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소금鹽검법 (4)
워낙 힘이 드는 호흡법이라 노력이 필요했다. 포기하지 않고 일 년만 해도 진기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진기가 곧 생명력이고 정력精力이고 집중력이기도 했다.
익숙해지면 호흡 자체가 길어졌다.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호흡이 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해가 서쪽 봉우리로 뉘엿하게 넘어갈 즈음 나무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충만한 힘이 느껴졌다.
비로소 운동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악충보의 수련 문인들은 종일토록 붉은 허리띠의 호통을 들어 가며 비지땀을 흘리며 수련을 했지만 그로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녹슬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했고 더 나아가려면 시간을 늘려 가며 더욱 노력해야만 했다.
스릉!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았다.
넉 자 반.
서리가 일 듯한 날을 지닌 대장검이었다.
오른손에 잡고 크게 원을 그리며 중中, 배꼽 부근에 칼자루를 두고 왼손으로 살짝 떠받쳤다.
쉭쉭쉭, 직격, 횡격, 몇 차례의 큰 놀림을 보인 후 한순간 눈을 부릅떴다.
“흐아아압!”
쉭!
대갈과 함께 칼끝이 허공을 향해 길게 한 번 수직을 갈랐다.
기세氣勢.
찰나 붉게 떨어지던 해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하늘의 해가 정말 갈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뿐이었다.
나무를 다 한 만큼 이젠 산을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하…… 이제야 오는군! 막 형, 대충 추려 냈어. 임 형과 함께 육합, 칠성검에서 유효하다 싶은 수법들을 골라 봤는데, 괜찮은지 좀 봐 줘.”
열심히 비리를 저지르고 있던 친구들은 추룡이 나타나자 급히 서둘러 종일토록 쑥덕공론을 하면서 서로의 무예를 보이고 뽑아낸 수법들을 선보였다.
최소한 칼끝이 몸을 비켜 돌아가는 일은 없을 정도의 수법들이었다.
“어, 진짜 좋은데? 훌륭하네! 잘 연결시켜서 하나로 묶어 기본으로 하지?”
“사부님이 좀 도와줘!”
“나야 무슨 실력이 있다고.”
나무꾼에서 벗어나면 언제나 싱글벙글, 멀대같이 웃는 싱겁기만 해 보이는 추룡이었다.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는 뙤약볕.
“중대한 교육이다! 지난 이십여 일, 지도에 따라 무왕검을 잘 수련해 온 점에 치하한다만, 정작 주의해야 할 것은 지금부터 배우게 될 붕거창법鵬擧槍法이다! 우리 악충보는 전통적으로 창법에 강하다! 알고 왔겠지만 악가창법은 상당히 알려져 있고, 악충보에서 창법은 모든 무예에 우선한다. 중원의 무예가 창의 문화임을 알고 보면 창봉의 위력을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부교관의 시범이 있겠다!”
새로운 수련이 시작되었다.
악충보의 절기인 붕거창법.
악비 장군 이후 지속적으로 명성을 떨쳐 왔지만 예로부터 탕음 악가의 창법은 천하에 유명했다. 일반 무림뿐 아니라 군, 관부에서도 으뜸으로 쳐줄 정도로 위력적이라 할 창법.
소림의 나한곤법이 사 무림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하면 탕음 악가창법은 군, 관부에서 으뜸으로 쳤던 것이다.
그리고 중원의 무예는 그대로 창의 문화였다. 권장법이 크게 발전해 있고, 검법 역시 수월찮게 발전해 있으나 보다 더 발전한 것이 창법이었다.
까닭은 중원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이기 때문인데, 권장과 검의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백병전이 이뤄지는 전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창이었다.
극, 과, 분, 언월, 사모 등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었고 수법도 다양하며, 장수들은 십중팔구가 거병에 속하는 장창을 썼고, 군병들 역시 모두가 창을 소유했다.
검은 창의 격돌 이후 거의 보조 수단같이 사용되었는데, 일 촌一寸이 길면 일 촌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무사들이 검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는 환도나 박도 등 무지해 보이는 도刀의 연장 역시 창이었고, 이 병기들에 자루만 길게 하면 언월도 같은 거병이 되었다. 아예 시작부터 소지하기 간편하게 중간 크기로 절충해 사용하는 장창보다는 짧고, 도보다는 자루를 길게 하여 사용하는 쌍수도雙手刀까지 있었다.
