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엽색마獵色魔와의 사투 (3)
다시 보니 그것은 쇠로 된 염주 알이었다. 승려들은 더러 모감주라는 나무의 열매를 모아 염주를 만들곤 했는데, 이 열매의 알들은 원래 돌처럼 단단하고 검은빛이 난다. 이를 금강주라고 하였는데 무심코 보기에는 그것과 같았던 것이다.
“암기暗器!”
“흡!”
하지만 한발 빠른 임백호의 외침은 친구들을 위기로부터 구해 냈다.
외침이 터지자 친구들은 흠칫 경각심을 가졌고 순간 찢어지는 파공성과 함께 염주 알들이 퍼부어졌으므로 간일발의 차이로 허리를 숙여 아찔하게 그것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애송이 놈들이……!”
순간 명혜! 결국 몽마로 정체가 드러난 거구의 승려의 안색이 홱 돌변했다.
실제 그는 이 염주의 위력을 크게 믿고 있었는데, 그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었다.
“하아아압!”
후웅!
하지만 우물쭈물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도 한 번 일을 저지르다가 발각이 난 적이 있어 쫓겼지만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서른 명 정도. 하여 어렵지 않게 처치하고 정체를 감췄지만 지금 주위에는 수천의 관포들과 악충보의 무사들이 사방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정체를 감추려면 자신을 본 이들을 제거하고 가야 할 것이지만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는 만큼 즉각 허리를 퉁겨 쉭, 허공으로 도약했다.
한데 이럴 수가 있는가.
그의 도약력이 또한 상상을 불허한다. 거구가 떠올랐다 싶은 순간 신형이, 한순간 학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듯 거의 일 장 가까이 치솟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삼 장 밖이다.
더불어 몸을 숙이듯 하여 발끝으로 땅을 차고 쏘아 나가는데, 몸 자체가 한 가닥 연기로 변하듯 위잉, 소리를 내며 그야말로 빛살같이 번뜩여 나가는 것이었다.
“잡아라!”
당연히 염주 알을 피했던 친구들도 급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몽마의 신형은 벌써 이십 장 밖이다.
“놈!”
콰아앗-!
찰나 추룡 역시 행동을 개시했다. 혼신의 전력을 발끝에 모아 비슷하게 몸을 숙이듯 하여 번개같이 땅을 차며 몽마를 추적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데 이게 또 웬일인가?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찰나지간 그의 신형도 한 줄기 빛살로 화해 친구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뭐야, 저 속도는?”
“내공신법內功身法!”
친구들의 입이 순간 딱 벌어졌다. 분명히 추룡과 함께 몇 번이나 함께 달리곤 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쏘아 가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추룡은커녕 다른 누군가도 아직 이런 속도로 질주하는 것을 보지 못했을 정도다.
분명히 이것은 일반의 외력뿐 아니라 내공력을 가진 사람이 쏘아 가는 속도임에 틀림없는 것 같았다.
“섰거라!”
콰아아앗!
하지만 또한 유사하게, 추룡보다 오히려 더 빨리 도망쳐 가는 몽마를 추적하기 시작한 빛살 같은 인영이 하나 더 있었다.
악벽강!
오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던 그녀가 추룡 등 친구들이 사당 앞에서 포위한 것을 발견, 주시하고 있다가 외침이 터지며 몽마가 신형을 솟구치자 또한 바로 혼신지력을 발끝에 모아 신형을 번뜩여 달아나는 몽마를 추적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두 사람.
“최대한 따라가 볼 테니 어서 알려!”
촤아악!
뒤따라 순욱과 임백호도 신형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역시 빛살 같은 움직임.
하지만 몽마나 추룡, 악벽강에 비해 속도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나고 있는 것 같았다.
“몽마 도주! 사십 중반! 육 척 키! 거구! 넓은 턱! 삭발! 백색 법장! 승려 행세를 하고 있다! 추적해라!”
“천도봉天桃峰 방향이다-!”
