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악충무왕보岳忠武王堡 (5)
이런 자신을 여기에서 탈락시킨다면 그로서도 악충보에 더 이상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면접실로 들어가 접수 번호를 대고 반듯이 부동자세로 섰다.
“접수 번호, 삼천칠백이 번! 전소.”
“응……?”
한데 이날, 여기에서 또 한 번 실로 기가 막히게 우연한 일이 발생했다. 정말 천에 하나도 있기 어려운 일이 생겼던 것인데, 일단 면접관 중에는 첫날 접수를 받았던 구레나룻의 장한이 지금도 한 사람으로 앉아 있었다.
한데 그 외에 전혀 예기치도 못한 또 한 사람! 아는 사람이 더 있었다. 전소가 인사를 하자 구레나룻의 장한을 제외한 나머지 세 면접관의 얼굴에 흠칫, 크게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자네, 키가 몇인가?”
“옛! 다섯 척에 조금 못 미칩니다!”
“허……?”
의아한 기색을 떠올린 것은 역시 전소의 체격 때문인 것 같았다.
일 차 면접을 본 구레나룻의 장한에게로 다들 시선을 옮겼다.
“어찌 된 일입니까? 분명히 다섯 척 반이 기준인 것인데?”
“우리 일 외당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 될 것 같아 시험을 치르게 했던 것일세.”
구레나룻의 장한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추룡의 항의를 받아 전소의 접수를 받아 주게 했던 그. 해 줬지만 규칙에는 벗어난 것이었다. 하나 나름 어떤 계산을 하고 한 일이었던 것으로, 어쨌거나 이 청년은 어려움을 이기고 장하게도 잘 올라왔다.
실제 전소에게 있어서는 여섯 가지의 시험이 오히려 진검으로 사투를 벌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었다.
다섯 척에 못 미치는 키로 다섯 척 반 이상, 육 척에 이르는 수천의 청년들과 체력을 겨룬다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싸움이라면 기술과 요령으로 이긴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것조차 없는 것이니.
덩치 큰 경쟁자들을 상대로 무조건 더 높이 뛰고, 더 빨리 뛰고, 더 많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지만 이것이 열 배나 더 어려운 것이다.
이에 구레나룻의 장한은 어떤 확신을 지닌 듯 전소를 향해 빙긋이 미소 지으며 면접관으로서 뭔가 이야기를 하려 했다.
한데 천에 하나도 있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했듯, 희한치도 않게 그보다 더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있었다.
“내당 근속, 확정!”
“엣……?”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속에, 뭔가 질문조차 하기 전에 더 먼저 전소를 선택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전소도 당황한 일이었고, 구레나룻의 중년인 역시 당황했다. 정말 있기 드문, 황당하다 싶은 사례가 연거푸 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전소 역시 긴장하여 아직 살피지 않았던 일 중 하나로, 다시 말해도 면접관은 넷이었다.
인선을 위해 사 개 당에서 사람이 나와 있었던 것인데, 그중 들어설 때 눈에 잘 안 띄는, 문 쪽에 있는 첫 번째 자리에 전혀 생각 밖의 사람이 면접관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긴 머리채에 서글서글한 눈! 칼날 같은 검미에 당당하다고 해야 할지, 곧게 허리를 편 자세의, 한 청의 여인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적낭자를 찾고자 마시에 갔을 때 일행과 함께 싸웠던 홍의 처녀!
바로 그러했다. 복장은 바뀌었지만 분명히 그녀였다.
완전히 상상을 넘은 일로서 전소조차 놀라 입을 벌렸을 정도였는데,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 않고 확정부터 지은 후 말문을 열었다.
“이름이 전소인가?”
“옛! 그렇습니다.”
놀라긴 했지만 전소는 급히 자세를 다시 바르게 하며 대답했다.
“뜻밖에 여기에서 다시 보는군. 입문을 원하는 것이지?”
“옛! 그렇습니다!”
“안에 셋, 밖에 세 명이었다. 모두가 온 건가?”
“전부 일곱 명입니다! 모두 왔습니다!”
“모두 내당 근속 확정.”
청의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당 인원 모두 차출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아…… 잠깐만 소저!”