오래잖아 모두의 앞에 네 명의 붉은 허리띠들이 수련용 봉棒을 들고 일렬횡대로 나섰다.
“시작.”
“하아아압!”
촤ㄱ-!
주교관의 호령과 함께 붉은 허리띠들은 일제히 호흡을 맞춰 똑같이 붕거창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똑같이 봉을 오른손에 잡고 곧게 세워 나와 호령과 함께 바로 앞 찌르기로 시작, 치고 달리고 휘돌리고, 후려치고, 미끄러지며 찌르고, 앞 곤두, 뒤 곤두, 연거푸 몸을 뒤집으며 붕거창법의 온갖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식은 대단히 활기찼으며 공격의 반경이 검술에 비할 바 아니게 넓었다. 압권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수식을 지나 자유 휘돌리기가 시작되면서부터였는데, 이때부터 네 사람의 봉은 살아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 있는 양 웅웅거리며 상하좌우, 허리를 타고 감고 돌아가는 등 도약과 함께 발아래로까지 휘돌아 가는 봉의 움직임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번뜩였다. 얼마나 휘돌아 가는 속도가 빠른지 봉 대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지경.
한 사람도 아닌 네 사람이 똑같이 한 동작에 맞춰 빛살같이 번뜩이며 창법을 전개하는 형상이 거의 환상에 가깝다.
“와아!”
오래잖아 신입들의 입에서 일제히 경탄성이 터져 나왔고, 추룡조차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검의 술법과는 또 다른 기술, 한눈에 붕거창법의 위험성을 깨달은 것이었다.
‘절기로군!’
그가 깨달은 위험성은 화려하다시피 활기찬 움직임이라거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돌아가는 섬전 같은 휘돌리기 등이 아니라 더 전에 보인 기본 수식, 그중 특이하다 싶은 짧게 찌르기였다.
붉은 허리띠들의 시범이 끝나자 곧 다시 주교관이 눈을 번뜩이며 말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붕거창법의 활용도에 대해 시범을 보이겠다. 창법과 겨루어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창이 길므로 검으로 상대할 시 파고들어 가하는 공격에 약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짧은 검으로 장병長兵인 창을 잡은 상대를 제압하려면 안으로 파고들어 가야 하니. 하지만 말이 쉬울 뿐, 그렇게 한다는 것은 실로 용이하지가 않다! 드물다 할 만치 신, 보법에 탁월한 고수가 아닌 한, 창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기란 실로 쉽지가 않을뿐더러 붕거창법의 강점은 근접전에서도 강하다는 점이다! 무예는 경험이 중요하다! 패할지라도 겪어 본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니 붕거창법과 겨루어 볼 사람은 손들어 봐라!”
아무도 섣불리 손을 들지 않았다.
무왕검을 수련할 때에만 해도 지명받은 주승열이 형편없이 붉은 허리띠에게 당했던 만큼 더 강하다는 붕거창법에 맞서 해 보겠소 할 사람이 선뜻 있기 쉽지가 않은 것이었다. 더욱이 상대가 부교관인 만큼 이겨도 뒷일이 껄끄럽다.
한데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을 것 같았던 신입 문인들 중에서 손을 드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호번 일! 한자방, 가르침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
“와아아……!”
순간 신입들의 입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워낙 큰소리를 치므로 붉은 허리띠들에게 사실 조금 주눅이 들어 있던 것이 신입들이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을 줄 알았던 자신들 속에서 용감무쌍하게 도전한 사람이 나왔던 것이니.
더욱이 호번 일! 이는 어쩌면 신입들의 자존심일 수도 있었다.
한자방! 그가 바로 입문 시험에서 장원을 한 청년으로서 이번 기 신입들 중 가장 강한 기예를 지닌 청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청을 받겠다 한 주교관까지 멈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잠시.
“앞으로.”
교관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신청을 받아들였고, 신입들 중 육 척의 키에 정광이 번뜩이는 부리부리한 호안, 송충이처럼 짙은 눈썹을 가진 각진 얼굴의 청년 하나가 목검을 든 채 모두의 앞으로 나섰다.
“와아아!”
“휘익!”
“잘해라, 한자방!”
순간 신입들은 다시 환호했다. 신입 일단, 호번 일, 베기 이 회, 던지기 삼 회 등, 임백호를 제치고 장원에 올라선 고수급 신입.
붉은 허리띠들도 만만하게 생각할 신입이 아닌 셈이다.