일 차에 파기한 몽마의 특징 및 도주 방향을 힘을 다해 목청껏 소리 질러 주위에 알렸다. 할 수 있는 일은 이뿐이었지만 그러나 분명히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로써 비밀에 가려져 있던 몽마의 인상착의가 천하에 밝혀진 것이었다.
“와아아아!”
순간 주위에서 지축을 흔드는 외침과 함께 압박해 가던 악충보의 무사들, 관군들이 일제히 거대하게 치솟은 측근의 황산, 천도봉 쪽으로 방향을 틀어 치달리기 시작했다.
“흐아아아!”
콰아아앗!
그 가운데에는 살이 쏘아 나가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군웅에 앞서 먼저 튀어 나가는 인물들도 몇몇이 보였다.
역시 상상을 넘어서는 속도였긴 하지만 그들이 몽마를 추적하기는 늦어진 것 같았다. 몽마는커녕 제일 늦게 추적해 간 순욱, 임백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가!”
와다다닥!
친구들도 열심히 달렸다. 속도는 조금 민망한 것 같았지만.
“서라!”
“하아아아아!”
콰아아아아!
그러한 속에 한발 앞서 쏘아 나간 악벽강과 추룡은 그대로 귓전에 윙윙 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바람을 가르며 몽마를 추적해 가고 있었다.
이 속도는 분명히 일반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분명히 수월치 않은 공력功力을 지닌 사람만이 내기 가능한 속도였는데, 내공이 가장 중요할 때가 바로 이럴 때였다.
앞서도 잠깐 언급되었듯 원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내력과 외력을 지닌다. 누구나 다 동일하다.
하지만 내력은 그리 큰 것이 아닌 것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과 외력 이외의 힘이 필요할 때 아주 가끔 한 번씩 쓰였다.
언급되었듯 외력은 근육筋肉이 내는 힘이었다. 체격과 함께 생성되는 근육이 짜내는 힘인 셈이었다.
그러나 진기로 불리는 내력은 그 외의 힘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지며 일반적으로 거의 대동소이했다. 평균보다 강하다 싶은 사람은 지구력으로 나타나 타에 비해 잘 지치지 않고 무얼 하든 오래 버티며 회복력 역시 대단히 빠른 체질을 지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얼핏 생각하면 내력과 외력의 차이란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이 힘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명의 힘이 바로 이 진기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평소에는 있는 둥 마는 둥 해 보이지만 어느 한순간, 극적일 경우 이 힘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도 일컫는데, 간단히 예를 들자면 갓난아기가 마차에 깔렸다거나 하는 최악의 긴급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평범하던 어머니인 여자가 열 명의 장정도 못 들어 올릴 마차를 한순간에 뒤집어엎고 아이를 구해 내는 그런 예들이 종종 있었다.
어찌 보면 기적임에 분명하지만 실제 이것이 내력의 폭발이었다.
지극한 모성과 긴박한 상황이 평생 사용해야 할 생명의 힘이라 불리는 내력을 한순간에 끌어내어 기적 같은 일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실제 좋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구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나 일반의 사람이 그렇게 한순간에 큰 힘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의 힘이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다시 언급해도 진기라 불리는 이 생명의 힘 역시 키울 수가 있었다. 대단히 힘이 들지만 그것이 곧 내공심법으로 추룡이 했던 것과 유사한 호흡 방법들이었다.
이렇게 키운 기운을 별도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작게는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이는 것으로서 차력사借力士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대로 힘을 빌린다는 뜻으로 정신력으로 내력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힘을 키운 사람은 생명력과 관계없이 키운 만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차력술처럼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하는 것에도 사용할 수가 있고, 몸을 가볍게도 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중량 자체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힘이 크기에 그만치 본인이 느끼는 몸무게가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를 일러 깃털같이 몸이 가벼워진다고 하는 것이지 몸무게 자체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하니 공중부양을 이야기하고 허공을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하늘을 나는 경공 같은 허황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정확히 몸을 놀릴 때 사용하는 것은 강력한 힘에 의하여 용수철처럼 솟구쳐 오르는 도약력, 그리고 땅을 차고 나가는 속도 정도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뿐이라 해도 실제 평범한 여인이 장정 열 명이 들지 못할 정도의 마차를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한 힘이 내력이므로 이 힘으로 땅을 차고 나가는 속도는 거의 빛살과 같다.
