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염왕녀 악벽강 (2)
따라서 베려면 창수가 창을 놀리는 속도보다 더 빨리 측면으로 비켜 안으로 들어가며 창대를 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이런 속도라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는 것.
임백호가 정색을 하며 다시 질문했다.
“농담이 아닌 다음에야 몰라서 막 형이 이런 소리를 할 리는 없고, 혹시 방법 같은 게 있나?”
친구들이 웃자 함께 어색하게 웃으며 추룡은 대답했다.
“창의 고수를 만나지 않길 원해야겠지만 일단 전장에서 창은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니까. 아버님께 들은 것인데, 그럴 경우라면 노력이 필요하네. 창대를 잡아야 한다는 거야. 한자방이 보여 준 동작에서 답이 나오는 걸세. 부교관이 찌르는 순간 그 친구는 검으로 창대를 따라 파고들어 갔는데, 상대가 대처할 방법이 있다 하면 적을 보지 말고 창대부터 잡은 후 쳐야 한다는 말이지. 손이 답일세.”
“금나수擒拿手를 말하는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인데?”
추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기도 하지. 파고들기조차 어려운 것이니까. 그래도 그 수법밖에 없네. 접근해도 당한다 생각할 것 같으면 달리 도리가 없으니. 평소에 많은 연습을 해야 할 거야. 마침 우리가 창법을 배우고 있고 수효도 되니까 뭐라도 잠깐씩 해 보세.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살아남는 것 아니겠나?”
분명했다. 도망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살아야 이기는 것이기도 하다.
사투에서 목숨을 지키는 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만큼 쉬운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은 곧 이해했다.
“그 방법밖에 없다면야. 검과 함께 수련해 보기로 하세.”
“햐! 해야 할 게 정말 많군. 칠우검七友劍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데.”
소금검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소금검법이라 했지만 마침내 수법들이 정리된 지금 일곱 친구의 우정을 기려 칠우검이라 이름 지은 것. 하지만 수련할 시간이 없었다.
일반 문인들은 비번일 경우 일과 후에도 외출이 가능하고 연무장에서 자유롭게 개인 수련도 가능했지만, 신입들은 석 달 내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대광장에서 악충보의 무예를 수련해야 했고, 휴일 외에는 바깥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잠자기 전까지 숙사 주위에서 해도 되긴 하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 엉뚱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석 달이니까 곧 지나가겠지. 지금은 배우는 것에만 열중하세.”
“갑자기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친구들은 코가 빠진 채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적낭자야!”
히힝!
그래도 한 달 만의 귀가歸家.
집과 가족은 좋은 것일 수밖에 없었다.
둔촌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쏜살같이 각자의 집으로 달려갔고, 추룡은 곽영의 집 텃밭에 새로 지어진 축사로 달려갔다.
곽문이 잘 돌보았던지 적낭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있었는데, 추룡을 보자 곧 좋다고 달려와 얼굴을 비비는 등 애정을 표시해 보였다.
추룡 역시 적낭자의 목을 쓰다듬는 등 기쁜 마음이 되었고.
이런 모습을 보며 곽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자네를 주인으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군. 자네가 간 사이 매우 우울해 보이는 기색이었네.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거든. 도적들에게 당한 바가 있어서인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경계심도 심하고, 아무도 태우지 않으려고도 해. 전마戰馬로 쓸 생각인가?”
전장에 타고 나가는 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추룡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싸움터에서 수시로 죽고 다치는 게 말인데, 적낭자는 평소에만 타려 합니다. 전마는 악충보에 있을 테니까요.”
어느 사람에게나 처음 키우거나 소유하는 동물은 가장 사랑스러운 법이었다. 추룡에게 있어서 적낭자는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고.
전장에서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말인들 빗발치듯 한 화살과 창칼이 번뜩이는 전장에 끌려 나가 달리고 싶을 리가 없다.
“잘 생각했네. 너무 예쁜 말이라 험하게 굴린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아까워.”
“잠시 달려 보고 오겠습니다.”
추룡은 싱글벙글 웃으며 오랜만에 안장을 올리고 적낭자에 탔다.
“가자, 적낭자!”
히히히힝……!
신이 난 듯 적낭자 역시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넓은 마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태우지 않으려 했다면 텃밭규모의 좁은 축사에서 자신도 갑갑했을 것이다.
