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눈 뜬 채 코 베이는 세상 (6)
히히히히힝-!
콰다당!
찰나 마사 안에 적잖은 난리가 벌어졌다. 어찌 된 일인지 적낭자가 눈을 번쩍 뜨는가 싶더니 마구 앞을 가로막은 구유를 들이받으며 발을 치켜들고 소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인을 알아본 눈치로서 뜻밖이라 할 정도로 큰 소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적…… 적낭자!’
“……!”
추룡도 다분히 놀랐고, 홍의녀와 이야기를 하던 진상태라는 자 역시 뭔가 심상찮음을 깨달은 것 같았다.
전소 역시 당황해 서둘러 말을 꺼냈다.
“먼저 말씀드린 대로 말을 구입하려고 왔는데, 저 말이 놀란 것 같군요. 아무래도 우린 이만……!”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자 했다.
히히히히힝!
쾅쾅!
그러자 적낭자는 더욱 부르짖음을 토하며 소동을 부렸고, 순간 진상태라는 자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축사 문을 닫아라!”
콰당!
더불어 축사 안에 더욱 흉흉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축사의 양쪽 입구에서 우르르, 열다섯 명가량의 일꾼 차림을 한 자들이 뛰어 들어오며 바로 바람 한 점 샐 틈 없이 문을 꽉 닫아 버린 것이었다.
칼을 두른 자도 있었고, 쇠스랑을 들고 들어온 자도 있었다.
삽시간에 가운데까지 달려 들어와 모두를 포위한 채 ‘쑥쑥!’ 시퍼런 칼을 뽑아 들었다.
이래도 저래도 예기치 못한 일. 가장 당황했던 것은 진상태라는 자와 이야기를 하던 홍의녀인 것 같았다.
적낭자가 부르짖음을 토하면서부터 그녀 역시 적잖은 흠칫함을 보이고 있었는데 솔직히 섬뜩한 것이다. 침침하게 밀폐된 공간에 갑자기 뛰어든 사내들이 끔찍스럽게 쇠스랑을 들이밀고 퍼렇게 칼을 뽑아 겨눴으니.
하지만 검을 두르고 있듯 홍의녀도 예사로운 여인은 아닌 것 같았다. 비로소 다시 보니 그녀는 외모 역시 극히 멋졌는데, 스물대여섯가량의 나이, 여자이면서도 칼날 같은 검미를 지녔고 시원한 눈과 당당하게 곧게 편 허리와 자세 등, 전체적으로 크게 강인한 기운이 엿보이는, 여걸스럽다 해야 할 그런 면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멋지기도 할 뿐 아니라 적잖게 위엄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
달려 들어온 자들이 칼을 뽑자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 추룡과 전소, 임백호를 훑어보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상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고객, 진상태라는 자 역시 그녀에게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눈치였다. 힐끗거리며 두어 번 그녀를 보는 것 같더니 포기한 듯 곧 으슥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애송이들, 대체 말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평생 말을 키워 왔지만 이유 없이 갑작스레 말이 저러지는 않는다!”
추룡 등 일행도 놀랐지만 어차피 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온 터였고, 임백호가 먼저 쑥, 장검을 뽑아 들며 냉소 지었다.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 말 도둑놈들이 말이야! 주인을 봤으니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겠느냐?”
“주인?”
어차피 일은 벌어진 것이었다.
칼자루를 잡은 채 추룡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누르고 있었겠지만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화가 났다고 볼 수 있는 그.
“그러하다! 저 말은 내 말이다. 남평에서 사서 타고 온 말이지. 보름 전에 시진 속에서 주머니와 함께 잃어버렸다! 해서 찾고 있었거니와, 마침내 오늘 보니 여기에 와 있구나! 당신은 누구에게서 저 말을 매입했는가?”
진상태의 안면 근육이 씰룩였다.
“애송이 놈이 헛소리를 하고 있군! 저 말은 내가 망아지 때부터 구입해서 특별히 길러 온 말이다! 일단 네 말이라는 증거부터 대어 보아라!”
전소가 피식 실소 지으며 싸늘하게 말문을 열었다.
“네놈들이 칼을 뽑았다는 것이 증거다! 죄 없는 놈이 왜 갑자기 축사의 문을 닫는 등 패거리를 끌어들여 칼을 겨누는 것이냐! 보아하니 치기배들과 작당해 훔친 말을 팔아 온 것 같다만 이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신경이 쓰이는 듯 진상태는 힐끗 한 번 더 홍의녀를 쳐다본 후 음험하게 말했다.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군! 축사 문을 닫은 것은 아끼는 말에게 해를 끼친 것 같아 일단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했을 뿐인 것이지! 칼은 네 녀석도 뽑았구나! 사람을 모함하고 칼까지 뽑은 놈들이니 죽어도 할 말은 없으렷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는 듯 홱,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모조리 배를 쑤셔 줘라!”
