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14화 (14/150)

# 14

향용입문鄕勇入門 (4)

“하나, 미리 알아 둬야 할 것은 이 무왕검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칭만 그러한 것일 뿐, 악충보의 전통이 그러하듯 군부의 십팔반무예를 인용한 것이니! 따라서 어쩌면 앞서 명성 높은 검술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천하의 어떤 무예도 최강最强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공증된 것은 칠대문파의 기예지만 더러 보면 헛소문도 많이 떠돈다! 어디에 무슨 비급이 있어 얻기만 하면 무적이 된다 하는 그런! 하지만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신선이 남긴 비급이라도 얻자마자 바로 고수가 되는 멍청한 일은 없는 것이다!”

얻기만 하면 단숨에 고수가 되는 절세 비급.

“무예는 오로지 피와 땀이다! 특별한 술수를 배우지 않아도 피나는 노력을 하면 어느 방면으로건 고수가 되는 것이 무예이다! 노력이 스스로 절기를 이루어 내기 때문이다! 소림, 무당 등 칠대문파의 무예 역시 노력의 소산인 것이다!”

칠대문파의 무예 역시 노력의 소산.

“예를 들어, 소림 무예가 달마대사에서 시작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천축 향지국의 왕자였던 대사께서 중원으로 건너와 소림사로 들어감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대사께서는 출가 전에 천축의 크샤트리아 신분, 즉 무사의 신분으로서 무예를 수련했고, 나라지각那羅之角을 배우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축의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기파耆婆의 의술을 인용한 경맥비공經脈秘功이 그것으로, 인체人體의 급소와 혈맥에 관한 부분을 무예에 인용, 요혈을 쳐 적을 제압하는 무예를 중원으로 가져와 소림에 남긴 것이다!”

나라지각, 소림무예의 기원.

“그 전까지는 중원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사께서 위대하시지만, 시작도 끝도 대사는 아니셨다. 가지고 오셨으되 천축에서 시작되었고, 남겼으되 이를 완성시키고 꽃피운 것은 이후의 고승들이기 때문이다! 조사가 남긴 무예를 부단히 갈고닦아 발전시켜 온 후인들의 노력이 오늘날의 소림 기예를 이룬 것이지! 하지만 역시 절대적인 수법이란 없다! 인체가 동작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 동작의 한계.

“그로 인해 작금에 이르러 천하의 무예는 평준화까지 되었다! 도처에서 좋은 수법들이 등장함으로써 나머지 방파나 인물들 역시 뒤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받아들이고 노력하여 수준들이 거의 대동소이해진 것이다. 달마대사께서 가져오신 경맥 비공 역시 지금에 와서는 비공이 아닌 것이다! 어지간한 무사라면 누구나 다 요혈과 급소를 알고 공격과 방어를 하므로! 따라서 승부는 무조건 피나는 노력과 오성에서 갈라진다! 절기絶技 역시, 무예가 절기가 아니라 노력이 절기다. 노력에서 절기가 나오는 것이니!”

절기.

“다시 말해 절기란 절세 무공이 있어 절기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수법이라도 피나는 노력으로 어느 한 기술을 남들보다 완벽히, 고도로 수련하여 상대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사용하는 게 바로 절기인 것이다! 일러 큰 기술이라고도 한다! 한즉, 시시한 무예라 얕보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여 유사시 한 동작으로 호흡을 맞춰 주기 바란다!”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럼 부교관이 간단히 무왕검의 시범을 보이겠다! 이 중 무당의 검을 배운 사람, 손들어 봐라!”

여러 명이 손을 들었다.

교관은 훑어보더니 그중 한 사람을 지명했다.

“너!”

“옛, 호번 사십육, 주승열!”

“앞으로 나와 부교관과 잠깐 비무를 하기로 한다! 목검을 들어라!”

한쪽에 수련용 목검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고, 주승열이라 한 신입은 우물쭈물 그중 하나를 들고 모두의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또한 붉은 허리띠 하나가 그의 앞으로 나섰는데, 그는 빈손이었다.

“부교관은 십팔반무예의 격기만 사용한다! 최선을 다해라!”

주승열은 의아한 기색을 떠올렸다.

“설마 맨몸으로 하신다는 것입니까?”

