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29화 (29/150)

# 29

엽색마獵色魔와의 사투 (4)

하지만 정진이란 승려는 달랐다. 원과의 전쟁 당시 부모를 잃고 헤매던 그를 가엾이 여겨 수행에 나섰던 소림의 승려 하나가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인데, 그는 천부적으로 무의 재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삼십오방의 무승이 되었고, 특출한 재능으로 약관에 이미 소림 나한들 중에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예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서른에 수나한首羅漢까지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재능에 합당한 인품까지 지니지는 못한 듯 늘 스스로를 자랑하기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과격한 성품으로 주위의 나한들을 다루어 충돌이 잦았다.

득도한 듯 술까지 곡차라 하며 즐겼다 한다. 와중에 기어코 색계色界까지 범하고 말았다. 취중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수행을 나갔던 차에 기방妓房에 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

뒤늦게야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 것을 크게 후회해 소림에서도 서둘러 그를 잡아 무예를 폐지시키고자 했는데 한발 앞서 사실을 눈치챈 그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데 몽마가 밝힌 정체! 그가 정진이라 하면 틀림없는 소림의 파계승이자 행방을 감춘 수나한임에 틀림없었다.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라 악벽강은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전개하고 있는 대력금강역사와 같은 곤법도 그렇고 오십 근에 달하는 철장을 들고도 빛살같이 몸을 번뜩이며 반 시진을 치달린 공력도 그렇고, 아니라 믿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나 경악은 둘째, 보다 급한 것은 이자에 맞서 대처할 방도였다. 소림 나한의 일인자가 전개하는 곤법을 받아 낸다는 것은 일반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일에서 백팔까지 이들은 모두 초인이나 다름없었다.

일찍부터 중원 무예의 기원이 되어 온 달마심법을 수련했고, 여기에 역근경易筋經으로 근육을 단련해 내외공內外功이 모두 절정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문제는 그가 들고 있는 철장이었다. 여섯 자의 길이, 오십 근의 무게, 짧은 검으로 역시 상대할 정도의 무기가 아닌 것이었다.

“하아아압!”

콰차창! 차앙창……!

하지만 악벽강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려운 중에도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폭풍처럼 회오리치며 밀려 들어오고 있는 가공할 철장의 소용돌이에 맞서 무왕검의 절초인 무왕천산武王穿山, 급류회천急流回天 등의 수법으로 더러는 유성처럼 섬광이 뻗어 나가는 기세로, 더러는 검영의 회오리가 용오름 하듯 한 기세로 순간순간 반격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병기 등의 기세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입증이라도 하듯 맞부딪치기를 칠십여 합.

쩌정!

“앗!”

악벽강에게 기어코 큰 위기가 닥쳐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맞서고 있었던 그녀의 검이 한순간 철장과 부딪침과 함께 불똥을 튀기며 서너 동강이 나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끝난 것이다! 나를 상대로 칠십 합이나 버텨 냈다는 자체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웅웅, 하지만 몽마는 거침없이 계속 철장을 폭풍처럼 휘두르며 악벽강을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는 상황.

한데 바로 이때였다.

“하아아아아압!”

“흡……?”

악벽강에게 신경을 집중시키고 공세를 퍼붓던 몽마에게 상상도 못 한 일이 발생했다.

홀연 자욱한 산봉우리의 운무를 뚫고 후웅, 또 하나의 인영이 일학충천, 붕조처럼 솟구쳐 오르더니 번개같이 몽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며 원앙쌍각! 파파파파! 몇 회를 걷어찼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철퇴같이 강력한 발길질을 날린 것이었다.

“웬 놈이냐!”

당연히 몽마, 정진으로서는 실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예 대놓고 정체까지 밝혔을 정도로 그는 자신과 악벽강 둘 외에는 이곳에 아무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간해서는 밝은 낮에도 올라올 수 없는 게 옥병루인데 이런 곳에 새벽 인적이 있을 리 없을뿐더러, 악벽강을 제외한 누군가가 굉촌에서 또 추적해 왔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악불비까지 나선 만큼 실력자야 있겠지만 삽시간에 현장을 떠난 만큼 한 장소에 같이 있지 않은 한 추적해 올 수도 없고, 자신이 옥병루 쪽으로 왔음을 알 수도 없을 것이라 믿은 것이었다.