나서자 한자방은 곧 목검을 거꾸로 잡고 손을 보아 교관에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호번 일, 한자방! 십육 초 공동�R?의 자전검紫電劍으로 부교관님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훙훙훙훙! 멋지게 목검을 휘두르며 모두의 앞에서 공동파의 절기라 할 수 있는 자전검법의 검무를 선보였다. 논검論劍의 예의로서 이런 검을 쓰는 것이니 보아 두시라는 의미인 셈이었다.
앞서 부교관들이 창법을 선보였고 대결이 아닌 논검의 성격인 비무인 것이었으므로 특기라 할 기술을 아랫사람으로서 선보인 것.
“와아……!”
짝짝짝!
갈채가 일어나는 가운데 이에 붉은 허리띠 중 하나가 마주 나와 또한 봉을 휘저으며 마찬가지로 함께 봉무를 추었다.
미루어 한자방은 공동파의 속가인 느낌이었는데 천하에 명성 높은 칠대문파 중 하나인 곳, 또한 진 중원의 대명을 떨치는 악충보.
신분의 고하를 떠나 그대로 명문이라 할 곳의 무인들이 예의를 함께 갖춘 것이었다.
“준비!”
주교관 역시 두 사람의 검무, 봉무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잠시 후 의식을 마친 두 사람을 대결 선상으로 끌어올렸다.
한데 한자방의 거리 간격이 놀라웠다.
일 장 반! 뜻밖에도 붉은 허리띠에 맞서 그가 일 장 반의 간격을 선택했던 것이다. 추룡과 겨룰 당시 장청 역시 접근하기 꺼려했던 간격으로, 대단히 위험한 거리였다. 상대가 든 것이 검이 아닌 봉임을 알고 보면 코를 맞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자세는 중.
“저 친구……?”
“흠……!”
모두의 표정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고, 추룡 역시 신중한 표정이 되어 한자방과 마주 선 붉은 허리띠를 응시했다.
붉은 허리띠의 자세 역시 매우 독특하다 싶었다. 시범을 보일 때는 일반의 창처럼 기수식을 전개했으나 마주 서자 팔상八象,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하여 왼발을 앞으로 놓고 창대를 어깨선에 맞춰 똑바로 앞으로, 왼손으로 가볍게 봉의 삼분의 일 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 끝을 잡은 채 평으로 한자방의 목을 겨눈 그런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창법이 상대와 맞설 때 중단에서 위로 겨눔을 알고 보면 지극히 특이하다 아니할 수 없는 자세였다.
봉을 잡은 오른손의 위치 역시 매우 특이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완전히 끝 부분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작!”
기묘한 자세에 한자방 역시 다소 의아한 기색이 되었지만 그러나 바로 신호는 떨어졌다. 두 사람이 자세를 잡자 교관은 바로 비무 시작을 알렸고, 곧 대결이 시작되었다.
풍차처럼 휘돌아 가는 봉과 빗발같이 허공을 가르는 검의 대결이 시작될 듯한 그런.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모두가, 시작되면 굉장한 접전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이 모두 서두르지 않은 것이다.
일 차에 한자방은 처음 대하는 악가창의 수법을 경계하기 때문이라 쳐도 붉은 허리띠 역시 전혀 서두르거나 하는 눈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희한하게도 검, 봉이 다름에도 같은 검을 들고 마주 선 듯 한자방의 자세를 빠짐없이 번뜩이는 눈으로 주시하며 어깨선에 맞춰 수평으로 봉을 겨눈 채 미동치 않았던 것이다.
흡사 공격할 테면 얼마든지 공격해 보라는 듯한 형상.
어쩔 수 없이 한자방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 장 반의 거리라 해도 짧은 검으로는 상대를 칠 수 없고, 승부를 내려면 안으로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붉은 허리띠가 취하고 있는 자세도 상당히 기묘하고, 선뜻 공격해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겠다 싶었던지 일 차에 경계의 기색을 띤 채 천천히 붉은 허리띠를 중심으로 두고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흡사 추룡을 상대할 당시 경계한 장청이 그러했듯이.
붉은 허리띠의 움직임 역시 또한 뜻밖이다 싶었다. 장거리에 유리한 긴 봉을 들었음에도 역시 서두르지 않고 추룡이 그랬듯이 조금씩 발을 움직여 계속 같은 자세로 한자방을 겨냥만 하고 있었던 것.
