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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그놈 막추룡! (1)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와 아픔이 잔여할지라도 그날의 추억은 아름답다.
우리 황금의 계절이 거기에 있으므로.
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이 없으면 산은 맑지 못하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이 돌아가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물이 감아 도는구나.
만정봉 치솟은 병풍바위 물굽이 속에 졸고 있고,
띠로 이은 집 사립문은 종일토록 닫혀 있다.
나그네 나룻배에 몸 기댈 제 꽃잎은 바람에 나부끼는데,
원숭이도 새도 놀라지 않고, 천지에 봄빛이 완연하구나.
봄春이었다.
복건성福建省 남평南平의 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지만 복건성의 봄은 계절이 바뀌어도 차이가 없었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언제나 봄과 같기 때문이었다.
잘록한 허리에 육 척의 키.
추룡追龍은 오늘도 나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청운의 꿈을 품고 장작을 패고 있었다.
싱글벙글 언제나 잘 웃는, 굽은 곳 없이 유쾌한 시골 청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며, 유쾌하면서도 멋을 부릴 줄 아는 청년이었다.
스물한 살.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를 남평 최고의 나무꾼이라고 했다.
그가 나무를 할 때의 습관은 매우 독특했다.
병들어 죽게 될 거목만을 상대하며, 온몸으로 나무를 했다. 손과 발, 팔과 다리, 무릎, 어깨, 이마! 도끼를 드는 것은 마지막이었다.
“하아아압!”
쿵쿵쿵쿵.
특이한 경우로 장작을 팰 때도 나무를 말려서 팼다.
모두가 꺼려하는 마른 통나무 패기였지만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여 익숙한 일이었고 휙휙휙휙,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뿌옇게 일어나는 부광斧光 속에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통나무들은 언제나 쉽게 장작이 되었다.
“열심히 하는구나.”
부친 막여사漠如事.
“앗, 아버지!”
오십이 세.
“열심히 하는구나. 언제 끝나느냐?”
훤칠한 육 척의 키에 세상에서 가장 중후하게 나이가 들어 가는 중년 남자였다.
“예! 이제 곧!”
그는 봉황산 기슭에서 차茶를 재배했으며, 추룡이 나무를 하는 것을 싫어했다. 아무리 최고라 해도 나무꾼 아들을 원하는 부친은 없을 것이니까.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십 년을 한자리에서 나무를 하는데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알지 않겠느냐?”
“과연 그렇군요.”
추룡이 자신의 뒤를 이어 차 농장을 경영해 주기를 원했지만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아 근심하고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장작을 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끝났으면 가자꾸나. 옷매무새 단정히 하거라.”
“넵, 묶어 싣기만 하면 됩니다.”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모친 장완옥張完玉.
사십칠 세.
“다녀왔소. 당신, 오늘은 더욱 아름답구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
“당신도 변함없이 멋지세요.”
집을 나서기 전이나 돌아오면 막여사는 언제나 다정히 아내를 감싸며 볼에 입맞춤을 했다.
나이가 들어도 두 사람은 늘 신혼 때와 같았고, 한 번도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화려한 개봉의 출신으로 처음 막여사를 만났을 때도, 그를 따라 이곳으로 올 때도, 그리고 지금도.
늙어 여생을 마칠 때까지 웃으며 함께 살 것이며 다시 태어나도 그를 찾을 것이었다.
싱글벙글, 두 사람을 보며 막추룡 역시 언제나 자신도 저렇게 멋진 사랑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일찍 왔구나. 어서 들어가거라. 소교小嬌가 네가 좋아하는 교자를 빚는 것 같더구나.”
“넵! 아버지께서 먼저 들어가셔야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부친과 모친이었으며, 유복한 집안에 남부러울 것이 한 점도 없는 청년이었다.
“이야! 추룡! 분량이 어마어마하군.”
“어, 남은 것 전부야. 이제 졸업이니까.”
막추룡이 장작을 거래하는 곳들은 남평성의 객잔과 주루 들이었다.
그가 해 오는 나무는 언제나 인기가 좋았다.