하지만 뭐, 그의 생각일 뿐, 악벽강이 추적해 온 만큼 악불비 같은 고수가 아니라도 현장에는 또 따라올 만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악충보에서도 그 대단하다는 견습 무사였다.

“막 대협!”

지옥에서 보살을 만난 듯 즉시 악벽강의 표정이 밝아졌다.

“왜 이렇게 늦었어?”

실력을 아는 만큼 반가움 반, 원망 반.

그러했다. 나타난 것은 그대로 추룡이었다.

“하아아압!”

떨어져 내리며 철퇴같이 원앙쌍각을 날린 후 지체 없이 그대로 앉듯이 몸을 바닥에 붙이며 전룡교각轉龍巧脚! 윙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하게 회전하여 정진의 발목을 걸어 가며 완전히 황당하다 싶은 대답을 하고 있었다.

“진작 와 있긴 했는데 워낙 잘 싸우셔서요.”

악벽강의 입이 딱 벌어졌다.

“놈이 철장을 쓰고 있는 걸 보면서도?”

나타난 게 뜻밖의 추룡임을 본 정진의 안면이 흉측하게 일그러지며 훙, 일단 신형을 도약해 삼 장 뒤로 물러섰다.

“네놈이로구나!”

십수 년이나 숨겨 왔던 정체를 단숨에 밝혀낸 그!

하지만 추룡은 눈을 번뜩이며 그냥 악벽강의 말에만 대답했다.

“철장이나 마나 이런 하찮은 음적에게 소저께서 패하실 리 없으니까요. 너무 당황하셨을 뿐입니다.”

칼을 뽑을 생각도 않고 왼발을 앞으로, 어깨너비로 오른발을 뒤로 두고 주먹을 움켜잡은 채 격권擊拳의 자세를 잡았다.

왼팔은 복부 아래로 하여 급소를 가리고 오른 주먹을 뒤집어 겨드랑이 아래로 붙이는 기본자세.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설마 네가 정진일 줄은 몰랐다! 몽마는 모르되 파계한 수나한의 이야기는 복건의 산골에까지 전해졌을 정도거니와, 행방을 감춘 후 나타나지 않는다기에 실수로 일을 저지르고 개심하여 평범히 살고 있을 줄 알았더니만 설마 이런 악귀가 되어 떠돌고 있을 줄 몰랐군. 어디 한번 그 피와 주색에 찌든 손을 놀려 보아라! 사지四肢를 부러뜨려 주겠다!”

분명히 평소의 추룡의 모습이 아니었다. 홀로 해를 자르며 열정을 사르던 나무꾼의 모습!

워낙 기도가 어마어마하여 손 속까지 겨루는 등 몇 번이나 보았던 악벽강까지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가 오히려 염왕이자 강철로 이루어졌다는 금나한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도대체 뭐라는 놈이냐? 복장은 악충보의 말단인데?”

살인귀가 되었다 해도 수나한의 자리까지 차지했던 자인바 정진 역시 그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녔음을 한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신분에 대해서는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였다. 그대로 복장은 악충보의 말단이요, 당가에서 보았을 때만 해도 단주쯤 되어 보이는 자의 뒤에 붙어 다니던 모습이었는데, 다시 나타난 그는 꼭 무슨 악불비 같아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뭐, 추룡은 가진 대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대로 악충보의 말단 무사다. 용과 호랑이가 들끓는 곳이라 그곳에서는 나 정도 실력으로는 얼굴도 내밀 수가 없다! 너를 함정 속으로 몰아넣은 것도 말단 무사다! 완전히 네가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것이지.”

그러고 보니 또한 그게 그렇다. 실제로 몽마 정진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주역은 전소라고 볼 수 있었는데 전소 역시 사실 완전 말단 무사다. 이 얼마나 무서운 곳이 악충보인가?

말단이라는 사람들이 어째 하나같이 천하의 책략가요, 고수 같으니 좀 더 높은 신분이면 정말 구름을 타고 날아다닐 만하다.

