 큰 은혜를 베푸셨음을 알겠소이다. 철장을 든 상대를 맨손으로 잡으려면 그리될 수밖에도 없었을 것이고……!”
침통했으나 맑은 눈빛을 되찾으며 거듭 합장으로 청하였다.
“소저께 부탁이 있소이다. 사실이 밝혀지면 중원의 불교계가 완전히 뒤집히게 될 것이올시다. 명예는 둘째, 대종정께서 무승의 도를 없애라 하실지도 모를 정도올시다. 헤아려 함구해 주실 수 있을는지요? 그리해 주시면 우리 소림의 나한들이 결초보은하겠소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악벽강으로서도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탄식하며 완급을 조절해 무겁게 포권을 취해 보이며 약속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헤아려 아버님께서도 함구하라고 하셨사옵고. 사부님들의 마음 아프심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하오나 제가 본 그는…… 전날에는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때의 분이 아니셨습니다. 하온즉 마음을 추슬러 주셨으면 싶군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소저와 악 보주님 두 분만 아시는 것이오이까?”
악벽강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하나 오히려 소녀보다 더, 태산같이 무거운 사람으로 알고 있는바 심려치 않으셔도 좋으실 것입니다. 오늘 만남 반가웠습니다.”
“아미타불!”
정명 등 다섯 사람은 침울히 합장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저의 은덕 우리가 잊지 않겠소이다. 세존의 자비가 함께하시기를!”
정말 은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업보業報로다.’
다섯 승려는 산 같은 비통함을 안고 돌아갔다.
악불비가 악벽강을 부른 것은 불과 일각 후였다.
눈이 불같다 할 정도로 번쩍이고 있었다.
“소림에서 사람들이 왔었다고 들었다! 누구더냐?”
그에게도 중대한 일이었다. 몽마 정진의 비밀이 불교계를 뒤집고 소림의 안위와 직결된다 하면 소림과의 시비는 악충보의 안위와도 직결되는 것이었다. 악충보가 관과 정의를 등에 업고 있다 해도 소림사는 헤아릴 수 없는 속가 제자와 중원 불문의 힘을 업고 있었다.
시비가 생기면 당장은 악충보가 유리할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명 대사님이셨습니다. 현 소림의 수나한인 분이시지요.”
“뭐라 하더냐?”
“미안하다는 말씀을. 마음은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비밀을 지켜 주기를 부탁하시더군요.”
악불비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사 큰일이 아닌 것이지. 듣고서 나도 충격이 컸다만 이 일이 알려지면 세상이 완전히 발칵 뒤집어진다. 정진이라는 이름 자체조차 잊어야 한다. 우리 둘만이 아는 일로 하자.”
셋이었다.
악벽강은 입을 다물었고 더불어 악불비의 얼굴에 큰 근심이 어렸다.
“보다, 네 신상에 대한 일을 좀 의논하자. 전엔 어려서 그랬다 치고, 네 자신도 이젠 알겠지만 벌써 나이가 스물여덟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미를 대신해 나를 돕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 바라는 바가 아니다. 형체 없는 미물도 때가 되면 짝을 이루는 법인데 그 나이가 되어서도 이러고 있는 것은 정말 아니다 싶구나. 정평 역시 매우 좋지 않다. 내가 아는 나의 둘째 딸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의지가 곧으며 상하를 빠짐없이 두루 헤아릴 정도로 자상하기까지 하다. 훌륭하다 소문난 언니가 있지만 비교할 바도 아니지. 분명히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
언니.
“한데 실없이 나를 돕는답시고 무림 일에 나서 드세다 소문이 났을 뿐 아니라 기괴하기까지 한 별명까지 생겨 얼빠진 자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고 있지. 특히 이번 일로 인해 난폭한 성격을 가진 처녀의 명사처럼 되어 버렸으니, 나이도 그렇고 아비로서는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 한즉, 이쯤에서 집안일에서 손을 떼고 혼처를 정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 마침 형부와 언니가 금릉에 와 있다. 서신편으로 이르기를 북평北平에 통정사 참의參議로 지내는 위수문尉水文이란 좋은 청년이 있다더구나. 문무를 겸비했을 뿐 아니라 정주 위씨의 후손이고. 서른네 살로, 네 이야기를 했더니 크게 기꺼워하더라고 한다.”
