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엽색마獵色魔와의 사투 (2)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악벽강은 곧 걸음을 옮겨 악불비를 만났고, 그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은 악불비는 또한 휘주 포청의 우포장右捕長을 만났다.
이후 계속, 하던 일을 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호패를 조사하여 외지인들을 한 곳으로 잡아들이는 일.
전소 등 친구들도 묵묵히 관포들에게 협조했으며 그대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한데 다음 날 새벽.
“또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굉촌이다!”
“괴, 굉촌……?”
“하-!”
콰두두두두두!
역시 전소의 예견이 맞았던 것 같았다.
날이 밝기도 전에 밤을 지새우며 축전현을 지키던 모두에게 다시 급보가 전해졌는데, 굉촌에서 또 살인이 일어났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사건과 유사하게 처녀 하나가 겁탈 살해되고 일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었다.
축전현을 지키며 주둔했던 휘주의 관군들과 친구들, 악충보의 무사들은 일제히 굉촌으로 방향을 틀어 급출격 했다.
몽마가 자리를 옮긴 만큼 축촌에 더 남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포위하라! 다소 거리가 생기더라도 최대한 서로를 볼 수 있도록 하여 쥐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게 하라!”
두두두두두!
한데 모두의 움직임이 전과 아주 달라졌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축촌 등에 출격한 관군들은 사건 현장으로 먼저 들이닥쳤다고 봐야 했다. 일 차에 살인이 일어난 마을 안으로 들어갔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장을 아랑곳 않고, 굉촌에서 오 리가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방대하게 포위망을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 특이한 점은 어느새 지원 요청을 한 것인지, 아니, 어쩌면 똑같이 사건 소식을 듣고 온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축전현 외의 곳들을 감시하고 있던 포사, 관병 들도 오래잖아 치달려왔는데, 오는 족족 오 리 밖에서 받아들여 물샐틈없이 함께 포위망을 구축시키기 시작했다.
뿌웅, 뿌우웅!
“굉촌의 사람들은 들어라! 즉시 모든 집에 불을 켜고 마을 앞 수수밭에 집결한다! 특히 여자들은 빠짐없이 나오라! 서둘러라!”
이후 우포장을 비롯한 얼마간의 관포들이 촌락 안으로 들어가 일 차에 굉촌의 사람들을 모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오래잖아 마을 전체에 화등같이 불이 밝혀지고 횃불과 등촉을 든 마을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우포장이 지시한 마을 앞의 넓은 수수밭으로 운집했다.
그러자 우포장은 다시 특이한 명령을 내렸다.
“여인들은 이곳 한자리에서 꼼짝 말고 대기하라! 이 시간 이후 우리가 지킬 것이다! 이하, 마을의 장정들은 포사들과 함께 마을 안을 샅샅이 뒤진다! 가가호호를 모두 뒤져 문제가 있는 집이 없는지 확인하고 외지인은 모두 잡아 뒤의 논 쪽에 집결시켜라! 저항하는 자는 처단해도 좋다! 시행!”
“와아아……!”
순간 마을 사람들의 행동이 시작되었다. 여자들과 노약자들을 한자리에 몰아 놓고, 곧바로 조를 이뤄 마을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몽둥이에 쇠스랑에 곡괭이까지 찾아 들고 포사들과 함께 이 잡듯 마을의 구석구석, 가가호호를 뒤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외지인은 무조건 잡아 또한 마을 뒤편의 논밭이 있는 곳에 집결시켰다.
실로 유효한 작전이었다. 사실 현지의 주민보다 마을의 지리 등을 구석구석 꿰고 있는 사람은 없다. 수효도 많았으므로 어설피 관병들이나 지원을 나온 무사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백배는 더 유효한 것이었다.
수색도 그렇고 외지인을 색출하는 것도 그랬다.
삽시간에 굉촌 안은 이 잡듯 샅샅이 뒤져지고 다소 그렇긴 하지만 외지인들은 모조리 잡혀 마을 뒤쪽의 논 한가운데에 열을 지어 앉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굉촌 안에 몽마가 있을 경우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밖에는 관군들과 악충보의 무사들이 포위했고, 안으로는 부락의 주민들이 기세등등하게 횃불을 밝히고 떼를 지어 휘젓고 다니고 있었으니.