“야아아압!”
순간, 침침하고 비좁은 마사 안에서 살벌한 난투극이 벌어졌다.
앞뒤를 막고 포위하고 있던 패거리가 순간 눈에서 살기를 번쩍이며 왁, 하고 일행을 덮쳐 온 것이었다.
“조심하게!”
콰차차차차창-!
“으아아악……!”
찰나간 즉시 임백호의 장검이 번쩍이며 촤ㄱ, 시뻘겋게 사방으로 피 보라가 튐과 동시에 폐부를 찢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패거리가 덮쳐듦과 함께 한 발 앞서 임백호가 쉭, 앞으로 전진해 나가며 아래에서 위로 종縱 일격! 덮쳐 오던 패거리 중 하나의 턱을 깨어 버린 후 격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짧게 간격을 둔 두 발, 전진 후퇴 돌아서곤 하는 움직임이 섬전 같았고, 치고 막고 후려치는 자세가 바람같이 자유스러워 보였다. 짧고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이라서인지 좁은 공간이 전혀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하아압!”
촤ㄱ-!
“아아악……!”
다섯 척 키의 여자같이 예쁘장한 전소! 천만뜻밖에도 그 역시 대단히 위험천만한 수법을 쓰고 있었다. 패거리가 덮쳐 오자 역시 바로 전진해 나가며 칼을 뽑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는 땅으로 붙었다. 적과 가까워지자 바로 주저앉듯 휙, 몸을 낮추며 곧장 하체 공격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퍽! 또한 창졸간에 시뻘건 피와 비명이 터지면서 닥쳐오던 패거리 중 하나의 발목이 ‘썽둥!’ 잘려 고꾸라지는 게 보였다.
작은 키! 단신短身의 약점을 장점으로 한 하체 공격의 검을 수련한 것 같았다.
“나쁜 놈들아!”
쾅! 쾅! 쾅! 쾅!
“크아아아악……!”
하지만 누구보다 엄청난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추룡 같았다. 그는 패거리가 덮쳐 옴에도 장검조차 뽑아 들지 않았는데, 도무지 무슨 동작이 이런가?
발을 앞뒤로 주먹 정도 간격으로 한 보폭으로 짧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실로 빛살 같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인지 먼저 치고 들어온 패거리보다 더 빨리 그들의 안쪽까지 파고 들어갔다.
더불어 주먹! 휙휙휙, 발목과 허리를 틀며 사정없이 주먹으로 패거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엄청나게도 그 주먹이 또한 완전히 철퇴였다.
얼굴을 두드렸다 하면 바로 코뼈와 안면이 푹, 꺼져 들어갔고, 턱을 쳤다 하면 그대로 맞은 자의 턱뼈가 으스러져 피거품과 함께 부러진 이빨들이 튀어나오는 등, 삽시간에 서넛이 거꾸러진 것이었다.
“하!”
쾅! 우드드득!
“크아!”
무릎 역시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희한하다시피 허리조차 숙이지 않은 채 주먹을 휘두르면서 그대로 무릎을 꺾어 상대의 급소와 가슴 등을 가격했는데, 그때마다 소름 끼치게 늑골이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패거리가 허물어지고 있었던 것!
번쩍이는 눈! 어디에 이런 면모가 있었나 싶게 쇠망치처럼 패거리를 후려쳐 거꾸러트리면서도 번개같이 눈을 움직여 전소 등을 살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하아앗!”
여기에 홍의녀까지 가세했다. 어차피 진상태는 모두를 죽이라 했고, 일이 벌어진 이상 피해 나가지 못할 것인 만큼 정황을 눈치챈 듯 그녀 역시 반격에 가담한 것이었다.
한데 그녀의 실력이 또한 상상을 넘어섰다. 어찌 된 처녀인지 패거리가 덮쳐 오자 바로 훌쩍 허리를 튕겨 몸을 도약시켰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예닐곱 명의 머리 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쾅!
“으아아악!”
더불어 패거리의 등 뒤로 내려서며 그대로 연확각連環脚! 돌려 차기로 한 녀석의 등짝을 사정없이 걷어차 쓰러뜨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손을 수도手刀로 하여 퍽퍽퍽퍽! 몸을 돌리는 녀석들의 목, 울대를 사정없이 쳐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속도는 실로 전광석화! 손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패거리를 쓰러트리는 속도는 일행 중에서도 가장 빨랐다.
