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23화 (23/150)

# 23

괴상한 신입들 (2)

사 무림의 보루라 해도 사 장에 이르는 담을 지녔고, 숲과 거친 산악 지형 등을 끼고 민가를 위협하는 녹림적들과 싸우는 게 향용의 무사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분명 입문하기 전에는 상상치 못했던 일인 것이 확실했다.

또한 모든 것들이 훌륭한 경험이며 배움이 되고 있었고.

친구들과 웃음을 나누며 나날이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속이 타는 듯 애가 끓는 사람도 있었다.

“명단에…… 없단 말씀이십니까?”

“그렇소이다. 확인해 본바 분명히 없었소이다. 관례대로 무관 시험에 급제한 사람은 서른 명인데 막씨 성의 청년은 없더구려.”

“그럴 리가……!”

장본인은 바로 막여사였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이순문이 다녀간 직후, 그를 통해 막여사는 천하에 어떤 심상찮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음을 간파한 후 바로 남평 관사로 달려갔던 터인데, 여기에서 친분이 있는 우포청의 인물에게 추룡의 근황을 물었던 것이다.

부친인 만큼 개봉부의 무관 시험을 치르러 간 것임을 알았고, 합격했다면 개봉 군부에서 무관 교육을 받고 있을 것이므로 돌아오라고 할 참이었던 것.

그러나 개봉이 가깝지 않은 만큼 포청의 연락망을 통했음에도 한 달이 되어서야 답신을 받게 되었는데, 천만뜻밖에도 합격자 명단에 추룡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낙방을 했다는 뜻으로, 그로서는 전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아들인 만큼 추룡의 실력을 아는 터였는데 합격자 명단에 없다!

‘어찌 된 일인가.’

다소 황당하다 싶은 일이었지만 뭐, 그럴 수도 없지는 않았다. 날고뛰는 실력자들이 다 모여드는 것이 대리사의 무과인데 넓은 천하에 추룡보다 실력 있는 청년 이삼십 명이 없다고 볼 수도 없고, 유독 그런 강자들이 모였다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몸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었고.

속이 타는 듯했지만 어쨌거나 관권 바깥에 있다면 다소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일어나고 있는 것은 관권 안에서의 혼란이므로 낙방을 했다면 무관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돌아오고 있는 것인가.’

그러고 나니 이번에는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었다.

낙방을 했다면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인데, 녀석의 성격상 만만하게 돌아올 것 같지 않았고, 흔한 일 중 하나로 어쩌면 다음 과시까지 개봉에서 버티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라면 자칫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보다 개봉으로 가던 중 다른 사고가 생긴 것이나 아닐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이마에 주름이 늘어나는 상태로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를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직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복건은 변함없이 날씨가 좋았다.

꽝! 꽝! 꽝!

“하하하! 완전히 난리가 났군. 하늘이 무너지겠어. 여기는 원래 이렇게 비가 오나?”

“그런 셈일세. 해마다 이맘때면 그래. 장마만 지면 장강이나 황하 유역은 온통 물바다가 되네. 한 해도 그냥 지나가는 적이 없지.”

줄기차게 퍼부어지는 비, 수련을 마친 후 식사를 끝낸 친구들은 바로 숙사로 가지 않고 입구에 옹기종기 모였다.

오 월 초부터 시작된 수련 과정에 검게 그을린 얼굴들, 다들 건강해 보였다.

“무덥기도 할뿐더러 남평과는 정말 기후가 많이 다르군. 남평은 늘 봄과 같네. 겨울에도 안 춥고 여름에도 안 덥고. 아버님께서 각처를 다 돌아봐도 그만한 곳이 없다 한 까닭을 알겠어.”

“가 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복 받은 땅이지. 겨울엔 또 호되게 추워. 여긴 그나마 좀 나은데 하북 북쪽 지역은 완전 지옥이라 하더군. 콧물이 떨어지면서 언다나 어쨌다나.”

“하하하……!”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지. 유월이 가물었잖아. 유월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면 정말 힘들 뻔했는데. 그럭저럭 수련 과정도 다 마쳤고. 이번 휴일만 지나면 견습 문인이 되는군.”

“열흘 남았네. 어느 부서로 가게 되는 걸까?”

열흘.

