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8화 (8/150)

# 8

악충무왕보岳忠武王堡 (2)

“맞아. 비교해 짧은 목의 말은 단거리마지. 한순간 치고 나가는 순발력은 좋지만 장거리에 약한 편이야. 체형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적낭자는 체형도 최고야. 가슴의 각도와 엉덩이, 다리 길이, 체장과 거의 같은 키. 순간 순발력도 훌륭한 말인 게 확실해.”

“크크크! 내가 잃어버렸을 것 같으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건데.”

다만 의문이 하나 남은 것 같았다.

낭자 소리가 나오자 곧 임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데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일세. 말을 계약하러 왔다 했던 그 여자, 대체 누구지? 진짜 실력이 대단하던데. 분명히 가볍게 놈들의 머리를 뛰어넘었었네. 손놀림이 보이지조차 않았고. 고수高手거든? 필경 강호에서 이름 높은 여자일 것 같은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도 소리 없이 사라진 홍의녀.

분명히 의문이 남았지만 전소는 그냥 갸웃하고 말았다.

“글쎄 뭐, 그 자리에 고수가 한둘이었어야 말이지. 오히려 난 임 형이 더 무섭던데. 대체 어디서 검술을 배운 건가? 솔직히 끔찍했네.”

임백호는 얼른 말을 피했다.

“배운 게 없어. 난 마구잡이일세. 죽겠다 싶어서 정신없이 휘둘렀을 뿐이지. 보다, 막 형이 엄청나더군. 맨주먹으로 허수아비처럼 놈들을 쓰러트리던데, 대체 주먹이야, 망치야?”

피식, 실소 지으며 문대위가 대답했다.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막 형 주먹 힘은 아마 상상을 넘어설걸? 체격도 좋지, 칠 년이나 장작을 팬 어깨인데 마음먹고 치면 맞는 쪽은 즉사라고 봐.”

확실한 일이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도끼질이지만 도끼로 장작을 패는 것은 엄청난 힘과 순간의 속도를 요했다. 어깨, 허리, 복근 등 전신을 모두 이용하는 외근 운동이 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파괴력을 키우려고 일부러 장작을 패는 무인들까지 적지 않은데 칠 년간 장작을 팼다 하면 그의 주먹 힘은 상상을 넘어선다고 봐도 되었다.

“열세 살 때부터이니까 그대로 외가고수外家高手인 셈인가?”

추룡은 멋쩍은 듯 그냥 웃기만 했다.

“고수는 무슨……! 보잘것없으니 올리지 말게. 전 형 역시 수월치 않았어. 상당히 놀랐는데, 바로 하체 공격으로 들어가더군. 매우 각별한 수법이라 봤는데, 전 형이 독창적으로 고안한 거지?”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자 가장 큰 의리와 지혜를 보여 준 청년.

싸울 때와 달리 원래의 예쁜 청년으로 돌아와 웃었다.

“원래 우린 여기 곽 형의 아버님께 무예를 배웠는데, 곽 형의 아버님께서 화산파華山派의 속가 제자셔. 하지만 체격이 작다 보니 대책이 없어서……. 대충 화산의 검을 응용하는 걸세.”

가장 과묵한 성격으로 일행 중 거의 말이 없는 곽영.

모처럼 입을 열었다.

“까다롭지. 엄청나게 까다로운 검이야. 자주 대련도 해 보고 하지만 정말.”

사실이었다. 검을 사용하는 무인들은 거의 구 할 대 이상으로 상단 및 중단 공방형의 검을 수련했다. 하단 공격을 특기로 하는 인물은 매우 드물었고, 있다 하면 이 검은 지극히 위험했다.

땅에 붙다시피 하여 공격해 오는 상대를 치기도 까다롭고, 대부분 상, 중단 공방형인 검을 수련하고 있으므로 하체에 대한 허를 많이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하단 공격에 익숙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일 합에 당할 수 있었다.

작은 체격, 분명 전소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지혜가 돋보이는 일면.

추룡은 얼핏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자네들 휘주 악충보에 가입하려 한다고 들었는데, 늦지 않았나?”

다들 싱글싱글 웃었다.

“충분해. 이젠 말까지 있으니. 사흘 정도 후에 출발해도 시간이 넉넉할 거야. 보다, 막 형은 이제 어쩔 참인가? 잃은 것을 찾았으니 계속 항주 유람? 혹은 집으로?”

