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견습무사-6화 (6/150)

# 6

눈 뜬 채 코 베이는 세상 (5)

그대로 추룡으로서는 미안하기도 할뿐더러 감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다들 웃고 있었다.

“괜찮네. 그냥 항주를 유람한 것보다는 얼마나 좋은가?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거야. 적낭자를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참……!

“일 때문에 왔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가? 혹시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닌가?”

머뭇거렸지만 송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우린 휘주徽州 악가장岳家莊의 사람이 되고자 해서 온 걸세. 악충보岳忠堡로도 알려져 있지. 거기 입문하려고.”

휘주 악가장.

추룡은 다소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잘 모르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설마 하인이 되자는 것은 아니겠고, 가신家臣이 되려고 왔다는 건가?”

그러자 송민은 추룡이 모르는 이야기, 아주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악묘에 들렀으면서도 모르는가 보군. 악가장은 악비 장군님의 가문일세. 생가는 하남 탕음현이고 지금도 거기에 생가가 있지. 휘주에 계신 분은 악 장군님의 후예이신 악불비, 악 장주님으로 장군의 오 대 손이시고, 안휘 향용의 태두이기도 하시지. 거기에 가입하려고.”

악불비, 악비 장군의 오 대 손.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는 표정이 되었다.

“혹시 무림 이야기인가? 강호 무림 방파?”

송민은 빙긋이 웃었다.

“맞아. 대개 그렇게들 무림 방파라 부르긴 하지만 원래는 지방 향용이라 하지. 사적이긴 하지만 관과 더불어 치외법권을 지키는 곳이니까. 악가장은 안휘에서 최고인 곳일세.”

지방 향용, 세칭 무림 방파.

“그건 아네. 실제로 악비 장군께서도 군인이 아니라 향용의 태두셨지. 그로 인해 진회의 시기를 사서 모함당해 돌아가셨고.”

그러했다.

일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이 시대 중원의 무림은 관官 무림과 사私 무림,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쉽게 구분하자면 나라의 봉록을 받는 관부官府의 포사라거나 군병軍兵들이 관 무림에 속한 인물들이었으며, 불안한 치세治世의 시대에 조정과 관계없이 치외법권의 양민들을 화적들 등 녹림적으로부터 지키는 호걸들이 사 무림의 인물들이었다.

이를 강호 무림이라 일컫고 있었고, 이들 사 무림의 호걸들은 특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무림 방파라 불리는 단체를 이루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지방 향용인 셈이었다.

관부에서 이야기할 때는 사 무림의 어느 인물이 사병私兵을 거느리고 힘이 못다 미치는 곳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된다. 관과 상관없는 지방地方 무벌武閥인 셈이었다.

이들의 힘은 아주 대단했다. 일반에서는 그냥 쉽게 강호 무림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나 역대로부터 사 무림에는 실로 많은 영웅英雄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이 세상을 바꾼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지금이 명明 초기, 현 황제 주원장만 해도 사 무림의 출신이며, 명 역시 사 무림의 호걸들이 칭기즈칸이 세운 원元을 깨트리고 세운 나라였다.

더 자세히 원에 대항해 싸운 초기의 인물들이 한산동, 곽자흥 등 역사에 남은 인물들이었는데, 모두 지방 향용으로 불리는 사 무림의 태두들이었고, 원의 폭정이 심하여 백성들의 원성과 고초가 하늘에 이르자 이를 기반으로 홍건군을 일으켜 원에 맞섰던 것이다.

일러 악비 장군 역시 사 무림의 태두 중 하나였던 인물이다. 악비라 하면 다들 국가의 대장군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송민이 이야기했듯 하남 탕음현에서 출생했고, 청년기에는 조정의 군관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복무 이 년 만에 부친인 악화가 죽어 관직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탕음 향용의 태두였던 외조부인 요대옹姚大翁의 뒤를 이어 요가부의 태두가 되었고, 금나라와의 전쟁이 벌어져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사병, 즉 요가부의 협사들을 이끌고 의용군으로 나가 싸웠다. 그래서 이들을 따로 악가군岳家軍이라 일컫는다.