나무를 하는 습관도 독특했지만 거래하는 방법도 매우 독특했는데, 일반의 나무꾼들은 나무를 하면 대다수 그날그날 바로 성안으로 가지고 와 팔거나 했다. 상당수 잔가지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러나 추룡이 해 오는 나무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유명하다 했듯 철저한 품질 위주로서, 그는 나무를 해도 그날 바로 가지고 오지 않았다.
쓰러뜨리면 잔가지를 치고 둥치만을 끌어다 비가 잘 들이치지 않는 봉황산의 서쪽 절벽 아래에 옮겨다 기대 놓는다. 또 쓰러지면 또 옮겨다 놓고.
나란히 세워 둔 통나무가 마를 때쯤 되어야 장작을 패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가지고 오는 장작은 잘 마른 통나무를 팬 그대로의 질 좋은 것으로서, 이런 나무는 어디서나 인기가 좋아 가지고 오면 즉각 매매가 되곤 했다.
주루, 객잔 등 단골이 꽉 잡혀 있어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가지고 올 정도로 여유가 있었으며, 한 번 실어 왔다 하면 우마차로 다섯 대분씩 되기도 했다.
십 년이라 했듯 그가 장작을 처음 매매한 것은 열세 살 때였다.
싱글벙글 웃음 짓는 말쑥한 차림의 소년은 남평성의 북문 앞에서 처음 장작 수레를 놓고 서 있었었다.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뜨인 장작은 바로 매매가 되었고, 이후부터 계속이었다.
점차 소문이 나고, 좋은 장작이 필요한 객잔이나 주루 등에서 마침내 대 놓고 주기적으로 장작을 매입하게까지 된 것이었다.
칠 년, 그는 많은 주루, 객잔의 주인들을 알게 되었고, 점원들과도 친분이 생겼다.
언제나 손님에게 허리를 숙이는 점원들이지만 알고 보면 복장 하나의 차이뿐이었다. 천직賤職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으나 옷만 바꿔 입고 나가면 누구나 의젓한, 같은 고장의 젊은이이며, 공맹을 논하는 학사로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싱거운 듯 늘 웃음 짓고 다니는 추룡은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다.
“햐! 서운한데? 진짜 가는 거야?”
“그렇게 되려나 봐.”
“아버님께서 허락하셨나?”
“간신히.”
“축하하네! 드디어 꿈을 이루겠군?”
“고마워. 그런데 최 학사催學士는? 왜 안 보여?”
“하하! 구애求愛 중이야. 동문東門 한 대인韓大人 댁에 가 보게!”
“한 소저인가? 어째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추룡은 곳곳에 들러 장작을 풀어놓은 후 값을 정산했다.
“쉰 냥일세.”
“헛!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장작을 내려놓은 추룡이 찾은 곳은 우마시牛馬市였다.
내성內城에 처음 장작을 가져왔을 때는 작은 수레에 실어 직접 끌고 왔지만 칠 년 사이 규모가 늘어 소牛가 다섯 마리가 생겼으며, 이제 오랫동안 원했던 녀석으로 바꿀 차례였다.
우마시란 그대로 소나 말을 사고파는 가축 시장.
앞에는 미끈하게 생긴 붉은 갈색의 준마가 예쁜 눈을 힐끔거리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기 드물다 할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준마였다.
“생긴 것을 봐. 자네니까 이 가격에 주는 걸세. 도리가 없어.”
말굽 은(서른 냥) 하나에 좋은 논이 세 마지기 하는 시대.
말은 대단히 비쌌다.
특히 준마 경우는 더욱 그러해 일반으로는 가질 엄두조차 못 낼 정도였다.
“햐! 그래도 그렇지, 쉰 냥이나 하면……! 좀 싸게 안 될까요?”
“글쎄, 안 된대도? 이것도 나에게서 소도 사 가고 송아지도 팔아 주곤 했으니 그리 주는 거지, 어디. 의리를 봐서 그럼 안장은 그냥 줌세. 사실 안장도 한 냥은 가는 거야.”
“예, 감사!”
십 년 동안 해 온 장작은 소로 바뀌었고, 소는 준마로 바뀌었다.
“사랑합니다, 한 소저! 처음 뵌 날부터 몽매에도 잊지 못 하였사오라. 불초 한 소저와 해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렇지만 곧 출사하여 아관亞官 자리는 차지할 것입니다. 마음을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글쎄요…… 최 학사님 좋긴 한데……!”