몽마를 비롯한 추룡, 악벽강 등이 지금 그 폭발적인 힘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삼십 리!
세 사람은 어느새 기경 중의 기경이라 불리는 천도봉으로 진입하여 서해 대협곡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코앞에 하늘을 찌르는 직벽이 나타나고 수천 길이 넘는 아찔한 절벽이 발아래에 펼쳐져 있는, 극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협곡! 구름의 바다 위로 솟은 봉우리에 깎아지른 기암절벽, 청록의 신선함을 뿜어내는 용트림하듯 한 기송奇松, 파도처럼 이곳저곳의 모퉁이를 휘감고 흐르는 운해!
멀리에서 보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눈이 황송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황산의 경관에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지만 막상 들어섰을 때는 한 번이라도 발을 삐끗하면 그냥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가루가 된다. 이곳에 들어선다는 자체가 이미 목숨을 거는 것이었다.
“흐아아아아아-!”
하지만 세 사람은 불처럼 눈을 번쩍이며 이를 깨물고 무섭게 계속 질주했다. 사력을 다해 솟구치고 뛰어넘고 치달리고! 하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무림에서도 고수로 소문이 났을 정도인 만큼 악벽강이 상당한 내공을 지녔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라도, 실제 추룡이 이 정도로 힘을 지니고 있는 줄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그래도 나무를 할 때라거나 산양처럼 번뜩이며 연화봉으로 치솟아 올라갈 때 어느 정도 뭔가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몽마라는 자의 정체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자의 몸놀림은 또한 상상을 불허하고 있었다.
쫓기는 만치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치지도 않고 발밑에 아찔한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는 기경의 절곡을 거침없이 질주하며 뛰어넘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가 과연 단순한 채화음적인 몽마일 뿐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하아아압!”
“흡! 이 계집이……?”
하지만 결국은 악벽강에게 덜미를 잡혔다. 무려 반 시진이 넘도록 거친 계곡과 깎아지른 직벽 등을 치달려 자그마치 황산의 중심 폭인 옥병루玉屛樓까지 가서 추월이 된 것이었다.
발치 아래에 수천 길이 넘는 절벽이 펼쳐진 넓은 암반, 주위는 온통 희뿌연 구름의 바다다. 구름을 뚫고 치솟은 봉우리 위인 셈이었다.
“정말 놀랍구나. 아직 서른에 못 미쳐 보이는 계집이 나를 따라올 수 있었다니! 뭐라는 이름의 계집이냐?”
전신이 흠뻑 땀에 젖어 있었고, 눈에서 칼날같이 섬뜩하게 정광이 쏟아지고 있었다.
악벽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턱을 타고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
그러나 눈빛만큼은 똑같이 칼날이었다.
“악벽강岳碧崗이다!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촹! 서슴없이 장검을 뽑아 들었다.
“네가……?”
꿈틀, 몽마의 안면 근육이 무섭게 뒤틀렸다. 하지만 두려움을 가진다거나 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염왕녀라는 악불비의 딸이 너였군! 제법이라는 소리가 있더니만 과연 그대로……!”
훙훙, 섬뜩하게 백색 불장을 치켜들어 몇 차례 회전을 시키더니 또한 바로 악벽강을 겨누었다.
“흐흐……! 그래, 운수불길하여 정체가 드러나 버린바, 기왕지사 이리된 것, 너를 마지막 제물로 하도록 하지! 설령 악불비가 온다 해도 가루가 될 것이다!”
자신감을 보였다.
“하아아압!”
하나 악벽강은 두말하지 않았다. 강인한 성격에 원래도 강호의 악한들에게 염라왕으로 불린다 하는 그녀. 열두 살짜리 아이까지 능욕하고 교살하는 인간 이하라 할 이런 자와는 사실 말을 섞을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타!”