간단히 관군들은 지원, 마을 자체에서 앞장서 수색을 하게 만든 것이었다. 몽마인들 이런 상황에서는 어찌할 것인가.
첫 사건은 막을 수 없다 해도 이 방식을 사용하면 그는 어디에서도 이젠 함부로 전처럼 살인을 하고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여자들부터 대피시킨 만큼 이 차, 삼 차 범행을 저지를 수도 없었고 경거망동하다간 바로 꼬리가 잡히기 십상인 셈이었다.
“샅샅이 뒤졌습니다! 외지인은 모두 마을 뒤에 잡아 두었고, 현재 마을 안에는 수상한 자가 없습니다!”
“흩어지지 말고 계속 철저히 구석구석을 지켜라! 절대 안일하거나 흩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명!”
주민들도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몽마라 하면 치가 떨리는 살인마인데 축촌에서 이미 사람들이 죽었고, 결국 굉촌에까지 화가 미쳤으니 내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포장은 포사들이 사람들을 구석구석 배치시키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외곽으로 나왔다.
“압박! 좁혀 들어가면서 저변에 있는 자들을 모두 잡아낸다! 다시 이르지만 생쥐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행동 개시!”
“명!”
더불어 굉촌의 저변을 포위한 관군들과 악충보의 무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건을 저지른 몽마가 굉촌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면 일 차에 무조건 걸려드는 것이었다. 앞과 뒤에서 완전 포위를 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마을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미 뒤쪽 논에 잡혀가 당황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설혹 그가 누군지 알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그대로 최상이라 할 만한 유효한 작전이었다.
이런 식의 압박 작전이 다른 곳에서도 벌어진다면 최소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해 왔듯 한곳에 머물며 추적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연쇄살인을 하는 등의 행각은 저지르지 못한다.
자칫하면 수사에 걸려들 수 있으므로 마을 단위 같은 곳에서는 더욱 일을 저지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대도시나 외딴집 같은 곳 외에는.
“나오너라! 이놈들!”
“어이쿠! 나리, 왜 이러십니까요! 소인들은 그저 밥이나 빌어먹는 죄밖에 없습니다요!”
압박해 들어가는 관군 및 악충보의 무사들에게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걸려들고 있었다.
촌락 중심에서 벗어나 외곽에 움막을 짓고 연명하는 걸인들이나 부랑자 등이 그들이었다. 잡히는 족족 안으로 끌고 들어가 또한 따로 자리를 마련해 꿇어앉혔다.
완전히 철두철미하다.
“흐흐…… 이 정도로 하는데 몽마 따위가 어디서 우리를 비웃는 등 감히 수작을 부리려고!”
“누구 작전이야?”
관군들 역시 곧 이 작전이 대단히 치밀하고 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관부와 함께 지역민들이 나서 자체 방위를 시도하여 범죄자를 체포하게끔 하는 일환으로 이 사례가 각처로 번져 나가면 상당수의 범죄자들이 함부로 준동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특히 몽마와 같은 홀로 떠도는 범죄자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었는데, 수천의 지역민들이 일심으로 단결해서 수색하고 밀어붙이는데 무얼 어쩌겠는가.
친구들도 눈을 번쩍이며 주위를 샅샅이 살피며 마을 쪽으로 계속 밀고 들어갔다.
방원 오 리가 실로 좁은 게 아니므로 완전한 포위망을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팔괘의 형상으로서 중간 중간 이牙가 빠져 있어도 최대한 떨어진 서로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좁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책략을 낸 것은 전소였다. 이 친구, 사건 사고에 능하다 했듯 책략적인 머리가 역시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일 차에 악벽강 등과 함께 친구들로부터 오십 장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추룡 등 나머지 친구들은 그대로 삼 내단, 순욱과 함께 십 인 일 조로 수색을 진행했다.
한데 천운이라는 것! 정말 그런 것이 있는 것일까?
천에 달하는 처녀들을 겁탈 살해했다는 몽마가 휘주에 출현했고 천적이라 할 계획을 생각해 낸 전소가 나타난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이는 스치는 기우奇遇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입증이라도 하듯 오래잖아 그 천운은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당祠堂.
