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왕춘추-408화 (408/410)

제101장 종장(終章) (8)

그런데,

그렇게 차갑고 그렇게 매서운 바람이 축대 근처에 이르자 저절로 흩어진다.

파파파파팍.

오행어검이 전륜검강을 이룬 신이검은 신령검역과 천형검계가 그 전제.

계역의 기세가 막혔다는 건,

‘결계.’

축대 전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결계가 언제 어떻게 발동했는지 몰라도, 그 결계가 자부이진경과 유사하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결계를 철석같이 믿는지 작은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 열 명. 조공공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거린다.

“십호? 아하, 혼당사(混堂司)를 찾는가. 그러지 않아도 혼암미식과 모호초청이 당했다는 소식에 물감화식(物鑑化識)의 기분이 좋지 않은데. 흠, 오독정백(五毒精魄)까지 허무하게 없어졌으니, 쯧쯧.”

혼당사는 대내 이십사아문 중 사사(四司)의 하나. 궁중에서 목욕을 담당하는 곳이다.

조공공이 거론하는 혼암미식과 모호초청도 누군지 짐작이 갔다.

아마도 십이음형사는 자부십이경을 하나씩 흉내 낸 자들일 터. 현도관에서 죽은 시커먼 포대 자루를 뒤집어쓰고 시야를 가리던 둘이 혼암미식과 모호초청이다. 어두컴컴하니 아직 문지르지 않았고, 흐릿해서 닦아야 한다는 이름처럼.

그런 식으로 자부십이경의 공능을 이름으로 쓴다면,

혼당사를 맡은 물감화식은 사물을 비추어보아 지식으로 바꾼다는 뜻.

조공공의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축대 위 한쪽 구석에 선 인물이 흉흉한 시선을 보내고,

해원기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을 정리하며 초점을 맞추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하늘거리는 옥삼(玉衫)을 걸친 흰 얼굴의 중년인. 수염 없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해원기를 노려보는 노란 눈동자엔 살기와 독기가 한데 엉겼고.

시선이 마주치자 냉소로 조공공의 말을 받는다.

“흥, 허무하게 없어지다니? 통천달지(通天達地), 아니, 십이호는 나를 어떻게 보는 거요?”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듯 이름을 번호로 바꾸며 대꾸하는데,

그 호칭에 해원기의 눈썹이 또 꿈틀했다.

자부십이경에 붙은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사부도 단지 절대심인고의 바탕이 된 심심상인과 마지막 열두 번째가 기상제역(寄象鞮譯) 외에 통천달지란 별명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았을 뿐.

과연 현도관에서 쓰러진 둘과 눈앞의 열 명이 바로 십이음형사였고,

조공공이 다른 열한 개의 거울을 통할(統轄)하는 열두 번째.

이 열 명이라면 자부이진경과 유사한 결계를 칠 수도 있다.

이걸 외부에서 깰 수 있을까. 내부에 삼매마려로 만든 연둔과도, 단목정 등의 도움도 없이.

해원기가 고검을 고쳐 쥐는데,

그 사이,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기상제역으로 기껏 해석이나 하는 주제에 언제나 우두머리 노릇이나 하려는 십이호잖아. 기우사만계(奇偶四卍界)만 철석같이 믿고 있으라지. 십호, 내가 돕겠다.”

울긋불긋 화려한 복장에 등에는 짧은 깃발을 네 개나 꽂고, 얼굴에는 물감으로 그림까지 그려서 남녀를 분간할 수 없는 자.

당장 양손에 든 쇳조각과 북채를 맞부딪쳐 울리기 시작한다.

데앵, 두웅.

기이하게도 종과 북을 친 듯한 소리.

“고맙네, 구호(九號).”

물감화식이라는 십호도 사례와 함께 두 손을 상하로 움직이며 입속으로 뭔가를 웅얼거리니.

축대 앞에 연기처럼 희미한 덩어리 두 개가 홀연히 떠올랐다.

하나는 검고 하나는 흰.

스슥.

조공공이 했던 말에 따르면 육탄으로 달려들다 터져버린 스물넷은 오독정백.

홍황독전의 지독한 비결로 오독진살을 펼쳤어도 풍뢰일여의 신이검으로 완전히 소멸시켰었다.

그런데도 각진 돌멩이처럼 뭉치는 검은 연기와 진득하게 꿀 같은 모양을 이루는 흰 연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파팟.

따질 새가 없이 해원기의 고검이 벼락같이 흑백의 연기를 꿰뚫었다.