웃지 못할 노릇이었지만 어쨌거나 몽마인 정진으로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정말 악불비가 구름을 타고 천신처럼 나타날지도 모른다.

“놈! 뼈를 가루로 만들어 주지!”

섬뜩하게 철장을 겨누고 천천히 추룡에게로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다.

“조심해! 막 대협!”

악벽강도 측면으로 돌아서며 굳은 표정으로 기회를 노렸다.

다시 생각해도 검은 소용없었다. 쇠를 무처럼 베는 신검이 있다는 소리가 있지만 전설로나 전해질 뿐, 철장에 부딪쳐 깨어지지 않는 검은 없는 것이었다. 깨어지는 순간에는 치명적인 허까지 드러났다.

철퇴 같은 중병이 없는 이상 결국 맨주먹으로 저 무지한 철장에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놀랍게도 추룡은 겁이 없었다. 상대가 오십 근의 철장을 들고 거리를 좁혀 오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격권의 자세를 취한 채 오히려 조금조금씩 앞으로 마주 나아가기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아아압!”

그리고 서로의 간격이 이 장까지 좁혀지는 순간! 급기야 쩡 하는 폭갈과 함께 정진의 철장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한순간 희뿌연 장영이 머리 위로 치솟는가 싶더니 그대로 벼락 치듯 위위위윙! 추룡의 전신을 향해 퍼부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른바 종횡난무지세縱橫亂舞之勢.

“하!”

하지만 여기에 반응한 추룡의 움직임도 섬광 같았다. 오십 근의 철장이 머리 위를 비롯해 당장이라도 사지를 으스러뜨릴 듯 퍼부어 내림에도 변함없이 눈을 번뜩이며 번개같이 전후좌우로 발을 움직이는 등 허리를 쓰며 아슬아슬하게 철장의 폭우를 피해 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떨어질 생각도 않았다. 어디가 되건 걸리기만 하면 뼈가 박살 나 사지가 으스러질 것임이 분명한데도 그대로 멀어야 일이 장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빛살같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보면, 아니, 악벽강까지 안색이 핼쑥해질 정도였지만 그러나 추룡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간격을 멀리해도 상대는 따라붙을 것이었지만 붙어야만 반격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크아아압!”

후와와왕!

그런 사이에도 몽마 정진의 철장은 가공하다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장영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추룡에게 퍼부어지고 있었다. 두개골을 부수어 버릴 듯 위잉, 하는 파공성을 내며 머리 위를 스쳐 가는가 하면 삽시간에 빛살같이 날아드는 찌르기, 휘둘러 치기 등이 수도 없이 몸을 스쳐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추룡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악문 채 눈을 번뜩이며 필사적으로 퍼부어지는 철장의 끝 한 자 사이사이를 빛살같이 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멋을 부리자는 게 아니라 그대로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았다.

“어린놈이 진정 아수라 같은 간담을 지녔구나!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천하의 고수라도 쉽지 않을 것이거늘!”

틈! 고수들의 승부는 순간의 예술이었다.

추룡의 이런 배짱에 놀랐던 것인지 공격하던 정진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던 것인데, 이것은 실로 좋지 않은 것이었다.

어지간한 실력의 상대에 일반적인 비무라면 모르겠지만 백중지세의 실력에 목숨이 걸린 사투死鬪라 생각한다면 결코 길게 말을 뱉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무예는 동작이고 호흡은 박자이기 때문으로 소리치는 사이 움직임이 무뎌지거나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아아압!”

쿵!

“크아……!”

결과는 역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몽마 정진으로서는 철장을 들었고, 자신이 있어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말을 하는 것에 지각이 몰리는 사이, 한순간 폭우처럼 퍼부어져 내리던 그의 철장의 속도가 느려졌고, 순간 철장의 끝에서 떨어지지 않고 움직이던 추룡이 기어코 목숨을 건 모험을 시도했던 것이다.

쉭! 한순간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린 철장을 피함과 동시에 번개같이 정진의 몸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며 벼락같은 정권 일격을 그의 안면에 적중시킨 것이었다.

퍽! 그대로 정진의 코뼈가 으스러져 꺼져 들어가며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하아아압!”

