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10화 (10/150)

# 10

악충무왕보岳忠武王堡 (4)

“여간한 집안의 공자님들이 아니신 것 같은데 대접할 것이 없어서……!”

“어이쿠! 감사히 먹겠습니다!”

전소의 조부님이 푹 익은 머루주에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산채 나물을 가지고 왔고 추룡, 임백호, 전소는 웃으며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향 좋다! 조부님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시군? 나물 역시 주루 음식 저리 가라일세.”

“어, 약손이시기도 하셔. 배앓이 같은 건 슬슬 쓰다듬어만 주셔도 그냥! 쭉 들이켜게.”

“엇! 자네들끼리만 벌이기 있나? 기다렸어야지!”

오래잖아 장청 등이 저마다 손에 안주거리와 술 항아리 등을 들고 다시 우르르 몰려왔다.

“아, 조부님께서 한 상 차려 주셔서.”

“으아악! 이건 직접 담그신 머루주인데? 우리한테도 안 주는 걸 내놓으시다니? 차별이 심하다!”

갈수록 십년지기처럼 정이 들어가고 있었다.

닷새.

“인원이 많은 관계로 기회는 한 번밖에 드릴 수 없으니 신중히 임하셔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입문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은 악충보의 앞, 황산평에서 치러졌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너무 많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친구들이 삼천사백 번대의 접수 번호를 받았듯 최종적으로 모인 응시자들의 수효가 무려 사천 명이 넘었던 것이다.

선출 백이십 명에 응시자가 사천, 사십 대 일의 경쟁률이 되는 것으로 입문하기 쉬운 일이 아닌 셈이었다.

청의 경장을 입은 악충보의 무사들이 나와서 시험을 도왔는데, 의외로 시험이라는 것은 간단했다.

사천에 달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볼 수 없는 만큼 검예, 경공, 기마술, 투창, 공력, 이렇게 다섯 부문만 보는 것이었다.

말이 거창할 뿐 방법 역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베기와 높이뛰기, 타기, 던지기, 달리기, 들기 등이었으니까.

무슨 무림 방파의 입문 시험이 이런가 하겠지만 명칭을 달리해 경공, 내공일 뿐 사실은 이 여섯 속에 모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만큼 검을 수련했는가에 대한 척도는 베기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얼마만큼 순발력과 지구력이 좋은가를 보는 경공이나 신법은 높이뛰기와 달리기에서 나왔다. 공력 역시 들기에서 정도가 가려지며, 정확도 역시 던지기에서 가려지는 것이었다.

격기擊技인 만큼 이것이 모두일 수는 없지만 이 여섯 항목이 탁월하다면 설령 특별한 무예를 수련하지 않았다 해도 술수는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으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면 검투에 대한 감각, 즉 오성悟性일 수 있었지만 수효가 사천인 만큼 이것은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따라서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미리 여기에 상당하는 노력을 해서 와야 했다.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제일 처음 치러지는 것은 베기였다.

“입문을 위해 오신 만큼 다들 상당히 무예를 수련하여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베기는 검에 대한 수련도를 시험하는 것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공정을 기해 시험용 검과 도를 구비했으니 이것으로 치러 주시기 바랍니다. 한 호흡으로 몇 번을 정확히 베는가에 따라 점수가 가려집니다. 접수 번호 일 번에서부터 백 번까지 앞으로!”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악충보의 무사들에 의해 시험 선 앞에 일백 개의 시험 표적이 세워지고 있었다. 가운데에 굵은 대나무를 넣어 허벅지만 하게 짚을 둘러 단단히 묶은 기둥.

소위 말하는 짚단 베기나 대나무 베기를 훨씬 능가하는 고난도 베기 시험인 셈이었다.

고하를 막론하고 무인들은 검의 숙련도를 시험할 때 짚단 베기나 대 치기를 했다. 둘 다 쉽지 않은데, 빠르고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칼이 예리해도 짚단은 깨끗이 베어지지 않고, 또한 아무리 고수라도 각도가 틀려지면 대 역시 잘라 낼 수 없었다. 아래로 치든 위로 치든 정확히 정신을 집중해서 한 호흡에 수직의 절반 각도(45도)로 쳐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단단하게 짚에 싸여 있는 대를 치는 것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파고드는 순간 짚이 칼날의 방향을 비틀어 중간에 박힌 대를 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말이 쉬울 뿐 여간한 숙련도가 없는 사람은 아예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베기였다.