복건성에는 아주 독특한 혼인 풍습이 있었다.
담혼방談婚房과 담혼동談婚洞이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통칭하여 착벽담혼鑿壁談婚이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귀주성의 풍속이나 복건성에도 성행했다.
영문 모를 타 성의 사람들이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십육 세 이상, 딸이 나이가 되어 출가出家할 때가 되면 부모는 딸이 담과 벽이 붙은 방에 기거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담과 붙은 방의 벽에 주먹만 한 구멍을 뚫어 두는데 이 방이 곧 담혼방이며 구멍이 담혼동이었다.
이 경우 그 집의 처녀를 눈여겨 둔 총각은 기회를 봐서 찾아가 구멍이 뚫린 담(벽)을 슬그머니 두드린다. 그러면 소리를 듣고 처녀는 방 안에서 찾아온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총각은 열심히 구애를 하고 처녀는 뺀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혼전 풍속이었다.
이런 풍속이 있는 것은 복건이 주자학朱子學을 받아들인 대단히 봉건적인 지방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여인들은 숫처녀가 아니면 혼인을 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혼전 순결을 지키는 것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고, 다른 성省들처럼 자유연애도 금하고 있었다.
젊은 남녀가 함께 다니는 예는 매우 드물었고, 있다면 정혼을 했거나 혼인을 한 경우였다.
그러면서도 담혼방을 둬 대화를 통해 서로를 충분히 알고 이해하게 한 후 혼인을 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융통성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복건의 이혼율은 중원에서 가장 낮다.
최민催旻은 지금 이 풍속에 따라 방 안의 처녀에게 구애하고 있는 셈이었다.
“아, 글쎄, 한번 믿어 보시라니까요? 전 정말 일편단심이라 이겁니다! 혼인을 하면 절대 한눈 안 팔 겁니다! 오로지 한 소저를 위한, 한 소저만의 남편이 되겠다 이겁니다!”
하지만 어쩐지 속의 처녀의 반응은 별로 같다.
“좋긴 한데…… 그 말씀은 능력이 별로라는 것 같은데……!”
일부다처의 시대, 능력이 있는 인물은 삼처 사첩이기도 하다.
“아, 거참! 능력이 돼도 그렇게 하겠다 이겁니다! 다시 말씀드려도 저는 분명히 관료가 될 것입니다! 향시鄕試에는 붙었고, 곧 금릉으로 가서 식년시式年試도 치를 겁니다! 금의환향할 겁니다!”
그래도 안의 처녀는 시큰둥.
“언제 되실지도 모르면서…… 기다리기까지 하라는 말씀이잖아요?”
최민의 관자놀이에 퍼렇게 심줄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가야 뭔가가 될 것 아닙니까! 자꾸 이렇게 빼시면 안 좋을 텐데요?”
“네에, 본색이 나오시는군요. 겨우 사흘 정도 찾아오셔서 이야기하시고 화까지 내시다니. 전 상냥한 사람이 좋아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휴! 알겠습니다. 그만두십쇼! 저도 이렇게 딴지만 거는 분은 질색입니다.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결국 최민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쳇! 어쩐지 도도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만.”
혀를 차며 벽을 잔뜩 노려본 후 휙, 몸을 돌렸다. 더 해 봐야 망신만 당할뿐더러 자칫하면 무례가 되어 집안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을 수도 있었다.
이때였다.
“역시 여기 있었군? 목소리가 큰길에까지 들려.”
“엇, 막 형!”
걸음을 옮기던 최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만치 큰길 쪽에서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준마를 끌고 추룡이 오고 있었다.
“이야! 말 좋다! 결국 해내고 말았군?”
그와 막추룡은 상당히 각별한 사이였다. 최민은 남평 내성에 사는 청년으로, 출사를 위해 학문을 닦으면서 짬짬이 장작을 거래하는 객잔의 점원 일을 했고, 추룡과 친구처럼 알고 지내던 청년 중 하나였던 것이다.
“칠 년 만일세. 나무를 해서 준마를 산다는 게 쉽지가 않군?”
“당연하잖아? 그것도 자네나 되니까 해낸 거지, 어디! 부자 된 거군? 암말 같은데?”
