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한 발짝 앞으로 (4)
[본녀는 결코 이 치욕을 잊지 않겠느니라.]
‘그래라.’
[복수할 것이다.]
‘그래.’
[가만두지 않을 게다. 진짜로.]
‘…….’
청유백은 쓴웃음을 지은 채 질겅질겅 무언가의 이파리를 씹어 넘겼다.
쓰다.
좀… 많이 쓰기는 하다.
솔직히, 장소가 장소가 아니었다면 이딴 걸 씹어 삼킬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후우…….”
청유백은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주변에 흐르는 독기가 신경을 스치며, 이 쓴맛조차도 한순간에 지나지 않게끔 하는 쾌락이 느껴져 왔다.
‘이미 한 번 느꼈던 것이지만, 이 감각은 정도가 과해.’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충족감과 전능감을 느끼게 하는 감각.
자신도 모르게 계속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은 예사요, 이 동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꺼려질 정도의 기분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걸 씹을 이유가 무어 있느냐. 기분이 더러워지는 효과뿐인데…….]
‘뭐, 궁여지책일 뿐이지.’
청유백도 안다.
이 약초에 실질적인 효능은 없다.
여인들에게나 좋다는 약초를 씹고 있는 이유는, 단지 이 짜증 날 정도로 맛대가리 없는 풀로 조금이나마 정신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나가기 싫어질 것 같거든.’
아니, 설령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이 걱정될 수준이었다.
한순간에 밀려올 탈력감과 좌절.
한날의 쾌락이 거대할수록, 그다음 찾아올 쓴맛도 커질 테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이 감각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좀 많이 쓴 것 같기는 했다.
[우웨에에에엑….]
천화는 급기야 토할 위장도 없으면서 헛구역질을 연신 반복했다.
청유백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만, 지난번 소환단을 먹었을 때를 생각해 보니 좀 참을 만한 것도 같았다.
‘……집중하자.’
시간은 많지 않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이유도, 시간이 결코 많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유백은 가부좌를 틀은 채 전신의 기맥에 집중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껏 영약을 취하고, 아이들의 마기를 조금씩 흡수하여 다다른 내공이 어느덧 일 갑자.
이것이 지금의 청유백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소환단의 선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선기는 그저 분근연혼대법을 유지시키기 위한 연료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네 달간 계속해서 몸을 압박해 왔으니, 이제 이 정도로는 모자란 수준이 되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청유백의 몸이 단련되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몸은 거의 완성되었어. 깨달음은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그저 마기의 양뿐.
최소한, 지금은 그러했다.
그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마기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녹운룡에게 뽑아낸 독기를 자신의 몸에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어디 볼까.’
독기는 구슬의 형태로 단전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곧바로 풀어내 녹여내지는 못했다.
그 양이 워낙에 방대할뿐더러, 그럴 시간도, 장소도 없었으니까.
청유백에게 독이란 영약보조간식 느낌의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만, 다른 이들에게는 아니다.
특히나 이 녹운룡의 독은 가주씩이나 해 처먹던 놈의 것.
이 독에 닿자마자 살점이 썩어나가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이리로 나와라.’
청유백은 천천히 독의 구슬을 풀어 헤쳤다.
뭉치는 것은 청유백으로서는 할 수 없는 기예이지만, 푸는 것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풀어지는 것 또한 자신의 몸.
아무리 강렬하다 한들 몸에 해가 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익숙하다.’
녹운룡의 체취를 이루던 그 독의 향.
그리고, 녹지연이 건네주었던 독의 향.
그 둘은 분명 달랐지만, 너무나도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야, 그다지도 강렬했던 녹지연의 독이 아직도 몸 안에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물어라도 봐야겠군.’
이토록 강렬하고 익숙한 것이라면, 천남성의 독이라도 쓴 것일까.
혹은, 짐조의 독이라도 구해온 것일까.
‘그래, 나중에 말이지.’
청유백은 일순간 머리를 채운 잡념을 흩어 버리고는, 깊숙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단전에서 풀려나오는 독기와,
주변에 떠도는 동굴의 독무.
그리고 입 안에서 조금이나마 들뜬 기분을 낮춰 주는 약초의 떫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청유백은 가장 먼저 구슬의 독기를 한 군데에 모으기 시작했다.
전신으로 흩어진 후에, 독기가 집합한 곳은 다름 아닌 청유백의 손끝이었다.
한번 풀어 헤쳐지고, 청유백의 마기와 섞이고, 그의 전신을 내달린 독기가 손가락 끝에 모여 구슬졌다.
‘조금 더.’
그것은 천화가 녹운룡의 몸에서 끄집어냈을 때와 비슷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구슬.
허나, 그것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천화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강렬하고, 패도적이다.
그리고, 단 한 순간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산산이 쪼개져 나갈 것만 같았다.
