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눈 뜬 채 코 베이는 세상 (2)
대호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빗자루처럼 뽑아내었다 전해지는 호걸들. 말로는 한날한시에 죽기를 원한다고 하나 실제로 목숨을 나눌 만큼 우정을 지닌 사람들은 흔치 않거니와, 여기에 양산박 백팔영웅들의 영전을 둠으로써 천하 각처의 호걸들이 끊이지 않고 이곳을 찾는 것이었다.
친구와 손을 잡고 우정을 기원하며 탑을 돌면, 죽기까지 백팔영웅들처럼 형제로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는 곳이기도 했다.
온 만큼 추룡 역시 탑돌이를 했다. 친구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돌고 있는 속에 혼자 도는 게 다소 멋쩍긴 했지만.
한데 이때였다.
“핫핫! 막 형, 여기서 또 만나는구려. 어째, 우리 인연이 좀 있는 듯하지 않소?”
쑥스러운 듯 혼자 탑을 돌고 있던 추룡의 뒤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리며 불쑥, 또 생각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육 척의 키에 칼날같이 솟은 검미, 곧게 솟은 콧날, 정광이 흐르는 용안, 악왕묘에서 만났던 임백호! 뜻밖에 또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멈칫하는 심정이 되어 추룡은 다시 그에게 포권을 취했다.
“누구신가 했더니 임 형이셨구려. 임 형께서도 육화탑을 보러 오신 것이오?”
임백호는 커다랗게 웃음 지었다.
“핫핫핫! 항주에 왔으니 육화탑에 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실은 들렀던 곳인데 도망을 온 것이오.”
“도망……이라시면?”
임백호는 거듭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핫핫! 막 형이 떠난 후 악묘에서 문제가 좀 생겼었소. 막 형의 말이 너무 우스워 떠나신 후에도 한참 동안 웃었는데, 아무래도 장소가 나빴던 것 같소. 거슬렸던지 몇몇 친구들이 시비를 걸어오더구려. 특별히 아는 곳도 없고, 혼날 것 같아서 두서없이 도망치다 보니 여기더구려.”
안 봐도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다. 다시 일러도 악왕묘는 중원 각처의 사람들이 흠모하여 찾는 곳이었다. 참배를 온 만큼 경건한 분위기기도 하고.
최소한 소리 내어 웃는 일은 별로 없는 것이었다. 한데 그런 곳에서 사방이 들썩하게 웃어 재낀 게 임백호였으니 문제가 생길 만했던 것.
추룡이 잽싸게 자리를 피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건 태도도 그렇고 기도도 그렇고 임백호, 이 친구는 하는 게 매우 시원시원하다.
원래도 잘 웃는 추룡이었지만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이구려. 사실 나도 좀 놀랐던 일이었소만.”
임백호는 서슴없이 추룡의 손을 잡았다.
“어쨌건 기왕 만났으니 같이 돕시다. 이틀 전에 왔었지만 혼자라서 못 돌았소. 어쩐지 멋쩍더구려.”
묘한 만남이었지만 뭐, 별로 싫지는 않았다. 사실 혼자서 돌기에는 좀 쑥스러운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육화탑을 돌기 시작했다.
“한데 막 형은 어쩐 일로 항주까지 오신 것이오? 복건에서 항주까지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초면인 사이에 속을 보일 일은 없고, 추룡은 그냥 대충 대답했다.
“세상도 볼 겸 견문을 쌓고자 온 것이오.”
“하긴 나도, 반드시 남경과 항주에는 와 봐야겠다 생각해 온 것이오만. 혹시 남경에도 들렀다 오셨소?”
“아직. 내일 출발할 생각이오.”
임백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이미 들러 왔는데. 내가 선배인 셈이오. 임 선배라 부르셔도 좋소.”
여행 선배.
“하하! 임 형은 매우 재미있는 성격인 것 같소!”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자신도 그렇게 숫기가 없진 않지만 초면인 터인데도 시원시원 농담까지 하며 사람을 대하는 임백호의 태도는 사실 드물다 할 정도로 툭툭 트인 것이었다.
한데 이때였다.
이번에는 추룡의 웃음소리가 좀 컸던 것 같았다.
“앗! 저놈도 여기로 왔다!”