추룡은 난처한 심정이 되었다. 사건은 해결돼서 다행이지만 결국 개봉 무과의 시일을 놓친 것이었다.

다 잃어버렸을 때는 나무라도 하면서 다음 시기까지 버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경로를 다시 잡아야 하게 된 것이다.

어쨌건 이대로 남평으로 돌아가기는 그랬다.

“글쎄, 생각 중인데 기간은 넉넉하게 잡고 나왔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견문도 넓힐 겸 나도 악충보 구경이나 가 볼까? 자네들 시험을 치르는 것도 응원할 겸.”

“카카카! 그것 좋지! 임 형은?”

그러자 왠지 임백호도 쭈뼛쭈뼛하는 눈치를 보였다.

“글쎄! 어지간히 항주 구경도 했고, 사실은 나도 특별히 할 일은 없는데……. 그래! 뭐, 막 형이 응원을 간다니 그럼 나도 한번 악충보에 가 보지. 안휘 제일이라 들었는데 어느 정도 규모인지 보고 싶네.”

“당장 헤어지지는 않겠군! 서운할 뻔했는데!”

“헤어지긴 뭘. 자네들이 악충보에 간다는 것을 알았으니 심심할 때 놀러 가면 되지. 성공했다고 모른 척하지만 말아 줘.”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기억하기로는 자네들은 황산성黃山城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같은 휘주에 측근이 아닌가? 악충보도 황산黃山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항주에는 왜 온 건가?”

악충보도 황산.

전소가 웃으며 대답했다.

“까닭이 있어. 탕음 악가장의 후신이고, 장군과 악가군의 얼을 기리고 있다 보니 악충보에는 입문할 때 묘소에 먼저 들러 선배들의 무훈이 새겨진 비문碑文을 읽고 충의의 마음을 새로이 한 후 입문해야 한다는 관례가 있네. 탁본拓本을 떠 지니고 가서 입문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네.”

“뭐, 그렇게 골치 아프게씩이나……!”

임백호는 잔뜩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해는 했다. 악왕묘는 악비뿐 아니라 구국의 일념으로 산화한 전대 악가장 호걸들의 영정을 기리고 있는 만큼 그런 규칙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진회의 꼴을 보고 오라는 뜻일세. 사심으로 신의를 버린 자의 말로末路. 수백 년에 걸쳐 사람들의 가래침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나니 진짜 죽어도 저런 꼴은 되지 말아야겠다 싶더군.”

“무지하게 더럽던데?”

“하하! 그런데 자네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잖아? 그래서 장청이 좀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

“하하!”

비로소 대충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루어 전소의 친구들은 악충보의 측근에 살면서 오랫동안 가입을 꿈꿔 오던 중 신의를 저버린 자와 충의로 죽은 사람의 훗날을 보라는 관례에 따라 항주에 온 것이었고, 추룡은 알려진 대로 대리사의 무관 시험을 보러 왔다가 낭패를 당해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다만 묘한 것은 임백호인데, 아무래도 시원시원한 태도에 비해 그는 어딘가 수상쩍은 곳이 있다.

말로는 호북 황석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 외에는 자신에 대해 전혀 밝히지를 않고 있는 것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손 속에 누가 봐도 부티가 나는 훤칠한 모습이었지만 집안이나 사문 등에 대해 피하는 듯한 눈치가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행선지가 있어 보이는 눈치도 아니었고.

뭔가를 잔뜩 숨기고 있는 듯한 점이 보였는데, 그렇다고 악의가 있어 보이는 청년은 아니고……. 어쨌건 그래서 다들 악충보로 함께 가기로 결정!

묘하게 만난 일당의 행보가 휘주로 옮겨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진만장黃塵萬丈.

“어이쿠, 내 모자!”

항주를 벗어나면서부터 봄바람이 극심하게 불었다.

산악이 있다거나 건물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상당하다 싶을 정도로 끝나는 바람이지만 평원 지역에서 휘부는 중원의 봄과 늦가을 바람은 실로 대단했다.

사방이 막힌 곳이 없고 어딜 봐도 지평선뿐, 산이 없을 정도의 넓은 대륙이 많은 중원이라 이런 곳에서 부는 바람은 심할 경우 거의 태풍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등이 떠밀려 갈 정도에 봄이 되면서 급격히 바뀌는 기후에 의해 얼어붙었다 부서지는 바위, 모래의 가루들이 실려 날아오는 몽고 및 서북 타클라마칸 사막의 황사黃砂는 하늘을 뒤덮고 세상을 완전히 누렇게 만들어 놓는다.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고, 심할 때는 사오 장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문삼文杉 차림을 한 추룡의 문건이 또 바람에 날아갔다.

