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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네가 천마 하든가-106화 (106/200)

제106화. 네 죄를 헤아려라 (1)

“이건…….”

청유백은 손을 뻗어 철편을 주웠다.

아는 바 있는 물건은 아니었으나, 이 경광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백골, 모래와 재, 그 가운데의 수수께끼의 물건.

보물고에 들어갔을 때의 비밀 공간이 떠오르는 경광이었다.

‘그때의 반지와 같다. 우연인가?’

그것과 지금의 이 상황을 연관 짓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그저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던가.

그러나 온전히 같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천화는 어떠한 고통도 호소하지 않았다.

대신 흥미롭다는 듯 목을 울렸다.

[허, 이것은…….]

‘뭔지 아나?’

[알다마다. 본녀의 애병, 연화선(蓮花煽)의 조각이니라.]

‘부채 조각이란 소리군.’

분명 지난날 검묘에서 그녀가 선법의 고수라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녀 입장에서도,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명확히 떠오르는 물건이니 범상한 것은 아닐 테다.

‘그러면, 이번에는 뭔가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것 없나?’

[으음… 별로… 없구나. 본녀의 부채 조각이 맞기는 하나, 온전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챙겨두지.’

당장은 쓸모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눈앞의 수수께끼보다는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지.”

청유백은 입에서 반지를 꺼내 소매로 뽀득뽀득 닦고는, 녹지연의 손에 쥐여 주었다.

독기를 흡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으니, 아마 끼우고 말고는 별로 상관없을 테다.

그녀의 상태가 곧장 호전되는 것이 보였지만, 청유백은 퍽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무모하군. 독성으로 고독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진법 너머에서 상황을 전부 들었다고는 하나 결코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다.

이 반지가 녹지연의 목숨을 좀먹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당장 살리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안다.

[한두 마리면 제거해 볼 수도 있을진대, 이 아이는 안타깝게도….]

녹운룡이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들였다는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

[심장의 고독 한 마리로도 목숨을 틀어쥐기에는 충분할 텐데, 그것을 굳이 온몸에 심어 고통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다니…….]

천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녹운룡을 족쳐 그의 자고를 빼앗지 않는 한에야, 저 상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청유백은 다른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백소하가 적영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보였다.

“좀 괜찮나?”

“큰 문제는 없습니다. 뼈는 여기저기 부러진 것 같지만 기흉이나 외부 골절은 없는 듯 보이고요. 정신을 잃었을 뿐입니다.”

백소하는 적영을 돌덩이 없는 평탄한 곳으로 옮겨 눕히고는, 청유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그런데… 아까 그것, 어떻게 한 겁니까?”

“그거라니?”

“놈을 모래로 만들어버린 것 말입니다. 아무리 사이한 마공이라도, 사람을 백골로 만들어 버리는 마공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너만 그랬겠냐.

청유백 자신도 그런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청유백은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내가 한 거 아니다.”

“그러면…….”

“다시 보자는 말이 허풍이 아닐지도 모르지. 믿기는 힘들다만.”

뭐, 회귀도 실제로 있는 판에 부활이라고 안 될 건 뭔가.

어차피 뭐든 직접 봐야 납득할 수 있을 테고, 지금 전전긍긍하면서 고민해 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백소하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 들은 겁니까?”

“뭘?”

“뭐든 간에 말입니다. 사마신교라든지, 우리 교주님이라든지.”

무엇이라고 특정하기도 어려웠다.

저 교아라는 놈이 씨부린 것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골 때리는 점은, 그 한둘이 아닌 이야기 중에 대충 넘길 수 있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들었지.”

“진짜 같습니까?”

“거짓말은 아니더군.”

아직 다 말하지 않은 진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최소한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백소하는 그걸 어떻게 아냐며 따지려다, 그냥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하긴, 그래야 녹가주의 행동이 말이 되기는 합니다. 교주께서 살아 계신다면, 그분의 말씀 한마디로 계획이고 나발이고 물거품이 되겠죠.”

“그랬겠지. 가주가 대수냐? 손가락 한 번 까딱해서 가문을 뒤집어엎었을걸.”

교주가 없다.

단순한 한마디지만, 그것으로부터 이어질 파문은 결코 작지 않다.

가주들이 왜 자식들에게까지 그 사실을 숨겼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상징의 부재, 정점의 부재.

굳이 지금의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교주가 없다는 소식 한마디만 듣고 기승을 부릴 외부의 온갖 세력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더욱 거대하게, 마교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천마지회를 부풀린 것일 테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당장은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으니까.