콰콱!

하지만 목숨을 걸고 일격을 성공시킨 추룡이 여기에서 공격을 그칠 리는 없다. 가격당한 정진의 고개가 휙, 젖혀지고 자세가 무너지는 사이, 그대로 왼팔로 휘익, 그의 철장을 휘감듯 겨드랑이에 껴안으며 철마노완鐵馬�腕! 오른팔을 꺾어 돌려 ‘쿵!’ 소리가 날 정도의 팔꿈치 치기로 그의 젖혀진 귀밑 턱뼈를 거듭 격타했다.

“크아아악!”

이쯤 되면 제아무리 몸이 무쇠로 된 철인이라 할지라도 견뎌 낼 수가 없다. 무예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의 팔꿈치 돌려치기라 할지라도 적중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인데, 추룡의 이 팔꿈치 치기는 나무둥치까지 패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것이었으니. 가격되는 순간 정진은 그대로 턱뼈가 깨어져 들어가며 멱따는 비명과 함께 철장까지 놓친 채 피거품을 토하며 퍽, 뒤로 떠밀려 갔다.

고수들의 결투는 누가 더 실수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에서 가려지는 것으로서 한순간에 승부가 결정된다는 본보기가 된 셈이었다.

“하아아앗!”

퍼퍼퍼퍼펑-!

“크아……!”

여기에 몽마 정진의 불행은 또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악벽강이 빛살같이 허공으로 도약해 오르며 원앙타각! 섬전처럼 철퇴같이 양발을 놀려 몇 차례인지도 모를 정도로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연속 걷어차기를 감행했던 것이다.

적중!

오십 근이라 자랑하던 그의 철장은 추룡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져 있었고.

“에라! 이 천하에 나쁜 놈아! 이건 추한 짓을 하고 살해한 열두 살짜리 소녀의 복수라 생각해라!”

추룡 역시 여기에서 끝내지는 않았다. 악벽강의 원앙타에 격타된 그의 몸이 쓰러지지도 못한 채 앞으로 튀어나오자 ‘쾅!’ 한 번 더 강철 같은 주먹을 휘둘러 정진의 턱을 돌려놓았다.

“맞다! 이 나쁜 놈아!”

퍼퍼퍼펑! 뒤로 튀어 나가자 이번에는 또 악벽강의 섬광 같은 쌍수가 그의 전신을 북처럼 두드려 뒤흔들어 놓았고.

호흡을 척척 맞춰 가며 두 사람이 물고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벽강-! 어디에 있느냐!”

그제야 운무로 가득한 산봉우리 저변 어디에선가 악벽강을 찾는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앗!”

그러자 순간이었다. 잘나가던 추룡의 태도가 갑자기 일변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파계했다 쳐도 소림의 수나한이라는 놈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다니! 역시 전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이만!”

외침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멈칫하는 표정이 되더니 목숨을 걸고 철장에 맞서던 어디에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싱거운 소리를 하고는 끼고 있던 철장까지 집어 던지고 눈썹이 휘날리게 쌩! 옥병루 아래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앗! 막 대협 너!”

순간 악벽강의 안색이 홱 돌변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떻게 생각해 봐도 몽마를 제압한 것은 추룡이 틀림없는데 여기에서 그가 사라져 버리면 상황이 어찌 되는 것인가?

의혹을 가질 필요도 없이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추룡이 사라진 후 촌각도 지나지 않아 후웅! 과연 악불비가 천신처럼 구름을 뚫고 헐레벌떡(?)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이미 상황은 끝났고, 몽마로 추정되는 사내 하나가 피 떡이 되어 쓰러져 있는데 코가 내려앉고 턱뼈가 으스러져 있는 등 사지까지 너덜대는 것을 봐서 아무래도 이게 어째 상태가 좀 너무 거시기한 것 같다.

잘하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딸인 만큼…… 쓰러진 살인음마를 보며 점잖게 한마디 했다.

“수고했다. 한데 이래서야 너 시집이나 가겠느냐?”

악벽강은 눈물이 쑥 빠졌다.

고스란히, 몽마를 걸레쪽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누명을 쓰게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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