연기 따위 단번에 날려버리고 축대를 둘러싼 결계, 소위 기우사만계라는 것까지 깨뜨릴 셈.

하지만,

카카칵, 티잉.

뭐에 걸린 것처럼 불똥이 튀면서 검이 비틀어져 기우사만계에 닿지도 않는다.

폭령진화와 금광섬삭이 담긴 군림검이거늘.

미간을 좁히며 검을 당기던 해원기의 눈에 얼핏 아래쪽에 널브러진 몸뚱이가 스쳤다.

축대를 둘러쌌던 세 겹의 무리 중 첫 번째. 신령검역과 천형검계에 서른 명이 넘는 자들이 거꾸러졌었는데,

그들의 육신이 그 잠깐 새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말라비틀어지다니.

해원기가 당겼던 고검이 빙글 돌면서 기이하게 떨었다.

솨아아아아아.

문득 공간에 퍼지는 아득한 음향.

신기(神氣)가 자욱이 피어오르면서 검이 나아갈 듯 말 듯, 베는지 끊는지 직선인지 곡선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천손검법 제육초 세사망망(世事茫茫).

군림검이 신령검으로 바뀌었고, 검왕오형이 깃들면서 조수(潮水)처럼 간만(干滿)을 거듭해서,

그 아득한 음향은 구호라는 자의 종소리와 북소리조차 삼켜버렸다.

각진 돌멩이가 설사 금강처럼 굳다 해도,

진득한 꿀 덩어리가 아무리 부드럽다 해도,

공간을 베틀 삼아 오가는 검의 파도와 기둥을 넘어 지붕에 이르는 검의 해일에 견딜 수는 없다.

흑백의 연기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콰아앙.

축대가 올려진 지면까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큭.”

“으음.”

“엇.”

구호와 십호뿐 아니라 조공공을 비롯한 열 명 모두가 기겁한 신음을 토하며 서둘러 손을 맞잡는다.

끼이이익.

치이이잉.

축대가 어떻게든 제자리를 지키려고 비명을 지르고,

일 장의 거리를 남기고 공중에 멈춘 고검 역시 더 나아가지 못해 울부짖고.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대련 준비라도 하듯이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을 허리에 붙인 채 비스듬히 선 해원기의 입이 조금 비틀렸다.

“음정수백이라고 하던. 그래, 환관들의 내분도 죄다 거짓이었군.”

은허를 찾아 안양으로 가던 길목. 조화부인이 차려놓은 야점에 있었던 술 단지 들.

그 안에 있던 요물딱지를 도지태사니 상의신모니 하는 자들이 음정수백이라고 했었다.

흑백의 연기 중에 꿀 같이 진득했던 흰 연기가 바로 그 음정수백.

제독태감을 견제한답시고 그런 요물딱지를 만들던 게 어마태감 쪽이었으나,

결국은 이곳에서 다 드러났다.

오독진살은 삼재금독을 양의의 이치로 합친 것. 흰 연기가 음정수백이니 각진 돌멩이 모양의 검은 연기가 양정수백(陽精粹魄)이고,

그렇게 만든 오독정백이 무너지자 쓰러진 삼십여 명의 자기편에게서 음기와 양기를 흡취했다.

화합독결(和合毒訣)의 이치를 다시 뒤집어서.

오독진살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한 해원기가 허리에 붙였던 오른손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힘줄이 불끈 솟은 손.

신령검이 군림검처럼 빛나다가 적멸검처럼 잦아들고,

윙윙윙윙.

한 치씩 나아갈수록 축대까지의 공간이 부들부들 떨어댄다.

그대로 결계를 뚫으려고 명멸하는 검.

서로 손을 맞잡은 열 명의 음형사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차례로 기합을 질러대니.

“아! 아! 아!”

“어! 어! 어!”

하나씩 ‘아’와 ‘어’를 번갈아 외치면서,

투둑.

조공공을 제외한 아홉의 발이 축대를 파고들고 얼굴에선 비지땀이 솟지만.

그런다고 신령검을 막을 수 있나.

해원기의 밀어내는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하나로 모여들어 천손검법 제오초 인점기중(人占其中)으로.

공간을 채웠던 세사망망의 여파까지 검극에 모여든다.

그때.

“멍청한 것들. 조(調)! 화(和)!”

축대 아래에서 튀어나온 낭랑한 꾸짖음.

그 즉시 음형사 열 명이 요철(凹凸)을 이루어 흔들리고,

명멸하던 신령검이 돌연 힘을 잃는다. 빛도 그림자도 전부 사라져 평범한 모양으로 돌아간 고검.