백소하는 말을 이었다.

“이제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리 난장판이 되어서야 있던 계획도 없어지겠지요.”

“녹가주가 날 굳이 이곳에 가둔 이유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완벽한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 원래대로였다면, 교아의 말대로 동이 틀 때쯤 그가 이리로 왔을 거다.”

나는 잘못이 없다.

봐라! 내 가문의 무사들이 이렇게 죽어나갔고, 이게 전부 다 청유백의 짓이다.

나는 율법에 따라 그를 제압하여 뇌옥에 가두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광인이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를 대기 위한 초석 말이다.

청유백의 설명을 듣고는, 백소하는 얼굴이 새파래진 채 대꾸했다.

“그렇다면 위험한 것 아닙니까. 하나 있던 범인은 사라졌고, 그와 녹가주의 연결을 입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고독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겠지만─”

백소하는 말끝을 끌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사실상 불가능하겠지.”

둘 모두 알고 있었다.

간단한 방법? 뭐, 좋다.

그게 가능하다면,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녹가주의 준비가 철저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녹가주고 나발이고 간에, 다른 육대가의 가주들이 합심하여 친다면 결코 당해낼 수 없을 테다.

하지만, 그리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왜 아직까지 그녀가 행하지 않았겠는가.

십수 년의 세월을 들이고 자시고 간에,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녹지연, 그녀가 아직까지도 저리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점에서 그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단순한 이유일 테다.

“…맞아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죠.”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듯, 어느샌가 몸을 일으킨 녹지연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다 시도해 봤죠. 안 해본 게 뭐겠어요? 하지만… 방법이 없어요.”

“왜지?”

“녹운룡의 사람이 각 가문에 침투해 있어서, 그들의 눈을 피해 가주님들을 뵐 수가 없어요. 제게도 감시가 붙었었기 때문에, 몰래 움직일 수도 없었구요.”

결국 고독을 제어하는 것은 녹운룡.

고독의 생사든,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든 전부 그의 뜻대로라는 뜻이었다.

가주의 앞에 서면 고독의 발작을 멈추면 그만이니, 그것의 존재를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가 않다.

청유백은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고독을 산 채로 적출해서 내보인다는 경우는? 그건 해보지 않았나?”

“그런 기예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인체의 구조에 정통하고, 그런 기술까지 가진 사람이면 보통 녹가주뿐이죠.”

“…흐음.”

갑자기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민에 빠진 청유백을 뒤로하고, 녹지연은 설명을 이었다.

“지금이야 미리 내려둔 명령 탓에 고독이 발작하고 있지만, 그들이 낌새를 알아채면 금방이라도 다시 벌레를 잠재울 거예요.”

“…그리고 시야에서 벗어나면 다시 발작하겠군요.”

녹지연은 고개를 끄덕여 백소하의 말을 긍정했다.

하지만 청유백은 문득, 지금껏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일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 어떻게 지금껏 살아 있는 거지? 지금도 고독이 발작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시점을 생각한다면, 아마 바로 오늘, 천마지회의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라고 생각함이 옳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문제없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

물론 그 이유의 일부는 안다.

청유백은 그녀의 묵색 반지를 가리켰다.

“그 반지 때문이라는 건 안다. 전부 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유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

독철로 만든 반지와 고독이 무슨 관계인지, 벌레에 무지한 청유백과 천화는 알 수 없었다.

하물며 백 년이 지나, 알고 있었던 지식마저 옛것이 되어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지식들이 자리 잡은 지금에야 말할 필요도 없다.

녹지연은 잠깐 말하기를 주저했지만, 어차피 이제 뭔가 감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고와 원고를 나누는 기준은 단순해요. 얼마나 더 강한 독기를 머금었느냐. 그것뿐이죠.”

녹지연의 설명이 잠시간 이어졌다.

모든 자고와 원고들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그 몸에 얼마나 강한 독기를 머금었느냐로 서열이 갈린다.

그리고 서열이 높은 개체가 원고가 되어, 아래 개체들에게 명령할 권한이 생긴다.

“그리고 사람 몸에 심어지는 벌레니까, 보통 그 머금는 독기는 심어지는 사람의 독기가 되죠.”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전말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백소하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지 대꾸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원 주인보다 강한 독기를 지닌 사람에게 심으면 본말전도가 된다는 것 아닙니까? 너무 단점이 명확한데요.”

“그게 단점이 될까요?”

“……! 그, 그렇군요. 네 말이 맞습니다. 상대가 녹가주여서야….”