이에 모두가 어리둥절해했고, 가장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은 구레나룻의 장한이었는데 급히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 했다.
“번복은 없습니다.”
그러나 홍의 처녀, 지금은 청의 처녀인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반대쪽 문으로 나가 버렸다.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버린 것.
“하……!”
구레나룻의 장한이 기가 찬다는 듯 전소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자네, 소저를 알고 있나?”
도무지 뭐가 뭔지, 전소조차 어리둥절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서둘러 대답했다.
“모릅니다! 그러나 탁본을 뜨려고 항주에 갔을 때 마시馬市에서 잠깐 뵌 적이 있습니다!”
면접관들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마시……? 그러면 말 도둑들과…… 혹시 그게 자네들이었나?”
어떤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거……?”
면접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고, 구레나룻의 중년인은 다시 질문해 왔다.
“일곱 명이라니 누구누구인가? 친구 같던데, 혹시 막이라는 청년도 같이 있었나?”
“옛! 막추룡, 임백호, 저, 곽영, 장청, 문대위, 송민, 일곱 명입니다!”
“허허허……!”
구레나룻 중년인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하필……! 부서 확정되었으니 나가 보게. 친구들에게 면접 필요 없다고 전하고.”
계속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건 이쯤 되면 전소로서도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그분, 면접관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중년인은 거듭 고소와 함께 대답했다.
“악충보의 둘째 소저님이시네.”
향용입문鄕勇入門 (1)
“여…… 염왕녀閻王女 악벽강岳碧崗?”
“그렇다니까? 분명히 둘째 소저라고 했어!”
“맙소사!”
“어쩐지 대단하다 했더니만……!”
친구들 모두의 입이 쩍 벌어졌다.
면접실에서 나온 전소가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인데 역시 상상도 못 했던 일 같았다.
임백호 역시 기가 찬다는 듯 눈을 멀뚱거리고 있었다.
다만 문외한은 추룡뿐이었다.
“대체 왜들 그러는 건가? 우연이긴 하지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자넨 아직 모르는가 보군.”
전소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답했다.
“악 소저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 걸세. 원래 악 보주님에게는 네 분의 자녀가 있는데, 두 분 아드님은 악용岳鏞, 악완소岳完所라고 하네. 지주와 청국에 있는 이삼 외당의 분파주로 나가 있어. 첫째 따님은 악서희岳瑞喜라고 하는데 혼인하셨고. 둘째 따님이 악벽강인데 그분이 바로 마시에서 보았던 분이네.”
“이름이 좀 강해 보이는데?”
장청이 웃었다.
“하하하! 이름뿐 아니라 성격도 엄청난!”
전소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뵙긴 처음이지만 이二소저께서는 워낙 남자 같은 분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무예면 무예, 기질이면 기질, 두 분 오빠들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네. 스물여덟이신데도 남자들이 눈에 차지 않아서 혼인도 안 했고. 모친이 돌아가셔서 보의 살림과 내당을 맡고 계신다 하던데 엄하실뿐더러 안휘 쪽의 악당들에게는 염라왕같이 알려진 분이야. 워낙 고집이 세서 보주님께서도 골치 아파하실 정도라고 소문이 나 있고.”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던데?”
임백호 역시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미인은 원래 나이가 안 들어 보이지. 호북에도 상당히 알려져 있네! 원래 별호는 염왕녀閻王女인데 염왕녀艶王女, 혹은 색왕녀色王女라고도 불리지.”
“색…… 색왕녀?”
“카카카!”
“그러니까 뭐랄까, 다소…… 그래,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네! 남자들을 마음에 두는 법이 없지만 괜찮다 싶은 남자와는 또한 언제든 잠자리를 할 정도로 대담하다는 소문이야.”
“하하!”
모두가 웃는 속에 전소가 고개를 갸웃했다.
“염閻이 염艶과 발음이 비슷해서 아무래도 악당들이 실없는 말을 퍼뜨린 것이라고 봐. 남자 같은 성격에 혼인도 않으실 정도로 눈이 높은 분이 그럴 리는 없다 싶으니까. 어쨌건 마시에는 말을 구하러 오셨던 거야. 인원도 늘고 하여 필요한 만큼. 놈들이 큰 고객이라 한 게 맞는 거지.”