통정사 참의! 자그마치 정오품의 고관이었다.
말이 쉬워 오품이지 쉽게 생각할 직위가 아닐 뿐 아니라 서른넷에 정오품이라면 그야말로 장도가 창창한 인물인 것이다.
“그 정도라면 아비 역시 부족함이 없는 사윗감이라 여겨지고 있고. 혼사를 추진했으면 싶은데 네 생각에는 어떠냐?”
종신대사.
악불비가 나이 든 딸을 염려하고 있다고 했었던가. 악벽강은 갑자기 골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 시대에 처녀의 나이 스물여덟이면 적지가 않다. 조혼까지 성행하던 시대이므로 완전히 늦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혼인을 하고 싶다거나 한 생각을 가진 바 없는데, 제일 큰 문제가 골치 아픈 형부요, 오래전에 혼인한 언니였다.
걱정해 주는 게 분명하지만 나타날 때마다 이런저런 남정네 이야기를 꺼내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어찌어찌 핑계를 둘러대어 피하곤 했는데 또 이 모양이다. 더욱이 눈치를 보니 이번에는 어째 피하기조차 만만해 보이지가 않았다. 참의 벼슬에 가문으로까지 무장한 그럴듯한 인물을 내세워 완전히 악불비를 흡족하게 한 것 같았다.
몽마의 일로 퍼지는 소문이 아니라 해도 덮어 놓고 싫다 하기가 참 무엇한 상황이기도 했다.
한들, 본인은 혼인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어떻게든 둘러대어 바람같이 빠져나가야 할 것인데 웬만한 핑계는 다 사용했고……!
파파팟! 머리를 굴리자 아직 안 써먹은 수법이 하나 있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여 말문을 열었다.
“우려하시는 마음은 알고 있사오나 그 일이라면 조금만 더 보류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오라……!”
작심을 한 듯 악불비의 눈이 즉시 도끼같이 변했다.
“지금이 때가 아니라면! 대체 그때가 언제란 말이냐? 내일모레면 서른인데 설마 할망이 되어서 갈 것이란 말이냐!”
툭툭, 이마에 심줄이 튀어나왔다.
“어떤 말을 해도 이번만큼은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또 아비의 말을 거역한다면!”
뭔가 엄청난 협박을 할 눈치였지만 그러나 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다음 한마디로 아주 늠름하게 피해 나갈 수가 있었다.
“소녀, 마음에 둔 분이 있사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혼인하기 싫어하는 처녀 총각들의 지존적인 도피처.
“응……?”
이 말에는 공갈과 협박을 아끼지 않으려 하던 악불비 역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있다지 않는가.
“크흐흐흐흠!”
눈이 번쩍 뜨여지는가 싶더니 일단 천장이 내려앉을 듯 큰기침부터 한번 토해 놓고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말은 좀 믿을 수가 없구나. 아비가 알기로 너는 노상 보루 안에서만 사는데 무슨 마음에 두고 말고 한 녀석이 있다는 말이냐? 남녀의 정분이 다 그렇지만 있다면 만나야 하는 게 옳은 것인데!”
하지만 악벽강은 열심히 잘 피하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직은 수업 중이신 분이오라, 함부로 만나고 다니면서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럴듯하다.
“크흠,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사실이라면 자세히 일러 봐라. 수업 중이라면? 학사이냐?”