나선 부교관은 눈을 번뜩이며 그냥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상관없다. 좋으니까 마음껏 공격해라.”

“시작!”

교관의 신호가 떨어졌으나 주승열은 머뭇거렸다.

빈손인 그를 목검으로 쳐 가기가 뭣했던 것이다.

붉은 허리띠는 이런 그를 재촉했다.

“어서 공격해! 시간 없으니!”

‘아무리 부교관이라 해도 그렇지……!’

주승열은 물론 신입들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멍석은 깔아졌고 피차 호구를 입은 상태, 오자마자 호통을 치며 으르대는 붉은 허리띠들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다.

“흐읍……!”

이에 주승열은 사양하지 않고 이윽고 후웅, 목검을 크게 회전시켜 나선 부교관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한순간.

“하아아압!”

쉬익, 빛살 같은 속도로 앞으로 직진, 훙훙훙, 무서운 속도로 빈손인 부교관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속도는 거의 전광석화.

“터-!”

팍!

“흡……!”

하지만 승부는 우습다시피 너무 쉽게 나 버렸다. 부교관을 공격해 간 주승열이 서너 번이나 검을 휘둘렀을까, 전면에 서서 번개같이 쉭쉭, 좌우로 몸을 놀리며 공세를 피하던 그가 한순간 주승열의 목검이 스치듯 어깨 어름을 비껴가는 사이 그대로 훅, 붙듯이 몸 안쪽으로 파고들며 장掌으로 주승열의 목을 밀어 버린 것이었다.

밀려 주승열이 휘청하는 사이 어느새 본능처럼 훅, 발까지 꺾여 올라갔지만 차지는 않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실전이었다면 주승열은 목을 움켜잡고 뒹굴고 있을 것이었다.

“와……!”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속에 교관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아마도 신입이 방심했던 것 같군! 어쨌건 이런 것이다! 절세 무공의 상식으로 보면 무당검을 배운 쪽이 이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패했는데 까닭은 하나다. 부교관은 백전을 치른 노련함을 가졌고,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요령을 알기 때문인 것이다. 이것이 곧 기술인 것으로 어떤 무예를 얼마나 정확히 수련해 적절히 적을 무너뜨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명성 높은 무예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십팔반무예도 충분히 배울 만할 것이다!”

분명히 그런 점이 있었다.

무예라는 것.

이야기가 나왔듯 호사가들이 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천하에 무슨 무슨 절기가 있는데, 전개하면 일 검에 수십 명이 쓰러지고, 어떤 어떤 비급이 있는데 얻기만 하면 천하제일이 된다더라 하는.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천하에 대단한 절기가 있다 해도 일 검에 쓰러지는 사람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게 물리적인 이치였다. 사이좋게 붙어 서 있는 둘을 치는 수도 있긴 하지만 이런 예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것.

설혹 정말 그런 절정의 수법이 있다고 해도 그러했다. 교관이 말했듯 아무리 천하에서 제일가는 수법을 얻는다 해도 밑도 끝도 없이 한순간에 고수가 될 수는 없었다.

거북이가 토끼로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무수한 시간 동안 수련을 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 이상 많은 시간을 실전 등 경험을 거쳐야 제 위력이 살아났다.

멀쩡히 서서 그냥 맞아 주는 사람 역시 없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언급된 그대로 자신에 맞는 어느 한 수법을 특기라 할 정도로 수련해 남들로 하여금 감당치 못하게 하는 것이 절기인 셈이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일확천금은 있어도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절기는 없다는 것.

“쳐!”

“하아압-! 하압!”

교관들의 지도하에 마침내 수련이 시작되었다.

악충보가 십팔반무예를 발전시켰다는 무왕검.

수련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는 또한 각자의 오성에 달린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어느새 제법 따갑게 느껴지는 햇살.

점심 식사를 마친 친구들은 대광장 옆의 한 나무 그늘 아래 편하게 드러눕거나 다리를 펴고 앉았다.

“꽤 힘들군. 호구까지 착용하고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라니. 무왕검법 어떻게 생각해?”

“잘 모르겠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임 형 생각은?”

“크크크……!”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임백호는 바닥에 드러누워 웃음부터 터뜨렸다.

“패전지장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무당검을 배운 친구가 늘씬하게 패했는데. 나도 무당검이잖나?”