당연히 표적 앞에 도검을 든 청년들의 표정은 한순간 최대의 집중력을 보이기 위해 굳어져 있었고, 준비가 끝났다 싶은 순간 시험관은 바로 신호를 내렸다.

“쳐!”

“하아아압!”

촤촤촤촤촤촤ㄱ-!

순간적으로 허공을 가르며 번뜩이는 섬광들.

“아……!”

단숨에 베어 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패한 사람도 많았다. 드물게 한 호흡에 두 번을 친 사람도 있었다. 세 번까지는……. 그 정도의 솜씨를 지닌 사람이라면 직접 도관을 차려도 될 정도로, 입문하려고 올 리도 없지만 절정이라 봐도 상관없었다.

삽시간에 자신이 친 표적과 주위의 사람들이 친 표적을 비교해 보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시험관은 상태를 보며 상, 중, 하, 채점을 했다.

다음은 또한 지치기 전에 하는 타기와 던지기였다.

“무인에게 기마술이 필수인 것은 아실 것입니다. 말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속도로서 마술을 다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여 투창술을 겸합니다. 총 육십 장 거리, 중간에 세 개의 창 과녁을 세웠습니다. 십 장 간격으로 선을 따라 최대의 속도로 달리시다 창을 던지셔야 합니다. 꽂히는 수효와 정확도로 가점을 합니다. 출발!”

“하!”

두두두두두!

퍽! 퍽! 퍽!

역시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최대의 속도로 달리는 말에서 세 개의 장창을 뽑아 과녁에 맞힌다는 것, 세 개를 모두 맞히는 사람은 투창의 천재라고 봐도 되었다.

과녁 중앙에는 둥근 표시가 되어 있었으며, 중심에 하나도 못 맞히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정확히 하나라도 맞히는 사람은 상당한 실력, 아니면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높이뛰기였다.

“경공에 준하는 시험입니다. 얼마나 몸이 날렵한가를 봅니다. 세 번의 기회를 드리는데 가장 높이 도약하는 선을 재어 채점합니다.”

쉬운 시험이었지만 치르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를 필요도 없이 어려운 시험이었다.

전신의 기력을 요하는 제자리 도약. 속설로는 무슨 무슨 경공이 있어 하늘을 훨훨 난다거나 가볍게 십 장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새가 아닌 이상 인간이 그럴 수는 없었다.

무림의 최고수라 해도 실제 제자리 도약으로 삼 장을 뛰어넘기 어려웠다. 마시의 싸움 때 예닐곱 명의 머리 위를 뛰어넘은 홍의녀를 보고 임백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그조차 일 장 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허리를 튕겨 허공에 눕듯이 하여 여덟 자 정도의 높이를 뛰어넘었다 봐야 하는 것이었다. 경공(도약)에 대한 기예는 어릴 때부터, 오로지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무인들은 대성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여 내공력을 키워 몸을 가볍게 하는 한편 마당에 대나무를 키웠다.

적당한 크기가 될 즈음 아침저녁으로 백 번도 뛰어넘고 천 번도 뛰어넘었다. 대나무가 커 감에 따라 경공도 함께 커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가 아닌 이상…… 역시 한계는 있는 것이었다.

다음은 달리기와 들기였다.

“또한 경공에 준하는 시험입니다. 재능을 지닌 분이 많을 것이나 다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오백 장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모래 시각표를 준비하였고, 사십 인씩 일 조로 표시 선까지 달리게 합니다. 출발!”

파파파파파파!

두 번째 경공 시험으로, 도약보다는 쉬운 시험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은 만큼 최선을 다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사십 인 일 조이므로 첫째, 둘째가 아니면 합격선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이 들기였는데, 공력功力의 시험이라 봐도 무관했다. 중원에서 장사로 알려진 사람은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치지만 실제로 아무리 공력이 뛰어난 사람도 산을 뽑아낼 수는 없다. 올바른 수치로 버드나무를 뿌리째 뽑아낸 노지심이나 쌀 세 가마니(육십 관)를 들어 올렸다는 무송이 거의 한계였을 것이다.