유월의 벌판, 붉은 갈기를 나부끼며 추룡을 태운 채 달리는 모습이 변함없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데 추룡이 막 촌락을 벗어나 전소의 집이 있는 둔계屯谿의 장엄한 계곡 쪽으로 들어갈 무렵이었다.
“하!”
두두두두두!
홀연 추룡의 뒤쪽에서 별안간 또 다른 누군가의 급촉한 말굽 소리가 울려 왔다.
이에 추룡은 달리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저만치 둔촌 쪽에서 백의 경장에 깊숙이 죽립을 눌러쓴 채 면사로 얼굴을 가린 기사騎士 하나가 치달려 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소 호리호리한 모습, 허리에 장검을 두르고 있었고 또한 타고 있는 말이 보통의 준마가 아닌 듯 건장한 체장에 속도 역시 대단히 빨랐다.
아무래도 자신을 보고 달려오는 것 같아 추룡은 호승심이 일어나 툭, 가볍게 박차를 가했다.
“가 보자, 적낭자!”
콰두두두두두!
순간 적낭자의 움직임이 붉은 섬광으로 화했다.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찰나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뒤의 인물은 삽시간에 처지기 시작했다. 그의 말 역시 상당한 준마 같았지만 워낙 적낭자가 폭발적인 질주력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하……!”
추룡은 달리며 자신도 모르게 대소를 터뜨렸다. 동급 최강. 내가 아끼는 말이 타에 비해 월등한 속도를 지녔다는 것은 더할 데 없이 기분 좋은 일임이 틀림없는 것이었다.
늦다 해도 상관없이 최대의 속도로 질주한다는 것은 통쾌한 일일 수밖에 없었고.
한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뒤따라오는 인물이 속도를 겨루어 보고자 오는 것이라면 처지기 시작하면서 곧 포기해야 할 것이었는데, 멀리에서도 계속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상관없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일 수 있었다.
추룡은 곧 적낭자의 속도를 줄이며 길 가장자리로 비켰다. 구태여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한데 잠시 후였다.
넓지도 않은 길 가운데에서 정말 난데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아아앗!”
쉭쉭쉭!
“흡……!”
뒤의 인물은 계속 치달려왔는데, 가까이 다가오자 그 역시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그야말로 뜻밖이라 할 정도로 충돌할 듯 적낭자 옆으로 말을 밀어붙이며 번개같이 추룡에게 쌍장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추룡으로서는 봉변도 이런 봉변이 없었다.
누구와 생전 원수를 진 일도 없는 상황에 느닷없이 공격을 받은 것이니. 지나가라고 길까지 비켜 주지 않았던가.
두두두……!
어쨌건 속도는 줄였다 해도 달리는 상태, 자칫하면 적낭자가 위험했다. 상대는 거칠게 말을 밀어붙여 오고 있었고, 여차하면 적낭자를 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무슨 짓이오!”
히히히힝!
이에 추룡은 급히 몸을 숙여 연거푸 날아드는 손을 피하며 적낭자의 고삐를 당겨 세운 후 휙,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후웅!
그러자 백의인 역시 지체 없이 마상에서 뛰어내렸다.
“하압!”
“헛……!”
파파파파팡!
그것도 그냥 뛰어내린 게 아니라 정확히 추룡을 보고 안장을 차고 도약해 내리며 원앙퇴鴛鴦腿! 허공에서 연거푸 대여섯 차례나 차기를 하며 내려선 것이었다.
말이 쉬울 뿐 섬전 같은 발놀림으로, 여간한 인물로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법인 것이었다.
강도强度 역시 여간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추룡 또한 급급히 쌍장을 번개같이 뻗어 내어 연거푸 날아드는 발길질을 막았는데, 힘이라면 그 역시 자신이 있다 할 정도였지만 막아 낸 손목이 뻐근할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백의인은 여기에서조차 멈추지 않았다.
“하아아압!”
쉬쉬쉬쉭!
“……!”
추룡이 원앙퇴를 막아 냄과 함께 내려서자마자 즉각 연속 공격으로 또다시 빗발같이 쌍장을 밀어 쳤고, 이에 추룡이 훅, 몸을 옆으로 젖혀 피하자 위잉, 곧바로 섬전같이 왼발을 꺾어 휘돌려 차기를 감행해 온 것이었다.