“하아아압!”
촤ㄱ!
“으아아아악!”
가장 섬뜩한 맹위를 보이는 것은 역시 임백호. 일찌감치 칼을 뽑아 들었던 그는 퍼렇게 눈을 번쩍이며 연방 장검을 종격, 횡격으로 후려쳐 패거리를 사정없이 쓰러트렸는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손 속이 실로 이 나이의 청년 같지가 않았다.
자비가 전혀 없는 검! 걸리는 대로 단숨에 상대의 목젖을 베어 버리는 등 죽음의 칼을 놀리고 있었던 것으로, 아무리 봐도 한두 번 싸워 본 실력이 아닌 눈치였다.
“놈!”
쉬익!
“헉……!”
진상태까지 잡은 것도 그였다. 번개같이 패거리를 치고 밀고 나가 잠깐 사이에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었던 것!
“하아앗!”
촤촤ㄱ!
“아아악!”
전소 역시 나름대로 기가 막히게 적을 상대했다. 주저앉다시피 한 상태로 휙휙휙, 계속 풍차처럼 몸을 돌리며 여지없이 서넛의 발목을 잘라 버리고 있었던 것!
쾅!
“키아아악!”
삽시간에 끝이 나고 있었다.
추룡의 철권이 마지막 패거리 한 녀석의 목을 격타해 목뼈를 꺾어 놓음과 함께 주위에는 삽시간에 ‘아이고!’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죽은 시체들과 발목이 잘린 자, 턱이 깨어지고 안면과 이빨이 으스러진 채 얼굴을 감싸고 뒹구는 자들만 남는 것이었다.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지는 것들이!”
피를 봄으로 흥분으로 번쩍이는 눈빛들! 일행은 곧 임백호가 목에 칼을 겨눈 진상태에게로 다가갔다.
“솔직히 말해라! 아무리 헛소리를 해도 너는 빠져나갈 수 없다! 말은 분명히 여기 막 형의 것이고, 증명해 줄 사람 역시 있다! 관사에 발고해 포사님들까지 오고 있다! 치기배들과 어떤 관계이냐!”
진상태는 낯빛이 썩은 돼지 간 색으로 변해 있었다.
“헉! 나, 나는 몰라! 그냥 어떤 자가 말을 사라고 가지고 왔기에 구입했을 뿐이지! 그가 치기배인지 도둑인지 전혀……!”
전소가 무섭게 눈을 번쩍이며 추궁했다.
“그렇다는 놈이 칼을 든 수하들을 한마디에 바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소리냐! 한두 번 해 본 짓이 아니다! 지금 실토하는 게 좋다! 관사로 포박되어 가면 불로 지져지고 주리가 틀릴 것이니! 당장 네놈의 목을 베어 버려도 된다! 우린 정당방위다!”
쓰러져 신음하는 놈 하나의 허벅지를 콱 밟았다.
우드드득……!
“크아아!”
“다시 말하지만, 너는 죽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선처해 달라고 해 줄 수 있다!”
뼈가 꺾어지는 소리와 비명이 좁은 공간에서 진동함과 함께 진상태의 안색이 더욱 시커멓게 변했다.
“헉……! 청점靑點이 파派야! 난…… 난 정말 말을 산 죄밖에 없어. 남문 옆 문전에 살구나무가 있는 장원이야! 그냥 말을 가지고 와서…… 훔친 것인 줄 몰라서……!”
“에라! 죽일 놈! 몰랐다는 놈이!”
콱!
“아이고……!”
추한 꼬락서니를 보고 어지간히 화가 났던지 전소가 그대로 급소를 발로 내질렀고, 멱따는 소리와 함께 진상태가 고꾸라지는 속에 ‘왈칵!’ 바깥에서 축사의 문이 다시 열리며 항주 포청의 송기숙이 평복 차림으로 변복한 포사들과 함께 번개같이 뛰어드는 게 보였다.
“다친 곳 없나?”
들어서자 그는 곧 상황을 파악한 듯 눈을 번쩍이며 물었고, 임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바깥이 더 문제 같은데 도망친 놈들 없었습니까?”
“여기 굉장히 튼튼한 마사 같아. 소리가 전혀 새어 나가지 않았다 하네. 자네 친구들이 시선을 끌고 있어서 도망친 놈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남문 앞 살구나무 장원이라는군요. 청점이 파라고 하는데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가세! 이놈들 다 포박해! 외부에 보이지 말고 여기 그대로 잡아 둬!”