“옳거니! 저놈.”
그가 웃자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에 또 주위의 사람들이 뭔가 하고 쳐다봤는데, 화근이 되었던지 저만치 뒤쪽에서 갑작스레 시끌한 외침이 터진 것이었다.
보자 이십 장 뒤쪽으로, 또한 비슷한 또래의 흑, 청, 황, 회, 저마다 멋을 부려 경장을 차려입은 청년들 다섯이 서서 임백호를 향해 눈에 쌍심지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크, 막 형! 그럼 이만!”
그러자 이번에는 임백호가 움찔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탑돌이고 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 날쌔게 건너편의 숲 쪽으로 튀기 시작했다.
“잡아라! 녀석이 달아난다!”
“거기 서, 인마! 비겁하게 선방 치고 내빼냐?”
순간 다섯 청년 역시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득달같이 임백호를 추적해 가기 시작했다.
보니 하나같이 몸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는데, 그러나 아무래도 임백호 쪽이 좀 더 날쌘 것 같았다. 이십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한발 앞서 튀기 시작했으므로 뒤쫓기 시작했지만 곧 거리가 더 벌어졌고 오래잖아 임백호는 숲 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추룡이 문제가 되었다.
“아! 자식, 거, 진짜 빠르네!”
“도망치는 게 아주 귀신이야!”
임백호를 놓친 일당이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우르르 추룡에게로 몰려온 것이었다.
보니 또한 비슷한 또래에 다들 허리춤과 어깨에 검과 박도 등을 두른 모습이었다.
추룡을 둘러싸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자네, 방금 도망친 놈과 어떻게 되는 사인가? 솔직히 불어!”
추룡으로서는 영문도 모르는 봉변을 당하게 된 셈.
얼떨떨하여 포권을 취해 보이며 대답했다.
“별로 관계없는데…… 왜들 이러시는 것인지?”
청년들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계속 추룡을 윽박질렀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려고! 관계없다는 사람들이 나란히 탑을 돌고 있었나!”
“그는 불경스럽게 악비 장군의 묘소에서 마구 웃었을 뿐 아니라 삼가라 하자 폭력까지 사용했다! 느닷없이 사람을 치고 내뺐는데 여기에서 다시 부딪친 거지. 보아하니 친구 사인 것 같은데 정직히 말해라! 숙소가 어디야?”
비로소 영문을 알 만했다. 아무래도 이들이 바로 임백호가 말한 대로 악왕묘에서 시비가 생겨 도망쳐 왔다고 한 청년들인 것 같았다. 그중 하나의 눈자위가 퍼렇게 부르터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추룡으로서는 역시 임백호를 자세히 모른다.
당황하여 포권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하지만 나는 정말 모르오. 우연히 만나 통성명 정도를 했을 뿐인데, 혼자 탑을 돌기가 무엇해 같이 돌고 있었을 뿐이오.”
그러나 이런 말이 쉽게 통할 리 없다.
“사내답지 못하군! 화를 피하고자 친구를 모른다고 해!”
“무조건 두드려 패! 둘 다 엉망인 것 같으니.”
여간 난처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인 만큼 추룡으로서는 계속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 아무리 윽박지르셔도 불초의 말은 사실이오. 아무렴 친구를 모른다고 하겠소?”
“……!”
그러자 비교적 조그마한 체격에 앳되어 보이는 예쁘장한 청년 하나가 유심히 추룡을 보더니 일행을 말리며 앞으로 나섰다.
“잠깐 진정해 봐.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포권을 취해 보이며 질문해 왔다.
“소제는 안휘에서 온 전소全素라고 하오. 다들 같은 지역의 친구들이고. 어디에서 오신 분인지 여쭤도 되겠소?”
지혜가 있어 보이는 비둘기 눈.
추룡도 얼른 마주 포권을 취해 보였다.
“복건에서 온 막추룡이라 하오.”
“그러셨구려. 실례 많았소.”
그러자 전소라 스스로를 밝힌 청년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친구들을 향했다.
“역시 아닌 것 같아.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탑이나 돌아.”
모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니라니? 분명히 손을 잡고 돌고 있었는데?”
전소라 한 청년은 추룡을 한번 바라본 후 간단히 설명했다.