이에 추룡이 급히 몸을 낮춰 피하자 휘돌려 차며 내려졌던 발이 다시 역선회를 하며 쉬익, 칼날같이 면전을 스쳐 돌아갔다.
이쯤 되면 분명 보통의 고수가 아닌 것이었다. 그야말로 몸을 자유자재로 놀릴 뿐만 아니라 모든 공격이 한 줄에 이어져 반격할 여지도 없을 정도인 것이다.
속도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빛살 같았고, 더욱이 그의 장이나 발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윙윙대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막으며 뻐근해졌던 손목이 입증하듯 제대로 맞으면 일격에 고꾸라질 정도로 강력한 힘이 실려 있다는 증거였다.
“하압!”
어쩔 수 없이 추룡은 칼날같이 날아들었던 두 번째 발끝을 피함과 함께 차륜맹전車輪猛轉, 낮춘 자세에서 훙훙훙, 순간적으로 연속 뒤 곤두박질로 오 장 밖으로 물러 나갔다.
“하아아앗!”
“……!”
그러나 백의인은 계속 추룡을 따라붙었다. 틈을 주지 않고 또다시 쉭, 허리를 퉁겨 허공으로 도약! 섬전같이 따라붙으며 대룡파미大龍波尾, 소룡문로小龍門路, 잇달아 돌려 차기, 옆차기를 감행해 벼락같이 추룡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후후후훙!
크게 걸음을 빼 피했더니 순간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번개 같은 쌍장이 연거푸 날아들었고.
말이 쉬울 뿐이지 그야말로 소나기 공격, 추룡으로서는 피하느라 거의 정신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작은 크지 않았다.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번개 같은 끊어 치기를 소나기처럼 퍼부어 오고 있었다.
이쯤 되면 추룡도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압!”
파파파팡!
결국 표정이 굳어져 마찬가지로 빗발같이 쌍장을 밀어내며 정면으로 날아드는 백의인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고수임을 알아보았소! 하나 사람을 공격하려면 이유라도 대야 할 것인데 무슨 짓이오! 계속 이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소!”
하지만 말은 소용없었다.
파파파파파!
빗발 같은 쌍수가 퍼부어지는 속에 찰나 바로 후욱, 무릎이 꺾어 올려지며 급소를 차 왔고, 파팍! 마주 무릎을 꺾어 올려 공격을 차단하는 순간 후웅, 벼락같이 왼 팔꿈치 돌려 치기가 날아드는가 싶더니 또 그 손이 도수刀手로 변해 빛살같이 되돌아가며 턱을 노리는 것이었다.
그러는가 싶더니 훙훙훙, 또 오른 장이 날아들고!
“아, 이 나쁜!”
기어코 추룡도 화가 치밀고 말았다. 이쯤 되면 역시 장난이 아닌 것이다. 한 동작 한 동작 모두에 천 근의 힘이 실려 손발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나는데, 치명적이라 할 급소 치기까지 들어오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크아아압!”
참다못해 결국 반격에 나섰다. 손을 권장으로 바꿔 가며 강력한 지르기에 좌우 치기! 일 차에 철퇴 같은 정권으로 안면을 격타해 나간 후 상대가 슬쩍 피하는 사이 번개같이 손을 장으로 바꿔 뺨이라도 칠 듯 후후후훙, 빛살같이 좌우로 흔들어 낸 것이었다.
“……!”
일격에 나무둥치까지 파여 들어가는 그의 주먹! 무엇이건 걸리기만 하면 납작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르기도 흔들기도 모두 섬뜩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하!”
쉬익!
위험성을 깨달은 듯 백의인이 움찔하는 사이 추룡의 왼발이 바깥에서 안으로 원을 그리며 선풍 같은 휘돌려 차기가 감행되었고, 백의인의 허리가 휘청 뒤로 꺾이며 피하는 사이 그 발이 또한 각도脚刀로 화해 상중하上中下, 번개 같은 옆차기로 변하는가 싶더니 위잉, 곧바로 자세가 바꾸어지며 오른발의 옆차기가 감행되었다.
“하아아압!”
더불어 또다시 자세가 돌려지며 연거푸 왼발 옆차기가 백의인의 면전으로 날아들었고.