“그 친구 너무 방심해서 그랬던 것 아냐? 부교관이 맨손이라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당한 거.”

임백호는 계속 웃었다.

“방심했던 것은 맞아. 너무 쉽게 치고 들어갔어.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해도 당할 수밖에 없네. 무림 방파의 일에 대해서 조금 아는데, 빨간 허리띠들은 원래 실력들이 장난이 아닐세. 싸움에 거의 귀신들이라 봐야 하지. 방파에서 가장 특출한 실력자들이라는 소리일세. 무조건 신입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공식이 나오네. 우리도 실력을 쌓아 들어왔지만 그들도 똑같이 실력을 쌓아 들어왔지. 여기에 밥 먹고 하는 일이 싸우는 일이니 나이만큼 더 실력을 쌓았고, 교관 생활을 하면서 온갖 무예까지 다 경험해 온 귀신들이란 말이야.”

히죽히죽.

“덧붙이자면 그들이 또한 들어올 때 장원 아니면 차석으로 입문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네. 신입들에게 패하는 사람들을 교관으로 할 방파가 있겠나?”

“하하! 그러니까 말로만 무왕검법이지 칠대문파의 무예를 다 꿴다는 거군?”

“당연하지. 온갖 무예를 가진 사람들이 다 오는데. 모르는 무예가 있으면 들들 볶아서라도 알아내거든. 모두가 최하 단주급이야.”

슬그머니 추룡을 보며 질문했다.

“막 형도 이제 그만 털어놔 보지? 물을 때마다 피하던데, 어느 유파인가? 혹시 막 형이 그 대단하다는 절세 비급파 아닌가?”

“하하……!”

다들 웃는 속에 추룡 역시 나무둥치에 편하게 기대앉아 그냥 싱글거렸다.

“뭐, 정확히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쨌건 제일 못하네. 나야말로 진짜 금군무예禁軍武藝니까. 아버지께서 어리실 때 남평 포청의 교두께서 연 도관에서 무예를 배우셨고, 차후 군인까지 되셨거든? 아버지께 배운 건데, 주특기는 대부목참大斧木斬일세. 한 방이면 다 가는 거야.”

“하하하!”

“과연 칠 년이나 나무를 한 초절정의 절기로군!”

농담에 다들 웃었다.

전소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금군무예이면 역시 십반팔무예인데, 무왕검법과 비교해 보니 어떤가? 같은 건가?”

추룡은 성실히 대답해 줬다.

“아니. 많이 달라. 금군무예는 굉장히 정직한 무예라 보면 되네. 특별한 변화도 없고 눈속임이라 할 허초도 없지. 그대로 전투 본능의 무예일세. 치고 들어오면 막고, 피하고, 반격하고 하는 직선적인. 그래서 격검술擊劍術이라고도 하는데, 비교해 무왕검법은 초식과 변화가 많더군.”

임백호가 히죽이 웃었다.

“교관이란 사람들까지 천하 각파의 무예를 꿰고 있을 정도니 당연히 많이 발전시켰겠지. 배울 점이 있던가?”

추룡은 밝게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많네. 나와는 다소 맞지 않지만.”

만난 후 무예에 대해 처음으로 논하는 것, 전소의 눈이 반짝였다.

“맞지 않는다면 어떤?”

추룡은 웃으며 그냥 넘겼다.

“성격이 단순해서 그런지 난 그냥 단순한 게 좋은 것 같아. 원래 있는 십팔반무예의 격검술도 더 단순해지는 게 좋겠다 싶거든? 자네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고. 그냥 그런 생각이야.”

특이한 견해였다.

“흠……!”

전소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기탄없이 이야기해 줘, 막 형. 분명히 해 줄 말이 있지?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우린 괜찮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으니까 정말 해 줘. 오히려 부탁할게.”

“하……!”

확실히 추룡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전소가 멍석을 펴자 비로소 친구들을 보며 말문을 열었다.

“아무리 친구라도 함부로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아무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야기할게. 말한 대로 나는 아버지께 무예를 배웠네. 아버지께서도 군인이셨고, 무예를 배운 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어. 어린 시절에 늘 갑주 등을 입고 말을 타고 다니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정말 멋있었지. 어린 나에게 있어 그 모습은 신神이셨네.”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부친을 보는 어린 소년.