추룡은 웃으며 툭툭, 말의 목을 두드렸다.
“맞아, 다섯 살배기일세.”
“햐! 새끼만 낳아 줘도 이젠……! 그런데 말을 구한 걸 보니? 떠날 참인가?”
추룡은 습관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고. 자넨 언제 출발하려고?”
최민은 부럽다는 듯 계속 준마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가려면 진작 갔어야 했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문제는 홀로 남으실 어머니신데 가더라도 뭔가 대책을 세워 놓고 가야 하네.”
“같이 가면 좋을 건데.”
추룡은 힐끗 저만치 떨어진 담혼벽을 보며 소리 죽여 물었다.
“잘 안 되었나?”
“여간하지 않아. 쌀쌀맞기가 얼음 같아.”
추룡은 넌지시 귀띔했다.
“한 소저는 꽃을 좋아하는 성격 같네. 몇 번인가 장작을 들이면서 화단을 가꾸고 있는 것을 봤어. 꽃을 들이밀면서 다시 이야기해 보게.”
“그런가?”
“뭐, 안 되더라도 시도해 볼 만하잖아.”
“히히히! 그렇다면야!”
쌩! 최민은 눈썹이 휘날리게 사라졌다.
최민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추룡은 싱겁게 웃으며 담혼벽으로 가서 툭툭, 벽을 두드렸다.
“한 소저, 최 학사는 성품도 좋고 아주 뛰어난 친구입니다. 그가 언성을 높인 건 상황이 급했기 때문이죠. 식년시 날짜가 가까운데 홀어머니만 두고 갈 수 없어 초조해서 그런 것입니다. 합격은 문제없습니다. 드문 신랑감이니 한번 고려해 보십쇼.”
한 소저라는 처녀가 정말 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최민을 위해 중신을 하려는 듯한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웬걸? 말하자마자 엉뚱한 일이 생겼다.
뜻밖에도 뚫린 담혼동 속에서 불쑥, 석근합石根哈 이파리를 쥔 섬섬옥수 하나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네에, 막 공자님! 저는 좋아요!”
“이크!”
순간 중신이나 마나 추룡은 안색이 홱, 돌변해 역시 휑하니 눈썹이 휘날리게 내빼고 말았다.
무자정서無字情書라는 것으로 또한 이 고장의 풍속 중 하나. ‘나를 거절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처녀들이 마음을 둔 남자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청혼을 승낙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몇 번 보았다 했듯 아무래도 한 소저라는 처녀도 추룡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넓은 마당에 대추나무가 둘러진 복건 특유의 크고 작은 세 동의 깨끗한 토루로 된 집.
“기어코 가야겠느냐?”
싱글벙글 돌아온 추룡은 웃음과 함께 부친과 마주 앉았다.
“예! 너무 기대해 왔던 일이오라.”
“바람직한 일이 아니거늘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막여사의 얼굴에 수심이 무르익었다.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 아들 녀석.
일찌감치 반대한다고 했듯 이 골치 아픈 외아들은 어려서부터 지극히 나무하기를 좋아하여 첫 나무를 한 것이 열 살 때였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대담무쌍하게 집 뒤뜰에 있는 감나무를 한 것이었다.
해 먹었으니 당연히 크게 꾸짖고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무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녀석은 두 번째로 마을 뒤에 있던 성황당나무로 눈을 옮겼으며, 이를 하다가 걸려 동네 사람들에게 더 크게 혼이 났다.
그러더니 마침내 장소까지 제대로 찾아 봉황산鳳凰山으로 눈을 돌리는 듯했다.
복건은 대부분 산악 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평원 지역인 집 주변에는 나무를 할 만한 곳이 없었고, 더 일찍 자신을 따라 차 밭에 몇 번 온 적이 있었던 녀석이 여기에 나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열 살의 나이에 장장 십 리 길을 원정해 가며 나무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기를 십 년.
녀석은 마침내 도통道通한 것 같았다.
병든 나무와 죽을 나무를 가릴 줄 알았고, 이를 골라 쓰러트릴 줄 알았으니 이게 바로 대성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더니만 마침내 넓은 천하로 나가 다년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천하 유수의 나무꾼들과 겨루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젊어 한때 자신 역시 청운의 꿈을 지녔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