“억양이 완전히 달라. 여기 형장의 말투는 사투리가 상당히 섞여 있어. 광동 쪽의 억양이 맞아. 비교해 달아난 녀석은 사투리가 전혀 없었는데, 미루어 친구가 아닌 게 확실해.”
넓은 중원. 성마다 조금씩 다른 억양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대로 광동, 복건의 사투리는 매우 강한 바 있었다.
추룡의 경우 자제해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억양은 감출 수 없었고, 정말 본토의 사람인 경우는 타 지방에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소라는 청년은 이 점을 간파한 것 같았다.
“아, 거, 정말 성질나네! 느닷없이 맞고 보니 열이 받아 죽겠는데……!”
“거, 우연이라도 그런 놈과 어울리지 마시오! 봉변당하기 쉬우니!”
청년들은 투덜거리며 한데 어울려 다시 탑돌이를 시작했다.
“쩝……!”
하지만 추룡으로서는 정나미가 떨어졌다. 골 아픈 일이 생길 뻔했는데 해결된 것만으로도 잘됐다 싶어 얼른 육화탑을 벗어났다.
한데 이 일이 화근이 되었던지, 이때부터 추룡에게 자꾸만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 시진 후, 육화탑을 떠난 추룡은 다시 항주의 내성으로 돌아왔다.
날이 저물기 시작했지만 번화한 시진 안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떠밀리듯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밀리는 거리에 말을 타고 갈 수도 없어 고삐를 잡고 걸으며 적당한 객잔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를 묵은 후 아침에 호포천을 본 다음 남경으로 떠날 참이었다.
한데 이때였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떠밀리듯 걷고 있는 추룡의 뒤에서 또 누군가가 시비를 걸어왔다.
“거, 이렇게 복잡한 곳에 말까지 끌고 다니면 어떻게 하라고! 앞에, 말과 좀 붙어 갑시다!”
“아, 죄송!”
이에 추룡은 고개를 돌리며 사과를 했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이번에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삼십 대 초반의 청의인 하나와 덜컥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어이쿠!”
“앗, 죄송!”
“거, 좀 조심하시오! 복잡한 길에서!”
청의인은 벌컥 화를 내었고 이래도 저래도 추룡은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잘못을 한 것은 없지만 복잡한 거리에서 말고삐를 끌고 가자니 좀 무엇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청의인은 추룡을 째려본 후 휙, 스쳐 지나갔는데, 정작 문제는 바로 이때 일어났다.
“엇……?”
가능한 행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추룡은 느슨하게 잡고 있던 고삐를 더 짧게 잡으며 붙어 서다시피 하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순간 안색이 홱, 돌변하고 말았다.
별안간 가슴 쪽이 허전한 것 같아 보니 어느 틈엔가 입고 있던 남삼이 한 자가량이나 베어져 있었던 것! 주머니 역시 사라진 상태였다.
“투소자偸小子?”
그러했다.
소매치기배들을 일컫는 말로, 그대로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었다. 보니 저만치 이십여 장 뒤 사람들 사이에 부딪친 청의인이 걷고 있는 모습이 희끗하게 눈에 띄었다.
정확히 청의인이 한 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수상한 것은 그 하나였다. 항주에 도착해 몸을 스친 사람은 그 하나뿐이었으니까.
“거기 서라!”
추룡은 즉시 그를 추적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낌새를 눈치챘는지 청의인 역시 만만치 않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곧 그는 덜미를 잡혔다.
밀리듯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였지만 추룡의 몸놀림은 실로 섬전 같아 번개같이 사람들을 피해 좌우로 번뜩이며 삽시간에 그를 따라잡았고 삼십여 장가량 떨어진 곳에서 그의 완맥을 틀어잡은 것이었다.
즉시 팔을 뒤로 꺾어 올리며 추룡은 그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할 짓이 없어 남의 주머니를 훔치고 사느냐? 경을 치기 전에 주머니를 내놓아라!”
하지만 뜻밖의 일은 직후에 일어났다.
“어이쿠! 이놈이 사람 잡네!”
주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오히려 청의인이 추룡을 보며 역성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머니를 훔치다니? 대체 내가 무슨 주머니를 훔쳤단 말이냐! 걷다 말고 부딪친 잘못밖에 없는데 실수는 오히려 네가 해 놓고!”