해원기가 황급히 내밀던 손을 뒤집어 당기지 않았으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을 터.

심지어 계역조차 흩어지는 기미가 보여서,

해원기가 밟고 솟구치던 황진의 구름마저 내려앉기 시작한다.

이 무슨 일인가.

검을 거두면서 자세를 고친 해원기의 시야에 축대 아래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하얀 천이 들어왔다.

펄럭펄럭.

깃발처럼 흔들리는 하얀 천은 길게 늘어뜨린 옷깃과 허리띠. 끌려오듯이 긴 머리칼이 휘날리고, 옥처럼 맑은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이 뒤를 잇는다.

화용월태(花容月態).

눈처럼 흰 백의에 긴 치맛자락을 흔들며 떠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백합이 활짝 피어나는 듯.

전신에 어린 보광(寶光) 탓에 축대 위만 갑자기 밝아져서,

마치 선녀가 강림한 것 같다.

해원기가 굳은 얼굴로 고검을 슬쩍 털었다.

선녀의 오른손이 받쳐 든 작은 병 하나. 그건 바로 감로보병이었고.

선녀의 왼손에 쥔 활 한 자루는 제천신궁이었으니.

마침내 백화가 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등장하자 음형사 열 명이 정면을 비우고 우르르 양쪽으로 모여서,

“공영태상(恭迎太上)!”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하고,

“신공고성(神功告成)!”

허리를 펴 만세를 부르며 우렁차게 외쳐댄다.

공손히 태상을 맞이하여, 신공이 이루어졌음을 아뢴다는 환호.

그 짓을 세 번이나 거듭하는 동안, 공중에 뜬 백화는 마치 계단을 밟듯 한 걸음씩 아래로 내려와 축대 가운데에 섰다.

해원기를 내려다보는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소공자, 반가워요. 많이 기다리게 했죠?”

금 쟁반에 옥 구슬 구르듯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지만,

해원기는 굳은 얼굴 그대로.

“조화부인과 제갈 소저는 어디에 있느냐?”

현도관에서 홍작과 녹명을 버리고, 오독진살을 시전하던 백포 복면인을 둔점으로 이용하면서까지 데리고 갔던 둘.

분명히 쓸모가 있어서 끝까지 끌고 갔을 텐데.

어디에도 조화부인과 제갈봉은 보이지 않는다.

백화의 눈가 주름이 더 짙어졌다.

“흠, 관심이 있으셨나. 화숙인과 제갈, 아니지, 조화지체(造化之體)와 신기총혜(神機聰慧)에게. 설마 눈치챘어요? 걔들이 어떤 용도인지.”

용도라.

두 여자도 도구에 불과했구나.

해원기의 눈매에 그늘이 드리우는데도, 그 반응이 즐거운 듯 백화는 웃음까지 덧붙인다.

“호호, 관심보다는 동정이나 연민일까. 그 동정과 연민은 차라리 홍작이나 녹명에게 주지 그랬어요. 고고(孤高)하신 한 그루 대나무(一竹)께서.”

웃음은 즐거워서가 아니라 조롱을 위해서였다.

고고일죽(孤高一竹)은 고죽지맥(孤竹之脈)을 높여 부르는 말. 상대를 높였다가 처박는 데에 조롱의 참맛이 있다.

“아, 내다 버린 것들에겐 동정과 연민도 아깝나. 삼미(三美)니 삼보(三寶)니 허울 좋은 이름으로 실컷 농락해놓고. 하긴 그런 작자들이니까 맥이 끊기는 거지. 이대(二代)에 걸쳐 폐인이 되어서. 거기에도 역시 너절하게 미명(美名)으로 그럴듯한 포장만 해놓은 채. 소공자도 알잖아요? 천외인협이니 백년제일검사니…….”

우르릉.

해원기가 눈을 부릅뜨자 우레가 먼저 그 말을 끊었다.

또다시 사조와 사부를 욕보이다니.

뇌정은 노기(怒氣)의 일갈(一喝)이었으나, 백화는 도리어 미소를 머금는다.

“후훗, 화가 많이 나셨네. 뭐 그것도 잠깐이라, 소공자로서 고죽의 맥은 완전히 끊길 테니까. 이 자리에서. 동정이든 연민이든, 혹은 노기든 다 부질없지.”

해원기가 기어이 호통을 쳐야만 했다.

“닥, 쳐, 라.”

뚝뚝 끊기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지면이 풀썩 흙먼지를 토할 정도.