“적낭자야.”
힝힝힝……!
포사들이 진상태 등 살아남은 자들을 포박하는 속에 추룡은 마침내 구유에서 적낭자를 끌어냈다.
그러자 적낭자는 너무 좋다는 듯 마구 추룡의 몸에 얼굴을 비비며 뭔가 하소연하는 눈치를 보였는데, 살펴보니 허벅지 안쪽에 어느새 매화꽃 모양의 불도장이 찍혀 있다.
소동을 부릴 만한 것이었다. 원래 말이란 망아지 때 낙인을 찍는다.
지능이 있다고 봐야 하는지 단순하다고 봐야 하는지 지각이 들었을 때 싫은 짓을 하면 절대 상대를 거부한다. 와중에 진짜 주인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너무 좋다!”
칠 년의 보람을 되찾은 추룡은 비로소 활짝 웃으며 적낭자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원래의 웃음을 되찾은 것이었다.
휩싸여 싸움을 벌였던 홍의녀는 슬그머니, 어느새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악충무왕보岳忠武王堡 (1)
“자, 자! 마셔! 마셔! 배가 터지도록 사겠네!”
“적낭자를 위하여!”
“다시!”
“적낭자 사랑해!”
“카카카카카!”
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사흘 후였다. 마시에서 소동이 벌어진 직후 추룡과 일행은 진상태 등 평복으로 변복한 포사들과 함께 청점이 파라 한 자들의 장원으로 갔고, 곧 소탕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친구들이 나서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송기숙과 함께 급거 출격하기는 했지만 싸우기 위해 갔던 게 아니라 혹시라도 그들이 눈치채고 달아날까 봐 서둘렀던 것으로서, 다행히 도착하기까지 청점이 파라는 자들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에 송기숙은 곧 항주 관사의 포사들을 물샐틈없이 도처에 매복시켰고, 동태를 살펴 출입하는 자들을 하나하나 검거해 나갔고, 마지막에 들이쳐 우두머리 등을 잡아낸 것이었다. 워낙 빠르게 수행된 작전인 만큼 친구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규모만큼은 대단했다. 하나씩 체포하기 시작한 패거리를 세어 보니 치기가 스물에, 뒤를 받치는 넘겨받기가 서른, 마시의 진상태 패거리까지 도합 일흔 명이 넘는 간 큰 도둑들이었다.
잡고 보니 과연 예견했던 대로 치기를 당하던 날 말을 걸었던 자와 소동을 부렸던 자가 다 있었다.
하지만 뭐, 추룡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죄는 죄대로. 검거된 이상 엄청난 문초와 함께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 년, 교수형에까지 처해질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잃어버린 은자까지 모두 찾았고, 사흘에 거쳐 진술까지 다 마친 후 드디어 한자리에 둘러앉아 술자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싱글벙글.
“고마워! 정말 자네들 아니었으면 내내 가슴이 멍들 뻔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잃은 것을 찾아서 기쁘다기보다 이렇게 좋은 자네들을 만났다는 게 더 기쁘네!”
“카카카! 뭘.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어쨌건 참 다행일세. 제대로 놈들을 잡고 말을 찾았으니.”
“하하! 기분이 너무 좋네! 덕분에 우리들까지 말이 생겼잖아? 부자 되었네!”
말.
그러했다. 사건으로 인해 일행이 좋아진 것은 다들 좋은 말들이 한 필씩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까닭은 송기숙과 함께 서둘러 남문의 치기배 소굴로 달려가려고 그날 축사 안에 있던 말들을 끌어내 타고 갔었던 바가 있는데, 사건이 종료되기까지 그 말을 지니고 있었고, 공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슬며시 줄 수 없겠느냐고 청을 했었던 것이다.
송기숙은 모르는 척 그렇게 해 주었다. 사실 이 일로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그인 셈이다. 앞장서서 일을 해결한(?) 사직이 아닌가.
작지 않은 공을 세움으로 큰 포상은 물론 특진까지 바라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차피 진상태는 교수형, 그의 말들은 몰수되는 것이었다.
“하하! 그래도 적낭자만 한 녀석은 없는 것 같아. 진짜 예쁜 말인데, 분명히 장거리마야. 원래 말은 목에서 승부가 가려지거든. 다리로 달리는 게 아니라 목으로 달린다고 봐야 하는 게 말인데, 가늘고 긴 목의 말은 장거리마지. 지치지 않고 무섭게 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