콰아아앗!
일학충천一鶴衝天, 그대로 쉭, 빛살같이 신형을 솟구쳐 올리며 장검을 휘둘러 몽마를 쇄도해 가기 시작했다.
단숨에 몇 검을 떨쳐 냈는지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하기 무섭게 자욱한 구름을 베어 내며 번쩍번쩍! 몽마의 주위가 빗발치듯 한 검영의 소용돌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하아!”
금강보운! 몽마 역시 곧바로 구름처럼 흐르되 천 근의 힘을 실어 움직인다는 보법을 구사하여 벼락같이 전진해 나가며 들고 있던 불장을 풍차처럼 휘돌려 악벽강에 맞서기 시작했다.
한데 순간이었다.
콰차차차창!
“앗!”
검과 불장이 얽히는 순간 장내에 실로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일이 일어났다. 대개의 승려들이 지니고 다니는 불장이 나무임을 알고 보면 칼과 불장이 부딪칠 경우 이런 소리가 날 리가 없는 것인데, 악벽강의 검과 몽마의 불장이 부딪치자 바로 귀청을 찢을 듯한 금속 충돌음이 터지며 퍼퍼퍽, 시퍼런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철…… 철장鐵杖?”
“하아아압!”
악벽강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고, 몽마는 더욱 사납게 회오리같이 불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철장이다. 오십 근이 나가되 이것이 아니었다면 너 따위가 나를 따라잡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오십 근의 철장! 실로 극악하다 할 병기인 것이다. 전체가 쇳덩어리로 된 것에 칠을 했다는 것.
“하아아압!”
콰차차창! 창창창창……!
악벽강은 삽시간에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가 든 것은 석 자 반의 검! 일 촌이 길면 일 촌만큼 강하다는 일 촌의 이치가 여기에서도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병으로 장병을 상대하기란 실로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더욱이 상대가 들고 있는 것이 오십 근의 철장이라면 이것은 뭐, 완전히 살인적인 무기인 것이었다. 짧은 검으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그런 중병.
부딪칠 때마다 손아귀가 찢겨 나갈 듯한 충격이 전해지고 있을 정도였다.
“흐아아압!”
콰차창! 창창창창!
더욱이 이자가 사용하고 있는 수법 역시 실로 예사롭지가 않았다. 창봉법이라 하면 악충보의 술수 역시 최강으로 쳐주는데 어떻게 불장을 놀리고 있는 것인지, 순간순간 시커멓게 주위를 뒤덮고 회오리같이 일어나는 웅혼하기 그지없는 장영하며, 찌르고, 휘돌리고, 후려치며 퍼부어지는 불장의 기세가 강력하기가 흡사 폭풍과 같다.
악벽강의 안색이 다시 홱 돌변했다. 몽마의 수법에 경악한 것이었다.
“나한곤羅漢棍이로구나! 그것도 정수精髓! 추적하면서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몽마 외에 감추어진 정체가 무엇이냐! 소림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실로 놀라운 또 하나의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었다. 경악스럽기 이를 데 없게도 이야기대로라면 천하의 엽색 살인마 몽마가 소림 나한들의 진산절예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정진正進이다! 한때는 소림에 머물기도 했지!”
쿵! 악벽강의 가슴이 주저앉았다.
“금나한金羅漢!”
소림의 파계승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파계승이 아닌 삼십오방, 소림 무승의 으뜸으로 백팔나한의 일인자一人者였던 파계승이었다.
그야말로 상상치도 못할 극악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달마 조사 이후로 소림 무예의 명성은 중원 천하를 진동시키고 있었고 백팔나한의 명성은 더욱 천하를 떨어 울렸다. 하지만 실제 소림에 가 보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아니, 가 본 사람이라 해도 소림 나한들을 보기는 쉽지 않았는데, 까닭은 아무리 명승이 천하를 진동시킨다 해도 소림의 나한들은 좀처럼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무예를 자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본다 해도 밝히기 전에는 누가 소림의 나한인지를 잘 몰랐다.
그냥 명성만 진동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