멍청한 질문이었다.

지금 상대하는 자가 누구인지도 망각하고서, 무슨 단점을 걱정하고 있단 말인가.

“…….”

청유백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결론은 단순했다.

“그러니까… 그 반지가 내뿜는 독이 녹가주의 독기와 동격 정도는 된다는 소리군.”

“일단 그렇죠. 저도 버틸 수 없지만요. 음, 아마 앞으로 사흘 정도는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하고 입으로는 웃어 보였지만, 결코 눈은 웃고 있지 못했다.

어찌 웃을 수 있겠는가.

침묵이 흘렀다.

누구고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위기가 지나간 지금은 모두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의 표정은 제각기 달랐다.

누군가는 체념하는 듯 보였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궁리하는 듯 보였다. 누군가는, 그저 생각 없이 앉아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백소하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빌어먹을!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모르겠어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좀 빡치긴 했지만, 할 일 하면서 적당히 지내고 있었는데! 이게 다 뭡니까?!”

뭐? 녹가주의 음모?

고독? 사마신교?

백소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청유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보십쇼, 청유백. 일단 냅다 달려오긴 했습니다만, 우리가 올 필요 있었습니까?”

“어떤 대답을 해주랴?”

“예?”

“희망찬 대답과 현실적인 대답. 특별히 고르게 해주마.”

“오늘 현실적인 건 많이 들었거든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희망찬 쪽으로 해주십쇼.”

“기분 나쁘군. 싫어졌다. 현실적인 쪽으로 하지.”

“니미럴….”

백소하가 연신 내뱉는 육두문자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청유백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어느 쪽이고 무슨 상관이겠나?”

“무슨 뜻입니까?”

“계획이 있든 없든, 이 난장판이 된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딴 걸로 앓을 시간에 새 계획이나 생각하는 게 낫다.”

“녹가주가 이리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말입니까? 아니 게다가 뭐, 오면 그때는 어쩌게요?”

녹가주의 성정을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을 안다면 어떻게든 수습하려 할 것이다.

청유백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가문의 후계들까지 이유 없이 죽일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을 터.

고독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이상, 다른 가문은 움직일 수 없다.

그게 명분이라는 거니까.

“적영이 저렇게 다쳤다고 해도, 누가 다치게 했는지도 내보일 수 없지 않습니까. 범인이 백골이 돼서 사라졌다고요? 하!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

썩 할 말이 없다.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녹가주를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간단해지겠다만, 그것도 지금으로서는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던 중, 녹지연이 입을 열었다.

“계획은 있어요.”

그녀는 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었다.

청유백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백소하는 봤던 물건이었다.

바로 아까, 출발하기 전.

그녀가 적영을 시켜 무언가를 담아오게 했던 그 병이었다.

“이건… 독이에요. 꽤 오랜 시간 준비했죠. 재료를 모으는 데에만… 상당히 시간을 썼거든요.”

녹지연은 그리 말하며 잠깐 병의 뚜껑을 열었다.

“……?”

백소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지고의 극독이란 무미(無味)에 이어 무색무취.

독인지도 모르게 만드는 것이 독의 절정이니 말이다.

하지만 청유백은, 그것에 담긴 근본적인 독기를 느꼈다.

‘상당히 익숙한데…….’

어디선가 느껴본 향이었지만,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자세한 차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느끼는 것은, 그것이 경이로울 정도로 강력한 생명의 향이라는 것이었다.

“…강하군.”

“오, 알아보시겠어요? 그럼요. 제 역작인데요. 천주혈독의 두 배, 혹은 그 이상?”

녹지연은 그리 말하며 독의 뚜껑을 닫았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

백소하가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찌합니까?”

“글쎄요,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요?”

녹지연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청유백을 돌아보았다.

“원래는 당신에게 부탁할 생각이었어요. 청유백.”

“그래? 흥미롭군”

“뭐, 그렇죠. 처음에 녹운각에서 만났을 때 생각했던 거예요. 호구 잡았다 싶었죠.”

“딱 처음 만났을 때 말이지. 알고 있었다. 그런 표정이더군.”

“…뭐, 호구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인 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그녀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뺨 한쪽에서는 차갑게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절 도와주세요. 청유백. 이걸 마시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그냥… 저를 그 자의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흐음.”

청유백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 표정에 담긴 것이 관용인지, 포용인지, 혹은 그와 다른 무엇인지.

어쩌면, 다른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돌연, 녹지연이 비명을 내질렀다.

“윽…아아아악!!”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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