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염왕녀 악벽강 (3)
추룡은 적잖게 당황스러운 심정이 되었다.
“소저께서는 혹시……?”
악벽강은 모습 그대로 남자에 가까운 태도로 대답했다.
“악벽강이다. 악충보의 내당을 맡고 있지. 더 전에 항주의 서마시에서 만난 적이 있었고.”
“아, 역시.”
추룡은 서둘러 한 무릎을 꿇으며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현재 그의 신분이 악충보의 수련 문인, 내당으로 확정이 되어 있으므로 완전 상관인 셈이었다.
악벽강은 이런 추룡을 보며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용무가 있어 성에 왔다가 우연히 일곱 사람이 오는 걸 보았다. 내친김에 의문이 있어 뒤쫓은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이렇지만 너는 실력이 있다.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뜻밖에 나와도 평수를 이뤘을 정도로. 그럼에도 입문 시험에 떨어질 만큼 끝자리에 붙었고, 계속 실력을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룡의 실력.
“당시의 상황을 봐서 특별히 수상쩍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내당은 지켜야 할 것이 상당수 있는 부서이다. 무엇 때문이냐?”
그런 무엇이 있었다. 어느 방파나 그렇지만 내당은 방파의 일을 총괄하는 곳이었다. 수비, 지원, 운영 등 모든 일의 중심이 되는 부서. 허드렛일을 하는 곳도 있지만 전술 전략 등 많은 기밀이 다루어지는 곳임을 알고 보면 함부로 인선을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추룡은 대단히 난처한 심정이 되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 후 대답했다.
“먼저 받아 주신 당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나 실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있지도 않지만 미심쩍게 여기지 않아 주셨으면 싶습니다. 개인적인 작은 까닭이 있사오니.”
“자리를 옮기자.”
인적은 없다지만 길 한복판, 악벽강은 추룡에게 일어서기를 일렀고, 일단 말에게로 갔다.
흥……!
악벽강을 본 적낭자는 즉시 싫은 감정을 드러냈다. 당장만 해도 느닷없이 탔던 말로 밀어붙였던 터였고, 주인과 싸우기까지 했다.
말들은 기억력이 매우 좋아 육 개월간의 일은 거의 잊지 않는데 더 전에 마시에서 본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시와 관련된 기억은 적낭자에게 무조건 좋지 않았다.
이런 적낭자를 보며 악벽강은 고개를 저었다.
“하마터면 화근이 될 뻔했지. 달리는 것을 보니 역시 대단하다 싶었지만 이 말 한 필로 진상태와 전체 계약을 할 뻔했으니까.”
저만치 떨어진 계곡의 한쪽 넓은 바위 쪽으로 가서 추룡과 마주 앉았다.
“이야기해 봐라, 까닭이 무엇인지.”
추룡은 담담히 대답했다.
“송구하오나 속하가 이 년간만 악충보에 있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 년 후에 떠날 사람이 실없이 실력을 보인다거나 해서 무얼 하겠습니까. 자칫하면 배신감만 심어 줄 수 있다 생각해서였습니다.”
이 년.
악벽강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악충보의 사람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는 소리냐?”
추룡은 드물게 정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있는 동안 주어진 일은 모두 할 것이오나, 이 년 후에는 떠날 것입니다. 경험을 쌓으며 조용히 지내다가 떠나고 싶은 것입니다. 이렇다 할 실력도 없지만 일반의 수하로 남아야, 떠난다 해도 속하와 악충보 모두에게 부담이 없지 않겠습니까.”
악벽강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매우 뜻밖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왜?”
포권과 함께 추룡은 계속 담담히 대답했다.
“속하에게는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당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오나 주방 일을 하고 말들을 돌보는 등 허드렛일을 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쪽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치가 없다 여기시거나 싫으시다면 지금이라도 물러서겠습니다.”
정광이 이는 눈.
웃음기가 없는 추룡의 표정은 매우 진중했다. 평소 웃을 때와 달리 상당히 대하기 어렵다 할 무엇이 있었다.
“흠……!”