친구들의 관심사는 이제 부서 쪽이었다. 확정되어 있긴 하지만 내당도 부서가 적지 않았는데, 악벽강과 대화할 당시 이야기를 했듯 최악으로는 취사 일을 할 수도 있고, 마장을 돌볼 수도 있었으며 성문 경비, 전투 지원 같은 부서에 전서구 관리, 경호 내직 같은 고급 부서도 있었다.

임백호가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주방 쪽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하라면 해야겠지만 체질이 아니라서.”

“카카! 우린 좋을 것 같은데? 임 형이 주방에 가 있으면 좋은 걸 자주 얻어먹을 수 있을 거잖아?”

“먹는 건 내가 할 테니 자네들이 가!”

“하하!”

다들 웃는 속에 변함없이 전소가 알아낸 것을 일러 줬다.

“뭐가 됐든 당장은 아니야. 내당이라 해도 견습 기간 동안은 외당 일을 봐야 한다고 들었어. 내당에 있다 해도 유사시 지원을 해야 하니 알아 둬야 하거든. 지역 순회 등 외당 일을 모두 봐 둔 후 안에서 일한다는 거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오히려 일이 더 많을 수도 있어.”

“흠……!”

“맞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일 외당에 편입해서 견습하는 건가?”

“그렇겠지. 일 외당도 보 내에 있으니. 어쨌건 다 장단점이 있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주어지는 대로 해.”

“어츠츠츠……!”

퍼부어지는 빗속을 뛰어 친구들은 웃으며 각자의 숙사로 향했다.

다시 개기 시작한 하늘.

“진! 충!”

시커멓게 그을린 백이십 명의 신입 문인들은 마침내 수련 종료식을 가졌다.

대광장 정충전의 앞에 사열해 섰고 이날, 드디어 입문한 후 처음으로 보주인 악불비岳拂斐도 보았다.

오십 후반, 아직도 검은 머릿결을 가진 긴 봉안을 지닌 강인하고도 어질어 보이는 흑염의 인물.

수련을 마치고 급기야 악충보의 사람들이 되는 신입들을 독려하기 위하여 중신들과 함께 나온 것이었다.

악충보의 주요 인물은 알려진 대로 지주와 청국에 있는 이삼 외당의 분파를 맡은 그의 두 아들 악용과 악완소가 있었고, 내당을 맡은 악벽강이 있었다.

더 위로 총관직을 맡고 있는 칠순의 악염岳染이 있었다.

그리고 일 외당을 맡고 있는 인물은 청비검靑飛劍 유원헌柳元軒으로, 접수할 때와 면접을 할 때 보았던 좋은 성품의 중년인이 그였으며, 이삼 외당주는 각각 섬광창閃光槍 강승회姜丞淮, 적월검赤月劍 공손월公孫越이라 했다.

멀리 떨어진 지주, 청국의 악용과 악완소는 오지 않았지만 악불비와 악벽강, 악염, 유원헌, 강승회, 공손월 등 향주급 인물들이 모두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인사를 받으며 악불비가 차분한 음성으로 신입들을 치하했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들어와 무난히 수련 과정을 마친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이로써 한 가족이 되었거니와 오늘부터 앞서 자리한 선참들 및 나 악불비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나누게 될 것이다. 향용의 임무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 것인바, 충의와 협심으로 사마외도에 맞서 지역민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당부하며, 마침내 임기가 다하여 떠나는 그날까지 동료들과 생사를 같이하고 화합하는 한편,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모두의 앞날에 행운과 건승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줄이겠다.”

“환아하산還我河山! 진충보국盡忠報國!”

인사말은 짧았다. 기실 보주인 그가 이제 기본 수련을 끝낸 신입 문인들에게 길게 할 만한 이야기도 없었고, 치하와 함께 신입들이 일제히 한 무릎을 꿇어 웅주에게 경의를 표시함으로써 수련 종료식은 모두 끝이 났다.

들어온 지 석 달, 견습이라 하나 신입들은 마침내 악충보의 견습 무인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해산.

“하하! 함께하게 되어 그동안 즐거웠네. 기가 바짝 죽어 들어온 게 어제 같은데……. 특히 전소 조장, 정말 고마웠어. 자네 덕분에 신입 삼단 중 우리가 가장 무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잊지 않을 거야.”

각자의 숙사로 돌아온 동료들은 환한 모습으로 서로 손을 잡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젠 각자 정해진 부서로 가야 했다.