천하가 넓은 만큼 더 강한 공력을 지닌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더하다 하면 다소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될 듯했다.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그다지 대단한 것 같지 않은 어떤 일들. 하지만 무예는 종합적인 기예였다. 만약 이 시험에서 누군가가 여덟 자의 높이를 뛰어넘고, 두 가마니의 쌀을 들어 올렸으며, 투창과 치기를 이 회까지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하면 그는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둘러도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는 실력이 되는 것이다.

일러 바로 고수인 것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런 사람이 하나 나왔다!

불안, 초조.

“어땠어, 다들? 될 것 같아?”

“걱정들 말게. 다들 엄청나게 노력한 게 보이던데.”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염려하는 친구들을 보며 싱글벙글, 추룡은 밝게 웃었다.

“장원은 아마도 임 형이야. 같은 조에 붙어 있어서 유심히 봤는데 자그마치 서른다섯 관을 들었어. 베기 이 회 성공에 투창은 만점이야. 도약을 일곱 자 성공했고. 거의 괴물이라고 봐.”

“켁!”

“뭐야, 자네? 사람 맞아?”

“히히히! 오늘따라 운이 따라 주더라고! 하다 보니 그냥 되던데?”

힐끗 추룡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데 만약 내가 장원이라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게 아니야. 막 형이 진짜 실력을 보이지 않는 것 같던데, 솔직히 말해 보게. 항주에서 본 것과 차이가 나는 것 같던데 자네, 힘을 다 쓰지 않았지?”

싱글벙글, 추룡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게 전부일세. 무얼 봤는지 몰라도 별로 신통치 않거든?”

“막 형은 어느 정도 한 건데?”

임백호는 미심쩍다는 눈으로 잔뜩 추룡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딱 기본이야. 베기 일 회, 던지기 일 회, 도약 다섯 자 반, 들기 스물다섯 관. 절대 수상쩍어.”

“하하! 대충 한 거 맞군. 다른 건 몰라도 막 형이 들기가 스물다섯 관이라니? 그건 정말 못 믿겠네!”

“진짜 그뿐이래도? 원래 실력이 없어.”

“응, 그런 사람이 치기만 하면 장정들이 한 방에 나가 뻗지?”

추룡은 계속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야 당연하잖아. 그들이 뭐, 쇠로 만든 사람도 아닌데. 아주 단련된 상대가 아닌 이상 이 힘이면 누구나 가능한 걸세.”

사실 그렇긴 했다. 말이 쉬운 것이지, 스물다섯 관을 들어 올리는 사람이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이 힘에 대짚단 치기를 할 정도로 대단한 속도가 가해진 주먹이라면 실제로 맞는 사람은 일격에 쓰러진다.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이었다.

합격자에 대한 공고문이 붙은 것은 다음 날 사시巳時, 친구들은 아침부터 나와서 발표를 기다렸고, 마침내 방榜이 붙으면서 구름처럼 모인 청년들의 얼굴에 희비가 엇갈렸다.

“붙었다!”

“이야!”

이름이 보이지 않아 전소는 대단히 불안한 표정을 지었는데, 끄트머리에 가서 표정이 활짝 펴졌다.

“카카카카! 있다! 간신히 성공했어! 백여덟 번째야. 들기와 도약에서 많이 불안했는데 간신히 아슬아슬.”

“엇, 나도 붙어 버렸네?”

추룡도 합격한 것 같았다. 전소와 비슷하게 아흔세 번째였다.

“붙어 버리다니? 그 말은 역시 떨어지려고 했다는 소리 같은데?”

수상쩍다는 듯 잔뜩 추룡을 째려보는 임백호는 차석이었다. 합격자 명단의 두 번째에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장원은 한자방漢紫榜이라는 청년이었다.

“흠……!”

싱거운 듯 웃으며 추룡이 뭔가를 생각하는 속에 둥둥, 북소리가 울리면서 거문 위 고루高樓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 합격되신 분들께서는 안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이 차 면접 겸 부서 결정이 있겠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실망에 찬 표정으로 등을 돌리는 속에 친구들은 웃으며 악충보 속으로 들어갔다.