두두두두두.

놀란 지면 위로 거센 광풍이 들불처럼 번진다.

그러든 말든.

하얀 치맛자락을 가볍게 휘날리는 백화에 어린 보광은 더욱 은은해지고,

아름다운 목소리도 차츰 살기를 품는다.

“똑똑하진 않아도 심성은 부드럽던 소공자였는데, 인의지검(仁義之劍)을 배우더니 거꾸로 흉악해지셨구먼. 그러기에 검이란 흉물이라니까. 아, 소공자의 검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묵인환에게서 묵세휘에게 넘어갈 때도 그러더니. 그러고 보니 소공자는 그 같잖은 성(姓)도 받지 못했네. 어머, 불쌍해라.”

아예 대놓고 사조와 사부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노기가 지나치면 오히려 침착하게 가라앉는 법.

해원기가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후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우레가 잦고 광풍이 가라앉지만,

축대 주위의 공기는 소름이 끼치게 차가워졌다.

백화의 눈이 자신의 오른손에 올린 감로보병으로 향하고,

“아주 예전에.”

그녀의 목소리도 얼음덩어리를 하나씩 토해내듯.

“천극이 현도관을 찾아와 헛소리를 지껄인 적이 있었죠. 소공자도 알다시피 현도관을 방문할 때는 정해진 암호를 대야 하잖아요. 진기, 명기, 보기라는. 그걸 빗대어 엉뚱한 소리를. 천극은 생긴 것과 달리 무식하기 그지없어서. 호호.”

탁 소숙을 욕하며 말을 이어간다.

“측실(側室)이 바뀌었느니 뭐니. 사가삼미를 싸잡아 노야의 첩으로 치부했었어요. 흠, 그럴 만도 하지. 노야의 연명속수(延命續壽)가 어느 정도 채음보양(採陰補陽)을 담고 있다고 보이잖아요. 그 흉측한 노인네, 생각만 해도 끔찍해.”

수명을 늘리는 연명속수. 교도인의 나이가 정확히 얼마인지 몰라도 족히 수백 살은 되었을 터. 그것도 음기를 뽑아 양기를 보충하는 삿된 술수로 치부하며,

백화는 아는 이들을 전부 욕하고 있다.

“홍작이나 녹명이 한번 입에 올렸었죠. 사가삼미는 대대로 이어졌다고. 그게 뭣 때문일까요? 진기, 명기, 보기라, 여인에게 이런 별명을 붙이는 게 얼마나 수치스러운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아, 이렇게 어긋나면 복잡해지지. 소공자는 노야가 어떤 사람인지 알죠?”

해원기의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애초에 없다.

“그 목적이 고죽지맥의 천손에게 천하가 무릎을 꿇게 한다는. 그래서 천기까지 뒤집어엎었으니 뭐. 그렇게 그 고약한 노인네가 고른 수단이 소위 삼색지보(三色之寶)의 전설이지만, 그게 그냥 홍환이니 녹판이니 백합 같은 엉터리겠어요? 진짜 삼색지보는 따로, 바로 우리 셋이었다고요. 대대로 그 용도였지, 고죽천손을 위대하게 만들 세 개의 그릇. 하, 핫하하하하하!”

말이 점점 빨라지다가 기어이 폭발하는 웃음.

통쾌한 게 아니라 귀신이 통곡하는 것처럼 귀청을 울려대고,

순식간에 뚝 그친다.

“홍작이 홍환, 영롱 찬란한 진기요. 녹명이 녹판, 우아 풍류의 명기고. 나, 백화가 바로 천손지맥을 담을 상자인 백합, 보배로운 그릇인 곤궁(坤宮)이란 거지. 삼처(三妻)라니, 참으로 넘치는 여복(女福). 그중 정처(正妻) 자리가 나였다고요. 군림천하(君臨天下)의 고죽천손 곁에 앉을 영세왕후(永世王后)가 곧.”

파삭.

오른손에 올린 감로보병이 부서져 가루가 되고,

백화의 시선이 해원기에게 돌아갔다.

두 눈이 기이하게 빛나는데 미묘하게 다르다. 하나는 해와 같고, 또 하나는 달과 같고.

“그랬으면 고죽의 다음 주인은 내 배로 낳았겠지. 지금 소공자가 바로, 흐흥, 소공자의 외호가 절세검왕이랬나. 그러면 내가 소공자의 배필? 그것도 나쁘진 않네. 호호호.”

일월지안(日月之眼)이 반짝이며 해원기를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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