“하하! 그러게 끈을 단단히 조여야지. 오늘따라 바람이 심하군.”

“간혹 황사 현상은 있어도 복건에서는 이러지 않는데……!”

“그야 산악 지대 아닌가? 이쪽과 비교하면 곤란하지. 하북 쪽은 더 심해서 아주 죽음이라 들었네.”

“꽃바람이 아니라 완전히 돌바람이군.”

“하하하!”

그러한 속에 일행은 분주히 말을 움직여 안휘로 향하고 있었다.

일행이 항주를 떠난 것은 사흘 후였다. 추룡으로서는 정나미가 좀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명한 곳인 만큼 사흘간 더 남아 호포천과 황룡동 등을 마저 돌아본 후 휘주로 출발한 것이다.

소년에서 갓 벗어난 일곱 명의 청년, 일곱 마리의 건장한 준마.

악천후였지만 표정들은 다들 밝았다.

적낭자는 좋다는 듯 항상 앞자리에서 씩씩하게 잘 달리고 있었다.

원래 말이라는 동물이 무리로 다니는 만큼 늘 우두머리가 있게 마련이었는데, 아무래도 암컷에다 예쁜 만큼 인기가 있어 우두머리처럼 된 것 같았다. 다시 봐도 역시 돋보인다 싶을 정도로 미끈하고 체장 역시 가장 좋다.

좀처럼 지치지도 않았다. 이야기 나왔던 그대로 말은 목으로 달린다고 할 정도로 목이 중요했는데, 긴 목을 지닌 만큼 달리는 중심축을 목에 두고 있어 가늘고 긴 목을 지닌 말은 장거리마에 속했다.

움직일 때 목과 앞다리, 뒷다리가 유기적으로 일정한 움직임을 나타내는데, 강한 어깨와 앞다리에 맞춰 움직이는 유연한 목이 추진력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목과 앞다리, 어깨가 아주 중요한 것으로서 튼튼해 보이지만 뒷다리는 그냥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역할.

키와 체장이 비슷한 정방형의 말일수록 추진력, 속도 등이 우수하며, 그러면서도 늘씬하고 유연해 보이는 말은 장거리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목의 말은 순간 가속에 강하지만 장거리에서는 처진다.

이로 인해 경주마를 볼 때도 목과 체형을 먼저 살피는 것으로, 미루어 늘씬해 보일 만큼 미끈하고 유연해 보이는 몸매에 정방형의 체형, 강한 어깨를 가진 적낭자는 역시 장, 단거리에 모두 강한 말이었다. 꽤 영리하기도 한 듯 임백호가 한번 타 보려고 했다가 하마터면 걷어차일 뻔했다.

도둑 패거리에 단단히 혼이 났던지 추룡 외에는 이젠 아예 아무도 안 태우려고 하는 눈치였다.

입증이라도 하듯 달리기 시작한 지 한 시진인데도 추룡을 태우고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추룡의 키가 육 척이니 말이 쉬울 뿐 대단한 힘인 것이다.

“하하! 역시 최고로군. 막 형, 아무래도 그 말 말인데, 혹시 개천에서 용 난 것 아닌가? 남평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나기 어려운 말 같은데?”

사실 좀 특이한 일.

“글쎄? 그냥 보니 있던데 딱 마음에 들어서 샀거든. 아무튼 난 적낭자가 최고로 좋네. 더 좋은 말이 있어도 별로.”

“좀 더 클 수도 있어. 다섯 살이면 다 크긴 했지만 이제 청년기라서 뼈가 더 굵어질 거거든? 적토마로 변하는 건 아니지?”

“설마.”

“하하하!”

걷어차일 뻔했던 임백호지만 역시 기분이 좋은 듯했다.

“언젠가는 타 볼 수 있겠지. 지금 말도 아주 좋아. 모처럼 타니 기분이 괜찮군.”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임 형은 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좀 뜻밖이었어. 우리야 뭐, 형편이 그렇지만 제일 있어 보이는데. 말도 없이 호북에서 여기까지 왔단 소린가?”

집에 대한 이야기, 임백호는 또 움찔하는 기색을 보이며 대충 얼버무리고 있었다.