분명히 부친은 그 아이의 신이었을 수 있다. 처음 나오는 추룡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더러 장원의 뒷마당에서 장검을 뽑아 무예를 수련하시는 모습을 뵙기도 했는데, 뵐 때마다 난 완전히 열광했지. 해서 예닐곱 살 때부터 흉내를 내어 나무토막 따위를 들고 곁에서 함께 휘두르곤 했었는데, 그런 내가 귀여웠던지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자세를 바로잡아 주며 해 주신 말씀이 있네. 검이란 휘두르는 게 아니라고, 단순해야 한다고 말일세.”

친구들이 모두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추룡을 향하는 속에 임백호까지 몸을 일으켰다.

“이야기해 주게. 검이 휘두르는 게 아니라면?”

추룡은 다소 멋쩍게 웃으며 곽영을 향했다.

“그럼 간단히. 곽 형, 귀찮겠지만 화산검 말일세, 일 초식만 전개해 줄 수 있겠나?”

“어렵지 않지, 어렵지 않아. 자네가 하라면야.”

임백호도 그렇고 이상하게 친구들은 추룡을 굉장히 신임하는 모습을 보였고, 곽영이 목검을 들고 바로 일어났다.

“육합검법六合劍法이라 하네. 매화검법이라고도 하는데 총 삼십육 초이고 초마다 삼 식의 변화가 있네. 하지만 우리가 배운 건 전 십육 초뿐이야. 진산 제자가 아니면 정수를 모두 전해 주지 않아서.”

후웅, 가볍게 목검을 휘저으며 검무劍舞를 추듯 육합검법을 시전해 보이기 시작했다.

앉는 듯 서며 서는 듯 돌아서고, 휘두르고 치고 찌르는 등 물이 흐르듯 지극히 자연스럽게 몸을 따라 부드럽게 돌아가는 목검.

추룡은 한 초식만 보여 달라 했지만 곽영은 아는 끝까지 시전했으며 조금 시간이 흐르자 주위에는 명성 그대로 매화 꽃잎이 바람에 나부끼듯 한 검영들이 멋지게 일어났다.

빠르게 움직였으면 주위가 완전히 휘두르는 목검의 검영으로 소용돌이를 이루었을 것이다.

“와! 아름답군! 정말 매화검법이란 명칭 그대로야! 육합검법은 전 방위에 거쳐 공방을 이루는 검이로군?”

“맞네. 후식까지 다 배웠으면 정말 좋았을 건데.”

추룡은 손뼉까지 치며 찬사를 토했고 곽영은 잠깐 사이에 시전을 마친 후 친구들과 함께 웃었다.

이런 곽영을 향해 추룡은 웃으며 다시 부탁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앞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한 번만 목검을 휘둘러 봐 주게.”

“적이 있다고 치고?”

곽영은 의아해했지만 그냥 쉭, 한 번 목검을 후려쳤다.

“적이 어떤 자세로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했네.”

친구들은 흥미롭다는 듯 계속 추룡을 향했고, 추룡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멋있었어. 무당과 함께 화산의 검이 일절이라 하더니 확실히 굉장한 것 같아. 그러면 한 가지만 질문하세.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치라고 했을 때 자넨 넉 자가량을 쳤네. 왜 그렇게 쳤나?”

곽영은 눈을 끔벅거렸다. 무엇을 묻는지 알 수 없었다.

“적이 있으니까 친 거지. 베어야 하니까.”

“왜?”

“글쎄, 베어야 하니까?”

“응.”

추룡은 미소 지으며 주위를 살펴 저만치 떨어져 있는 손가락 두 마디 굵기가량 되는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가지고 왔다.

“이게 말일세. 보다시피 나뭇가지인데, 그럼 이번에는 검을 뽑아서 이걸 한번 잘라 보게.”

“……?”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라니 그냥 곽영은 허리에 두르고 있던 검을 뽑아 가볍게 툭, 쳤고 힘없이 나뭇가지는 둘로 잘렸다.

추룡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왜 휘두르지 않았는가?”

다들 아리송한 표정들.

“휘두를 필요가 있어야 말이지. 슬쩍 부딪치기만 해도 베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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