그것은 마을 외곽의 벌판에 떨어진 당가堂家였다. 이 시대 촌락의 저변에는 어디에나 그런 곳이 있었는데, 당가란 마을 사람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地神을 섬기고자 지어 놓은 작은 사당으로, 상사喪事가 생기거나 할 경우 장례 등을 치를 때 사용하는 갖가지 행사 물건 등을 창고에 보관하기도 하는 그런 건물이었다.
한데 순욱과 함께 친구들이 이곳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안에 누가 있느냐! 있으면 저항 말고 밖으로 나오라!”
“새벽부터 잠을 깨우는 게 뉘시오?”
“-!”
도착한 순욱은 ‘쩡!’ 하는 외침으로 일단 사당 속의 인적 유무를 확인했는데, 뜻밖에 속에서 기척이 들려온 것이었다.
친구들은 곧바로 장창을 앞세우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몽마로 인해 수색 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모두 밖으로 나오라!”
“몽마가 뭐요? 이곳에는 빈승 하나뿐이올시다.”
그러자 삐걱, 문소리가 나며 사당 안에서 또 뜻밖의 사람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육 척의 체격에 낡은 듯 허름한 승의를 걸친 백팔염주에 백색 불장佛杖을 짚은 사십 중반 나이를 가진 거구의 승려였다. 억세어 보이는 턱과 벌어진 어깨가 상당히 위엄이 있어 보이는.
예상 밖의 인물이 나옴에 따라 순욱 등 친구들은 멈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스님께서는 누구신지?”
어쨌건 중원은 불교의 문화이기도 했다. 승려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무시되지 않았다.
“아미타불……!”
거구의 승려는 창을 겨눈 모두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 합장을 하며 신분을 밝혔다.
“개봉 상국사相國寺의 명혜明慧라 하오. 수행차 나온 것인데 무슨 일이신지?”
“상국사?”
순욱은 다시 멈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개봉의 대상국사라 하면 불교를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두가 알 정도로 대단한 사찰로, 남북조시대부터 개봉 땅에 자리 잡은 역사적인 가람이었다.
중원의 역사와 함께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곳으로, 처음의 사찰명은 건국사였으나 황제가 사찰명을 내려 당대唐代에서부터 국사國寺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낙양의 백마사白馬寺와 더불어 중원의 양대 가람으로 명성 높은 곳으로서 이곳의 승려들은 중원인들 모두가 공경했다.
순욱은 곧 포권을 취해 보였다.
“알고 보니 상국사의 스님이셨군요. 굉촌에 흉한 사건이 발생해서 수색 중입니다. 몽마라 불리는 채화 살인자가 출몰해 도처에서 처녀들을 겁탈하고 살인을 저질러 나온 것입니다. 송구하오나 도첩道帖을 좀 보여 주실 수 있을는지요?”
“아미타불……!”
승려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기실 불문의 승려인 그에게 있어 살인이나 겁탈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죄악에 속한다.
“무서운 세상이구려. 수고 많으시오이다.”
명혜, 그는 곧 품속에서 도첩을 꺼내어 순욱에게 건네주었다. 승려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으로서 일반인의 호패에 준하는 물건이었다.
살펴본바 이상이 없었다. 확실한 상국사의 도첩으로, 명혜의 도명과 모든 것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었다.
도첩을 본 순욱은 다소 망설이는 기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명령받은 것은 굉촌의 오 리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검거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승려이다 보니 참 그러기가 무엇한 것이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도첩을 돌려주며 말문을 열었다.
“살인자로 인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으니 머물지 말고 떠나십시오. 화가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결정을 내린 것은, 어차피 끌고 가야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승려의 신분이 확실한 만큼 데리고 가도 그냥 풀어 줘야 하기도 했다. 잡아들이고는 있지만 신분이 확실한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리하겠소이다. 지난밤에 도착해 굉촌에 불심을 심고자 하였더니만 시작도 전에 그런 일이……! 안타깝지만 빈승과 연이 없는 듯하구려. 세존의 자비가 함께하시기를.”