중원 무림 방파, 사 무림 고수들의 막강한 힘! 호걸들을 이끌고 전쟁에 참가한 악비의 기세는 실로 막강했다.

금과의 전투에서 그들의 기세는 백전백승, 실로 어마어마하여 한 번도 패배가 없었고, 연패로 계속 싸움에 밀리고 있던 송의 전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더불어 도처의 향용 방파들이 호응해 일어섰고, 마침내 그는 유광세, 한세충, 장준 등이 이끄는 방파들과 합세하여 대맹大盟, 즉 대군벌大軍閥을 이룬 후 금나라를 밀어붙였다.

사 무림의 호걸들로 이루어진 비정규군인 악가군이 송의 정예 군단으로 변하여 무서운 힘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기를 샀다.

일어선 그는 북진하여 금을 밀어내고 천하 통일을 할 것을 주장했지만 연일 승전보를 알려 오는 사 무림의 호걸들을 시기한 주전파인 관 무림, 즉 조정의 장수들과 진회가 역모설로 그를 모함한 후 궁으로 불러들여 체포, 투옥, 독살시키기에 이른다.

공공연한 강호 무림의 비사秘事 중 하나이자 무림 호걸들의 막강함을 보여 주는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는 그뿐만이 아니다. 저 유명한 양산박을 일으켰던 시진 역시 똑같은 지방 무벌이었다.

마찬가지로 간신배들이 판을 쳤던 북송 시대에 일어나 탐관오리들과 간신배들을 척결하는 등 요遼를 치고 반군들을 제압해 나라를 안정시켰으나 주전파의 시기를 사 최후를 맞이했다.

원을 밀어내고 명을 세운 홍무제洪武帝가 가장 성공한 사례였다.

치외법권에서 백성들을 지켜 온 많은 영웅들이 이렇게 운명들을 달리했지만, 그러나 지금도 변함없이 사 무림인 지방 군벌들은 중원 도처에 존재했다.

변함없이 관 무림의 시기를 받았지만 꿋꿋하게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양민들을 보호하고 국가이기 전에 중원의 땅을 수호하며.

일러 송민이 이야기한 악충보가 바로 휘주 무림의 태두인 것이었다.

추룡은 주위를 환기하며 질문했다.

“한데 왜 하필 사 무림인가? 기왕이면 무과를 치르지. 정식 무관이 되는 게 낫잖은가?”

송민은 거듭 희미하게 웃었다.

“좋긴 한데 불안정해서.”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는 기색이 되었다.

“무관직이 불안정하다니? 혹시 뭔가 거꾸로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송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분명히 우린 그렇게 알아. 함부로 해서 될 말이 아닐세만, 복건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요즘 나라의 정세가 정말 어수선해. 우선 조정 쪽의 상황인데,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꽤 많은 간신들이 설치고 있네. 권력층에 분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첫째 까닭이 황상께서 손자를 후계로 정하셨기 때문이야. 알겠지만 황상께서는 슬하에 다섯 명의 적자赤子를 두셨는데, 그중 큰아드님이셨던 표標 왕자님께서 원래는 태자가 되셨었지.”

현 조정의 정세.

“하지만 몸이 허약하셔서 돌아가시자 다음 후계를 표 태자님의 아드님이신 윤문尹文 님으로 정했네. 당시 열 살이셨는데 그런 분이 네 분의 아드님을 밀어내고 황태손이 되신 거야. 이제야 열다섯 살이시지. 이렇다 보니 중신들 간에 파벌 싸움이 장난이 아니라 하더군. 조만간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들이 은연중에 떠도네. 황상께서 몸이 많이 불편하신 것으로 아는데, 붕어하시고 나면 큰 난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야.”

홍무제의 차기 보위를 둘러싼 권력 싸움!

추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알지만…… 뭐, 일반 무관들이야 상관있겠나. 고위직들은 물갈이가 될 수도 있겠네만.”