이삼 외당에 예속된 동료들은 멀리 지주와 청국현까지 이동해 가야 했으며, 남는 동료들 역시 일 외당, 내당으로 각자에게 정해진 부서로 가야 하는 것이었다.

“추룡, 자네도 정말 고마워. 조장과 친구라는 이야기는 들었네만 늘 함께 궂은일을 해 주고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면 불침번까지 도맡아 서 주곤 했으니. 역시 잊지 않을 걸세.”

“나야 한 게 뭐 있다고.”

“떨어져 지내더라도 더러더러 소식 전하고 하세. 보게 되면 인사하고. 동기同期 아닌가.”

동기. 참 좋은 것이었다.

“하하! 그러나저러나 또 긴장되는구먼. 소속 부서로 가면 시작과 마찬가지로 선참들이 엄청나게 무섭게 굴 것 같은데. 사실은 지금까지가 봄날이었던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고생이 되었다 해도 그래도 지금까지는 신입들끼리 한 곳에 모여 낄낄대며 생활했지만 소속된 곳으로 가면 상관과 선참들이 딱 버티고 있을 것이었다. 익숙해지기까지는 꼼짝없이 눈칫밥을 먹으며 지내야 한다는 것.

신입들이 사물을 챙기는 것을 보며 붉은 허리띠들 역시 드물게 빙글빙글 웃으며 이야기했다.

“마! 우리가 어디 싫은 마음이 있어서 호통치고 했겠냐?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니까 그런 거지. 신입 때 땀 한 방울은 싸움터에서의 피 한 방울과 같은 거다. 유감 털어 버리고 소속 부서 가서도 잘해.”

“하하! 처음으로 사람 같으신데요? 처음에만 황당했지 좀 지나면서 곧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교관님들도 잊지 않을 겁니다.”

“잊으나 마나 한 울타리야. 머잖아 또 보게 될 거다.”

“하하! 제발 오늘처럼 대해 주십쇼! 너무 살벌하셔서 어디!”

작별하는 마당, 모두가 나쁜 기억을 남길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추룡, 나 좀 보자.”

그러한 속에 단주 순욱이 추룡을 잠깐 불러냈다.

하늘같이 지엄한 직속상관인 만큼 추룡은 부동자세로 착착착 따라 나갔고, 불러낸 순욱은 숙사 밖으로 가 묘하다는 듯 추룡을 보며 말문을 열었다.

“괜찮으니까 편하게 행동해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보자 한 것인데 혹시 내당주님을 알고 있나?”

첫날 인사할 때부터 그랬지만 성품이 좋은 남자였다.

추룡은 그대로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잘은 모릅니다. 입문 전에 항주에서 한 번 뵈었을 뿐입니다.”

“역시 그런 게 있었군. 어떻게 뵌 건가?”

추룡은 쑥스럽게 웃었다.

“말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찾으려고 마시를 뒤지던 중 뵈었습니다.”

피식, 순욱은 실소를 머금었다.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 소저께서 계약을 하려 하셨던 서마시의 녀석들이…… 그게 너희들이었나?”

“알고 계셨던 것입니까?”

“수행하여 갔던 친구들에게 들었다. 서마시에 괜찮은 말들이 있어서 계약하려 했는데 녀석들이 말 도둑이더라고. 하마터면 연루되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뻔했다 하더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비로소 이야기하는 것이다만 두 번이나 내당에 불려 갔었다. 처음인 일인데 갈 때마다 너에 대해 의혹을 보이시더란 말이야. 솔직히 네 실력에 대해서는 나도 의문이 많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니 보기만 해도 이젠 고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인데, 고수 같은데도 넌 실력을 보이질 않아서. 어쨌건 소저께서 적잖게 기대를 하고 계시는 느낌이니 잘해 보자.”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한데 잘해 보자?

어딘지 말투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사물함 다 챙겼으면 따라와.”

체격도 곰 같았지만 어슬렁거리며 다시 숙사로 들어가 전소도 불러냈고, 사물을 챙긴 추룡과 전소가 따라나서자 곧 일이 단 숙사로 가 임백호, 문대위 등도 모두 불러냈다.