“아, 원래는 타고 왔었네. 그런데 나온 시일이 좀 오래돼서. 도중에 여비를 다 써 버렸거든? 그래서 팔았네. 적당히 항주만 더 둘러보고 돌아가려던 참에 자네들을 만난 걸세.”

역시 수상쩍은 데가 있어 보였지만 뭐, 그럴 수도 있었다.

대강 전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은 어디서 배운 건가? 싸움에 굉장히 익숙해 뵈던데 사문이?”

임백호는 또 대충 대답하고 있었다.

“칠성검七星劍이야. 호북은 전통적으로 무당검을 배우거든. 집 근처 무차표국武次?局에 아는 분이 계셔서 사사했네.”

천하에 이름 높은 무당의 소천성小天星!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무림의 일절인 검예였다. 무당파가 호북성에 있으므로 그대로 무당 무예에 강한 지방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표국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그랬던 거군. 표사님들의 무예는 정말 막강하지. 워낙 천하 방방곡곡을 누비며 위험한 호위 호송을 하는 분들이다 보니 무림에서도 거의 최강이라 할 만해. 그래서 그렇게 단호한 검을 쓰는군?”

“그런 거지 뭐. 진검을 맞댔는데, 여차하면 목이 날아가고 머뭇대면 동료가 죽지. 싸울 땐 단호해야 한다고 보네.”

추룡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주먹이 철퇴나 같더라만 그런 점에서 막 형의 경우는 좀 무리했어. 인정을 베푸는 것 같던데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다치면 자신만 손해거든. 마음이 좀 약한 것 아닌가?”

다들 검을 뽑은 상태에서 적수공권으로 싸웠던 추룡. 말 그대로 반드시 잘한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었다.

본인은 자신 있다 쳐도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동료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칼을 맞댔을 때는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상수였다.

추룡은 그냥 웃음 지어 보였다.

“싸움에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익숙해지면 그렇게 되겠지.”

“검의 위력을 보고 싶어. 옥개석屋蓋石을 베어 내는 명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힘에, 혹시 자네도 그런 거 아닌가? 감추고 있지만 전설적인 장풍도 막 날리고 하늘도 훨훨 날고 하는 거 아냐?”

“신선도 아닌데, 설마.”

“하하하……!”

“날씨도 안 좋은데 서두르세. 오늘 중에 건덕성建德城에 가야 하거든. 자칫하면 노숙을 하게 될 수가 있네.”

“하!”

두두두두두!

일행은 일렬로 관도를 치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사가 원래 그런 것이지만 말이 돋보이면 주인까지 돋보이게 마련이라 건장한 일곱 마리의 말이 치달리는 모습이 사뭇 멋지기도 할뿐더러 모두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바랑을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부러운 일일 수밖에.

나흘 후.

“크다!”

일행은 마침내 악충보에 도착했다.

악충보는 휘주성에서 오십 리가량 떨어진 황산의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황산현 쪽을 바라보며 치솟아 있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무벌인 만큼 담의 둘레만도 십오 리에 달하는 대장원에 벽의 높이조차 삼 장, 그대로 성을 방불케 했다.

그 위로 치솟은 고루거각들하며 멀리에서 봐도 ‘아, 과연 중원 최고의 무벌 중 하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보루.

특히 보루를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은 황산의 장엄한 정경이기도 했다. 옛부터 ‘황산을 보고 오면 오악五嶽조차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산은 웅장 수려하며 신비롭기까지 한 명산이었다.

깎아지른 듯 촛대같이 우뚝우뚝 선 운해雲海 속에 휩싸인 기암 거봉들이 굽이마다 산재했으며, 기송으로 들어찬 골짜기, 온천까지 치솟아 또한 중원의 십대명승으로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였다.

하늘로 치솟은 연화봉連花峰을 중심으로 일흔한 개의 칼날 같은 거대한 봉우리가 줄지어 늘어선 정경은 일출日出과 동설冬雪로도 천하제일을 자랑했다.

“한마디로 굉장하군! 이게 정말 향용의 방파인가?”

추룡조차 절로 입이 벌어졌을 정도였는데, 이런 그를 보며 전소가 밝게 웃었다.

“지방 무벌을 우습게 생각하지 말게. 특히 악가장의 경우는 더욱 그래. 송대宋代에 시작해서 나라까지 지켜 낸 대군벌인데. 무예를 수련하는 우리들 안휘 젊은이들에게는 꿈이나 같은 곳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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