송민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좀 더 심상치 않은 이야기 같은 것도 돌던데, 아무튼 상관없다 쳐도 우리와는 안 맞아. 원과의 전쟁은 끝났지만 동북에서는 아직도 몽고와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고, 남쪽에서는 안남과 충돌하고 있네. 서로는 토번과도 싸우고 있어. 몽고와는 그렇다 쳐도 안남이나 토번과는 이유도 없는 싸움이야. 그냥 정복 전쟁이지. 이런 싸움에 참전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도무지 조정이란 곳이 마음에 들어야 말이지. 황상만 해도 팔십만 명이나 되는 양민들을 학살했잖은가. 아무리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했다 쳐도 솔직히 영……!”

홍무제의 강권.

“아……!”

추룡은 곧 이해했다.

분명히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개봉에서 출생했던 그가 남평으로 가서 자란 것과 관련된 사건으로서, 더 정확히 부친인 막여사가 고향으로 돌아간 까닭인 셈이었다.

송민은 미소 지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비교해 향용 방파들은 권력은 없지만 정의롭지. 절대 양민들을 건드리지 않고 치외법권을 지키면서 협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니까. 쓸데없는 파벌 간의 싸움만 안 생기면 조용하거든. 수입도 좋고.”

추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봉부의 무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온 만큼 자신과는 뜻이 다른 셈이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기 때문이었다.

차이는 다만 국가의 무장으로서 녹봉을 받으며 국방과 나라를 지키느냐, 관직은 없지만 사 무림 향용의 협사로서 지역과 양민을 지키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여기에서 지역이라는 것은 조정을 벗어난 상태의 중원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잘되었으면 좋겠네.”

송민은 다소 근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글쎄, 다들 합격했으면 좋겠다 싶은데, 전소가 자꾸 마음에 걸려.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전소는 우리와 생각이 또 달라서 포두가 되고 싶어 했는데 체격 미달이라 시험을 치르지 못했거든. 이번에도 그리되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일세.”

키가 작다고 실력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기준이 있는 만큼 선을 넘어서기가 참 어려운 것이었다.

누구보다 의리가 있고 지혜가 있는 듯한 그.

아깝다 생각했듯 여기에 이르자 추룡은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판단은 악충보에서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누구도 어쩔 수 있는 일이 못 되기 때문이었다.

적낭자는 계속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속에 보름.

“추룡! 빨리! 서마시로 가! 비슷한 말이 나타났어!”

친구들이 모두 지쳐 가고 있을 때 마침내 쾌보가 들려왔다.

전소, 곽영과 함께 서쪽의 마시를 지키던 문대위가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었다.

“확실한가?”

“아주 비슷해. 거의 맞는 것 같아!”

“가 볼 테니 좌포청의 송 사직님께 알려 줘. 송 형은 임 형에게 연락하고.”

추룡은 눈을 번쩍이며 서마시로 달리기 시작했다.

“전 형!”

“아, 왔군. 드디어 나타났어. 보마상회寶馬商會라고 마시 중간의 축사인데, 거의 확실한 것 같아. 기가 막힌 암말이야. 아주 예쁘던데! 너무 근사해서 막 형의 말이 맞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해.”

“이야기해 봤나?”

“아니, 아직. 축사로 들어가는 것만 봤네. 한 시진 전 상회의 아랫사람인 듯한 자들이 끌고 오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따라가 확인만 했지.”

“보마상회의 상태는?”

“만만치 않아. 일꾼 포함 수하들이 스무 명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자세가 꽉 잡힌 게 다들 한가락 하게 생겼더군. 주인은 진상태眞翔泰라는 오십 대 남자야.”

추룡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어쩌지? 이미 송 사직님께 알리라고 했는데.”

“일단 확인을 해야지. 그만한 분이 신중히 하시지 않겠는가마는 아닌 상태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치면 난처한 일이 생길 테니까. 가 볼 텐가?”

추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 형이 오면. 당장 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나타났다고……?”

북마시를 지키던 임백호와 장청, 연락을 하러 갔던 송민이 눈을 번쩍이며 달려온 것은 그로부터 일각여 후였다.

삼 차 행동 개시.