이 순간, 저것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를 찾는다면 ‘안정’이 되리라.
결국, 독의 구슬은 전부 풀어 헤쳐졌다.
그리고 그 전부가, 강렬하게 요동치는 힘의 조각이 되어 손끝에 모였다.
‘준비는… 끝났다.’
기실, 청유백은 이 힘을 얻었을 때부터 쓸 곳을 하나 정해 두었었다.
이만큼 강대한 힘을 얻을 줄은 몰랐으나, 이 정도라면 그 일을 해내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우우웅!
청유백의 기와 공명하여 백월검이 스스로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그리고 청유백의 앞, 중앙에 떠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그래, 필요했더랬다.
이 백월검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한 조각의 거대한 힘이.
청유백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맥동하는 그 힘은 거대했다.
슬그머니 움직인 손가락은 백월검의 표면을 살짝 튕겼고.
─채앵!
한순간 찢어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독기는 검신과 맞물려 순식간에 터지듯 흩어졌다.
“후우…….”
청유백은 숨을 내쉬었다.
방금보다 짙어진 주변의 독기가 느껴졌다.
어림짐작해도, 방금 모은 녹운룡의 독기 반 이상.
그 정도가 무의미하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다시 빨아들이면 될뿐더러, 목표는 이루어냈음을 직감했으니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천화였다.
[완벽하구나. 그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을 마검이로다.]
청유백의 눈앞에서 형형히 빛나는 그것은 아름다운 광택을 뽐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마치 밤하늘의 달이 빛을 밝히듯 날아오른 그것은 그야말로 백월(白月)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띤 기운은 결코 밝지 않았다.
마지막 한 조각.
검신을 감싸던 마지막 선기의 한 조각마저 물들고 난 이후에는, 조금이나마 억제되던 마기가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양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
청유백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날뛰는 마기가 느껴졌고, 청유백의 전신에 흐르는 악의의 모양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새삼 눈으로 확인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만족스러웠다.
청유백은 손을 까딱여 나머지 두 자루의 검을 칼집에서 빼내었다.
홍련과 주천.
그리고, 백월.
이제 세 자루가 된 검은 청유백의 주위에서 자유롭게 춤추었다.
느려졌다가, 빨라졌다가, 허공을 가르고는,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단순히 숫자로 따지자면, 이전 생의 반분만큼은 기틀을 마련한 셈이었다.
기량은 그대로고, 육체도 마련되었으니 말이다.
허나, 청유백은 무심히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아직 세 자루를 전부 다루지는 못해.’
일 갑자의 내공.
많다면 많고, 청유백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몹시 많게 느껴지는 양이었다.
그러나,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육도홍련신공은 연비가 나빠. 성능은 좋지만, 효율은 쓰레기다.’
이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과거, 무신을 대적하기 위한 최적의 무공을 선별하다 만들어진 참사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내공은 얼마든지 쌓을 수 있었으니, 단지 최종적인 효과만을 추구했던 것이다.
한 자루를 공중에 띄워 일각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내공이 일 갑자.
그러니, 두 자루를 띄우기 위해서는 이 갑자가 필요한 셈이다.
시간을 줄인다면 동시 사용이 가능하겠다만, 그 또한 만전은 아니리라.
하지만 상관없었다.
청유백이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이곳에 사람이 없다는 까닭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천화도 그것을 알았기에, 구태여 얼마나 있을 요량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천화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한계는 있겠다만, 이 허공의 독기를 흡수하기만 해도 내공의 증진에 퍽 효험이 있겠구나. 다만, 시간의 문제겠지.]
“상관없다.”
이곳의 독기도 언젠가는 몸이 적응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허공에 흩어졌으니 자연히 사라지는 것도 어느 정도 존재할 테다.
귀무곡의 귀기와는 다르게, 독기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운이다.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며, 끝내는 아무렇지 않게 변화한다.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환경이든 적응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허나, 그 시간까지는.
“충분하니.”
청유백은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 *
시간이 흘렀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점점 더 흘러, 보름.
생활은 여느 때와 똑같이 반복되고, 어느 날의 특별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녹가의 건을 가지고 하위 세력들의 이권 다툼이 조금 있었으나, 대부분은 그대로 녹가로 다시 흡수되었다.
청가의 계율대가 움직였다느니, 적가의 만검각이 움직였다느니─
실체 없는 소문은 많았지만, 마교의 민중들은 무엇 하나 진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세력의 당사자들까지도 무슨 일인지 서로서로 입을 다물었으니 말이다.
백서각(白鼠閣).
만검각이 전쟁을 담당하고, 녹운각이 의료를 담당하듯, 마교 전체의 정보와 그 취급을 통괄하는 기관이었다.