“훔치지 않았다고?”
삽시간에 두 사람을 둘러싸고 구름같이 행인들이 몰려들었고, 청의인의 항변에 추룡은 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분명히 청의인과 부딪치기는 했지만 그가 주머니를 훔치는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달아난 이유는?”
팔이 비틀려 꺾인 채 청의인은 계속 소리를 질렀다.
“네가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기에 부딪친 것에 앙심을 품고 그러는 것인가 보다 당황해 그런 거지! 의심나면 몸을 뒤져 봐! 주머니는 무슨 주머니!”
이렇게 되면 궁지에 몰리는 것은 오히려 추룡인 셈이었다.
“분명히 부딪친 후 주머니를 잃었다! 확인해 보겠다!”
추룡은 급급히 청의인의 몸을 뒤졌다.
하지만 낭패할 노릇이 벌어졌다. 기도 안 차게 정말 청의인의 몸에서는 주머니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주머니 하나뿐, 미심쩍어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
이에 추룡은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핼쑥하게 변해 청의인의 팔을 놓고 뒷걸음치고 말았는데, 순간 청의인의 손이 ‘철썩!’ 추룡의 뺨을 올려붙였다.
“정신 차려! 어디서 멀쩡한 사람을 들치기로 만들려고! 하기야 걷는 꼴을 보니 당해도 백번은 당하겠더구나!”
“……!”
눈에 불이 튀었지만 추룡으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주머니를 훔치지 않은 게 확인된 이상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고개를 떨구자 청의인은 침까지 뱉은 후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속에 추룡은 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보다 문제는 주머니기도 했다. 개봉까지는 앞으로도 한 달을 더 가야 하는데 여비가 든 주머니를 잃고 말았던 것이니. 오늘 당장 묵어야 할 숙박비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어마어마하게 화도 나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귀신같은 소매치기는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옷자락을 베어 냈고, 주머니는 이미 없어지고 말았는데.
“……!”
무거운 심정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한데 순간이었다.
추룡에게 있어 정말 절망적인 일은 바로 이때 벌어졌다.
“아! 내 적낭자……!”
그러했다.
청의인을 추적하느라 추룡은 말을 세워 놓고 달려왔던 터인데, 몸수색을 하는 등 사람들에 둘러싸여 보지 못한 사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적낭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개봉까지 가야 할 여비 주머니, 칠 년간 쉬지 않고 나무를 해 마련한 사랑스러운 말.
“이럴 수가……!”
그대로 눈을 뜬 채 코를 베이고 만 것이었다. 너무 속상해 울컥, 자신도 모르게 그만 눈물까지 치솟고 말았다.
“말 한 필과 은자 열 냥?”
“그렇습니다.”
반 시진 후, 추룡은 항주 좌포청을 찾았다. 문제가 생겼으니 일단 발고發告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시들했다.
발고를 받은 포청의 사직은 추룡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수월찮게 당했군. 아무래도 넘겨 치기에 당한 것 같아.”
“넘겨 치기라면?”
“들은 대로라면 자네는 둘 이상의 투소자들에게 당한 걸세. 패거리에 당한 거지. 그리고 부딪쳤다는 자가 주머니를 훔친 것 같아. 그러나 넘겨 치기는 쉽게 잡아낼 수 없는데, 훔친 주머니를 바로 패거리에 넘겨줘 버리네. 그리되면 범인을 알아도 잡을 수가 없네. 놈들은 무조건 현행범인 걸세. 물증이 있어야 추포가 가능한 것이지. 넘긴 후에는 잡아도 소용없는 걸세. 워낙 교묘해서 잡기도 힘들고 조금 뭣한 이야기지만 우리 중에도 당하는 친구들이 있어.”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처음에 이야기를 건 자가 일당일 걸세. 고개를 돌린 사이 부딪친 놈이 훔쳤고, 훔친 후 도망치면서 다른 일당에게 건넸을 거야. 말은 어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네. 추적하는 것을 보고 일당이 끌고 간 것 같긴 한데 다른 누군가가 훔쳐 갔을 수도 있어. 낙인烙印은 어떻게 찍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