악벽강의 표정도 신중해졌다. 역시 뜻밖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 사실 다소 이해가 안 갔다.
이야기했듯 실제 그녀는 항주의 서마시에서 추룡을 처음 보았고, 당시 이미 실력을 알아본 상태였다. 희한한 일이지만 또한 적낭자로 인해 만나게 된 것이었고.
하지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오다가다 사람이란 누구나 스칠 수 있는 것이고, 덕분으로 말 도둑 패거리인 진상태와 계약할 뻔했던 것을 면하게 되어 다행이다 생각했을 뿐.
한데 천만뜻밖에도 친구들이 입문 시험을 치름으로써 전소가 면접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 그러나 그녀는 전소의 실력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말 도둑 패거리라 하지만 간단간단히 진상태 일당을 거꾸러뜨리는 것을 보았으니까.
돌이켜 다행이었던 그 일은 또한 자신에게 신세일 수도 있었다. 해서 곧 친구들을 내당으로 차출해 줬던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최소한 임백호, 추룡, 전소 등은 일반 이상의 실력이 되었으니.
미리 알고 실력 있는 수하들을 맞아들인 게 행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한데 묘한 것은 역시 추룡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본 그는 상당한 실력이 있는데 입문 시험에서도 끝자리, 수련 문인들 중에서도 그저 평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오해를 한다면 한도 없다. 최악의 경우로는 누군가가 악충보를 노려 무엇인가를 계획해 보낸 사람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면 또한 말 도둑에게 말을 잃어버리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해결할 정도로 어리바리하지는 않을 터, 꽤 희한하다 싶었던 것이다.
해서 의문을 가졌던 터에 황산성에 온 길에 친구들과 그를 보았고 이에 한 번 더 실력을 확인하는 등 연유를 물었던 것이다.
한데 그가 역시 뜻밖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속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년 후에 떠나겠다, 주어진 일은 하겠지만 조용히 지내고 싶다.
개인의 사정이라니 이것저것 캐물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면 혹시……!
어쨌건 자신이 할 것은 결정이었다. 이 년 한정이란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수상한 점이 없는 이상 실력이 있으니 말단이건 뭐건 둬서 손해될 것은 없지 않을까?
“무예는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아버님께 배웠습니다. 아버님이 군인이셨습니다.”
악벽강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막 대협이라 부르겠다. 그리고 내 앞에서는 무릎을 꿇지 마라. 나는 장부인 사람들이 여자에게 무릎을 꿇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당주라 부르지도 말고. 그냥 소저가 좋다. 이것은 악충보의 모든 수하들에게도 동일하다!”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추룡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포권을 취해 보였다.
“소저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순간이었다.
퍽!
“앗……!”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
추룡이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숙이는 순간 악벽강이 들입다 또 추룡의 정강이를 걷어찬 것이었다.
“실망시킨 벌이다! 나름 좋은 수하를 얻었다 좋아했는데 말이다!”
척척척 걸음을 옮겨 말에게로 다가갔다.
흥……!
적낭자는 이런 악벽강을 째려보며 여전히 싫은 감정을 보였다.
“흥?”
순간 악벽강은 멈칫, 적낭자를 보더니 더 큰 소리로 콧방귀를 쳤다.
“흐으으응!”
힝……!
“하하하……!”
그러고는 자신도 우스웠던지 한바탕 웃으며 휙, 자신의 말에 올라타더니 콱, 박차를 가해 바로 전력으로 질주해 두두두! 평원 건너로 곧 아득히 멀어져 갔다.
“햐……!”
그 모습이 비단 씩씩할 뿐만 아니라 들은 그대로 남자 이상 호쾌해 보였다.
“멋있다. 염왕녀가 천하의 여걸이라 하더니……!”
추룡 역시 크게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은 둘째, 바로 정강이를 감싸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찬 곳을 또 걷어차면 어떻게 하느냔 말이야! 무지하게 아프잖아.”
아무래도 그녀의 주특기가 정강이 걷어차기 같다는 느낌이 듦과 함께 앞으로는 특히 정강이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묘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해 질 녘.