무조건 큰소리를 치고 봐야 했다. 내세운 사람이 정오품의 관리에 가문까지 만만치 않다 하니 더 강력한 후보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무인이옵니다. 대장군大將軍을 지향하고 있사옵고, 가문 역시 막강하옵니다. 과시를 치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집안입니다. 다만 스스로 아직 때가 아니 되었다 생각하셔서 수업을 쌓고 계실 뿐. 하온즉 조금만 더 기다려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꽤 괜찮다. 과시를 치르지 않아도 될 정도의 가문이라면 현역으로서 막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집안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고, 더욱이 대장군을 지향할 정도의 청년이라 할 것 같으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지간한 남자들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골치 아픈 딸을 휘어잡을 만한 인물이지 않겠는가.
그 자신 역시 무인인 이상 사실 문관보다는 그런 거창한(?) 사위를 더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위기를 넘긴 것 같았다.
혼인을 말하기보다 악불비는 사실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날카롭게 딸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질문했다.
“한데 왜 이런 이야기를 이제야 하는 것이냐?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인사 정도는 한번 시켰어야 할 것인데?”
뻥을 치고 있으므로 악벽강은 조금 찔리긴 했지만 계속 잘 빠져나가고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사옵고 소녀 역시 완전히 결심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거처하는 곳이 항주라 쉽게 올 거리도 아닌 터입니다.”
“어허!”
악불비의 입에서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다.
“마음이 있다면서도 결심을 하지 못했다니! 그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아직도 이 모양인 거다! 대장군을 지향하는 청년에 과시를 안 봐도 될 정도의 집안이 어디 흔하기나 하더냐! 무조건 마음을 굳혀야 하는 거다! 만사 제쳐 놓고라도 당장 그놈을 잡아!”
눈을 번쩍이며 으르댔다.
“일 년간만 더 시간을 주겠다! 그때까지 뭔가 결정을 보지 못한다면 무조건 아비가 혼처를 잡겠다! 보다 그 전에 네 말을 십분 믿을 수 없으니 마침 언니도 금릉에 와 있고, 항주와 가까우니 그놈과 함께 가서 형부에게 인사라도 하도록 해라! 확인 서찰을 받아 와야 믿을 것이다! 아니면 또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 확실한 것인즉 너는 형부가 권하는 사람과 혼인을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겠느냐!”
부녀지간. 악불비도 만만치가 않았다.
악벽강은 심히 난처해졌다. 증거를 대자면 해야 할 것인데, 뭐가 있어야 말이지. 도피처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지만 아무래도 뻥을 너무 세게 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니나 형부 역시 장님이 아닌 것인데 꼼수를 부린들 척 보면 있는 집안에 대장군감인지 아닌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당황하여 급히 다시 둘러댔다.
“하옵지만 그분께서……!”
“나가 보도록 해라.”
악불비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싹, 등을 돌렸다. 사실 딸의 나이가 스물여덟이 될 동안 한두 번 나온 이야기가 아닐 것인데 만만하게 속을 그이겠는가.
시집가기 싫은 처녀 악벽강은 다시 눈물이 쑥 빠졌다.
저녁 무렵.
“헛헛헛!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나. 전소가 체격으로 인해 늘 고민하는 것을 보아 와 마음 아프기 그지없었는데 자네들을 만나면서부터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풀리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틀림없이 이것은 자네들이 일으킨 조화造化야. 덕이 있는 사람 곁에 천하가 있다고, 정말 전소가 귀인을 만난 것 같네.”
추룡과 임백호는 다시 전소의 집으로 갔다.
악벽강의 배려로 휘주 우포청으로 가 두 사람 모두 집안에 서찰까지 써서 보내고 온 터였다.
전소의 조부님은 싱글벙글 완전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는데, 사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한 그대로 새로운 두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손자의 일이 바람에 연줄 풀리듯 잘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귀빈으로 특급 대우를 받으면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은 임백호와 함께 굉촌으로 향했다.