만마서고는 그저 보관실일 뿐, 대부분의 실무는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 일에 대한 정보 처리도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허나, 특이한 점이라 하면.
정리나 취사선택 따위가 아닌, 대부분의 과정이 ‘말소’였다는 점이었다.
백소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형님, 이래도 괜찮겠습니까?”
“…문제는 없겠지.”
그의 앞에는 백소하와 퍽 닮은 청년이 한 명 서 있었다.
백소하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그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그의 몇 배는 되는 속도로 서류를 뒤적이는 청년이었다.
백소하가 불만스레 그를 계속 쳐다보자, 그는 잠깐 손을 멈추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코에 걸쳐졌던 애체(靉靆:안경)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청가의 계율대가 움직였으니, 알아서 몸을 사릴 게다. 제 그릇을 위해 일어나는 놈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그 그릇이 깨지는 일인 법이니.”
“그것 때문에 그런 겁니다. 너무 과격한 것 아닙니까? 이토록 조용하다면 분명 강경하게 입을 막았다는 것인데, 불만이 쌓이지는 않을는지…….”
이번 일은 단순한 하위 세력의 불만 표출이 아니었다.
녹가라는 거대한 세력이 기우뚱했고, 그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이권들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육대가의 이권인 만큼, 그것을 차지하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멀리 본다면, 녹가를 제치고 새로운 육대가의 자리에 오르는 것까지 넘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불만은 쌓이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허나…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그것은 청가의 일이다.
적가가 마교 외부의 분란, 전쟁을 전담한다면, 청가는 마교 내부의 규율을 전담한다.
백소하가 대답했다.
“강자존의 율법이 있으니 대부분은 입을 닥치긴 하겠지요. 하지만 이번 일에는 엮인 자들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닥치는 자.
그리고 닥치게 하는 자.
그중 전자가 많아지는 순간 균형은 뒤집힐 테다.
그러나, 백소상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소하야. 예로부터 지금까지, 죄인을 가장 무겁게 다스리는 형벌이 무엇이었는지 아느냐?”
“…으음, 글쎄요. 조사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역시 살인죄가 아니겠습니까?”
순간 상해나 도둑질, 방화 따위의 죄목이 스쳐 갔지만, 뭐든 간에 살인보다 무겁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백소상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정답은 전혀 틀린 것이었다.
“반역죄다.”
“…아. 확실히.”
“동서고금을 통틀어, 체계에 도전하는 자가 결과가 좋았던 사례는 결코 많지 않단다. 목숨을 부지한 사례는 더더욱 적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겁니까?”
“계율대 말이다.”
백소상은 대꾸했다.
마교 조직의 대부분의 무공을 알고, 그에 대비하고, 그에 맞서기 위해 훈련받는 자들.
마교 내의 무력 개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청가의 계율대였다.
전쟁이 아닌, 내부의 감시만을 위한 검대.
그렇기에 계율대가 나서는 일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해결되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무력에 의한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백소하도 알고 있는 것이었고, 굳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 백소상은 그저 웃었다.
“반역자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자 하는 체계의 일원이라면, 그 반역자의 자리를 노리던 일원 또한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비어버린 반역자의 자리는, 꼭 누군가가 채우게 된다는 거겠군요.”
“바로 그렇지.”
백소상은 다시금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이나, 자신의 동생이나 되도 않는 교주의 자리 따위를 노리지는 않는다만… 각자가 생각하는 목표 정도는 존재하는 법.
백소상은 여전히 불안이 남은 듯 표정이 어두운 동생에게 물었다.
“헌데, 계속 이곳에 있어도 괜찮겠느냐?”
“예? 무슨 말씀을……,”
“어제까지만 해도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면서 청유백을 찾아 나서지 않았니. 돌아왔을 때도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을 보면, 뭐 뻔했겠지.”
“그, 그랬지요.”
“오늘은 안 가도 괜찮겠느냐?”
백가주의 자리는 백소상의 것이었다.
이미 정해진 것이었고, 그것을 양보할 의지도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백소하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기에 물었다.
그가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백소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손에는 작은 쪽지 같은 무언가가 쥐여져 있었다.
“아, 뭐… 뭔가 받아오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이야기가 들려서요.”
“이야기? …아, 그렇군.”
백소상은 질문하려다, 뭔가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녀가 병상에서 일어났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다. 녹 소저와 청 공자의 사이가 그리도 돈독한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죽 알다가도 모를 인간들이어야 말이지요.”
“흐음? 허면…….”
“그래도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거늘, 만남에도 순서가 있지 않겠습니까.”
백소하는 차분하게 서류를 다시 뒤적였다.
그녀에게 언질을 주었으니, 굳이 자신이 찾아갈 필요는 없을 테다.
“최소한, 제 차례가 가장 먼저는 아닐 테지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