좌포청으로 달려간 송민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친구들은 침착히 행동했다. 셋씩 이 개 조로 나눠 전소, 추룡, 임백호가 손님으로 가장하고 문대위, 곽영, 장청이 다른 일 조를 이루어 다른 손님인 척하며 멀찍이서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 바대로 보마상회는 서마시의 복판에 있는 상회였는데, 일 차에 말들을 둘러본 곳이었다.

주인인 진상태라는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힘깨나 쓸 듯이 보이는 건장한 점원 대여섯 명이 마장을 돌보는 등 손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북마시를 맡았던 게 전소이므로 의젓하게 그가 말을 건넸다.

“수고하십니다. 열흘 전 주인어른께 좋은 말을 부탁하고 간 적이 있는데 혹시 새로운 말이 들어왔는지요?”

축사에까지 들어갔던 터이므로 점원은 전소를 기억하는 듯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들어오긴 했는데, 거래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곧 전체 계약이 될 것 같아서.”

전체 계약.

추룡 등 모두는 멈칫하는 기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말이 한두 필이 아닌데 전체 계약이란 말씀입니까?”

“흔히 있는 일입니다. 삼사십 필 정도 치우는 거야 아무것도 아닙지요. 잘 모르시겠지만 큰 고객들이 많이 계십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일부러 날까지 잡아 온 것인데…… 확정된 것인가요?”

점원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확정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고 봅니다. 먼저도 보셨겠지만 우리 집 말들은 최상 상태입니다. 서마시에서 으뜸이죠. 느낌이 맞다면 분명히 계약이 됩니다.”

“믿고 왔는데 말이지요……!”

전소는 짐짓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청했다.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둘러보기나 하지요. 혹시라도 좋은 말이 있고, 확정이 안 되면 불초가 구입할 것이오니. 계약이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점원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뭐 어렵겠습니까. 다만 나리께서 고객과 대화 중이시니 말씀을 하시더라도 끝나신 후에 해 주셔야 합니다. 계약 중에 끼어드시면 난처하니까요.”

“주의하지요.”

“그럼 이리로. 조용히 보시기만 하십시오.”

세 사람은 점원을 따라 마장 뒤쪽에 자리한 축사로 걸음을 옮겼다.

축사는 가로로 놓인 길쭉한 목조건물로, 일반의 목장 축사처럼 되어 있었다. 들어가면 통로 좌우에 격리된 마사들이 마주 보며 쭉, 늘어서 있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격리된 마사마다 말들이 한 필씩 있는 것이었다.

일반의 말들은 바깥 마장에 풀어놓은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들어서자 저만치 통로 가운데쯤에서 보마상회의 주인인 진상태라는 인물이 고객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보마상회의 준마 모두를 계약하러 왔다 할 정도로 큰 고객.

한데 뜻밖에 그 고객은 여자였다. 붉은 적색 경장, 깨끗한 백색 바람막이 덧옷을 걸친, 사뭇 멋들어진 모습의 오 척 반이 넘는 후리후리한 키의 여자.

챙만 있는 넓은 방갓에 치렁치렁하게 머리채를 늘어뜨린 모습으로 허리춤에는 또한 적색의 장검을 두르고 있었다.

멀리에서 보기에도 사뭇 멋들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추룡 등이 지금 열외의 일에 관심을 둘 일이 없다. 빠르게 양쪽의 마사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인 진상태도 전소 등을 봤지만 그냥 못 본 척 홍의 여인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데 마사를 둘러보던 일행이 막 진상태와 홍의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마사 가까이 다가간 순간!

‘적낭자!’

쿵! 추룡의 눈이 찢어지게 치켜뜨여졌다.

그러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우측 편의 마사, 그곳에는 타는 듯한 적갈색의 늘씬하고 아름다운 준마 한 필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은 틀림없이 추룡의 적낭자였던 것이다.

불끈, 추룡의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그러나 침착해야 했다. 못 본 척하고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며 툭, 전소의 등을 두드려 신호를 했다.

“……!”

전소 역시 바로 알아들었다.

이젠 조용히 포청의 송기숙을 기다려야 할 차례인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일이 벌어지면 일당을 잡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히힝!

한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문제는 바로 이때 벌어졌다! 추룡이 전소에게 신호를 하는 순간 하필 적낭자도 추룡을 봐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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