그러더니 모두를 이끌고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악충보의 뒤쪽, 즉 대광장과 정충전 등 별원들과 거각들이 있는 산자락 쪽에 위치한 후미의 길을 따라 들어가 곧 새로운 숙사 한 곳으로 들어섰다.

후미의 숲에도 신입들이 머물렀던 것과 같은 여러 동의 숙사들이 둥글게 포진해 있었는데, 그중 우측 가장자리의 숙사로 들어간 것이었다.

“진盡! 충忠!”

“신임 단주님을 뵙습니다!”

“에……?”

그와 함께 또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

들어서자 숙사 안에는 삼십 세 초에서 사십 세 초반까지 상당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서른 명의 악충보의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데 일행이 들어서자 바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순욱을 향해 인사를 한 것이었다.

순욱 역시 이런 모두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말을 했다.

“만나게 돼서 반갑다. 오늘부로 내삼향 삼단을 맡게 된 순욱이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발령 대기로 계속 교관직을 맡아 왔던 터이고, 이제 정식 내단주가 되어 여러분을 이끌게 된 것이다. 연장자이신 선배님들도 계시겠지만 계급사회의 특성이 그러니 무서운 동생인 양 생각하고 잘들 따라 주기를 바란다. 함께 노력해서 내삼향에서 으뜸가는 단, 내당 최고의 가족이 되기로 하자.”

순욱, 내삼향 삼단 단주.

“명!”

기립해 있던 무사들은 일제히 순욱을 향해 한 무릎을 꿇었고, 순욱은 계속 추룡 등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하, 함께 편입된 삼단의 신입들이다. 이제 교육을 마친 햇병아리들이니 동생이거니 하고 잘 좀 이끌어 주기 바란다. 우리 세계의 생활이 그렇고, 다들 겪으며 지나온 일 아닌가.”

“명!”

한 무릎을 꿇은 채 모두가 한 번 더 복명을 외치자 순욱은 비로소 모두를 일어서게 한 후 추룡 등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인사 올려라. 앞으로 한 숙사에서 생활할 상급 선참들이시니. 풍부한 경험에 의지하면서 깍듯이 받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교관님께서……?”

친구들은 얼떨떨했지만 머뭇거릴 처지가 아니었다.

전소가 앞으로 나서 바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목청껏 신고를 했다.

“신입 전소! 선참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동同! 임백호 인사드립니다!”

뒤따라 임백호가 나섰고, 기타 추룡 등 모두가 하나하나 나서며 부동자세로 스스로를 밝혔다.

순욱으로 인해 어색하다 싶은 신고가 되었다.

수련을 마치며 모두는 붉은 허리띠들에게 신고 요령을 배웠는데, 차례가 엉망이 된 것이었다.

소속 부서로 오면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 직속의 최고 상관인 내당주였다. 일렬로 집무실로 들어가 선두를 기준으로 열을 잡은 후 하나하나 이름을 밝히고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끝나고 나면 숙사로 돌아와 똑같이 상급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음으로써 비로소 새 생활이 시작되는 것.

한데 희한치도 않게 뭔지도 모르고 숙사부터 찾아 들어와 제대로 열도 맞추지 않은 채 휙휙 하나씩 앞으로 나서 인사를 하는 꼴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내던 상급자들도 새 상관을 맞이하는 처지라 뭔가 좀 두서가 없다 보니 그냥 이해했다.

시작부터 좀 이상하게 된 것으로, 그냥 신고를 하는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욱은 사물을 내려놓게 한 뒤 모두를 이끌고 다시 중앙의 정충전으로 향했다.

“뜻밖이겠지만 이렇게 되었다. 원래 우리들 교관들은 임시직이다. 발령 대기 상태로 신입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직이 생기면 발령되는 것인데, 이번에 내삼단주님께서 퇴임하시므로 내가 들어가게 된 것이지. 잘해 보기로 하자.”

희한하게도 순욱이 또 상관이 되었던 것.

당연히 신입들에게야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었다. 전소가 어리둥절하여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단주님께서 계속 직속이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좋은 일인 것입니까?”

순욱은 그냥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당연히 나야 좋지. 본 보에 남아 이대로 내당 단주가 되었으니. 너희들에게야 비슷하다. 좋은 점은 신입 열 명이 모두 한 단에 소속되었다는 점일 거다. 대개 두세 명씩 떨어져 흩어져 들어가는데 동기가 많으면 아무래도 편할 것이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