“완전히 우연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던 거군? 자넬 알아본 건가?”
“응, 소저께서 크게 손해를 볼 뻔했던 거지. 거기서 진상태와 전체 계약을 하고 금액을 지불했으면 다 날리셨을 거거든. 대체적으로 향용 방파들은 관과 충돌하기 싫어해서 피하는데, 말 도둑들과 거래했다는 게 알려지면 명망에 좋지 않지. 신세를 갚자는 뜻 같은데 덕분에 전부 내당에서 일하게 된 걸세.”
추룡은 비로소 깨달아지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슬그머니 사라졌던 거군? 어쨌건 좋은 거지?”
송민이 웃었다.
“엄청 좋지! 집도 가깝고 모두 같이 있게 되었으니. 내당 기강이 워낙 세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중앙보다는 파견이 편하겠지만 같이 있으면 어려움도 잘 견딜 거고.”
“아무래도 적낭자가 복덩인 거야!”
전소는 적낭자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흥……!
적낭자는 코를 벌름이며 이런 전소를 잔뜩 째려보았다. 그래도 주인인 추룡이 옆에 있어서인지 특별히 뿌리치지는 않았다.
말이 코끝을 삐쭉이거나 머리를 젓는 것은 경계 신호였다.
임백호가 웃으며 추룡에게 물어 왔다.
“확실히 복마福馬인 것 같은데, 어쨌건 일이 재미있어. 설마 천하에 유명한 염왕녀의 휘하라니! 막 형, 어찌할 텐가? 합격은 했는데, 좀 더 있어 보지 않을 텐가?”
추룡은 멈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임 형은 입문하려고?”
임백호는 싱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문이라기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 경험 삼아 좀 해 보려고. 여비도 떨어졌으니 돌아가야 하는데 가도 특별히 할 일은 없네. 당분간 좀 지내볼까 생각해.”
친구들의 귀가 번쩍 열리는 것 같았다.
“진짜야, 임 형?”
뭘 생각하는지 임백호는 계속 히죽히죽 웃었다.
“사실 뭐, 이런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지 않은가?”
그대로였다. 이 시대 중원에는 일자리가 상당히 귀했다. 정확히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전부라 봐야 했는데, 선비로서 학당을 차리거나 출사하는 일, 농사를 짓는 일, 집을 짓거나 하는 건축 일, 상업을 하는 등이었다. 무인 역시 사에 속했다.
관인이 되거나 무도관을 차리는 게 생계 수단인 셈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나 쉽지가 않았는데, 일단 가진 게 없으면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보편적인 것이 농사와 관련된 것으로 소작을 하거나 하인이 되는 것이었고, 그다음이 점원 생활을 하는 것이었지만 점포 역시 많지 않아 금전을 만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명성이 없으면 무예나 학문이 있어도 도관이나 학당을 세우는 것도 무리였다. 그조차 시작하려면 금전이 있어야 했고.
그 외에 무예로 돈을 버는 법은 비도덕적인 일밖에 없었다. 예를 들자면 추룡만 해도 그러한데, 남평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할 일은 없었다. 적낭자를 팔지 않으면 다시 나무를 하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었다.
“흠……!”
어쨌건 추룡은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접수 후 닷새간 계속 어느 하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했듯 항주에 도착하면서부터 벌어진 일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기이해 돌이켜 보니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임무 같은 게 하나 느껴졌던 것이다.
확인하고자 시험까지 해 봤는데, 기이하게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떤 암시 같은 것이 지속되고 있었다.
밝게 웃으며 전소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그럼. 임 형도 있겠다 하니 당분간 같이하는 것으로. 돌아가도 나 역시 특별히 할 일은 없거든.”
결정!
“이야!”
“하하하! 잘됐어! 막 형까지 같이 있어 준다면 정말 든든하지. 사실 무예로 출세하자면 무장이 되는 것밖에 없는데, 제외하고 악충보는 최고거든? 관에서도 인정하는 지방 무벌로 안정되기까지 한 곳이니까. 정말 기분이 너무 좋네. 적낭자를 복덩이라 했지만 사실은 막 형을 만난 게 행운 같은데. 우린 불합격해도 괜찮다 생각했어. 준마가 다섯 마리거든? 팔아서 돈을 합쳐 점포를 차려도 되고 암말이 두 마리라 이대로 망아지를 쳐도 된단 말이야! 그래서 마음 편하게 시험에 임했는데, 그게 또 득이 된 것 같아!”