다만, 검과 봉의 수법이 달라서인지 어깨너비로 벌어진 팔상八象의 기마 자세라 발을 움직이는 폭이 추룡보다 넓은 편이라는 점뿐이었다. 붙인 발과 달리 중심축이 없어 좀 더 자주 두 발을 움직여야 했던 것.
“하아아압!”
이로 인해 돌아설 때마다 겨눈 긴 봉 끝이 조금씩 흔들리며 유격을 보이곤 했는데, 한자방이 이 점을 간파한 것 같았다.
서서히 원을 그리며 돌던 것에서 한순간 바람같이 휙, 측면으로 돌아가며 대갈과 함께 안으로 훅, 파고들었던 것이다.
“하-!”
쉭쉭쉭!
“흡……!”
“오……!”
하지만 그는 뜻밖에 사정거리까지 파고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파악한 바도 그렇고 섬전같이 움직인 속도도 그렇고 분명히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도 그러지 못했고 오히려 곧 바로 위험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기묘하다 싶은 자세로 겨냥하고 있던 봉의 끝!
한자방이 바람같이 측면으로 돈다 싶은 순간 붉은 허리띠의 허리가 더불어 휙 돌아가는가 싶더니 한 찰나 그의 봉이 쉭쉭쉭, 살모사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상중하, 삼 회 찌르기! 삼분의 일에 두고 있던 손을 위에서 아래로 살짝 방향만 바꾸며, 뒷부분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번개같이 놀려 파고드는 한자방을 향해 연속 찌르기를 시도했던 것!
다시 말해 앞에 둔 왼손은 움직이지 않은 채 뒤의 손만 움직여 쉭쉭, 찌르기를 가했던 것이다.
길게 찔러 내지도 않았다.
삼 회가 모두 한 자 반 정도로 뻗어 나가는 찌르기로서 일반과 완전히 다른 찌르기였다. 대체적으로 일반에서 사용하는 창봉법은 양손으로 창을 잡고 두 팔을 모두 움직여 찌르기를 하거나 후려치기를 했는데, 악가창법은 그러지 않고 창끝을 잡은 한 손만을 전후로 움직여 찌르기를 했던 것! 따라서 속도는 대단히 빨랐고, 자세 역시 처음 그대로다.
한 손만으로 뒤 자루의 끝을 잡은 채 연속 찌르기를 함으로써 중심이 전혀 무너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자방으로서는 당연히 안으로 파고들 수가 없다. 휘두르거나 양손으로 찌르는 등의 큰 동작을 보이지 않고, 짧고 가볍게 쉭쉭거리며 봉의 끝이 몸을 노려 온 만큼 치고 들어가려다 말고 급히 몸을 튕겨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붉은 허리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한자방이 물러선다 싶은 순간 이번에는 좀 더 길게 쉭쉭, 뒷손을 움직여 창을 뻗어 내었던 것인데, 형세가 마치 살모사가 물러서는 사람을 따라붙듯 했다.
“하아아압!”
카카카캉!
대응한 한자방의 움직임 역시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경황 중에도 번개같이 목검을 휘둘러 연거푸 봉의 끝을 후려쳐 방향을 틀어 놓고자 했다.
아니라 해도 안으로 파고들 수 없는 상태에 위협적으로 따라붙으며 쏘아지는 봉을 방치할 수는 없었고, 전개하는 것이 창법인 것을 알고 보면 끝에는 시퍼런 창날이 달려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찔리면 바로 끝나는 것이었다.
“하-!”
캉캉캉캉캉!
하지만 한자방은 계속 이리저리 피하며 밀리기만 할 뿐 봉의 방향을 바꿀 수도 없었다. 붉은 허리띠가 계속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짧게 봉 끝을 쏘아 내고 있어 끝 부분만 치게 되는 형상이 되었던 것!
쉭쉭거리며 짧고 빠르게 전, 후진하는 창날, 일방의 창봉처럼 힘 있게 두 손으로 잡고 찌른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쏘아 올 때마다 끝만 후려치게 될 뿐, 특별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건 그대로 계속 밀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거리를 둔 채 계속 위협적으로 쉭쉭거리며 독사 같은 창(봉)을 뻗어 오고 있는데, 이 상태라면 계속 쫓겨야 한다는 뜻밖에 아닌 것이었다. 깨끗한 광장인 만큼 걸릴 것은 없지만 일반의 장소로서 뒤에 막히는 무엇이 있다거나 발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다면 쫓기다 당한다는 뜻밖에 아닌 것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