일 개 내당에 삼 개 외당, 각 당마다 필요한 보충 인원이 있었고, 여기에서 누가 어느 당으로 가느냐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악충보의 구조는 들어서면 십 장가량의 숲이 있고, 지나면 대광장이 나오며, 중심부에 정충전正忠殿이라는 웅장한 오 층 대전각이 있었다. 여기에서 중신들이 각종 사안과 도처의 일을 숙의하곤 했다.

합격자들은 사 층으로 올라가 최종 면접을 본 후 몸담을 부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무엇은 없었다. 각 당에서 인선을 나온 인물들이 인상을 보는 등 구술 질문을 한 후 좋다 싶은 사람들을 차출하는 것이었다.

상위上位에 오른 사람들을 데려가고 싶어 하긴 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가령, 임백호가 차석이고 상당한 실력이라 해도 안휘 제일이라 불리는 이곳에 그 정도 실력자는 수두룩할 것이니까.

특출하다고 해서 신입을 단숨에 간부직으로 올려 주는 법도 없었다. 더 전에 오랫동안 근속하며 충성을 다해 온 인물들이 수두룩한 만큼 그랬다가는 체제가 붕괴되기 때문이었다.

면접 시작.

“접수 번호, 천칠백이 번! 정인범!”

면접실에는 인선을 위해 나온 각 당의 네 명의 간부들이 앉아 들어오는 청년들의 인상 등 태도를 보며 이런저런 평범하다 싶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정원에서 왔군. 합비성合肥城 지역인데 왜 여기까지 온 것인가? 합비에도 월명보月明堡라는 훌륭한 방파가 있는데?”

그러나 면접실에 들어선 사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무림의 향용이므로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하게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 단정한 자세를 지니는 것이 좋았다.

“옛! 합비성에도 월명보가 있지만 저는 보다 악충보를 존중하여 문인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악충보를 존중한 이유는?”

“향용은 모두 양민들과 지역을 지키는 훌륭한 임무를 수행하나 악충보는 더 큰 충의를 숭상하며 구국救國에까지 이바지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악 장군님을 저는 가장 존경하고 있습니다!”

“무예는 누구에게서 얼마 동안 사사했나?”

“스승님께서는 공동의 속가이시며 조趙에 세世 자 희熙 자 존함을 사용하시며 정호검精號劍이라는 호를 지니고 계십니다! 육 년간 무예를 사사했습니다!”

“자신에 대해 자랑할 수 있는 점을 말해 보게.”

“미흡하지만 벗들이나 주위의 사람들과 보조를 잘 맞추는 점이 장점입니다! 만무방萬無妨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좋은 별명이로군. 악충보의 사람이 되면 도처의 사인들과 싸움을 치를 것이고, 전사할 수도 있네. 그래도 좋은가?”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무를 숭상하는 젊은이로서 정의를, 신의를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포부는?”

“미흡하나마 노력하여 실력이 닿는 데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면접관들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일 외당 근속.”

“명命!”

우수한 대답이 되었던 것 같았다.

친구들 역시 정충전의 사 층 회랑에 나란히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전소가 가장 앞에 섰다.

“기왕 맞을 매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들어갈게. 아무래도 삼 외당 정도로 될 것 같은데.”

“기왕이면 전부 같은 당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어렵겠지?”

“바랄 걸 바라야지.”

“흠……!”

추룡은 계속 싱겁게 웃기만 하고 있었다. 휘주에 온 지 닷새, 희한하게 접수를 하게 된 후부터 그는 계속 어느 하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리사의 시험을 놓친 만큼 이 생각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기도 했다.

“다음!”

이윽고 친구들 중 가장 앞에 선 전소의 차례가 되었다.

“잘해, 전소!”

“아아.”

언제나 말썽이 되고 있는 면접.

하지만 지금의 전소의 표정은 밝았다. 추룡의 덕분이긴 했지만 접수를 했고, 꼬리라 해도 시험 역시 합격을 했다.

이것이 마지막 난관이었지만 합격자 발표까지 한 마당에 탈락시킬 리는 없고, 설령 탈락된다 해도 이제 여한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은 체격 좋은 청년들에 못지않을 정도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또한 그렇게 되기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