“이소저를 만났었다고?”
“어, 성에 오셨다가 우리가 오는 걸 보셨나 봐. 그래서 잠시 인사 나누었네.”
“하! 진짜 다들 보통의 인연이 아니군? 이렇게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항주에서부터 줄곧……!”
친구들은 다시 악충보로 돌아오고 있었다.
임백호가 바로 농담을 했다.
“색왕녀께서 혹시 유혹하거나 하지 않던가?”
“하하하!”
다들 웃는 속에 싱글벙글, 추룡 역시 평소 그대로 웃었다.
“전혀. 분명히 잘못된 소문이야. 전 형 이야기대로 남자 이상 가는 성격이셨어. 엄청 호탕하던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어, 그냥 출신 등 이것저것 기본적인 것을 물으시더군. 대충 있는 대로 대답했네. 이 년만 일하다 가겠다 했고.”
“그런 이야기를……!”
모두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싫어하시지 않던가?”
추룡은 고개를 저었다.
“별로. 시원시원하게 그리하라 하시더군. 정말 괜찮은 분이셨네. 나야 그렇다 치지만 아무래도 모두가 좋은 분을 상관으로 모시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
곽문이 빙긋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대로일세. 내가 알기로도 악충보의 이소저는 남자 이상 가는 기개와 호탕한 성격을 지닌 분이시니. 어리실 때부터 그랬는데, 악충보의 따님이라고 한 번도 자신을 자랑하신 적이 없고, 아랫사람들을 무시하신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네. 특히 수하라 해도 남자들의 자존심을 크게 생각해 주기까지 한다는 소문이 있지. 이로 인해 악충보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그야말로 무림 여걸 중에서 으뜸인 분일세. 그런 분을 상전으로 만났다는 것은 실로 큰 행운이라 봐야 하는 거지.”
곽문 역시 친구들과 함께 악충보로 가고 있었다.
까닭은 오십 리라는 거리 때문이었는데, 모처럼 휴일이라고 집으로 온 친구들을 걸어서 돌아가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가게 하기 위함으로 곽영과 함께 한 말을 탔고, 좀 힘들어도 악충보까지 마중해 준 후 다시 말을 끌고 둔촌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만한 분이라면 여자라 해도 윗분으로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솔직히 난 색왕녀가 더 좋은데.”
“하하하!”
임백호가 또 농담을 했고, 친구들이 웃는 속에 전소가 눈치를 살피며 물어 왔다.
“막 형은 정말 이 년만 지내다 가려고?”
싱글벙글, 추룡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 사실은 무과를 치르려고 왔었거든. 그런데 치기 녀석들 때문에 기간을 놓친 걸세. 경험도 쌓을 겸 지내다가 계획한 길을 가야지. 난 대리사경大理司卿이 되어 보는 게 꿈이라서.”
“우와!”
“꿈 한번 어마어마하게 야무지군?”
순간 친구들의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리사경이라 하면 정삼품의 벼슬. 나라의 법을 총괄하는 곳이 형부刑部라 하면 그 법을 집행하는 곳이 대리사였고, 대리사경은 그중 문, 무직 내외 법관들의 으뜸으로서 총장에 속하는 신분이었다.
조정에 속해 있으나 법法 자체를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궁실과 상관없이 따로 떨어져 개봉부開封府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만민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전소의 눈이 반짝이며 다소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흠…… 끝까지 같이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 정도로 꿈을 지녔다니 그러자 할 수도 없군?”
“안 어울려! 성격이 무른 막 형이 형부라니, 죄인들 문초라도 제대로 하겠나? 실력은 둘째 치고, 된다 하면 어째 개 작두, 범 작두 할 것 없이 작두들이 모두 녹슬 것 같네! 치우고, 그냥 우리와 함께 지내지?”
문대위, 송민이 실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고, 장청 역시 웃으며 이마를 갸웃했다.