“의논했는데 우린 은자를 더 모아서 목장을 할 거야! 형제가 많아서 뭘 먹고 사는가 했는데, 이젠 완전히 안심일세!”
꿈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거 멋있군?”
임백호가 미소 지었다.
“마음을 좋게 써서 하늘이 복을 내린 거지. 어쨌든 이대로 있을 건가? 축하주 한잔 내야 하지 않나?”
“카카카! 이를 말인가? 가세!”
친구들은 웃으며 다시 둔촌으로 달려갔다.
“아버님!”
“허허…… 그래? 다들 입문, 그것도 내당에 있게 되었단 말이지?”
둔촌으로 가 가장 먼저 만난 것은 곽영의 부친이었다. 잠깐 이야기 나왔듯 곽영의 부친은 밭일을 하면서 짬짬이 사냥을 했는데, 젊었을 때 화산파의 무예를 배운 바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이렇다 할 방파에 입문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 주저앉은 인물이었다.
실없이 떠도는 인물들에 비해 백배나 건실한 인물.
이름은 곽문郭文이었다.
“잘되었군. 열심히들 하더니만. 성공들 해야지. 특히 전소는 잘될 거야. 체격 때문에 걱정했는데 마침내 제대로 길을 잡아 들어섰으니.”
친구들에게 무예를 가르친 스승이기도 했다.
“아버님 덕분입니다! 출세해서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나이 든 사냥꾼의 모습 그대로 곽문은 흡족하게 웃었다.
“나야 뭐, 한 일이 있다고. 그래, 말들을 돌봐 달라고?”
“송구스럽지만……. 입문하면 수련 기간도 있고, 그곳 말을 타야 하거든요. 은자를 모아서 임야를 마련하고 목장을 할 생각입니다.”
곽문은 흥겨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좋지. 보니 전부 좋은 준마던데. 특히 적낭자? 그 말은 기가 막히더군. 그럼 텃밭에 축사를 만들고 힘 좀 쓰는 친구들과 함께 돌보도록 하지. 나도 목장주가 되는 거지?”
“하하! 여부가 있으려고요. 첫 망아지는 무조건 아버님께 드리겠습니다.”
“허허…… 듣기만 해도 기분 좋군.”
임백호도 웃었다.
“제 말도 암컷입니다. 일곱 마리 중에 네 마리가 암컷인 셈입니다.”
곽문은 웃으며 추룡을 향했다.
“자네들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예사의 실력이 아닌 느낌에 여간한 집안의 자제 같지 않은데…… 우리 영이가 이런 친구들을 만났다니 정말 행운인 것 같네. 모쪼록 잘 좀 부탁함세.”
“오히려 저희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안심이 되네. 나야 재질이 부족해서 사냥꾼으로 주저앉았지만, 모쪼록 다들 대명도 날리고 성공들 해.”
“넵!”
일이 차곡차곡 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 악충보에 입문해도 개인의 말을 끌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굳이 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때부터는 뒤섞여 아무나 타게 되는 것이었다. 간부들의 말이라면 모르겠지만.
짙푸른 오월의 하늘.
황산의 계곡에 화사하게 봄꽃들이 만개한 속에 친구들은 악충보로 들어갔다.
이윽고 향용으로 불리는 무림 방파의 무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것이었다.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유수한 영웅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말단 무사로.
그래도 모두의 가슴은 설레었다. 오랜 노력 끝에 어려운 경쟁을 뚫고 무림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마음이 너무나 벅찬 것이었다.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악충보라는 대명이 쟁쟁한 명문 정파의 무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들어가서 바로 무사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석 달이라는 수련 기간을 거쳐야 했다. 천하의 어느 방파나 특기라 할 용진술이라거나 검진 등, 적에 맞서 싸우는 기예들이 있어 이를 습득해야 하고, 더러는 그 이상의 창검술 등을 가르치는 곳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