“하!”
하지만 백의인 역시 마찬가지로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잘 피해 내고 있었다. 한꺼번에 이어진 수차례의 연환각連環脚을 쉭쉭, 허리를 젖히는 등 섬전같이 몸을 좌우로 움직여 피해 내는가 싶더니 바로 땅에 주저앉듯 하며 후왁, 다리를 길게 뻗어 몸을 팽이처럼 휘돌려 발목 걸기로 들어온 것이다.
그야말로 둘 다 모두 선풍 같은 몸놀림에 상상도 못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흐아아압!”
후후후훙!
“……!”
하지만 위험도는 추룡 쪽이 훨씬 더 강한 것 같았다. 회오리 같은 발목 걸기가 들어오자 또한 그는 훌쩍 신형을 허공으로 띄워 올리며 떨어져 내리는 사이 두 발끝으로 창날 같은 오륙 회에 달하는 연속 차기를, 발목 감기를 시도해 온 백의인에게 날려 낸 것이었다. 역시 엄청난 움직임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백의인도 그랬지만 허공에 몸을 띄워 내려서는 사이 이렇게 연거푸 걷어차기를 한다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두 사람이 모두 어렵지도 않게 그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
그대로 용호상박이라 할 만했다.
이런 발길질이 날아오자 백의인 역시 버티지 못했다. 쉬익, 즉각 앉은 자세에서 빛살같이 연거푸 마차 바퀴가 돌아가듯 뒤 곤두로 회전하며 사오 장 밖으로 피해 나간 것이었다.
쿵!
태산압정泰山壓頂! 그사이 어느새 추룡의 손은 장으로 변해 백의인이 앉았던 자리에 내리쳐지고 있었고. 푹, 내리친 장이 손목까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대로 백의인이 있었다면 뼈가 으스러짐과 함께 납작해졌을 장이었다.
“하아아앗!”
그러는 사이 사오 장 밖으로 회전해 나간 백의인은 내려섬과 함께 또다시 재공격에 나서고 있었다. 착지와 함께 발끝으로 땅을 차고 바로 다시 도약해 오며 장으로 땅을 찍은 추룡에게 파파파파! 연속 차기를 감행해 온 것!
“……!”
추룡은 땅에 박힌 손을 축으로 하여 후웅, 크게 원을 그리며 허공을 거꾸로 한 바퀴 회전해 일 장 옆으로 물러섰고, 파파파팡! 그와 함께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추룡이 피해 가자 어느새 따라붙은 백의인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연거푸 쌍수를 날려 폭우 같은 밀어 치기를 해 온 것이다.
“하하하……!”
이쯤 되면 추룡으로서도 기가 막힌다 할 노릇이었다. 실로 쉽게 생각할 정도의 상대가 아닌 것이었다. 어쨌건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폭우 공격을 감행해 오니 또한 쌍장을 번개같이 마주 밀어 치며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백의인 역시 감탄했다는 듯 연거푸 쌍수를 날리며 비로소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역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까닭이 무엇이냐?”
“엣?”
순간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음성! 천만뜻밖에도 그것이 남자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을 아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가 멈칫한 것은 실수였던 것 같았다.
“바보.”
퍽!
“어이쿠!”
바로 그 눈 깜박할 순간에 백의인의 발이 추룡의 정강이를 들입다 걷어찬 것이었다.
“흥!”
이에 추룡은 그만 눈물이 쑥 빠지는 느낌이 되어 껑충, 급히 허리를 퉁겨 이 장여 밖으로 물러섰는데, 다행인지 뭔지 백의인은 더 이상 공격하거나 하지 않았다.
“헛……!”
오히려 제자리에 서서 비로소 죽립과 면사를 벗었는데 순간 죽립 속에서 좌르르 내려지는 삼단 같은 머리채와 함께 추룡의 눈앞에 실로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드러났다.
스물여덟 살, 칼날 같은 검미에 매혹적이다 느껴질 정도로 크고 시원해 보이는 눈, 곧게 솟은 콧날과 붉은 입술! 남자 같은 위엄까지 비치는 멋진 모습의 여인!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항주의 마시에서 본 바로 그 처녀가 아닌가?
전소가 염왕녀 악벽강이라 했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