“글쎄, 내 생각에도. 어쨌건 아직도 이 년 후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일인데 벌써부터 이런 것 저런 것 신경 쓸 필요가 뭐겠어? 간다 해도 아주 가는 것도 아닌 데다 개봉이라야 여기서 얼마나 된다고. 뜻이 있다면 가는 거야! 친구 덕에 우리도 위세 좀 부려 보세!”
사실이었다. 그대로 이 년이란 기간은 짧지 않았다.
별문제 없이 무관 시험을 치르리라 생각하고 남평을 출발했던 추룡이 엉뚱하게 여기에 와 있듯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세상일인데 이 년 후에는 또 무슨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하! 듣고 보니 그렇군! 가! 가! 덕분에 대리사경 친구 한번 둬 보게!”
친구들은 웃었고, 오래잖아 눈앞에 악충보의 웅장한 정경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장엄하게 떨어지는 황산의 노을을 받으며 우뚝 솟은 향용의 보루.
정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이야기대로라면 추룡과 친구들은 이제 이 악충보에서 이 년간 우정을 엮어 갈 것이었다.
그리고 묘하게 항주의 인연이 얽혀 추가된 또 한 사람, 그 좋다는(?) 천하의 색왕녀 악벽강과 함께.
비록 가진 것 없이 말단 무사로 출발하지만 평범하면서도 좋은 성격들하고, 조금쯤은 앞날을 기대해 볼 만한 친구들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한데 같은 즈음.
말이 씨가 되는 것일까?
추룡이 떠나온 곳, 건구현의 단아한 세 동의 토루 집.
실로 뜻하지 않은 일은 바로 이곳에서 빚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일세, 친구!”
“헛헛! 대체 이게 얼마 만인가?”
막여사는 실로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로, 그의 이름은 이순문李順雯이라고 했고, 막여사가 대리사에 재임하던 시절 함께 일을 했던 사이였다.
찾아왔을 즈음 막여사는 봉황산의 차 농장에 있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을 정도의 벗.
윤기 도는 붉은 피부에 금삼錦衫을 입은 좋은 모습으로 막여사를 보자 그 역시 크게 기뻐하는 모습으로 일어나 꽉, 서로를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본 지 십 년이 넘었지?”
“헛헛…… 십이 년 만일세! 퇴임 후 처음이니까. 그간 어찌 지냈는가?”
막여사는 반갑게 웃으며 옛 벗을 대했다.
“세월을 벗 삼아 한가하게 지내고 있네. 차 밭을 가꾸면서. 가끔 바람에 실려 오는 소문 들었네만, 자넨 승승장구하고 있다더군? 드디어 만호소萬戶所가 되셨다고?”
이순문은 빙그레 웃음 지었다.
“없는 실력에 부끄럽지만 그렇게 되었네. 원래는 자네가 올랐어야 하는 자리인데 말일세. 해흥海興, 천중天衆, 모두가 자네를 그리워하고 있네.”
“다들 잘 지내지?”
“좋은 편일세. 해흥은 형주 안찰부按察府를 맡고 있고, 천중은 연안延安에 가 있네.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 도찰원으로 오면 회포를 푸네. 유독 자네만 빠져 있는 셈일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질문했다.
“한데 그 보물 같은 아들은 어디에 있나? 떠날 당시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인가 했으니 지금쯤 청년이 되었을 텐데 어째 보이질 않는군?”
막여사는 빙긋이 웃으며 삼갔다.
“추룡이 말이로군. 올해로 스물한 살일세. 무얼 하는지 늘 바쁘게 돌아다니는 아이일세. 얼굴 보기가 힘들지.”
“아주버님.”
“어이쿠, 제수님께서 손수……!”
장완옥이 환한 모습으로 차 쟁반을 내왔고, 이순문은 또한 웃는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차 쟁반을 받은 후 그녀가 나가기를 기다려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를 닮았으면 실력이 여간이 아닐 텐데 설마 아들까지 촌아이로 키우지는 않았을 테고, 출사出仕는 안 시키나?”
출사.
막여사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또한 계속 삼갔다.
“글쎄, 뜻이 있으면 언젠가는 하겠지. 워낙 노는 데만 신경이 팔려 있어서 생각이 없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