그러자 명혜라 밝힌 승려는 도첩을 돌려받은 후 바랑을 고쳐 메고 친구들의 사이를 지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친구들 역시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거나 한 것은 없었다. 순욱이 판단했듯 데리고 간다 해도 소용도 없었고.
‘응……?’
한데 이때였다.
멈칫! 그가 막 친구들 사이, 더 정확히 그는 추룡과 문대위의 사이를 지나 걸음을 옮겼는데, 스치는 찰나 추룡은 그에게서 아주 희미한 어떤 기이한 냄새를 맡았다. 극히 우연한 일로서 이 냄새는 결코 승려에게서 나서 안 되는 것이었다.
쉭, 번개같이 신형을 도약해 다시 그의 앞을 막았다.
“잠깐만, 스님께서는 식사를 언제 하셨는지요?”
식사.
명혜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러나 별거 아닌 질문이므로 선선히 대답해 줬다.
“수행 중인 승려가 제때 곡기를 채울 수 있겠소이까. 밤에 도착하여 사당에 자리를 마련한 후 지니고 있던 조곡으로 식사를 마쳤소이다.”
“그 후에는?”
“사당 안에서 잠을 청했소이다.”
“포위해! 이놈이 몽마다!”
“뭐……?”
순간 추룡의 입에서 쨍하는 외침과 함께 모두의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다.
명혜의 얼굴에도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수행 중인 소승이 몽마라니 시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추룡의 눈이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시치미 떼도 소용없을 것이다! 너는 식사를 지난밤에 했다고 하였는데, 일 차에 지닌 조곡으로 마쳤다고 했다! 한데 네 몸에서 기묘하게도 오이 냄새가 나고 있구나! 이는 굉촌의 처녀들이 향수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날오이라도 먹었다면 모르되 네 몸에서 왜 처녀들이 사용하는 향수 냄새가 나는 것이냐!”
“어째……?”
순간 임백호 역시 ‘쉭!’ 신형을 날려 추룡과 함께 명혜를 막아섰고, 뭔가 심상찮음을 깨달은 친구들 또한 휙휙 빠르게 그를 둘러싸며 재차 창을 겨누었다.
추룡이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임백호는 알고 있었고, 친구들은 이심전심이었다.
추룡은 계속 눈을 번쩍이며 다부지게 밀어붙였다.
“네가 진정으로 상국사의 승려이고 무고하다면 잠시 마을로 함께 가도록 하자!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살해된 처녀는 틀림없이 오이즙을 받아 향수로 사용했을 것이다! 비교해 보고 아니면 죄를 달게 받겠다!”
바로 그러했다.
굉촌에 견습을 나와 우연히 나무에 걸린 소홍의 연鳶을 내려 주는 연緣으로 알게 된 어떤 사실!
은은하지만 향수로 사용할 정도로 오이의 즙을 바르면 이 냄새는 상당히 오래갔다. 그냥 오이의 즙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오이가 열리는 넝쿨의 꼭지 부분에 상처를 내어 나오는 진액을 받아 향수로 사용하는 것이었으므로. 몸이 마찰되는 상태라면 상대에게도 옮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땀이라도 날 경우라면 더!
한데 그 냄새를 추룡이 승려라는 자에게서 맡아 낸 것이었다.
하지만 명혜라 밝힌 승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추룡 등 둘러싼 친구들을 둘러보며 재차 합장을 해 보였다.
“아미타불! 빈승은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구려. 승려인 빈승의 몸에서 향수 냄새라니?”
한데 순간이었다.
“중의 염주! 상인의 주판! 조심해!”
“하아아압!”
촤아악-!
‘쩡!’ 하는 임백호의 외침과 함께 장내에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합장과 함께 대답을 했던 명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시퍼렇게 섬뜩한 독기를 떠올리는가 싶더니 손에 들고 있던 백팔염주를 휘익, 번개같이 포위하고 있는 모두에게 훌뿌린 것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그냥 뿌린 게 아니라 줄을 끊어, 찰나 ‘쌔앵!’ 하는 허공을 찢는 듯한 파공음이 터지며 뿌려진 염주 알들이 벼락같이 모두의 면전으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