이상하다시피 임백호가 소홍과 언니라는 처녀의 안위를 알아보고 싶어 해서였는데, 혼자 가기도 그렇고, 어떻게든 추룡을 끌고 가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햐! 함께 가 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만 막 형, 이건 그림이 좀 그렇지 않아? 말한테 미안하네 그래.”
그러나 가면서도 임백호는 좀 뻘쭘한 표정이 되어 있었는데, 추룡이 뜻밖에 적낭자를 두고 옴으로써 임백호와 같은 말을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추룡은 언제나와 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좀 그렇긴 하지만 무리해서 달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천천히 가세. 뭣하면 나는 내려서 달릴까?”
“그럴 필요는 없지만 대체 이유가 무언가? 왜 적낭자를 두고 이러는 것인가?”
이래도 저래도 추룡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임 형이 소홍을 찾는 것만 보고 난 바로 서해 대협곡으로 들어가려고. 몽마를 추적해 갈 때 알게 되었는데, 정말 경치가 대단했네. 옥병루, 연화봉의 장엄함은 보고 나니 완전히 반하겠더군. 이참에 백아령과 비래석까지 보고 올 참일세. 북협곡 쪽에는 온천까지 치솟는다 하더군. 물에서 단맛이 난다 하던데 매우 신기하네. 휘주에 있으면서 황산을 다 돌아보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을 듯해.”
“낭만이 철철 넘치는구먼!”
임백호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설마 몽마를 추적해서 옥병루까지 갔었던 건가?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진력이 일반을 넘어서는 것 같던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까지 수련을 해낸 것인가? 말이 쉬워 내공심법이지 여간한 정신력이 아니면 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인데? 나만 해도 이삼 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치운 것일세.”
추룡은 그냥 대충대충 대답했다.
“주제에 어떻게 옥병루까지 갔겠나? 가다가 진력이 고갈되어 그냥 초입에서 본 거지. 너무 힘들어서 나도 하다가 삼사 년 만에 그만뒀네. 그날은 그냥 몽마다 싶어서 사력을 다한 것 같아. 정신없이 달린 것이 그리된 것 같더군.”
당연히 임백호는 믿지 않았다.
“말이 좀 되는 소리를 하게! 겸손도 좋지만 자꾸 그러면 싫어할 거야? 삼사 년 심법 수련에 쏘아 나가는 게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는 말을 누가 믿겠어? 보나 마나 자넨 밥 먹고 한 일이 전부 무예 수련이었던 거야. 낮에는 외공, 밤에는 내공, 솔직히 요즘은 주위의 눈치 때문에 못 해서 몸이 근질근질하지? 그래서 휴일마다 어딘가로 내빼고, 지금도 북협까지 가려 하는 거지?”
잔뜩 눈을 째렸다.
추룡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주 조금은 그런 것도 있네. 늘 하던 게 나무라 안 하면 사실 어딘가 좀 불안해서……. 그냥 그렇거니 이해해 주게나.”
“이해나 마나 오래잖아 무림에 대단한 신진 고수가 등장할 것 같은데 말이야. 틀림없이 막 형은 대명을 떨칠 걸세. 사실 지난번에 좀 부끄러웠어. 딴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악 소저나 막 형의 몸짓을 보고 나니…… 새삼 내가 게을렀다는 것을 알았네.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아. 전 형도 그렇고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더군.”
좋은 면으로 더 발전하는 것 같았다. 최소한 치졸한 질투 따위는 하지 않는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추룡이 삼가고 있고, 다들 좋은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두 사람이 굉촌에 도착한 것은 한 시진가량 후였다.
도착하자 두 사람은 먼저 몽마 정진에게 희생된 처녀에 대한 수소문부터 했다.
“열일곱 살의 처녀올시다. 이제 한창 피어나는 아이였는데 천하에 악독한 놈이……!”
“혹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있던가요?”
“없소이다. 삼남 일녀 집안의 딸이올시다.”
작지 않은 사건이기에 굉촌의 사람들은 대부분 죽은 처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쉽게 다른 사람임을 알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